Hero Wants to Become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99
제199화. 파멸자와 구원자
“차시연이 사라졌다고요?”
“예. 감옥을 지키고 있던 간수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걸로 봐선, 조력자가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조력자?”
시연을 풀어준 레이든 왕자는 바로 왕성으로 돌아와 현자들에게 거짓 보고를 올렸다.
거짓을 말하는 입엔 어떠한 주저함이나 떨림도 없었다.
현자들 사이에선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레이든 왕자. 우리가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아오?”
카리타스의 물음에 레이든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
“말을 잘 듣기도 하고,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이기 때문이오. 본인이야 그 덤덤한 무표정 안에 진심을 감춰왔다고 생각했겠지만, 어림도 없는 생각이지. 우리가 자네 같은 인간을 한두 번 봐온 게 아니거든.”
“지고하신 현자님들 앞에서 어찌 거짓된 얼굴을 보이겠습니까?”
“여태까진 그래 왔겠지. 그 빤히 보이는 속내에 흑심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한데 오늘은…….”
무표정을 유지하던 레이든의 얼굴이 순간 확 일그러졌다.
“시꺼멓다 못해 구정물 같은 흑심이 보이는군.”
“크헉!”
레이든은 목을 부여잡으며 엎어졌고, 괴로운 신음을 남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련의 기운이 목을 조른 것이다.
고통에 겨워하는 레이든의 앞으로 카리타스가 다가왔다.
“그새 차시연에게 정이라도 품은 것이오? 뭐 그럴 수야 있지. 왕자도 인간인데 같은 인간에게 연민의 감정을 왜 못 느끼겠소? 레지에타를 위해 열심히 싸워준 그녀를, 적어도 목숨만큼은 구원해주고 싶었을 것이야. 그 마음 나도 충분히 이해하지.”
카리타스는 다리를 쭈그리며 앉아 레이든의 머리채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오 왕자. 그대가 착각한 게 하나 있어. 이 레지에타는 용사의 후손 따위가 구원한 게 아니야.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렇고, 전부 우리 현자들이 구원한 거지.”
레이든은 아득바득 대놓고 분노를 표출했다.
왕위를 계승이 유력한 1왕자라고 하나, 그래 봐야 껍데기에 불과한 왕자로 살아온 지 20년.
저 현자라는 이름의 늙은이들에게 왕국이 유린당한 세월은 무려 100년.
레이든도 이런 현자의 시종 노릇을 좋아서 한 게 아니었다.
한 나라를 책임질 차기 군주로서, 매일매일 심신의 발전을 추구하는 한 명의 검사로서,
그의 위치로부터 주어진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레이든을 비롯해 이 왕실은 물론, 나아가 부르크 왕국, 더 나아가 레지에타 대륙까지.
순수하게 본인이 꿈꾸고 원하는 삶을 사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질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 늙은이들의 손에서 모든 것이 통제되어 왔으니까.
그나마, 이런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초월적인 잠재력을 지닌 용사의 후손에게 한때는 가능성을 걸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용사의 핏줄은 이번에도 실패했고, 기약 없는 훗날을 도모하고자 그녀를 몰래 빼내서 레지에타 밖으로 탈출시킨 것이었다.
“왕자가 차시연을 탈출시킬 거라곤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소. 그래도 바로 탈출시키진 않고, 모두의 눈이 허술해질 타이밍을 잘 맞췄더구려? 오죽하면 우리도 그 마음을 접은 줄 알았지.”
나름 완벽했다고 자부한 계획이었지만, 그마저도 현자들은 모두 꿰뚫고 있었다.
카리타스는 여전히 분노의 쌍심지를 세우고 있는 레이든을 보며 수염을 쓸었다.
“그래도 우리는 관대한 노인들이오. 한 번의 실수는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 있지. 물론 왕자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렸지만…….”
그래 봐야 내릴 지시는 뻔했다.
탈출시킨 차시연을 제 손으로 잡아 오라는 것일 터.
레이든은 응해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목숨이 위험해질 거 각오하고 한 일.
이제 와서 죽는다고 해봐야, 아쉬울 것도 없었다.
얼굴은 해맑은 웃음꽃을 얼굴에 피운 채 어떤 지시를 내릴지 수군거리던 새 현자는 돌연 낯빛이 화악 어두워졌다.
이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급 적막감이 감도는 광장.
레이든의 신음만이 아련하게 울려 퍼지는 것도 잠시,
“하아, 하아….”
고통이 사라진 레이든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지고한 자선, 인내, 순결의 이름으로 레이든 왕자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카리타스의 목소리는 두방망이질 치는 레이든의 심장을 얼어붙게 할 만큼 무거웠다.
“지금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성지 레펠타리로 향하세요.”
영문 모를 낯선 상황에 레이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이에 카리타스는 쐐기를 박았다.
“응하지 않을시, 즉시 왕국 전체를 괴멸시키겠습니다.”
현자들의 얼굴엔 어느새 초조함마저 감돌았다.
마치 오랫동안 꽁꽁 숨겨 놓았던 일련의 비밀을 들킬 위험에 놓인 이들처럼,
* * *
성지 레펠타리.
용사 차시혁의 동상이 있었던 자리를 지나, 지고한 4현자를 기리는 제단을 지나쳐, 시연과 벨져는 2층 건물 높이의 단두대가 있는 처형장에 도착했다.
“딴 곳은 다 변했는데, 여기만 안 변했네.”
“서운하신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서운하지. 뭐 좋은 장소라고 이리도 철저하게 보존을 하냐? 유적지도 아니고.”
“세간에는 ‘용사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자……’ 라는 깨달음을 자각하게 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랄…….”
거북한 마음에 벨져는 처형장 앞에서 대놓고 침을 뱉었다.
“그런데 정말, 이곳이 현자들이 비밀을 숨기고 있는 장소가 맞습니까?”
“모르지 나야.”
시연이 미간이 확 좁혀졌다.
“이제 와서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레펠타리의 현자들의 비밀이 있을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뭔가 있을 거라고 했지. 비밀이라곤 안 했어. 그래도 뭐가 있긴 있을 거야. 그 늙은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인 건 확실하거든.”
시혁이 처음 레지에타에 소환된 장소도 이곳,
시혁이 현자들과 담판을 짓기 위해 찾아온 곳도 이곳,
시혁이 세상을 구한 용사에서 대륙의 악질 범죄자로 생을 마감한 곳도 바로 이곳.
이곳은 시혁에게도 의미 있는 장소지만, 반대로 현자들에게도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은 아지트를 에헤른 왕성 지하로 옮긴 것 같긴 한데, 애초에 성지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심판관과 사제들을 상주하게 한 걸 보면, 아주 의미 없는 장소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
“전부터 궁금했는데, 현자들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저 인간들의 고혈을 쭉쭉 빨아먹어서 비정상적으로 생명을 늘린 모기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이제 와선 딱히 알 바도 아니야.”
벨져는 검을 뽑았다.
“대본 잘 숙지했지 후손아? 지금부터 깽판 칠 시간이다.”
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벨져는 성큼성큼 처형장 위에 올라섰다.
“경치 좋네.”
과거엔 몰랐지만, 이 자리에 오르고 보니 성지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명소였다.
“거기 당신! 그 위에서 뭐 하는 것이오?”
주변을 순찰 중이던 한 심판관 무리가 벨져를 보며 소리쳤다.
벨져는 무시한 채, 현자들의 제단이 있는 곳을 주시했다.
그런 다음엔 검에 마력을 전승시켰고,
주저하지 않고 휘둘러 검기를 발생시켰다.
-콰아앙!!
검기는 정확히 제단에 명중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성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혼란을 수습하고자 각지에서 성교회원들이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야!”
“웬 괴인이 처형장에서 검기를 날렸습니다!”
“고작 검기 하나에 제단이 파괴된다는 게 말이 돼!?”
현자들의 제단은 단순히 건축물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닌, 성력을 가호가 서려 있어 사악한 기운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가호가 있다고 한들, 무지막지한 마계 절대자의 마력까지 막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이윽고 부서진 제단의 잔해를 덮고 있던 연기가 걷히고,
-터벅
제단을 부순 장본인이 그 위에 보란 듯이 오르니,
“저, 저건……?”
성교회원들을 비롯해 소란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까지 전부 기겁을 금치 못했다.
“마, 마족?”
“아니야! 저건 그냥 마족이 아니라…!”
“마왕이다! 마왕 벨져가 레펠타리에 나타났어!!”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절규했고, 성교회 심판관과 사제들은 일제히 검과 마법서를 꺼내며 벨져의 주변을 에워쌌다.
허나 에워싸기만 할 뿐, 정작 벨져를 제압하고자 나서는 이는 없었다.
“가서, 니들 구원자들한테 전해.”
벨져는 그런 인간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덤덤히 말했다.
“여기 싹 다 날려버리기 전에 후딱 뛰어오라고.”
* * *
기사들을 이끌고 레펠타리에 도착한 레이든 왕자는 성지 전역에 반구 형태로 덮인 결계를 보고선 충격에 휩싸였다.
“성지 전체를 인질로 잡겠다는 건가…….”
레이든은 이를 악물며 기사들과 성지에 입성했다.
결계는 그들의 출입을 문제없이 허용했으며 이어진 길을 쭉 따라 벨져가 있는 부서진 제단에 도착했다.
“왔냐?”
잔해 위에서 턱을 괴며 기다리던 벨져가 왕자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근데 왜 너희만 왔어? 정작 와야 할 윗대가리는 안 오고?”
레이든과 기사들은 인상을 구긴 채 검을 뽑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허나 검만 뽑을 뿐, 그들 중에서도 정작 벨져와 싸우기 위해 나서는 이는 없었다.
“왜 주변에 피해 미칠까 봐? 걱정하지 마. 여기서 나랑 뭔 짓거리를 하든, 이 영역 밖으론 절대 피해 안 갈 거야.”
레이든은 그제야 자기 발밑 앞으로 이상한 선이 그어진 것이 보였다.
“이중 결계?”
결계 안에 만들어진 또 다른 결계.
성지 바깥에서 상황을 주시 중인 메이와 수호가 각자의 힘으로 만들어낸 이중 결계였다.
“슬슬 기다리기 지루한데? 만족시켜줄 놈이 아무도 없는 거야?”
벨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치 중이던 인간들은 지레 겁을 먹고 한걸음 물러섰다.
불안, 공포, 두려움, 그 안에 동반한 경이로움과 고상함.
단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을 굴복시킬 수 있는 절대자만의 가진 품위.
한낱 인간의 몸으론 감히 대적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상대하겠다!”
그때 왕자와 기사들의 뒤로 어느 다부진 여인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익숙한 목소리에 레이든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저, 저건?
레이든을 비롯한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두가 나설 생각조차 못 하는 절대적으로 압도된 상황에서, 자신이 도전하겠다며 친히 나선 이는 바로,
“차시연?”
용사의 후손 차시연이었다.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기사들 앞에 나선 시연은 가장 근거리에서 벨져를 마주했다.
벨져는 피식 웃으며 아래로 안착했다.
“그래. 너밖에 없지. 이 세상에서 나와 제대로 견줄 수 있는 인간은!”
시연은 성력을 발현한 검을 벨져를 향해 겨누면서 소리쳤다.
“다시는 인계 땅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습니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로의 검이 충돌할 때마다 금빛과 검은빛의 불똥이 튀었고, 한 지점에서만 싸우는 것이 아닌, 결계 곳곳을 종횡무진 이동하며 일반인의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맹렬한 검무를 펼쳤다.
“한 세계를 멸망시킬 파멸자와 한 세계를 수호할 구원자의 싸움이로군…….”
사람들은 신분을 망라하고, 전부 넋이 나간 것도 모자라 황홀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아예 무기를 내려놓고 관전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인계의 운명을 짊어진 거대한 싸움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좀 더 진심을 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난 이미 진심으로 하고 있단다 후손아.”
정작 벨져와 시연 둘의 얼굴엔 환희가 서려 있었다.
* * *
한편, 같은 시각, 성지의 다른 곳.
레이든 왕자의 군대보다 먼저 성지에 도착한 세 현자들 또한 시연과 벨져의 혈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차시연이 왜 여기서 마왕과 싸우고 있는 거지?”
도망친 줄 알았던 시연이 성지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마왕과 홀로 맞서고 있으니,
현자들로선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미련한 핏줄은 어쩔 수 없다는 건가? 뭐 우리한테 잘된 일이지.”
“그게 무슨 말인가 산테?”
“마침 장소도 딱 맞고, 이참에 레지에 여신님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서 저 마족을 완전히 없애버리자고.”
카리타스와 파티엔이 질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 무지막지한 힘을 쓴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쓰자는 겐가?”
“카리타스의 말이 맞네 산테! 우리가 무슨 우유 짜는 젖소도 아니고, 힘을 짜낸다고 아무 때나 막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못해도 한 달은 필요하네!”
두 현자의 반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산테의 낯빛이 어둡게 굳었다.
침묵이 흐르던 것도 잠시,
눈치를 보던 파티엔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된 거, 일단 차시연이 어떻게 되는지 좀 더 지켜봐도 되지 않겠는가? 혹시 모르지? 100년 전처럼 저 용사의 후손이 마왕을 물리칠지도 모르지 않는가?”
산테는 대답 없이 묵묵히 하늘을 보더니, 대뜸 크게 웃어댔다.
그 광기 어린 광경에 두 현자는 어리둥절했다.
“그래! 아직 용사의 후손이 마왕을 물리쳐줄지도 모르는데, 섣부르게 나서면 곤란하겠지! 파티엔 자네 말이 맞네!”
산테는 파티엔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양 어깨를 툭툭 쳐댔다.
“그런데 말이네 파티엔.”
“왜, 왜 그러나 산테?”
반원을 그리던 산테의 입술은 순식간에 일직선으로 변했다.
-푹!
얼굴 아래에서 들린 낯선 소리에 파티엔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갔다.
동시에 속에서 핏물이 올라오면서 입 밖으로 뱉어졌다.
“네놈의 그 등신 같은 눈엔 저 둘이 싸우는 걸로 보이나?”
파티엔의 목덜미엔 녹빛의 진득한 액체가 묻은 칼날이 꽂혀있었고, 그 칼날 끝엔 산테의 손이 자리했다.
기습을 당한 파티엔은 바닥에 고꾸라졌다.
“사, 산테! 네, 네 녀석! 무슨 짓을…?”
“뭐긴 뭐겠는가? 쓸모없어진 인형을 폐기 처분하는 거지. 그동안 현자 놀이 재밌게 했지?”
파티엔은 피가 쏟아지는 목을 치유하고자 손에 성력을 발현했다.
허나 성력의 빛은 발하자마자 바로 꺼져버렸다.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소용없을 걸세. 자네의 목을 파고든 그 칼날엔 마계의 흔적이 묻어있거든.”
마계란 말에 카리타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계라고? 사, 산테 자네 설마?!”
“나도 좀 놀랐네. 이 균. 내 예상보다 인간에게 훨씬 치명적이더군. 초월의 경지에 오른 우리의 몸도 썩게 할 정도로…….”
산테가 칼날에 묻힌 건, 이전에 시연이 정화했던 역병의 잔재였다.
당시 모데스가 죽은 현장을 방문했었던 산테는 퍼지기 직전의 균을 일부 거둬들여 따로 보관해두었다.
오늘과 같은,
쓸모없는 인형의 폐기 처분을 위해서.
“가, 가각!”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역병의 고통에 파티엔은 기괴할 정도의 몸부림을 쳤다.
“이런, 이런. 인내의 현자가 이런 아픔도 버티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쯧쯧.”
산테는 파티엔의 머리 위로 손을 얹으며, 그의 성력을 모조리 흡수했다.
모든 걸 잃은 파티엔의 몸은 부패한 시체마냥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졌다.
흡수를 완료한 산테는 바로 카리타스를 보며 물었다.
“카리타스. 자네는 어쩔 거지?”
카리타스는 선택의 여유가 없었다.
“여, 역시 자네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니까? 예전에도, 지금도…….”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