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119. 프리 시즌 -5
“얘네 뭐야? 우리 지안이는 이 씨인데 왜 황지안이라는 거지···?”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김지우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김지우가 노트북으로 보고 있었던 건 이지안의 소속 팀, 피오렌티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 시즌 경기 생중계였다.
그 생중계엔 실시간 채팅 기능도 달려 있었는데, 그 채팅창에 알 수 없는 채팅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었다.
이지안인데 왜 자꾸 황지안이라는 걸까.
하지만, 이내 딸려 올라오는 채팅에 김지우가 뭔가 깨달은 듯, 아아- 하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황지안 ㄷㄷㄷ
└갓지안 ㅋㅋㅋㅋㅋㅋ
└킹지안 미쳤다
└킹갓짱황지안!!
└대 지 안
아아.
황 씨인 줄 아는 게 아니라 잘한다는 의미로 앞에 붙이는 말 같은 거구나.
뭐 킹은 왕이고, 갓은 신이니까.
황은 황제인가?
“이것들이 헷갈리게.”
순간 착각을 한 게 부끄러워진 김지우가 애꿎은 시청자들 탓을 한다.
이탈리아에 온 뒤로 공부한답시고 현지 커뮤니티만 돌아다녔더니, 이 나이에 트렌드에 뒤쳐진 느낌이 들어서 머쓱했다.
그래도 자기니까 금세 알아들은 거지.
아저씨였으면 황지안이 아니라 이지안이라고 채팅까지 쳤을 거다.
“아, 웃겨.”
어쨌거나, 흥미를 느낀 김지우가 헤실헤실 웃으며 채팅창을 계속 구경한다.
지난 시즌까지야 직접 경기장에서 보거나, 못 가서 중계로 보더라도 지안이네 팀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은 현지 티비 채널밖에 없었는데.
올 시즌부터 한국어 중계가 생겼다길래 들어와 봤더니, 이게 꽤 재밌다.
└똑바로 서라 섬 놈들아··· 이게 세리에의 왕이다
└맨유 차렷. 프리미어 리그 차렷.
└설렁설렁하는데도 혼자 클래스 다른 거 실화냐 ㄷㄷㄷ
└챔스도 걍 씹어먹을 것 같음
└16살 세리에 득점왕 17살 챔스 득점왕 가나?
└근데 상대가 맨유인 것도 감안해야 되지 않음?
└그렇긴 해
└아니 근데 그건 그렇다 쳐도 브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럼?
└볼 터치 몇 번 없긴 했는데 잡을 때마다 지리긴 함 ㅋㅋㅋ
└천재성 진짜 미쳤다 ㄷㄷ
└너무 눈부셔서 아무것도 안 보이게 만드는··· 그저 Lee ‘신’
김지우가 피식피식 웃는다.
확실히 모국어라 그런지 이탈리아 사람들의 댓글을 볼 때보다 훨씬 와닿는다.
덕분에 간혹 좀 세거나 미간을 찡그리게 하는 채팅도 있긴 했으나, 대부분 지안이를 칭찬하는 것들이라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실 뭐, 한국도 지안이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야 가족들한테 들어서 알곤 있었다.
다만 그걸 지안이한테 얘기해준 적은 없었고.
지안이가 그런 걸 좋아할 성격이 아니란 걸 알고 있을뿐더러, 아저씨도 웬만하면 자제하라고 했으니 혼자만 킥킥대고 있었을 뿐.
덕분에 이걸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니 좀 답답하긴 했지만,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그 꼬맹이 이지안을 이제 전 국민이 다 안다니. 진짜 느낌 이상하다.”
두 손으로 턱을 괸 김지우가 안면 가득 미소를 띄운다. 눈앞엔 쬐끄만 교실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지안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숫기 없던 꼬맹이를 이제 모두가 다 안다.
다 아는 것뿐만 아니라 대단하다고 찬양하기까지 한다.
괜히 자기 어깨가 으쓱했다.
뭔가 말이 이상하긴 한데, 나중에 자식을 낳아서 그 아이가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 뭐, 사실 맞잖아.
이 누나가 아니었으면, 어?
걔가 이렇게 잘 컸을 것 같아?
···음.
그래도 알아서 잘하긴 했겠지?
지안이니까···
“···풉.”
어쨌든.
진짜 이렇게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면 괜히 내가 기분이 좋고, 그럼에도 매번 경기가 있을 때마다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슴을 졸이는 것도 그렇고.
진짜 애 하나 키우는 기분이다.
“···.”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김지우의 볼에 옅은 홍조가 피어오른다.
이내 흐뭇한 미소가 번지기까지 한다.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무언가 즐거운 상상을 하는 듯하던 김지우가 중얼거렸다.
“아들 낳으면 축구 시켜야지···”
어딘가 잠시 미래 여행을 다녀온 듯한 김지우였다.
그러나저러나, 채팅창에선 여전히 이지안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지안 선수, 축하드립니다. 맨유 입단 테스트 결과 ‘합격’입니다.
└ㅇㅈ합니다.
└텐 하흐 밑에서 한 시즌 정도 배우면 완전체 될 듯 ㅇㅇ
└지랄들 한다 ㅋ
└지안아 아스날 오자 잘해줄게···
└토트넘은 어떰? ㅎㅎ
└온갖 떨거지들 다 달라붙는 거 보니까 이지안이 잘 나가긴 하나 보네 ㅋㅋㅋㅋ
└저 재능이면 바로 레바뮌 직행해야지 ㅇㅇ
└언제적 레바뮌이고 ㅋㅋ 레뮌맨이지
└레뮌맨의 맨은 당연히 맨시티겠죠?
└맨유인데요
└아오 낄끼빠빠 좀 해라
└아니 근데 해설자 왤케 한국 선수라고 강조하는 거냐 ㅋㅋ 누가 한국인인 거 모르나
└국대 때문 아님? 협회랑 기싸움 중이잖아
└뭔 기싸움 ㅋㅋㅋ? 이번 평가전에 안 부른 거? 16살짜리 애 무릎에 물 차게 만들고 싶냐?
└엄살 ㄴㄴ 선배들은 다 했음 국가가 부르면 와야지
└어으 ㅅㅂ 국가가 부른다니까 존나 가기 싫어지네
└쟤가 존나 잘해서 그렇지 16살임. 다음 월드컵 때도 20살이라는 얘기. 좀 냅둬라
└팩트) 스페인 페드리는 18살에 리그 주전+유로+도쿄 올림픽까지 멀쩡히 다 소화했다
└안 멀쩡해 보이던데 뭔 소리 ㅋㅋ
└팩트) 위에 놈 16살 때 소화한 거라곤 엄마 밥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귀화 권유한다던데 ㅋㅋ 빨리 부르는 게 맞지 않나
└ㄴㄴ 괜히 쥐락펴락하려다 좆되는 거임 걍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둬야지
└저 실력이면 오라 마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가야지 아 ㅋㅋㅋ
└16살이 아니라 26살 선수도 아시아 유럽 왔다 갔다 하고 대회 수 많아지면 맛탱이 감 ㅇㅇ 걍 소속팀 집중하게 냅두고 폼 유지하게 하는 게 맞지
└그래도 국대에서 보고 싶은데···
└딴 게 국뽕이냐 그냥 유럽에서 잘하는 거 보는 게 더 국뽕 풀충전인데
└닥치고 걍 다다음 주만 기다린다 바르샤 털어먹는 한국인 졸라 기대되네
└근데 지금 바르샤 터는 게 의미있나 바르샤도 맨유급으로 망했는데
└그래도 맨유급은 아니지 개새끼야
└맨유가 더 나은데? 메시 지 손으로 쫓아낸 븅신들이 ㅋㅋㅋ
└아 미친놈들아 왜 여기서 싸움질들이야 이지안 찬양이나 해라
└맨유 탈탈 털어먹은 이지안 선수를 찬양합니다 –꾸레 일동-
└바르샤 탈탈 털어먹을 예정인 이지안 선수를 응원합니다 –맨유팬 일동-
└왜 훈훈하냐?
└넌 저게 훈훈한 걸로 보이냐
└한때 세계 최고 자리를 놓고 싸우던 두 팀이 어쩌다 저렇게 됐냐··· 가슴이 옹졸해진다
└암튼 결론은 대 지 안 킹 지 안
└외쳐 짱지안!!
└숭배합니다, GOAT
└저 실력에 얼굴도 잘생김 ㅋㅋ
타닥타닥.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에 괜히 자기도 한 줄을 보탠 김지우가 피식 웃는다.
하지만 채팅이 워낙 빠르게 올라가는 통에, 자신의 채팅이 순식간에 사라져 다시 채팅을 쓰려다 이내 손을 멈춘다.
안 돼.
이것도 한 번 맛 들이면 또 중독된단 말야.
괜히 댓글 같은 거 남겼다가 좋아요라도 몇 개 받으면 하루 종일 새로고침하게 되거든.
자제해야지.
김지우는 대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지안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안이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라는 사실에, 김지우의 입꼬리가 주욱 찢어진다.
하지만, 이지안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김지우의 표정이 이런 것은 사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부터였기도 했다.
ㆍㆍㆍ
맨유와의 경기를 마친 뒤.
다음날엔 간단히 회복 훈련을 했고, 그다음 날 우리는 곧장 런던으로 넘어왔다.
영국 원정 두 번째 상대인 웨스트햄과의 경기를 위해서였다.
비록 맨유전을 1대2로 패한 건 아쉬웠으나, 선수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특히 결혼한 선배들 얼굴들이 활짝 피었더라.
해외 원정이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냐면서···
“···설마 유럽대항전 반드시 나가야 된다던 게 이런 의미였어요?”
“뭔 소리야, 인마. 나 지금 불행해. 빨리 집 가고 싶다고.”
“불행하다는 말을 웃으면서 하시면 제가 어떻게 믿어요···”
“내가 지금 웃는 걸로 보이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왜 이러는 걸까.
누가 봐도 집 나와서 행복한 표정들이구만.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평소엔 그렇게 가족들을 끔찍이 아끼면서, 막상 나오면 또 좋은가 보다.
난 비행기 타는 순간부터 진심으로 집에 가고 싶던데.
영국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됐건만 벌써 한 달은 넘은 것 같단 말이야.
···보구 싶다.
···아빠 말이다.
생각난 김에 핸드폰을 꺼내 든다.
아침에 메시지를 주고받고 나서 잠깐 못 봤는데, 그새 지우에게 메시지가 와 있다.
지우: [속보] 이지안 남극으로 이사
···?
이건 뭔 소리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소리냐고 답장을 보낸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1분도 채 되지 않아 답장이 온다.
지우: 더위가 없기 때문···
지우: 더 위가 없기 때문 ㅋㅋㅋㅋ
지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뭘 잘못 먹었나?
어이가 없어서 읽어 놓고도 한참 답장을 하지 않으니 또 메시지가 온다.
지우: 이지안, 똥 싼 아기에게나 필요한 선수
지우: 기적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우: 기적이 ㅋㅋ 기저귀 ㅋㅋㅋ
“···”
나는 그대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곤 버스 창밖을 바라봤다.
뭔가 잘못 먹은 게 분명했다.
*
“···풉!”
“뭐야. 왜 그래?”
“사레들렸어?”
“아, 아니요. 괜찮아요···”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던 도중, 갑자기 뿜은 물 탓에 주변 선배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
이 타이밍에 갑자기 그게 왜 생각나는 거야.
나는 또 그게 왜 웃긴 거고.
“···”
뜬금없이 생각 난 지우의 메시지에 웃은 게 자존심 상해, 입가를 닦으며 괜히 필드를 노려 본다.
남극··· 더위··· 크흡.
아, 씨.
“나이스, 나이스!”
“좋아!”
홀로 웃음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 그러거나 말거나 필드에선 시합이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우리가 웨스트햄을 상대로 2대1, 앞서가는 중.
나는 오늘도 지난 경기처럼 전반 45분만을 뛰었고, 1골을 넣는 데 성공하며 만족스러운 경기를 마쳤다.
뭐, 꼭 1골을 넣은 게 만족스럽다기보단.
프리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꽤 전력을 다해줘서 나름 치열한 경기를 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경기 내내 두 명 이상이 달라붙는데, 이게 프리미어 리그의 압박인가 싶더라.
그 덕에 감독님이 화를 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으나 나로서는 꽤 연습이 됐다.
최대한 몸을 안 부딪치면서 압박을 이겨내는 연습 말이다.
마치 날 집중 훈련 시켜주려 하는 듯한 상대 덕분에 뭔가 새로운 노하우들을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케이, 굿!”
“고생했어, 고생했어.”
“좋았다.”
그렇게 깨달은 것들을 잠시 되새기던 중, 어느새 필드에선 휘슬이 울렸고 선배들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2대1의 스코어 그대로 경기가 끝난 것.
이로써 우리는 1승 1패를 거두고 영국 원정을 마치게 됐다.
자, 이렇게 프리 시즌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피렌체가 아니라 스페인이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긴 한데, 한 편으론 스페인에서 치르게 될 경기가 기대되는 마음도 있다.
바르셀로나라는 팀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축구는 하기만 했지, 잘 보진 않아서 모르는 게 많은 나조차 바르셀로나가 어떤 팀인지는 잘 알고 있다.
어릴 때, 먼 한국에서 축구 할 때부터 커서 꿈이 뭐냐고 물으면, 바르셀로나에 가는 것이라고 대답하던 친구들이 꽤 있었다.
하도 그런 친구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나도 무의식적으로 ‘바르셀로나’ 하면 온갖 천재들만이 갈 수 있는, 마치 대학교로 치면 서울대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 천재들만 모이는 팀과 경기를 해볼 수 있다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말로만 듣던 그들은 대체 얼마나 공을 잘 찰까. 얼마나 공을 잘 차길래 그런 팀에서 뛸 수 있는 걸까.
나는 여전히 진짜 천재들에게 궁금한 게 많다.
“돌아가서 얼른 쉬자.”
“예-”
으음.
그러고 보면, 이런 상황에서 무서움보단 설렘이 먼저 느껴진다는 게 신기한 일이긴 하다.
진짜 천재들 사이에서 내 정체가 지우에게 탄로날까봐 걱정되는 게 먼저여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보단 그저 설렐 뿐이다.
이유가 뭘까 하면, 잘 모르겠다.
어쩌면 부담이 없는 프리 시즌이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영국을 떠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여기 밥, 똑같은 호텔 음식인데도 희한하게 맛이 별로더라.
지우의 손맛이 심하게 그리웠던 하루하루였다.
어쨌거나, 나는 그저 진짜 천재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을 뿐이었고.
내 호기심을 해결해 줄 천재들은 바르셀로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