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2)
선발 -3
“서로 말 많이 하고, 압박 올라갈 때 위치 보면서 가는 거 잊지 말고.”
“오케이, 오케이.”
“자, 포르자 하면 비올라. 포르자-!”
“비올라-!!!”
우렁찬 함성과 함께, 원을 그린 채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후우-”
나 역시 내 자리를 향해 걸어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피렌체의 태양은 뜨겁고 잔디는 푸르르다.
그리고 나는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
“삐이익-!”
휘슬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보라색 유니폼과 하늘색 유니폼이 어우러지기 시작한다.
방금까지만 해도 푸르기만 했던 잔디밭이 이제는 검붉은 전쟁터가 되었다.
그 아수라장 사이에서, 나 역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가만히 서 있으면 죽는 전쟁터다.
“뒤로!”
“천천히 가, 천천히!”
SSC 나폴리와의 시합이 시작되었다.
나는 오늘 팀의 세콘다 푼타로서 선발 출장했다. 4-2-3-1 포메이션에서 3, 그중에서도 가운데에 해당하는 자리.
말은 세콘다 푼타긴 한데, 오늘 나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것을 주문받았다.
때로는 메짤라처럼.
때로는 레지스타처럼.
때로는 세콘다 푼타처럼.
사이드로 빠지는 움직임도 가져가고, 창의적인 패스도 시도하고, 득점도 계속 노리고.
한마디로 해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
새삼 지노가 존경스러워진다.
여태 난 그저 알아서 해보라는, 그런 마음 편한 지시만 받아 왔었는데.
지노는 항상 이런 역할들을 부여받은 채 뛰어왔을 테니, 새삼 존경스러울 수밖에.
어쨌든, 오늘도 저 위의 역할들을 하되, 판단은 알아서 자유롭게 하라는 지시도 덧붙여 받긴 했다.
그래서 딱히 어려울 건 없는데···
문제는 상대다.
내 역할에 대해선 다 이해했는데 상대가 나폴리라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과연 이런 강한 팀을 상대로, 내 플레이를 내 마음대로 펼칠 수 있을까.
“내려! 올라가지 말고!”
“뒤에 간다! 빨리!”
경기 초반.
시작부터 상대는 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후방 수비 라인을 꽤 높게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전방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
뭐랄까.
어떻게든 초반에 기선을 꺾어놓겠다는 듯한 기세가 마구 느껴진다. 훈련 따위에선 느낄 수 없는, 적의가 가득 찬 압박이 사방에서 덮쳐든다.
이미 전세가 기울었을 때 들어갔던 지난번 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다만, 그렇기에 확 집중이 되는 느낌은 있다.
오늘도 지우가 경기를 보러 왔다.
저기, 관중석 어딘가에 있겠지.
경기 전에 메시지도 주고받았다.
덕분에 잡생각이 들기 쉬웠는데, 상대가 이렇게 압박을 가하니 나로서도 한눈을 팔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지금은 오로지 이 전쟁에 집중할 뿐이다.
“이쪽!”
“가줘! 가주라고!”
우리 팀이 후방에서 공을 돌리고 있는 상황.
상대가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하고 있다 보니 조금 아슬아슬해 보인다.
압박이 어찌나 거센지,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시도하긴커녕 공을 빼앗기지 않는 것에 급급해 보일 정도.
저 압박을 당해낸 팀이 몇 없다고 들었다.
저런 상황이 길어지면 결국은 롱 패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확히는 롱 패스가 아니고 걷어내는 거지.
나도 나지만, 오늘 프리마 푼타(센터 포워드)로 출전한 친구, 엔조 바레티도 키가 큰 선수는 아니라.
제공권에 있어선 상대에게 밀리는 감이 있다.
타타탓-!
그래서 밑으로 내려간다.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방해를 받을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을 내려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금이 그때.
상대의 압박 범위와 리듬을 살피며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내려간다.
언뜻 보기엔 상대의 압박이 꽤 완벽해 보이나, 자세히 보면 빈틈은 있다.
기세에 속으면 안 된다. 나폴리의 압박은 분명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나는 그중 홀로 리듬을 못 맞추고 있는 녀석 뒷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헤이-!”
내가 외치자 우리 팀 수비수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게 보인다.
훈련이라는 건 이럴 때를 위해 하는 것.
짧은 눈 맞춤으로 소통을 끝낸 수비수들이 훈련했던 대로 패스 워크를 시행한다.
파아앙-
파아앙-!
압박을 아슬하게 비껴간 패스가 내게로 온다.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녀석이 혼자 너무 깊게 압박을 올라간 터라, 나는 공간에 홀로 서 있다.
덕분에 여유롭게 패스를 받아낸다.
그리고,
타타탓-!
곧바로 돌아서며 전방을 향해 공을 몰고 간다.
전방 압박을 가하는 상대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빠른 공격 전환이라고 배웠다.
우리 진영에서 공을 오래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달리며 동시에 좌우를 살핀다.
뻐어어어어엉-!
왼쪽으로 길게 때렸다.
상대의 간격은 촘촘하다. 하지만, 그래서 사이드 쪽엔 꽤 큰 공간을 노출한다.
이 사실을 미리 파악해둔 터라 쉽게 빠른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한테 곧장 달려드는, 무섭게 생긴 수비수가 좀 무섭기도 했고.
파아앙-!
내 패스가 정확히 연결되는 것을 확인하며 전방을 향해 달린다.
공을 받은 친구 브루노의 움직임, 그리고 상대 수비의 반응 역시 동시에 살피며 달린다.
넓은 공간에서 공을 잡은 브루노가 박스 근처까지 공을 끌고 간 뒤, 상대 풀백과 1대1을 시도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 의도를 확인하자마자,
타타탓-!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박스 안을 향해 달렸다. 박스 안, 왼쪽 편으로 파고들 생각.
레프트 윙인 브루노는 주발이 오른발이다.
때문에, 보통 이런 상황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가며 슈팅하는 걸 즐긴다.
그걸 돕기 위한 움직임이다.
내가 수비 하나를 박스 안쪽으로 깊숙이 끌어당겨야 슈팅 각도가 더 열리기 때문이다.
천천히 대치하며 각을 보던 브루노도 내 움직임을 읽었는지,
타탓-!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나와 교차되는 움직임을 가져간다.
그리고,
뻐어어어엉-!
곧바로 슈팅.
파 포스트를 노린 감아차기인데···
슈우우우웅-
“아!”
덜 감긴 슈팅이 골대를 벗어난다.
과정은 좋았으나 결과가 아쉬운 공격이 되었다.
“미안, 미안.”
슈팅을 날린 브루노가 동료들에게 손을 들며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내고,
“굿!”
나에겐 엄지를 치켜세워 보인다.
나도 그에 화답한 뒤, 우리 진영을 향해 뛴다.
동시에 우리 미드필더들의 외침 소리가 들려온다.
“돌아와! 자리 잡아!”
“대열 맞춰! 막자!”
내 수비 위치를 향해 달려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나폴리라고 해서··· 그렇게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정신만 바짝 차리고 하면 적어도 내 역할은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방금의 플레이 덕분이었다.
훈련한 대로만 하면 된다.
“간격 맞춰, 간격!”
나는 좀 더 깊숙이 경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
“더 빠르게 가야 돼! 빠르게!”
“콜 좀 더 신경 써줘!”
“자신감 있게 하자! 자신감 있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은 어느새 전반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벌써?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 시간.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양상이 지속된 탓인 듯했다.
“후우-”
나폴리는 확실히 강한 상대가 맞았다.
경기 초반만 해도 이 정도면 쉽게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5분 뒤 그게 건방진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첫 슈팅을 너무 쉽게 허용했다고 느꼈는지, 상대는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보다 더 강도 높은 압박이 우릴 억눌렀다.
우린 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갇혀 버리기도 하고,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몇 번 실수가 나오면서 위기를 노출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좀 당황하고 있었다.
내 플레이를 못하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스스로를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난 실수 없이 경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내가 당황한 건 우리 팀 아이들 때문이었다.
뭐랄까.
괴리감이라고 할까?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는데, 암튼 그런 게 좀 느껴졌다.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고, 실수를 범하며,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우리 팀 아이들을 보면서 말이다.
내가 아는 우리 팀 아이들은 공을 잘 찬다.
나보다 훨씬 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주전조에서 헤매고 있던 나다. 지금이야 운 좋게 같은 필드 위에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아이들은 내게 까마득한 존재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고전하고 있고.
정작 나는 이 정도면 할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좀 혼란스러웠다.
천재 연기에 너무 심취하기라도 한 건가?
“앞으로 줘!”
“라인 올려!”
어쨌든 간에.
잡다한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우리 팀 수비가 상대의 패스를 끊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내가 아래로 내려가고, 이젠 당연하다는 듯 내게 패스가 전해져 온다.
그 공을 잡고 돌아서는 대신,
파아앙-
파아앙-!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한 녀석을 벗겨내고 전진하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공을 몰고 달리며 전방을 살피는데, 보여야 할 동료들이 안 보인다.
다들 반응이 늦은 건지 침투가 늦고 있다.
일단 한 박자 쉬면서 동료들이 제 위치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문득 드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드리블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왠지 지금은 내가 끝까지 해도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었다.
내가 드디어 미쳤다.
타타탓-!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따라 쭈욱 달린다.
동시에 전방을 살피며 취약한 곳을 찾는다.
지금껏 내가 패스 위주로 플레이했기 때문인지, 수비가 넓게 퍼져있는 게 보인다.
직선으로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속도가 붙은 상태.
괜한 잔재주를 부리기보단 이 속도를 살려 속전속결로 가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상대 미드필더 하나가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이미 속도가 붙은 나에겐 훈련용 고깔이나 다름없다.
타타탓-!
살짝 방향만 틀어 녀석을 제쳐낸다.
이어 다시 공을 직선으로 쳐놓으며 박스와의 거리를 좁힌다.
이제야 수비수들이 내 쪽으로 좁혀드는데.
저 문이 닫히기 전에 지나가야 한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치고 달린다.
지나갈 수 있을까?
타타탓-!
간절하면 안 될 게 없다는 걸 또 한 번 배운다.
빠르게 수비 사이를 통과해 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골대의 오른쪽.
골키퍼가 니어 포스트 쪽으로 붙으며 각도를 좁히는 게 보인다.
그 움직임을 확인한 나는 호흡을 크게 뱉으며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오른발을 크게 당겨,
뻐어어어어엉-!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촤아아아아-
내 슈팅이 파 포스트를 향해 낮게 깔려 들어간다. 거기까지 확인한 뒤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슈팅에 온 체중을 싣느라 몸이 붕 떴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 두 바퀴쯤 돌았을까.
땅을 짚으며 일어나 고개를 들었다.
우리 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골이 들어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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