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75)
몸이 뒤로 떨어진다.
동시에 점점 멀어지는 공이 보인다.
문득, 헤더는 좀 더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고로 헤더는 강하게 팍! 내리찍어야 제맛인 것을.
머리 위로 넘어가려는 공을 갖다 맞추기에 급급했던 탓에, 고개는 뒤로 젖혀지고 공은 두둥실- 떠 간다.
이렇게 헐렁한 헤더가 들어가겠나.
슈우우우웅-
안 들어가면 뭐 코치님들 탓이다.
다른 건 다 하게 해도 헤더 연습만큼은 잘 안 시켜주셨거든.
어릴 때부터 헤더 많이 하면 머리 나빠진다나 뭐라나.
아직도 애 취급당하고 있는 거다.
처음 올라왔을 때에 비하면 키도 많이 컸고, 이젠 면도도 매일 아침 해야 할 정도인데.
한 번 막내는 영원한 막내인가 보다.
슈우우우웅-
두둥실 떠 가는 공을 향해 골키퍼가 한 손을 뻗는 게 보인다.
공이 워낙 느리게 가서 쉽게 걸릴 것 같은데, 팔을 뻗는 동작이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게 신기한 일.
아마 크로스가 반대편에서 반대편으로 넘어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역동작에 걸린 게 아닐까 싶다.
긴 크로스를 선택한 로메로의 판단이 좋았다.
콰당-!
끝까지 공을 바라보고 싶었으나, 이내 엉덩이로 지면에 착지하며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그대로 한 바퀴를 구른 뒤 다시 골대 안을 눈으로 뒤진다.
저 안에 공이 있어야 하는데···
···아.
있네.
이게 들어간다고.
와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짓누르듯 터져 나온다.
동시에 저 멀리서 로메로가 허공에 주먹질을 해대며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나 역시 벌떡 일어나 그런 로메로에게 달려간다.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야 인마!”
달려가던 와중 사포나라 선배에게 먼저 붙잡힌다.
그리곤 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달려간다.
사실 어깨동무라기보단 헤드락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만, 항의할 정신은 없다.
“아아아아악!”
로메로도 날다람쥐처럼 하늘을 날아 덮쳐든다.
그 뒤에선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몸을 풀고 있던 동료들이 그라운드로 침입해 들어오는 게 보인다.
이내 내 몸을 누르는 무게가 1인분, 2인분씩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야아아아아!”
“또 들어갔어!”
“미친 자식!”
···무겁다. 숨도 막히고.
대체 몇 명이 올라탄 건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 몸이 그 무게를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봐봐.
나도 이제 헤더 연습 시작해도 된다니까.
우리 팀의 무게 정도는 버텨낼 수 있을 만큼 컸다고.
*
[리! 해트트릭입니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세 골째를 터뜨립니다!] [말도 안 됩니다. 이 시합이 이렇게 되나요.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결국 사고가 터져버리네요!]만약 경기장 한복판에 티라노사우르스가 나타난다거나, 혹은 관중석에 주먹만 한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아마 이런 광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제자리에 앉아 있는 관중들이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원정석의 맨시티 팬들뿐.
마치 지진을 감지한 강아지 같은 표정의 맨시티 팬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자신의 좌석에서 벗어났다.
아수라장.
맨시티 골대 쪽, 피오렌티나 선수들이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쪽 관중들은 모조리 쏟아져 내려와 안전요원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고.
그나마 먼 쪽 관중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댄스 파티를 열거나 웃통을 까재끼며 경기장을 해변으로 만들고 있었다.
피유우우웅-!
물론 축포도 빠질 수 없다.
폭죽 소리를 내는 홍염이 여기저기서 피어올라 경기장 공기를 매캐하게 만들고, 그 연기에 맨시티 팬들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진다.
말 그대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만, 아르테미오 프랑키의 분위기는 이미 우승이라도 한 듯합니다!] [다른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뒤집어 버렸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죠! 맨시티를 상대로요!]다들 이미 경기가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니,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사실 이쯤 되면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몰랐다.
1차전 때,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나 긍지는 분명 2차전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주긴 했으나.
그럼에도 대부분은 2차전이 힘들 거라고 봤다.
기대는 하되 마음은 어느 정도 비운 상태였다고 할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코어도 스코어인데, 내용적인 측면에서 너무 힘든 경기였기 때문이다.
1차전의 90분은 피오렌티나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보기엔 너무나 긴 90분이었다.
그나마 이지안이라는 선수가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티면서 본 거지, 그마저 없었다면 열정적인 팬조차 중계를 끄고 결과만 확인했을지도 모를 경기였다.
그래서 2차전도 힘들 거라고 봤다.
물론 홈인 만큼 구도가 달라질 거라고 믿는 팬들도 있긴 했지만, 상대인 맨시티는 피오렌티나에 비하면 경험이 많은 팀인지라.
원정 경기를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니 원정이라고 해서 갑자기 경기력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이지안만큼이나 기대를 걸만한 요소인 ‘과르디올라의 명장병’ 또한 8강 이상은 가야 나오는 거라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고.
그러니, 그저 적당히 잘 싸워주기만 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토너먼트에 올라와 2경기나 더 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선수단에게 충분히 감사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무기력하지만은 않게, 그래도 홈인 만큼 저력 정도는 보여줬으면 하는 게 가장 큰 기대였달까.
쪽팔리게 지지만 않으면, 팬들은 얼마든지 아끼지 않고 박수를 쳐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팬들은 지금도 전광판에 오류가 난 게 아닌가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57:32
FIO 3 : 0 MCI
3대0.
뒤집어 버렸다.
1차전 스코어가 2대4였으니 지금 이 순간 합산 스코어는 5대4.
말도 안 되는 괴력으로 맨시티라는 거대한 바위를 들어 올려 버린 거다.
당연히 과장이긴 하지만, 많은 팬들은 지금 이 순간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기분을 받고 있었다.
뭐, 이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물론 이대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맨시티가 기어코 다시 게임을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의 기분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그냥 그 사실만이 중요했다.
맨시티를 상대로 2점 차를 뒤집어 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거.
피오렌티나가 어떤 팀인지를 보여줬다는 거 말이다.
심지어 그 과정조차, 뭐 가드를 머리끝까지 올리고 붕붕 펀치나 달리다가 얻어걸린 게 아니라.
제대로 보고, 노리고 주먹을 꽂아 넣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맨시티가 전혀 부럽지 않을 만큼, 더 보석 같은 선수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피오렌티나의 서포터라는 사실이, 나아가 피렌체에 살고 있다는 것마저 뿌듯할 만큼 자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경기를 보고 있는 팬들 만큼은 죽을 때까지 관중석을 지키겠노라 맹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충분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누가 8강에 올라가게 될지 그딴 게 무엇이 중요할까.
이미 우승한 것만큼의 기쁨을 느끼고 있는데.
Ahi ahi ahi-!
Magica Viola-!!
È triste il mio cuore lontano Da te-!
Magica Viola alè-!!
한두 명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피오렌티나의 응원가가 들판의 불길처럼 삽시간에 퍼져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한다.
Ahi ahi ahi-!
Magica Viola-!!
È triste il mio cuore lontano Da te-!
Magica Viola alè-!!
노인, 어린아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모두가 한 입으로 같은 응원가를 불러 젖힌다.
처음 보는 사람이든 뭐든 전부 어깨동무를 한 채 쉰 목소리로 목청을 높인다.
모두 겉모습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같은 기쁨을 느끼고, 같은 응원가를 부르고.
죽을 때까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추억을 공유하게 된 이상, 모두 피오렌티나의 서포터, 비올라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었다.
“Ahi···! ah··· hi···!”
“Magica···! Viola···!”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응원가의 소리가 점점 축축해져 간다.
많은 팬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 까닭이었다.
*
0대3으로 끌려가게 된 맨시티는 후반 19분, 그릴리쉬를 빼고 훌리안 알바레즈를 투입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비단 늘어난 골잡이의 숫자뿐만 아니라, 센터백인 스톤스가 플레이메이커처럼 올라올 정도로 라인을 높이는 등 총공격의 형태를 띠었다.
25분엔 하나 남은 3선 미드필더였던 로드리가 빠지고 리야드 마레즈가 투입되기도 했다.
언뜻 가분수처럼, 공격 진영에 포화 상태가 일어날 만큼 맨시티는 뒤 없이 앞만 보고 창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반면 피오렌티나의 벤치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게서 체력적 한계가 보이고 있음에도 쉽게 변화를 주지 못했다.
지금의 이 구성이 200퍼센트 이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조합이라 그랬다.
모두를 끝까지 뛰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비이성적인 선택이라는 건 알지만, 얼굴들이 전부 그랬다.
지금 여기서 빼면 평생 원수가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여러모로 교체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실 수비에 균열은 진작부터 생기고 있었다.
억지로 틀어막으며 물이 새지 않게 틀어만 막고 있었을 뿐. 새어나갈 틈 없는 물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고, 그 무게는 점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워지고 있었다.
쩌적, 쩌적.
금이 간 수비벽 사이로 한 방울, 두 방울.
물이 새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콸콸콸.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30분쯤의 일이었다.
[맨시티엔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가 있습니다! 데 브라이너의 코너킥을 무자비한 헤더로 욱여넣습니다!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피오렌티나가 정말 잘 버텨왔는데, 결국은 한 골을 지켜내지 못하는군요.] [이렇게 되면 다시 한 골을 노려봐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전체적인 에너지 레벨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사실 경기 시작부터 압박감이 상당했을 거예요. 2점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들 오버페이스를 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 여파가 이제 드러나는 겁니다.]정상적으로 뛰어선 맨시티를 상대로 앞서나가기 어렵다.
한 골을 앞서나가는 것은커녕 시합의 주도권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물며 그런데, 피오렌티나는 두 점을 뒤집기 위해 전반 시작 때부터 목숨을 건 상태였다.
일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건 보지 않아도 미리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후반 초반, 되려 공격적으로 나섰던 것인데.
그렇게 해서 한 점을 더 추가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예정된 사고는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아직은 동점.
그 동점의 상태가 후반 종료를 5분 정도 남겼을 때까지 이어지며 5대5의 싸움이 지속되기는 했다.
이젠 한 골의 싸움으로 시리즈의 향방이 결정될 듯 보였고, 그런 상황이라면 기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미 한 번 일어난 기적, 두 번이라고 안 될 것 있나.
[실바, 오른쪽으로 길게. 리야드 마레즈가 안전하게 잡아둡니다.] [치고 들어갈 텐데요.] [치고 들어갑니다! 비라기가 따라가지 못합니다! 오른쪽에 위기를 노출합니다, 피오렌티나!]하지만, 애초에 기적이 자주 일어나는 거였다면 기적이라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피오렌티나는 굉장히 깨끗한 팀이었고, 정상적인 신체를 가진 선수들이 뛰는 팀이었기에.
움직이지 않는 발을 움직이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적 같은 건 없었다.
[마레즈, 마레즈!] [리야드 마레즈-!!!]숱한 역사에서도 그렇듯.
뭔가 법칙이 있는 것인지, 마지막에 나타나 비수를 꽂는 건 꼭 조금 뜬금없는 인물이다.
숨을 헐떡이는 피오렌티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건 교체로 들어온 리야드 마레즈였다.
시합 내내 철벽처럼 좌측을 틀어막았던 비라기가 마레즈의 돌파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도 욕할 순 없었다.
비라기는 마레즈가 이미 자신을 지나쳐 저 앞까지 가 있는 상황에서도 따라가 보겠다고 땅을 기고 있었다.
3대2.
그런 상황에도 전광판의 스코어는 피오렌티나가 앞서고 있었지만, 안도의 미소를 되찾는 건 맨시티 쪽이었다.
[추가 시간은 4분이 주어집니다. 아주 길지는 않군요.] [3분 남았습니다.] [남은 추가 시간은 이제 2분.] [1분 남았습니다. 1초가 아쉬운 상황. 그러나 홀란드가 아주 얄밉게도 시간을 잘 끌고 있습니다.] [주심이 입에 휘슬을 물었는데요. 맨시티의 이번 공격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아!]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마침내 세 번의 휘슬이 그라운드 위에 울려 퍼졌을 때.
피오렌티나의 유니폼을 입은 열한 명의 선수 모두가 동시에 쓰러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모두 방금까지 뛰어다녔다는 게 신기할 만큼, 그대로 쓰러져 숨을 헐떡일 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건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었다.
두 손을 모은 채 안타까운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선수들은, 휘슬이 울리자마자 수건이나 음료 따위를 챙겨들고 선수들에게 달려갔다.
빈첸초 감독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과 빠르게 악수를 나누곤 선수들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한 명씩 꼭 끌어안으며 등을 과하게 두드려주었다.
그러는 동안, 계속···
Ahi ahi ahi-!
Magica Viola-!!
È triste il mio cuore lontano Da te-!
Magica Viola alè-!!
경기장엔 피오렌티나의 응원가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누구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경기에 대한 후회든, 피오렌티나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든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