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비밀 -1
나폴리 원정에서 돌아온 지 이틀 뒤.
훈련장 라커룸.
갈 때는 2위였으나, 돌아올 땐 1위가 되어 돌아온 우리였던 만큼.
훈련을 준비하는 라커룸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
“···”
활기가 넘치긴커녕 되려 평소보다 조용한 것이.
평소라면 시답잖은 농담들로 귀를 어지럽히고 있어야 할 사포나라 선배나 보나벤투라 선배조차 지금은 조용하다.
덕분에 라커룸 공기는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 무겁기만 하다.
“···”
나폴리와의 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그 경기에서 얻은 승점 3점으로 우리는 나폴리와 승점 동률, 리그 공동 1위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대외적인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나폴리까지 와서 응원을 해주셨던 팬들은 나폴리에 아르테미오 프랑키를 옮겨온 것처럼 만들어주셨었고.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1위에 오른 것에 대한 축하를 받기도 했었다.
피오렌티나가 리그 후반기에 1위로 올라선 게 십몇 년 만이라던가.
역사적인 날이라고까지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피렌체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분위기는 뭐, 거의 이미 우승을 확정 지은 듯한 분위기였달까.
거리 곳곳엔 보라색 유니폼들이 깃발처럼 걸려 있었고, 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 모두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자주 들르는 과일 가게 아저씨도 하루 동안 반값 세일을 할 거라며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셨고.
뭐, 지우 역시도 그랬다.
1위 축하한다고, 축하 선물이라며 자기 셀카를 메시지로 보내주더라.
그게 왜 선물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저장을 해두긴 했는데,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쨌든 그렇게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정말 미안한 이야기긴 하지만.
그런 축하를 받아도 기쁜 마음이 먼저 들지는 않았다.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기쁜 일이나, 그만한 대가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라커룸 곳곳에 보이는 빈자리들이 그 대가였다.
“니콜라(밀렌코비치)는 좀 어떻대?”
“좀 더 봐야 알 것 같다던데.”
“소피앙(암라바트)은? 소식 더 나온 거 있나?”
“아직은. 아마 못 해도 한 달일 거야.”
“···쓰읍.”
지난 경기가 워낙 중요한 경기이기도 했고, 상대가 또 상대이기도 했던 만큼.
다들 죽자사자 뛰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그게 화가 된 모양이었다.
일단 확실하게 부상이라고 판정받은 것만 둘.
암라바트가 종아리 쪽, 토레이라가 발목 쪽 부상을 진단받았다고 하고.
아직 경과가 완벽히 나온 건 아니지만, 밀렌코비치와 나스타시치도 한 군데씩 고통을 호소하며 오늘 훈련에 나오지 못한 상태.
그렇다고 나머지는 멀쩡하냐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딱 참고 뛸 수는 있을 정도만 될 뿐, 다들 힘든 건 마찬가지일 테니.
1위에 오른 건 정말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축하가 왠지, 조금은.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던 거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까지 했달까.
1위에 올랐으니 이대로 더 힘내서 우승까지 가보자는 그 말들이 조금은 무섭게 들리기도 했다.
뭔가 좀··· 떠밀리는 듯한 기분이라.
그래서 지금, 솔직히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다.
바깥쪽과 안쪽의 온도 차에서 느껴지는 어떤 그 괴리감 때문에.
밖에서 보기엔 마냥 기쁜 순간일 거다.
당연히 그렇다.
우승 경쟁자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고, 공동이긴 해도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목표가 눈앞에 있으니 기쁜 순간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래서 가장 힘든 순간이기도 했다.
원래 목표라는 건 어려우니까 목표인 것.
그 어려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 중,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
당연히 목표를 눈앞에 둔, 결승선을 한 발 앞에 둔 시점일 거다.
그래서 가장 기쁘면서도 가장 힘든 순간이 지금인 거다.
하지만 기쁨은 알아줘도 힘듦까지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저 그 한 가운데에 있는 우리만 알뿐.
기쁨이 열매라면, 힘듦은 뿌리에 불과하니.
당연히 알 수 없다.
덕분에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축하를 받다 보니 거기서 오는 괴리감에 조금 반발심마저 들었다.
나도 알고는 있다.
굉장히 유치한 생각이고, 속 좁은 생각이란 걸.
기쁜 것보다 힘든 것부터 알아달라니.
일단 나부터도 안 그런다.
멋진 선수가 있으면 멋있고 부럽다는 생각부터 했지, 그 선수가 저렇게 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부터 생각하진 않았었으니까.
그치만··· 내가 원래 그 정도밖에 안 되다 보니.
그냥 그런 기분이 들더라.
밖에서 보기엔 기쁜 일밖에 없는 것 같아 보여도··· 나름의 힘듦이 있다는 점을 이해받고 싶은 기분이랄까.
이럴 땐 지우나 아빠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 둘 앞에선 괜찮다는 얘기만 나오지, 힘들다는 얘기는 나오지가 않아서.
···흐음.
나도 잘 모르겠다.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인 건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조심스럽다.
누군가에겐 다르게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 자. 이럴 때일수록 분위기 올려서 가보자고. 빈자리 안 느껴지게, 다들 말 한마디씩이라도 더 하고.”
“오케이, 오케이.”
“파이팅 있게 가보자, 파이팅 있게.”
오늘따라 힘이 잘 나지 않아, 훈련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주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억지로라도 고개를 끄덕여 본다.
이러쿵저러쿵해봐야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다음 경기를 이기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갈 뿐.
해야 되는 건 해야 할 뿐인 거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위로는 되겠지만··· 괜찮다.
“가봅시다.”
“가자, 가자.”
내 엉덩이가 이렇게 무거웠나 싶을 만큼, 의자에서 일어나 훈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
“조금 힘들겠지만, 이해 좀 해줘. 응?”
“네.”
“그래. 그럼 훈련 끝나고 그렇게 가자고.”
“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도 전.
구단 직원이 가져온 반갑지 않은 소식에, 영 표정 관리를 하기가 힘들다.
지금 거울을 본다면 웬 똥 씹은 녀석이 하나 서 있지 않을까.
다른 건 아니고, 훈련 뒤에 소화해야 할 대외 활동에 관한 전달 사항이었다.
하나는 언론과의 인터뷰. 하나는 팬을 만나러 가는 거라던가.
훈련이 없거나 회복 훈련만 있는 오늘 같은 날 이렇게 대외 활동이 잡히곤 한다.
휴우.
그러면 안 되긴 하는데, 솔직히 훈련만 하기에도 집중력이 모자란 상황인지라.
가슴이 조금 답답해지기는 하지만 어쩔 순 없다.
이런 거 하라고 돈 주는 거니까.
···흠.
그래도 언론 인터뷰는 어떻게 한 번만 뺄 수 없나.
직원분께서 주고 간 질문지를 미리 읽어보는데, 왠지 나도 모르게 실수할 것 같아서 그렇다.
···질문 1. 나폴리를 꺾고 마침내 1위에 나란히 올라서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지.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대답이 정답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조금 힘겹다는 말이 먼저 나올까 봐 무섭다.
···질문 2. 챔피언스 리그에서와 활약과 리그에서의 활약, 모두 매주 고점을 달성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지.
이건··· 꿈만 같다고 대답하는 게 정답일까.
아마 그렇겠지.
근데 그래서 힘들다는 대답이 먼저 나올까 봐 이것도 무섭다.
···질문 3. 리그 우승의 기운이 몰리고 있는 것 같은데, 가능하다고 보는지.
이건 무조건 가능하다고 해야지.
못 해도 욕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큰일 날 테니까.
“···”
뭐, 밑의 질문들도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십수 년 만의 우승 도전인 만큼 다들 희망차고 밝은 얘기들뿐.
···그래서 딱히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든다고 말하면 내가 못된 놈이겠지.
“자, 웜업 시작합시다.”
문득, 훈련과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쪽으로 가면 돼. 기자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면 돼.”
뻔히 있는데 없는 것처럼 하라니, 이보다 웃긴 말이 있을 수 없지만.
눈치 없이 코웃음을 터뜨리지는 않는다.
간단한 회복 훈련을 마친 뒤, 대외 활동을 소화하기 위해 이동 중.
구단 직원 몇 분과 기자들 몇 분이 등 뒤를 따라오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언론과의 인터뷰가 먼저였으나, 조금 상황이 변경된 것인지.
인터뷰 자리에 앉는 대신 먼저 향하고 있는 곳은 한 병원의 입원실이었다.
여기 나와 나이가 같은 친구가 한 명 입원 중인데, 그 친구가 나의 팬이라고 해서 찾아가는 중.
얼마 전 병실 TV로 우리 경기를 보고, 내가 골을 넣을 때 기뻐하는 모습을 그 친구 아버지가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 게 화제가 되었다나.
이럴 때 그 친구를 만나서,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는 팬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게 직원분께서 설명해준 취지.
너무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하필 시기가 조금 좋지 않은 것 같다는 것.
내가 뭐라고 그러나 싶긴 하다만.
어쨌든 희망을 주러 가는 입장이니만큼 한껏 밝은 에너지로 무장한 채여도 모자랄 판인데.
그렇지 못한 상태니까 말이다.
덕분에 아직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도 정리가 안 된 상태다.
안 그래도 내가 누군가한테 희망을 전파하고 그럴 사람이 못 되는데, 한껏 지쳐있는 상태이기까지 하니 걱정이 크다.
일단 급한 대로, 어떤 얘기를 해줄지 보다는 절대 해선 안 되는 것부터 머리에 각인하고 들어가야겠다.
민감할 수 있는 얘기는 최대한 안 하는 게 좋을 거고, 감히 힘든 척을 해서도 안 될 거고···
“자, 여기. 들어가는 것부터 촬영 좀 할게요.”
그러나저러나, 감시의 눈은 켜지고.
있어도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라는 직원의 충고는 가볍게 무시된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몇몇 간호사들과 함께.
누가 봐도 날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친구의 모습이 보인다.
···환자복 위에 덧대어 입고 있는 유니폼을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아, 안녕!”
“안녕.”
요즘은 시합 때도 이렇게 긴장하진 않는데.
어색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의식하니 더 어색하게 된 것 같아, 험난한 시간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난 누굴 만나든 어색해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뿐인데. 머리가 하나도 없는 걸 보고 놀란 게 아닌데.
구태여 설명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인 것 같아, 그저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준비된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와, 진짜로 올 줄은 몰랐어.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이어선 간단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우리 팀은 어쩌다 좋아하게 되었고,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냐는 등.
미리 생각해 둔 질문들을 던지며 어색함을 풀어본다.
친구의 이름은 마테오.
아버지를 따라 비올라가 되었다고 한다.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원래 블라호비치였는데, 지금은 나라고.
으음.
그렇구나.
“더 궁금한 건 없어?”
“어? 아, 음···”
이런.
급하게 떠올리느라 준비한 질문은 다 떨어졌는데.
무례가 될 수 있는 것들은 피하다 보니 너무 조심스러워져서 그런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덕분에 진땀을 빼고 있으니, 마테오가 먼저 말했다.
“나, 머리가 왜 없는지는 안 궁금해?”
슥슥.
마테오가 하얀 머리를 문지르며 웃는다.
···당황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되려 저쪽에서 먼저 저렇게 나오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걸 굳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마테오는 이해한 듯 또 먼저 말했다.
“괜찮아. 별거 아니거든. 백혈병이라는 건데, 완치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난감해할 필요 없어.”
“···아. 그, 난감해하고 그런 건 아닌데. 알겠어. 그럼···”
“응?”
“···많이 아파?”
조금 과감하게 물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용기를 내본다.
정작 마테오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서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다행히 마테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아프긴 해. 그래서 네 팬이 됐지.”
“···왜?”
“네가 기쁘게 해주잖아. 기쁘면 아픔도 잊을 수 있거든. 순간이긴 하지만.”
“···그렇구나.”
“응. 너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지도? 하하.”
···으음.
문득,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에.
나는 그제야 진짜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고 만다.
어색함을 깨려는 질문이 아닌, 진짜 궁금한 게 생겼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 힘든 게 없어지지는 않지 않아? 기쁘다곤 해도.”
“뭐, 없어지진 않지? 가려지는 거지, 대신. 너도 그렇지 않아? 막 되게 힘들어도 골 넣으면 그 순간만큼은 힘든 게 잊혀지고. 그러지 않나?”
“···그건 그렇지.”
“기쁨은 최고의 진통제잖아. 센 데다가 부작용도 없거든.”
“···”
···기쁨은 최고의 진통제라.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고개가 아래로 향할 때 좀 더 오래 있게 된다.
나는 얼마나 나약하고 못된 사람인가.
덕분에, 뭐라도 말을 이어나갈 타이밍이건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으니, 침대 너머.
마테오의 아버지가 마테오에게 뭐라 속삭이는 게 들린다.
너도 평소 물어보고 싶었던 거 물어보라는 얘기신 얼핏 들려온다.
그러나 마테오는 슬쩍 날 보곤, 고개를 저었다.
이에 먼저 말을 꺼낸다.
“혹시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
“아냐. 괜찮아.”
“음, 나한테 궁금한 게 없구나.”
“아니, 그 반대야. 물어볼 게 너무 많아서 그냥 안 물어볼래. 한 3시간 정돈 걸릴 것 같거든.”
“···괜찮은데. 물어봐도.”
진짜 괜찮아서 한 말인데, 마테오는 또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말했다.
“너 되게 힘들어 보여. 그래서 귀찮게 안 할래.”
···만난 지 이제 10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여러 번 당황스럽게 만드네.
“···힘들어 보여?”
“응.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그 순간 문득.
분명 이 만남의 취지가, 내가 힘을 주기 위해서라고 들은 것 같은데.
그 반대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마테오를 바라본다.
동시에 무슨 말을 해야할까 했던 고민들은 사라지고 만다.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한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