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not a hero, he'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9)
29화 – 인간 적응기(3)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몇몇 능력을 증명하여 C랭크 용병으로 승급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른 랭크에 비해 C랭크의 진급은 쉬운 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보통의 용병이라면 C랭크로 오르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할 거다.
D랭크와는 달리 C랭크부터는 진짜배기 용병이라 불리는 만큼 실력이나 실적 외에도 관련된 지식에 대한 시험을 통해 나름의 지식을 입증해야만 했으니까.
그러나 내가 누구던가.
던전과 마수를 직접 설계하고 창조한, 시험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가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조금만 꺼내놓아도 한평생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거다.
“..시험 문제가 유출되었을 리는 없는데. 혹시 도감 같은 걸 외우고 오신 건가요? 그 두꺼운 책을 전부?”
아니나 다를까. 접수처의 시험관은 문제를 내는 족족 해답을 골라내는 나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혹시 신규 용병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강사가 되어 볼 마음은 없냐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으니 오죽하겠냐마는.
“사양하도록 하죠.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아쉽군요.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신다면 찾아와 주세요. 용병 중에 이만한 지식을 가진 분은 찾기가 어렵거든요.”
뭐,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등록만 했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B랭크로 올라가는 건 조금 간격을 두고 하면 될 일이겠지.
그러고 보니 역대 최단기간에 B랭크가 된 사람의 기록이 3개월 정도라고 했던가?
최단기간 달성은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게 될 가능성이 크니 넉넉잡아 그 두 배 정도를 예상하고 일을 진행해야겠다.
물론, 그 전에 추적자의 모습이 보인다면 일단 이곳을 벗어나겠지만.
‘6개월 정도면 마법소녀의 집을 감시하고 있는 놈들의 시선도 느슨해질 테지.’
나는 최대한 느긋하게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마법소녀의 안전이었으니까.
연구소의 박멸이나 다시금 세계 최강자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는 거다.
“받아라. 네 전용의 검이다.”
“..네.”
용병 길드에서의 진급 후, 나는 그대로 사냥꾼 길드로 향해 사용료를 내고 허가권을 받았다.
그리고 그대로 곧장 쥴리의 집으로 돌아와 마법소녀에게 검을 전해 주었다.
사냥꾼 길드에서 싼 맛에 구매한 숏소드였다.
물론, 싸게 샀다고 해서 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장간에서 손을 본 만큼 오히려 좋은 축에 속할 테지.
값이 싼 것은 그냥 숏소드라는 물건이 어디까지나 부무장에 가깝기 때문이니까.
“무, 무거운데요?”
“아직 힘이 약하니까 어쩔 수 없지. 차츰 나아질 거다.”
물론, 내 시선에서야 숏소드지 마법소녀의 몸 크기에는 충분히 롱소드로 여겨질 크기였다.
그래도 대장간에서 손잡이를 바꿔 달았으니 움켜쥐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거다.
훈련용으로 쓰기엔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런데 왜 머리 색이 검어진 거죠?”
“연구소 놈들이 수배령을 내린 것 같더군. 혹시 모르니 너에게도 환영 마법을 걸도록 하마. 그리고 한동안 번화가 쪽으로는 가지 마라.”
“수배령이요? 대체 어떻게..”
“놈들의 마수가 생각보다 깊이 침투해 있다는 거겠지. 쥴리에게는 사정을 설명해 두겠지만 타라와 친척들에게는 기억 조작 마법을 걸 생각이다. 사실 집에 방문하기 전에 미리 숨겼어야 했는데 나도 잊고 있었다.”
“하, 하지만 그분들은 우리를..”
“도와줬지. 그러니까 오히려 마법을 거는 거다. 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야.”
“..보호한다고요?”
“조금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연구소 놈들의 마수가 생각보다 깊다고. 만약 그자들이 쥴리와 너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지?”
내 질문에 마법소녀는 입을 다물었다.
하긴, 이 정도로 말했으면 마법소녀도 알아들었겠지.
어리다는 것과 무지하다는 말이 꼭 같은 건 아니니까.
그리고 기본적으로 마법소녀는 나이에 비해서 꽤 머리가 좋은 편이었다.
“원래라면 쥴리의 기억도 조작해야 옳다. 그러지 않는 건 네 말대로 쥴리를 믿기 때문이고.”
마법소녀는 잠시 입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박하고 싶어도 그녀 자신이 원인인 만큼 뭐라 돌려줄 말이 없었던 거겠지.
그래, 그렇게만 하면 된다.
아이는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워가는 법이니까.
“..그럴 거면 여길 떠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떠나야겠지. 하지만 떠나는 데에도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 지금 우리 실력으로 떠났다가는 객사하기 딱 좋아. 우리가 던전에서 살아 돌아온 건 어디까지나 운이었다. 그런데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겠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대충 깎아 만든 목검을 뽑아 들었다.
물론, 목검이 진검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무기인 건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열 살짜리 소녀라면 차고 넘치겠지.
아르카나가 없는 이상, 마법소녀는 무슨 짓을 해도 내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없을 테니까.
사실상 진검을 사용하건 목검을 사용하건 별 차이가 없다는 거다.
“아저씨는 진검을 안 드시는 건가요?”
“그래. 내 손으로 널 죽일 수는 없으니까.”
“…”
허나 그렇다고 나까지 진검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그랬다간 연구소에서도 못한 아르카나의 각성을 내 손으로 이루게 될 테니까.
“이제부터 너에게 가르칠 검술은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이 익히고 있는 기술이다. 아마 지금은 기억하고 있는 이조차 드물겠지. 기껏해야 엘프나 드래곤. 아주 극소수의 인간 정도가 전부일 거다.”
“..그런 걸 어떻게 알고 계신 거예요?”
“한때 나를 죽일 뻔했던 작자가 사용하던 검술이니까. 내 눈은 특별해서 마주한 사람의 기억을 읽어낼 수 있거든.”
“..그럼 제 기억도요?”
“지금의 나는 기억을 읽지 못한다. 인간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러고 보니 전에도 말씀하셨었죠. 아저씨와 벨은 인간이 아니라고.”
나는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눴다.
“그래도 지금은 인간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반만 인간이지만.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를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건 저도 알아요. 저를 지켜주신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대체 아저씨는 누구죠? 정말로 마왕인가요?”
“한때는 그랬지.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알 필요 없다. 당장은 너 자신에게 닥친 일만 신경 써라. 그리고 검을 들어라. 진실을 알고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해지는 거다.”
나는 그 말과 함께 검을 휘둘렀다.
마법소녀는 황급히 검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아서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힘이 부족했다.
나는 그대로 검을 내리쳐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타이밍은 맞았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어. 너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검을 직접 맞대는 건 자살 행위라는 걸 명심해라.”
“그럼 어떻게 하죠?”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라. 검을 비스듬히 들어서 타점을 흩트리는 거다.”
나는 마법소녀에게 첫 번째 용사의 검술, 여명검을 가르치기로 했다.
사실, 이건 내가 익혀야 할 검이기도 했다.
물론, 나도 여명검을 익힌 적은 없는 만큼 서로 배운다는 느낌이 강하긴 했지만.
‘이 기술을 제대로 익힌다면. 더 이상 아르카나 따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겠지.’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강의 기술이라 불릴 법한 검술. 여명검.
나는 이 검술을 통해 마법소녀의 힘을 비약적으로 늘려줄 작정이었다.
언젠가 마법소녀에게 생명의 위기가 찾아와도 아르카나에게 의지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음.. 손이 아픈데요?”
“쯧.. 물집이 잡혔군.”
물론, 아직은 멀기만 한 이야기다.
* * *
그렇게 밤이 찾아든다.
데이브는 기진맥진한 마법소녀를 돌려보낸 이후로도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세가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르다.
보다 실전적이라고 해야 할까.
확실히 열 살짜리 소녀의 앞에서는 감히 보일 수 없을 정도의 살기가 엿보인다.
시간을 내서 따로 수련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그건.. 여명검이 아니잖아.”
그런 데이브를 줄곧 지켜보던 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하는 것만 보면 그녀 역시도 여명검에 대해 알고 있다는 눈치다.
아마도 그녀 역시 ‘첫 번째 용사’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기에 라나와 데이브의 검을 보는 순간, 한눈에 검술의 정체를 알아본 것이다.
“여명검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용사의 검이어서 그런지 여명검은 나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니까. 위력이 출중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검이 가진 심상부터가 나와는 맞지 않아. 단순한 동작만 취해도 삐걱거리는 느낌이 강하지. 이래서야 극의를 보기는 힘들 거다.”
“..그래서 무작정 검을 휘두르고 있는 거야?”
“그래. 지금부터 고치기 시작해야 나중이 편할 테니까.”
“에휴..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여명검을 고치는 게 가능하긴 해? 여명검은 이 세상 기술을 통틀어 손에 꼽힐 정도로 어려운 검술이잖아?”
“가능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검술을 익혀야만 한다. 이번 일로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나. 인간의 몸은 너무 약하고 둔하다. 지금 상태로 가면 마법소녀는커녕 내 목숨 하나도 부지하기 힘들겠지.”
인간의 몸은 벨제뷔트의 검술을 익히기엔 부족했다. 타고난 내구도부터가 낮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지금이야 에테리얼 바디를 이용해 견디고는 있다지만 나중에는 그마저도 하지 못하게 되겠지.
결국은 가능성이 아니라 필요성의 문제였다.
그에게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거다.
데이브는 그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며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얼마간을 휘둘렀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오러는 때로는 검게, 때로는 붉게 물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여명이라기보다는 마치.. 그래.
“여명검과는 정반대네.. 이름을 붙이자면. 황혼검인가?”
어둑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붉은 노을의 단말마.
시작을 의미하는 여명검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벨은 그 모습을 보며 쓰게 웃었다.
누가 마왕 아니랄까 봐 검술도 꼭 자기 같은 것만 익힌다며 혀를 차는 것이다.
띠링!
[퀘스트가 도착하였습니다. 새로운 검술 황혼검의 끝을 보아라. 난이도 S.]그리고 그 순간,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퀘스트가 등장했다.
회귀한 이래로 처음 받은 최초의 S랭크 퀘스트였다.
퀘스트의 랭크가 데이브의 능력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역시 보통의 난이도가 아니라는 거겠지.
용사 시스템은 데이브가 가진 지식과 능력으로도 황혼검을 창안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거다.
‘하지만 그만큼 보상이 크겠지.’
물론, 하기 힘들다는 말이 데이브의 의욕을 꺾지는 못했다.
데이브의 호흡이 이전보다 깊어졌다.
마치 전신의 모든 곳에 산소를 퍼트리려는 것만 같은 모습이다.
“속성 오러를 다시 못 쓰는 게 아쉽군.”
시간이 흐를수록 데이브의 오러는 점점 석양에 가까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전에 보였던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눈치를 보아하니 계속해서 화염의 오러를 사용하려 애쓰는 것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실패가 거듭된다.
“당연하지. 그게 쉬운 거였다면 세상에는 소드 마스터가 넘쳐났을 거야.”
허나 사실,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그의 검은 어디까지나 마기를 사용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었고, 오러의 경우는 사용해 본 경험 자체가 적었으니까.
“그때는 쓸 수 있었잖아. 그건 분명 화염의 오러였다고.”
그러나 예이츠와의 전투에서 데이브가 화염의 오러를 사용한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대체 그걸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인간의 몸에는 마기보다는 오러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사실, 원인은 간단했다.
아르카나에 의해 마기가 사라진 순간, 데이브의 몸 안에서 일어난 극적인 변화가 바로 그 원인이었다.
“마기가 사라지는 순간, 내 안의 오러가 변하는 것을 느꼈어. 마치 벨제뷔트 시절의 마기처럼 어떠한 의지를 가진 채 움직이는 것 같았달까..”
“너, 말투가 갑자기 바뀐 거 같은데?”
“안 그래도 바꾸려고 노력 중이야. 정보 수집을 위해서도 이전 같은 말투를 쓰는 건 현명하지 못하니까.”
“..그래, 확실히 인간의 왕이랑은 다르구나.”
갑작스레 다른 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벨을 보며 데이브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갑자기 말투니, 인간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온단 말인가.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냥.. 너라면 정말로 황혼검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하긴, 네가 아니면 누가 그걸 만들겠냐마는.”
벨은 그렇게 말하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여명검이 황혼검으로 변하는 것과 벨제뷔트가 데이브로 변하는 것.
어쩌면 그 두 가지는 사실 같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본디 여명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