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3)
13화
“후우.”
로코의 대표 엔드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것밖에 못 늘린다고요?”
쿠데타로 인해 휴업한 공장은 한 달에만 오십만 족에 달하는 신발을 생산하는, 로코의 주요 공장중 하나였다.
당연히 한창 성장 중인 로코에게 있어서 물량 부족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사건.
그렇기에 로코가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바로 로코와 계약한 다른 OEM 공장의 생산량 증가였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풀가동 상태라 더 늘리려면 직원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며 제조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만약 평범하게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서 생긴 추가 물량이라면 제조사들이 서로 하겠다며 경쟁을 폈을 거다.
일단 라인을 하나라도 더 깔면 그만큼 돈이 될 테니까.
하지만 제조사들도 모두 알고 있다.
이 사태만 끝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물량이 그 오십만 족이라는 걸.
당연히 고작 한두 달 더 해 먹자고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여 라인을 깔려는 제조사가 있을 리 만무.
“교대 근무를 하든 뭘 하든 일단 만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단가가 상승한다며······.”
“젠장! 자기들 편한 대로만 하면서 무슨 사업을 한다고!”
엔드류가 화를 삭이며 말했다.
“그래서, 얼마까지 늘릴 수 있답니까?”
“기존 제조사들을 다 합쳐서··· 20만 족 정도는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일단 기존에 계약해 둔 공장들로 20만 족은 어떻게든 해결했지만, 나머지 30만은 결국 새로운 공장을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
“중국 푸젠 쪽 공장은 뭐랍니까?”
그래서 찾은 게 중국의 신발 공장.
로코가 아닌 다른 유명 메이커의 신발을 OEM으로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한 달 생산량만 백만 족이 넘는 대규모 공장이었다.
이 정도 대규모 공장이라면 로코의 부족한 분을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 수준.
하지만.
“그게··· 계약 기간 최소 6개월에, 보장 족수도 매달 20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엔드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6개월? 20만? 미친 것 아닙니까?”
매달 20만을 보장해 달라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심지어 6개월이라니.
만약 쿠데타가 조기에 종결되면 그 보장 물량은 고스란히 로코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휴업 중인 공장이 만약 조기에 다시 가동되면 계획에도 없던 추가 보장 물량 20만을 어거지로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생산해야 하니까.
“그 정도는 되어야 그쪽이 계약 중인 메이커도 설득하고 라인도 깔지 않겠냐며······.”
메이커는 당연히 제조사가 온전히 자기들 제품에만 집중하길 원한다.
그런 만큼 메이커 설득을 해야 한다는 저 제조사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워낙 OEM이 보편화된 이 신발 업계에서 대형 제조사가 여러 메이커의 제품을 동시에 수주하는 일이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그 모든 걸 감안해도 제안 자체가 너무 과하다.
화가 난 엔드류는 벌게진 얼굴로 말했다.
“기회라 이거지? 이 새끼들이······.”
평소라면 메이커가 갑이지만, 쿠데타로 인해 문을 닫은 신발 공장이 어디 로코 공장 하나뿐이겠나.
그쪽에 신발 생산 공장을 둔 다른 메이커들도 앞다퉈 대체 공장을 물색하고 있으니 지금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로코 쪽이었다.
당연히 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제조사들.
“진장시 쪽 공장은?”
이번엔 중국 진장시에 있는 다른 중국 공장을 언급한 엔드류
“그쪽은 3개월 계약 기간엔 동의했지만, 마찬가지로 보장 족수를 더 늘려 달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급해 죽겠는데, 이러다간 계약으로 줄다리기만 하다 끝날 판국.
물론 그중엔 로코의 조건을 전폭 수용한 곳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회사들은 대부분 퀄리티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아주 작은 영세 업체들 혹은 신규 공장들이었다.
믿을 만한 공장은 배짱을 부리고 있고 하겠다며 달려드는 놈들은 전혀 미덥지 않은 상황.
“젠장! 당장 다음 주까지 최소 7만 족은 더 필요한데.”
특히나 휴업한 공장은 유럽에 배정될 물량을 전담했기에 문제가 더 심각했다.
유럽은 로코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시장이기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며 이제 슬슬 그 효과가 나오고 있는데, 갑자기 물량이 부족해 못 팔지도 모른다니.
상상만으로도 온몸에서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때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임원이 말했다.
“대표님, 혹시 그 영상 보셨습니까?”
“영상이요?”
임원이 핸드폰을 꺼내 엔드류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겁니다.”
“무슨 영상이길래 갑자··· 어?”
스켈레톤들이 라인을 따라 재봉을 하고 접착 본드를 발라 가며 신발을 만든다.
“이게 뭡니까? 합성?”
“합성이 아니고 진짜입니다. 한국의 각성자로, 소환 계열인데 스켈레톤을 대량으로 소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최근 이렇게 스켈레톤을 이용해서 신발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요.”
엔드류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게 진짜 영상이라고요? 소환수를 이용해 신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그런데 이 영상은 갑자기 왜 보여 준 겁니까?”
“로코 코리아에서 이 공장과의 미팅 결과를 보내왔는데 그 내용이 제법 흥미로워서 말입니다.”
“줘 보세요.”
그렇게 제안서를 받아 든 엔드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계약 기간 1개월에 자동 연장? 보장 물량도 필요 없고, 심지어 퀄리티 저하 혹은 하자 발생 시 원가 두 배 보상? 미친 것 아닙니까?”
다들 로코의 불리한 점을 파고들어 좋은 조건을 걸기 바쁜데, 이쪽은 오히려 최악에 가까운 조건을 자기들이 먼저 내밀었다.
게다가.
“그리고 이거 납품가, 이거 잘못 기입한 것 아니에요?”
“제가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로코 코리아 직원이 말하길, 스켈레톤을 이용해서 신발을 만들다 보니 인건비가 제로에 가까워서 그 납품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럼 진짜 이 가격이란 말입니까?”
스켈레톤으로 시선을 끌고 납품가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수많은 신발 공장을 봐 왔지만 이렇게 독창적이고 눈길이 가는 공장은 처음.
“물건 그냥 막 만드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소환수라지만 사람을 대신해서 신발을 만드는 게 가능한가?”
“일단 샘플 제품은 확인했는데, 퀄리티는 준수했다고 합니다.”
“그 샘플을 스켈레톤이 만들었는지 아니면 사람이 만들었는지 누가 압니까. 샘플은 명품인데 대량 생산 들어가니 개판 친 경우 어디 한두 번 봅니까?”
“대신 조건이 좋죠. 한번 속는 셈 치고 맡겨 봐도 괜찮을 것 같지 않습니까? 어차피 본인들이 퀄리티 저하 시 2배로 보상하겠다는데, 우리 입장에서 손해 볼 일도 없고.”
“하긴··· 그건 그렇네요. 공장 규모가 얼마나 된답니까?”
“그 각성자가 신발 공장을 도합 5개 인수했는데, 인수하기 전 생산량은 한 공장당 풀가동 시 한 달 평균 오천 족에서 만 족 정도 됐다고 합니다. 물론 그 후에 스켈레톤이 투입되며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는 하는데··· 그건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충 최대치로 계산해서 한 공장 당 만 족이라 쳐도 고작 5만족이란 말이네? 그럼 거기에 스켈레톤까지 더해도 많아야 7만··· 아니지, 그래도 나름 각성자가 뛰어든 건데 10만은 되려나?”
엔드류는 별다른 기대 없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손해 보는 건 없으니까 제일 쉬운 걸로 한 1만 족 정도 주문 넣어 봐요. 품질 엉망이면 용돈이나 번다 생각하지, 뭐.”
*
“사장님! 로코에서 1만 족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물었다!
“자재는?”
“시중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겁니다. 주문하면 바로 올 겁니다.”
좋았어.
“일단 빨리 매크로부터 만듭시다.”
원자재를 주문하고 곧바로 조율 작업에 들어간 나.
독특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그래 봤자 사람이 신는 신발인데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르겠나.
이미 많은 종류의 신발 매크로를 만들며 숙달된 나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
“어때요!?”
완성품을 확인한 김덕배가 말했다.
“앞쪽 폭이 너무 좁습니다. 좀 더 여유롭게 재봉해야 합니다.”
“오케이!”
하도 신발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 처음 만들어 보는 디자인임에도 두 시간 만에 조율 작업을 끝낸 나.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대로 복사만 하면 끝이다.”
“그럼 작업하던 라인들 중단하고 로코 물건부터 할까요?”
“뭐 하러 그래요, 다 같은 돈인데. 동시에 하면 그만이지. 스켈레톤은 얼마든지 있어요.”
운반형과 다르게 일으켜 세우기만 하면 끝이니 예비용으로 잔뜩 만들어 놨지.
“하지만 기계가 그 속도를 못 따를 겁니다.”
“기계?”
“예. 재봉이야 그렇다 치고, 파트별로 모양을 찍어 내야 하는데 기계가 이미 풀가동 중이라······.”
기계의 원리는 매우 간단했다.
쿠키 찍어 내듯 신발의 재료인 원단에 틀을 올리면 기계가 압력으로 눌러서 틀 모양대로 찍어 내는 방식.
틀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만, 기계는 지금부터 중고로 알아봐도 도착까지 한참 걸릴 게 분명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게 뭐 대수입니까? 없으면 만들면 되지.”
고작해야 압력으로 찍어 누르는 단순한 기계 따위는 일도 아니다.
“예?”
손을 뻗자 나타난 아공간에서 예비용 뼈가 우수수 떨어진다.
그리고 내 손짓에 따라 기계 모양처럼 만들어져 가는 뼈들.
그렇게 순식간에 기계와 비슷한 모양의 스켈레톤이 완성되었다.
“짜잔! 프레스 스켈레톤 완성!”
스켈레톤에 다가가 머리를 꾹 누르자 정말 기계처럼 묵직하게 찍어 누르는 프레스 스켈레톤.
“여기 밑에 철판만 받치면, 생긴 것만 다르지 하는 일은 저 기계랑 똑같잖아요?”
김덕배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렇네요.”
“기계 필요한 수만큼 철판 주문해요.”
“하지만 저 프레스 스켈레톤 사이즈에 맞는 철판을 주문하면 만드는 데 시간이······.”
“그냥 만들어져 있는 건 아무 사이즈나 사 와요. 뭐 하러 기계에 철판 사이즈를 맞춥니까? 철판에 기계 사이즈를 맞추면 되지.”
“아······.”
“또 필요한 게 뭡니까?”
김덕배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장소가 필요합니다. 여기를 포함해 다른 공장 모두 공간이 없어서······.”
일꾼과 기계는 모두 준비되었고, 이제 남은 건 일을 할 장소뿐.
“그럼 세론 창고 써요.”
운반형 스켈레톤을 짐꾼들에게 나누어 주던 세론 본사(?)의 창고.
당연하게도 지금은 텅텅 비어 있는 상황이었다.
“제조업 등록이 안 된 곳에서 만드는 건 불법······.”
“에헤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진작에 등록해 놨지. 세무사한테 부탁하니까 두 시간 만에 해 주던데요?”
메이커를 낚는 건데, 이 정도 준비는 미리미리 해 뒀지.
이미 제조업 신고까지 모두 마친 상태니 법적으로 완전히 깨끗한 상황.
“더 필요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오케이!”
이제 원자재와 철판이 도착하면 예비 스켈레톤을 전부 풀어서 최단기간 안에 완성한다.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좋아요! 단숨에 끝냅시다!”
*
“후우. 하다못해 보장 족수라도 줄여서 타협을······.”
평소처럼 대타 공장을 구하기 위해 비상 대책 회의를 이어 가던 엔드류.
그런데.
“어······?”
세론을 언급했던 임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버, 벌써?”
엔드류가 임원을 보며 말했다.
“또 무슨 일 생겼습니까?”
“그··· 스켈레톤으로 신발 만드는 공장 말입니다.”
“아.”
바로 어제 별생각 없이 1만 족을 주문했던 게 떠오른 엔드류.
“왜요. 못 하겠답니까? 그 납품가는 못 맞추겠대요? 아니면 뭐, 계약 바꾸자고?”
자신 있는 척은 다 하다가 막상 계약하고 나면 딴소리하는 공장을 수도 없이 봐 온 엔드류였기에 당연히 세론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계약 못 바꿔 준다고 하세······.”
“아니, 그게 아니라, 전부 만들었답니다.”
하루면 직원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을 숙지시키는 데 전부 쏟아도 부족한 시간인데, 그걸 벌써 다 만들었다고?
임원이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로코 코리아에서 보내온 이메일입니다.”
엔드류는 별 기대 없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보나 마나 대충 만들고 딴소리··· 어?”
이메일에 첨부된 완성품들의 사진들.
그런데.
“···뭐야.”
준수하다.
엄청나게 뛰어나서 명장의 작품이다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준수하게 잘 만들어진 신발들.
한눈에 봐도 상품성이 충분한 양품이었다.
엔드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사진들을 넘기며 말했다.
“이것도. 이것도?”
“그 밑에, 로코 코리아 직원이 적은 글도 보시죠.”
“검수 결과 1만 족 전부 양품으로 판정······. 진짜 하루 만에 양품 1만 족을 만들었다고!?”
만들어 본 적 없는 새로운 디자인의 신발을 주문받으면 라인 전환이나 증설을 해야 하고, 직원 교육을 하는 등 사전 준비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당장 긴급 투입 한 로코의 다른 OEM 공장들도 이제 겨우 라인 전환을 마치고 생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걸 고작 주문받은 지 하루 만에, 그것도 전부 양품으로 만들어 내다니.
“이 납품가에, 이 퀄리티에, 이 속도? 이게 정말 가능하다고?”
전혀 기대도 안 했던 만큼 그 충격은 배가되어 다가왔다.
“혹시 로코 코리아 직원들이랑 짜고 친 사기 아닙니까? 이건 진짜 말이 안 되는데? 자, 잠시만요.”
임원의 전화로 로코 코리아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건 엔드류.
-예! 김학기 과······.
“저 대표 엔드류입니다.”
-헉! 대표님!
“이메일 확인했는데, 지금 바로 물건 보여 줄 수 있나요?”
-가, 가능합니다! 바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영상통화로 전환해 신발을 확인하기 시작한 엔드류.
“뒤집어 보세요. 거기 클로즈업.”
그렇게 한참 동안 완성된 물건을 확인한 엔드류는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이네?”
신발에 박혀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란 글자가 그 증거였다.
한국엔 로코의 생산 공장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수고했습니다.”
-아닙니다! 대표님!
그렇게 통화를 끊은 엔드류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이게 무슨······.”
그때 임원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어쩌면 이건 기회 아닐까요?”
“기회요?”
“납품가는 말할 것도 없고, 고작 하루 만에 양품 1만 족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말은 더 많은 물량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것도 보장 물량이 없는 고작 계약 1달짜리 공장에서.”
너무나도 황당한 소식에 잠깐 정신 줄을 놓고 있던 엔드류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구멍을 메꿔 줄 수 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데다, 심지어 빠르게?”
“예.”
잠시 고민하던 엔드류가 말했다.
“일단 다음 주까지 필요한 나머지 6만 족 다시 주문해 봅시다. 이번엔 여러 모델이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겠죠.”
혹시 이번이 우연의 산물이 아닌지 테스트를 통해 시험해 보자는 말.
어차피 불량이 나오면 계약상 보상까지 받을 수 있으니 부담될 것도 없었다.
만약 이 주문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면 다음 주에 필요한 부족 물량을 완전히 커버하는 셈.
“그리고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물어보라 하세요.”
“만약 이번에도 양품이 나온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어쩌긴요, 제대로 이용해 줘야지.”
다른 제조사에게 계약 기간과 보장 물량을 볼모로 잡히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압도적으로 유리하니까.
엔드류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발 잘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
“6만 족? 그것도 7개 모델?”
김덕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테스트를 해 보려는 것 같습니다.”
“아직 긴가민가하다? 뭐, 테스트는 자유니까.”
“게다가 최대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슬슬 입질이 오네요.”
처음엔 심드렁하다가 한번 맛보고 나니 이게 뭐지, 싶은 거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
원래 한 입이 두 입이 되고 두 입이 열 입 되는 법이니까.
“그나저나 6만 족이라······.”
모델 종류가 많아 조율에 시간은 걸리지만, 물량 자체는 예비 스켈레톤을 24시간 풀로 굴리면 며칠 내에 완성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그래서는 압도적이지 못하다.
이미 저쪽에선 우리의 가능성을 보고 최대 생산량까지 물어 온 상황.
그렇다면 굳이 말로 전달할 것 없이 행동으로 보여 줘야지.
나는 핸드폰을 들어 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대표님!
내 전담 뼈 매입 대행으로 이제는 완전히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박 사장.
“박 사장님, 뼈 왕창 필요합니다.”
-이족 보행으로 말입니까? 비슷한 덩치로?
하도 많이 거래하다 보니 이제는 긴말도 필요 없다.
“예.”
-알겠습니다. 그전처럼 싱싱한 놈으로 봉투에 한 마리씩 포장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포장되면 손짓 한 방에 스켈레톤 하나지.
“부탁드립니다.”
-예! 맡겨 주십쇼!
그렇게 통화를 마친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얼마든지 주문해 봐. 미친 물량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