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이 비열한 새끼들…….”
미얀마 군부와 치열한 내전을 펼치고 있는 민주통합정부의 총사령관 디루앙 툰이 이를 갈며 말했다.
“처음부터 합의를 지킬 생각이 없었던 거야.”
군부가 쿠데타로 정부를 엎어 버리며 시작된 미얀마의 내전.
처음엔 군사력을 지닌 군부의 압도적인 우위였으나 명분 없는 쿠데타를 많은 서방국가들이 맹비난하며 민주통합정부에 각종 지원을 해 주었고, 덕분에 민주통합정부는 그럭저럭 군부의 압력에 대응해 볼 만한 전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었다.
물론 대부분의 병사가 군부 쿠데타에 들고 일어난 일반 시민이기에 민병대 수준이긴 하지만, 대의와 명분이 이쪽에 있는 이상 언젠가는 군부를 밀어내고 미얀마에 민주 정부를 세울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을 가지고 싸워 나가던 민주통합정부.
그런데 그때 분대형 스켈레톤이 등장하고 군부가 정식으로 UN에 분대형 스켈레톤 도입을 요청하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군부는 내전으로 인한 국경 약화와 주변국의 스켈레톤 도입 대응 차원에서 미얀마도 스켈레톤을 도입해야 한다 주장한 거다.
당연히 민주통합정부는 반발했고, 그렇게 민주통합정부를 지지하는 나라와 군부를 지지하는 나라의 위원들이 모여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3 대 1의 비율로 스켈레톤을 도입하되 군부는 국경에만 스켈레톤을 배치하고 민주통합정부는 스켈레톤을 주민 보호용으로만 쓰기로 최종 합의 한 군부와 민주통합정부.
그런데 그 합의가 타결되고 스켈레톤을 배치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군부가 분대형 스켈레톤을 민주통합정부 공격에 투입해 버리는 게 아닌가.
“무서운 무기야, 분대형 스켈레톤.”
그리고 그 공격으로 민주통합정부는 뼈저리게 느꼈다.
대인 전투에 있어서 분대형 스켈레톤의 압도적인 전투력과 효율을.
피격 범위는 극단적으로 작은 게 사격 실력은 한 발, 한 발이 명사수이며, 심지어 박살 나도 부담이 없으니 도저히 일반 병사와는 교환비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거다.
물론 그 수가 많지는 않아 작정하고 포위해서 공격하면 처리할 수야 있겠지만, 그로 인해 받을 피해를 생각하면 도저히 사람 병사로는 엄두가 안 난다.
결국 스켈레톤은 스켈레톤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민주통합정부는 자신들도 보유한 스켈레톤을 동원하려고 했는데, 그때 유엔을 통해 전달받은 이야기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선물 보따리를 풀 테니 합의를 지키라고?”
한쪽이 이미 합의를 어겼는데 반대쪽에게만 계속해서 합의를 지키라 강요하는 건 당연하게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선물 보따리와 함께라면 말이 되는 법.
“아직 멀었나?”
디루앙 툰의 말에 장군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곧 도착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합의를 지키기 위해 피해를 감수해 가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물 보따리가 도착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
“얼마나 보내 줄까? 2,000개? 3,000?”
현재 군부가 1,200개, 민주통합정부가 400개의 스켈레톤을 확보한 상황이니 스켈레톤 2천 개 이상만 추가로 확보되면 지금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중국 국경에서 트럭이 우르르 넘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트럭의 수가 디루앙의 예상보다 더 적은 게 아닌가.
“…이게 전부라고?”
아무리 봐도 자신이 기대한 수가 아닌 것 같아 당황해하고 있던 그때, 가장 선두에 있던 트럭에서 동아시아 남자 한 명이 내리며 영어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세론에서 나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생각보다 적은 선물의 양에 당황해하던 디루앙은 직접 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민주통합정부 총사령관 디루앙 툰입니다.”
“아이고! 사령관님이 직접 나와 계셨군요!”
세론 직원이 디루앙 툰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렇게 잠깐 인사를 나눈 디루앙 툰이 트럭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오늘 가지고 온 스켈레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러자 세론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천 개입니다.”
“천 개?”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적은 양에 실망한 디루앙 툰이 생각했다.
‘천 개면 군부와 겨우 200개 차이잖아.’
선물 보따리라고 말한 것에 비해 상당히 초라한 숫자.
하지만 디루앙 툰은 그런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여기서 억지를 부렸다간 이마저도 없어질지 모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래도 천 개면 최소한 군부의 스켈레톤보다는 많아.’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디루앙 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회장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대신 좀 전해 주십시오, 덕분에 민주통합정부의 숨통이 트였다고.”
“알겠습니다.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뭐, 이미 다뤄 보셨으니 스켈레톤이랑 소총 영점 연동 이런 건 알아서 하시겠죠?”
“물론입니다.”
“그럼 여기 인수 확인 사인 좀…….”
디루앙 툰이 서류에 사인을 하자 세론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인수 완료되었습니다. 비용은 기존 계좌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고작 그 돈으로 이런 훌륭한 무기를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불해야지요. 하하.”
그때 세론 직원이 디루앙 툰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사령관님, 혹시 곧바로 반격하실 생각이십니까?”
비록 기대한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군부와 충분히 해볼 만한 수를 확보했으니 그간 일방적으로 스켈레톤에게 공격당하며 당한 수모를 갚을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던 디루앙 툰.
하지만 그건 오직 주민 보호에만 쓰겠다던 유엔에서 합의한 내용을 어기는 셈이니 곧이곧대로 말해 줄 수는 없었다.
“…그건 군사기밀입니다.”
“흠. 그러시군요. 사실 제가 회장님의 전언을 가지고 온 게 있어서 그런데 잠시 둘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디루앙 툰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한 회장님의 전언? 이쪽으로 오시죠.”
그렇게 조용한 곳으로 이동한 디루앙 툰이 말했다.
“말씀해 보세요.”
“예.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민주통합정부가 조금이라도 더 합의를 이행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디루앙 툰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는다.
“저 스켈레톤들도 주민 보호에만 쓰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물 보따리 양 때문에 실망했는데, 심지어 그 스켈레톤조차 지금과 똑같이 묶어 두라니.
“지금 군부의 스켈레톤 때문에 민주통합정부의 방어선이 줄줄이 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요? 선물 보따리는 고맙지만, 그건 저희에게 계속 피해를 감수하라는 이야기밖에…….”
그런데 그때 직원이 디루앙 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저 천 개가 더해지면 군부를 이길 수 있습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고작해야 2백 개 차이. 물론 저쪽은 자격이 취소되어 박살이 나도 보충이 안 되지만, 어찌 되었든 같은 비율로 잃었다고 했을 때 고작 200개 차이입니다. 반면 군부는 수십만의 정규군을 가지고 있고 민주통합정부는 고작해야 10만. 그것도 민병대 수준이지요. 아무리 스켈레톤이 강해도 이만한 수를 뒤엎을 수는 없습니다.”
잘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의, 그것도 일개 직원에게 들으니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그 전에 왜 천 개가 공급됐는지부터 물으셔야 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왜 천 개일까.
한지혁 정도 되는 사람이 작정하고 밀어주려 했으면 훨씬 더 많은 수도 가능했을 텐데.
“왜 천 개인 겁니까?”
“아시다시피 세론은 한 달 공급량을 정해 두고 그 안에서 주문해 온 국가들에게 스켈레톤을 배정합니다. 그런데 마침 저희 세론이 이번 달 공표한 공급량 중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스켈레톤이 딱 천 개였지요.”
“…아.”
한마디로 정해진 룰 안에서 건네줄 수 있는 최대치를 건네주었다는 것.
“세론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민주통합정부를 도와주고 싶어도 약속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답답하다.
수시로 상황이 뒤바뀌는 전장에서 룰이나 합의를 종용한다는 게.
“세론은 그렇다 치지만 우리는 그럴 만한 여유가…….”
“하지만.”
그때 세론 직원이 말했다.
“다음 달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다음 달은 공급량은 물론이고 주인 역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
“이번에 온 건 선물 보따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진짜 선물은 다음 달부터죠. 이게 회장님께서 사령관님께 전해 드리라는 전언입니다.”
다음 달을 기약하라는 건 다음 달까지 합의를 계속 준수하라는 말.
“세론은 약속과 룰을 지킬 테니 우리도 지켜라?”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확실한 이득이다. 이걸 회장님께선 보여 주고 싶으신 겁니다.”
약속을 어긴 군부에게 직접적인 페널티를 주지는 않는다.
당장 스켈레톤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음에도 내버려 두는 것이 바로 그 이유.
대신 약속을 지키는 자에게 확실한 선물을 주어 페널티를 넘어선 확실한 격차를 벌린다.
이게 바로 한지혁이 디루앙 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한 달…….”
“솔직히 천 개가 추가된 상황에서 민주통합정부가 스켈레톤을 공격에 동원하여 자격을 상실하길 가장 원하는 게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군부입니다. 사령관님께서 스케레톤의 위력을 실감하셨듯 군부 역시도 마찬가지니까요.”
여기서 시간이 더 끌리며 스켈레톤이 추가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격차가 크지 않은 지금 민주통합정부가 합의를 어겨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자격을 상실하길 바랄 거라는 직원의 말.
“그건… 일리가 있군요.”
“그러니 더 버티는 겁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아니, 십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이죠.”
그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디루앙 툰이 말했다.
“버티기는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거죠. 일선 병력을 뒤로 물리고 주요 인사를 스켈레톤이 보호하고 있는 민간 지역으로 대피시키면 한 달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신 선물 보따리는 확실해야 할 겁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세론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 회장님은 약속을 어긴 자에게 확실한 본보기를 보이고 싶어 하시니까요.”
* * *
다른 사람에게만 약속을 강요하면 그 누구도 듣지 않는다.
나 역시도 정해진 약속을 철저히 준수해야 신뢰가 생기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정해 준 룰 내에서 최대한도인 천 개만 빌려주고 합의 이행을 요구한 나.
다행히 민주통합정부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스켈레톤을 철저히 주민 보호에만 사용했다.
덕분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군부였다.
군부는 아마도 자신들이 스켈레톤으로 선제공격을 하면 민주통합정부도 스켈레톤을 동원할 거라는 계산하에 움직였을 거다.
그렇게 양쪽 모두 합의를 깨면 3 대 1이란 유리한 비율로 전투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아무리 공격을 해도 민주통합정부가 피해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합의를 준수해 버린 바람에 스켈레톤 천 개를 추가로 얻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어긴 군부와 군부가 합의를 어겼음에도 끝까지 합의를 준수하려 하는 민주통합정부의 상반되는 대응이 주목받으며, 그렇지 않아도 호의적이던 민주통합정부에 대한 국제 여론이 더욱더 호의적으로 변한다.
“이 정도면 내가 팍팍 지원해 줘도 누구 하나 뭐라 못 하겠죠?”
내 말에 김덕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세계 여론은 오히려 세론이 융통성 없이 꽉 막혀 있다며 답답해할 정도니까 말입니다.”
분명 군부가 잘못했는데 스켈레톤 회수도 안 하고, 심지어 민주통합정부에겐 정해진 선 안에서만 보급을 해 주니 답답해할 만하지.
그런데 만약 내가 진짜 마음대로 군부의 스켈레톤을 회수한 다음 발표한 공급량을 무시한 채 무차별로 스켈레톤을 보급해 줬으면 과연 그때도 잘했다며 칭찬했을까?
절대 그럴 리 없지.
겉으로는 잘 지원했다며 말은 하겠지만, 보나 마나 속으론 회장인 나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이며 자신들의 스켈레톤의 소유권도 완전하지 않다고 인식했을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룰을 준수하면 분대형 스켈레톤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쌓을 수 있지.
동시에 민주통합정부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명분도 얻을 수 있고.
“국제정치는 이권으로 복잡하게 엮여 있어요. 그러니 더욱더 우리가 중심을 잘 잡아야 됩니다, 그 어떤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안심하고 사용할 테니까.”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오케이. 아무튼 바닥은 충분히 다진 것 같으니 슬슬 선물 보따리 풀어 볼까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군부보다 많은 스켈레톤을 확보했음에도 수세로 일관한 민주통합정부.
여기에 어떻게든 민주통합정부가 스켈레톤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군부는 적극 공세를 펼쳤고, 그간 민주통합정부는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피해를 만회할 기회를 줄 시간.
“공급량을 저번 달보다 왕창 늘리고 민주통합정부에 5천 개 배치해 주세요.”
수십만 군을 보유한 군부에 비하면 5천이 적다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아니었다.
기본 전투력도 압도적인데, 사람은 한번 부상 입으면 다시 전투력을 복구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리며 그사이 재활에 들어가는 비용도 어마어마하지만, 스켈레톤은 2천만 원만 있으면 바로 전력 보강 끝이니까.
당연히 스켈레톤과 지속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소모전으로 가면 군부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처럼 전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하라고 해요, 5천으로 만족하고 공세에 나설 건지, 아니면 더 버텨서 다음 선물 보따리까지 기다릴지. 아! 군부에도 연락해 주세요, 혹시 불만이면 자격 다시 획득하라고, 다시 위원회 열어서 합의되면 군부에도 배정해 줄 테니. 물론 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합의가 될 리 없지만.”
5천이 도착하는 순간 이미 압도적인 스켈레톤 전력을 확보한 상황인데 뭐가 아쉬워서 민주통합정부가 합의를 해 주겠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점점 더유리해질 텐데.
“약속을 지키면 나도 약속 지킨다. 간단하잖아요?”
그러니 다들 미얀마를 교훈 삼아서 룰을 지켜 가며 대리전 하라고.
“자, 움직입시다. 민주통합정부, 선물 보따리만 목 빠져라 기다리겠네.”
* * *
5천이 더해져 무려 6,400의 스켈레톤을 확보한 민주통합정부.
하지만 민주통합정부는 군부의 거센 공격에도 버텨 온 조직답게 독하기 그지없었다.
선물 보따리가 확실하다는 걸 직접 확인한 민주통합정부는 그 5,000마저도 전부 주민 보호용으로 묶어 두며 완전한 버티기에 들어간 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부가 오히려 공세 수위를 낮추기 시작했다.
교환비를 대충 10 대 1이라고 했을 때 6,400의 스켈레톤을 처리하려면 6만 4천의 사람 병사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거고, 그렇게 스켈레톤을 모두 처리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민주통합정부는 돈만 내면 그 스켈레톤을 모두 복구할 수 있으니 그런 식으로 소모전 몇 번만 치르면 군부의 수십만도 전부 녹아 버릴 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공세 수위를 늦춘 군부의 선택은 바로 스켈레톤 도입 자격 재취득이었다.
민주통합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 보려는 시도.
물론 당연하게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민주통합정부는 그 협상을 들어줄 리 없었고, 이미 국제 여론도 민주통합정부에 유리하게 짜여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스켈레톤을 추가로 확보한 민주통합정부는 결국 칼을 빼 들어 스켈레톤을 동원해 군부를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군부도 다급히 남은 스켈레톤을 모조리 투입했지만 압도적인 수 앞에서 순식간에 전멸.
그렇게 군부가 민주통합정부에게 점점 밀리며 민주 정부라는 새로운 바람이 미얀마에 불어오기 시작했다.
“오케이. 이제 신경 꺼도 되겠네.”
군부가 워낙 많은 병사를 거느리고 있기에 바로 패하지는 않겠지만, 어찌 됐든 시간은 민주통합정부의 편이니까.
물론 정말로 민주통합정부가 정권을 뒤엎은 후 얼마나 잘할지는 모르겠다.
군부를 몰아내 정권을 잡고는 갑자기 본인들이 다시 독재를 하는 경우는 무수하게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것까지 고려해 줘야 할 이유는 없잖아?
아무튼 이번 사태로 민주통합정부가 큰 이득을 얻었지만, 사실 가장 큰 이득을 얻은 건 나다.
군부의 스켈레톤을 회수하지 않아 확실한 소유권을 보장하였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과 룰을 지킨다는 확고한 신뢰를 얻어 냈으니까.
“회장님, 러시아에서 스켈레톤 도입을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허가만 받으면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해요.”
개인의 소환수를 어떻게 믿냐고 부정적이던 나라들은 소유권의 확실한 분리를 보고 어느 정도 안심했고, 동시에 스켈레톤과 사람 병사의 압도적인 가성비를 직접 확인하자 너도나도 스켈레톤 도입을 추진한다.
솔직히 신분제로 인해 사람 목숨값이 똥값인 세론에서조차 언데드 가성비가 훨씬 나았는데, 지구는 말할 것도 없지.
“다 가져가서 전부 다 스켈레톤으로 싸우는 거야. 그럼 사람 피도 안 흘리고 얼마나 좋아?”
미얀마 군부처럼 허튼짓해서 공급 끊기지 말고, 위원회를 통해 정해진 합의대로 대리전을 치르는 거다.
먼저 약속을 어기면 지는 거라는 걸 머릿속에 새긴 채.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진정한 스켈레톤 대리전 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