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2)
2화
며칠간 자료 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여기가 내가 아는 지구는 맞다는 거다.
대통령의 이름부터 지역명, 거기에 세계지도 등등.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게이트와 몬스터 그리고 각성자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
인과율 어쩌고저쩌고 과정에서 뭔가가 비틀어진 것 같은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씨부럴.”
중요한 건 돈을 들고 호화로운 은퇴 생활을 보내려던 내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
“잔고가··· 12만 원.”
입고 온 로브에 붙어 있는 금붙이와 보석을 팔면 당분간이야 문제없겠지만, 그걸로 버텨 봐야 얼마나 버티겠나.
“돈이 필요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얻거나, 아니면 한 번에 목돈을 당겨야 한다.
나는 허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돌아와서도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해? 이 나이에?”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리며 미칠 것 같다.
“돈을 쉽고 빠르게 버는 방법.”
나는 잠시 고민하다 중얼거렸다.
“게이트. 각성자.”
게이트는 몬스터를 토해 내는 시점에 따라 일반 게이트와 불안정 게이트로 나뉜다.
생겨난 후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여유를 두고 몬스터를 토해 내면 일반 게이트. 그리고 저번에 내가 봤던 것처럼 생겨나는 즉시 몬스터를 토해 내면 불안정 게이트인 거다.
아무튼 불안정 게이트는 생성 확률도 낮고 상시 대기하는 긴급 대응 팀이 주로 처리하기에 논외로 치고, 일반 각성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바로 일반 게이트였다.
게이트가 소멸되는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 몬스터 사체에서 얻은 부산물을 팔아 막대한 돈을 버는 각성자.
“수입도 높고, 내 마법 실력도 활용할 수 있고.”
분명 지금 상황에서 이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다.
하지만.
나는 축 처진 얼굴로 말했다.
“하기 싫어······.”
이래 봬도 세론에서 수십만이 넘는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다니며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네크로맨서다.
당연히 주변에 널린 게 수족이라 손가락 까딱 한 번으로 모든 걸 해결하던 나한테, 갑자기 직접 몬스터를 사냥하고 그 사체를 가져다 팔면서 생계 유지를 하라고?
“이 짬에 그게 말이 되냐!”
전장과 사체 보기 싫어서 돈 들고 지구로 은퇴하러 왔는데 세론보다 더 처절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니.
도저히 내 자존심과 귀찮음이 용납하지 못한다.
“언데드 만들어서 나 업고 다니며 알아서 사냥하게 할까?”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네크로맨서가 언데드만 출동시키고 뒤에서 띵까띵까 노는 줄 아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
애초에 언데드는 그저 사체에 남은 잔류 사기를 이용해 마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낸 지성이 없는 인형에 불과하다.
당연히 이 지성 없는 인형을 움직이고 전투하도록 지시하는 건 네크로맨서.
그렇기에 통제하는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네크로맨서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네크로맨서마다 각자 개인의 역량에 따라 통제 가능한 언데드의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세론 대륙의 주연이 될 수 없었지.
그때 그런 한계를 나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타파하여 수십만 단위의 언데드 군단을 끌고 다니던 게 바로 나지만, 아무리 그런 나라고 해도 바닥에서부터 언데드 군단을 다시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내가 직접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는 것보다야 언데드 시키는 쪽이 훨씬 덜 귀찮지만.
“그래. 은퇴하러 와서 세론에서도 안 했던 짓을 할 수는 없잖아! 언데드로 간다!”
비록 다시 만들려면 상당히 고생해야겠지만, 어찌 되었든 다시 만들기만 하면 아주 편하게 내 은퇴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한 가지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사람들이 언데드를 받아들일까?”
세론에서 네크로맨서는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용사인 나조차도 사람들이 등한시하며 외면했었던 것 아닌가.
“으음.”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말했다.
“고민해 봤자, 시간 낭비야. 그냥 부딪쳐 보자.”
온갖 종류의 능력이 다 있던데, 거기에 언데드 하나 더 늘어난다고 뭔일이나 나겠어?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은퇴 자금 만들자!”
*
게이트에 합법적으로 들어가려면 각성자 등록이 필수.
그렇기에 과연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반신반의하면서 도착한 등록소는······.
“오오!”
“이건 또 새로운데?”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일반적인 능력이 아니기에 간이 연구소로 이동해 따로 테스트를 받았는데, 연구원들은 몬스터 뼈가 필요하다는 말에 곧장 구해 왔고 그렇게 스켈레톤 한 구를 만들어 주자 신기해하며 나에게 계속 질문을 날린다.
“움직일 수 있는 거죠?”
“보여 드려요?”
마력을 통해 내 의지를 전달하자 앞으로 걷기 시작한 스켈레톤.
“이야!”
“이런 소환 계열은 또 처음인데.”
아.
소환 계열이란 게 있어?
나는 연구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비슷한 능력이 있나요?”
“음··· 이거랑은 좀 다른데, 흙이나 돌로 골렘을 만들거나 물로 병사를 만드는 능력은 있죠.”
골렘 소환?
물로 병사?
나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생각했다.
‘마법이랑 비슷한 게 있다고?’
동시에 나는 연구원들이 어째서 이렇게 쉽게 받아들였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골렘 소환술은 원소 마법 계열이고, 물로 만드는 병사는 아마도 정령술 쪽과 비슷한 듯했다.
그리고 여기서 세론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분류 방법이 완전 다르구나.’
세론에선 원소 계열 밑에 골렘 소환술, 정령 계열 밑에 물의 정령, 이런 식으로 수직 분류 한다.
하지만 지구에선 골렘 소환술이든 물의 정령이든, 어찌 되었든 둘 모두 시전자를 대신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무언가를 소환하니 그냥 전부 소환 계열로 퉁쳐 버리며 수평 계열화를 한 거다.
즉, 내 스켈레톤이 네크로맨서 계열의 일부가 아니라 골렘 소환술 같은 소환술 계열의 일종으로 분류된다는 거지.
‘좋네, 굳이 귀찮게 설명 안 해도 돼서.’
그때 연구원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최대 소환수는 몇인가요? 혹시 한번 소환하면 계속 데리고 다녀야 하는 겁니까? 내구성 및 전투력은?”
질문이 너무 많아 귀찮지만 그래도 첫 단추는 잘 끼워야지.
내 목표는 조용히 돈 벌어서 은퇴하는 거니까.
“우선 최대 소환수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소환하고 나면······.”
내가 손을 뻗자 생겨난 아공간.
그리고 스켈레톤이 그대로 아공간 안에 빨려 들어간다.
“이렇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오오!”
“혹시 다른 것도 넣을 수 있습니까?”
“못 넣습니다.”
무생물이라면 무엇이든 넣을 수 있지만 귀찮으니까 대충 넘기자.
“그래요?”
그런데 의심이 패시브로 달려 있는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에 들고 있는 펜을 아공간 입구에 넣어 보는 연구원.
하지만 상관없다.
아공간엔 내가 거부하는 그 어떠한 것도 들어갈 수 없으니까.
당연하게도 펜과 함께 아공간 입구를 뚫고 나온 연구원의 손.
“정말이네.”
“좀 믿어 보시죠.”
“워낙 속이려는 분들이 많아서. 하하. 죄송합니다.”
“···그렇습니까?”
아무튼 대충 잘 넘어간 것 같고······. 마지막 질문이 뭐였지?
아. 내구도랑 전투력.
내가 다시 손을 휘젓자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스켈레톤.
“전투력 말씀 하셨죠?”
“예.”
“한번 때려 보세요.”
그러자 연구원이 눈을 빛내며 어디선가 몽둥이를 들고 와 말했다.
“그럼 사양 않고······.”
그렇게 연구원이 풀스윙을 날리려는 바로 그 순간, 나는 스켈레톤에 주입된 사기를 흡수하였다.
최대한 약해 보이도록.
그러자 연구원의 몽둥이를 맞고 순식간에 산산조각 난 스켈레톤.
“아······.”
연구원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좀 약하네.”
“그러게.”
잠시 스켈레톤 잔해를 내려다보던 연구원이 말했다.
“테스트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요. 잠시 회의실에서 저희끼리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우르르 회의실로 들어간 연구원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청력 강화.”
정확히 말해서 청력을 강화하는 게 아닌, 특정 위치의 음파를 강하게 내 귀로 전달하는 기초 마법.
그렇게 마법을 시전하자 연구원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새롭고 신선합니다.
-그러게요.
-그런데 능력이 좀··· 애매하군요. 내구도도 약하고 전투력도 별 볼 일 없어요. 저런 뼈다귀가 아무리 많아도, 각성자 하나 어찌하긴 힘들 듯한데.
얕잡아 봐 주면 나야 감사하지.
-희귀하지만 애매한 능력. F급이 적당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동의합니다. F급으로 하시죠.
F급이면 최하위 각성자 등급.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합법적으로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필요한 거지, 등급 따위에는 관심 없으니까.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나온 연구원들이 말했다.
“심사 결과 F급으로 판정 나셨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F급으로 시작해서 높은 등급에 올라간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
실망은 무슨.
“또한 시내에서의 소환은 금지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그것도 상관없고.
“그럼 나가셔서 프런트에 이름을 말씀하시면 바로 발급해 드릴 겁니다.”
좋아.
이제 나도 합법적으로 몬스터를 잡아 돈을 벌 수 있는 각성자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돈을 벌어 볼까?
*
테스트에서 나는 마력을 이용해 스켈레톤에 내 의지를 투여해 움직이도록 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를 조종하는 대표적인 방법.
하지만 그걸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사람의 정신력과 마력은 절대 무한하지 않으니까.
즉, 소환해서 유지할 수 있는 머릿수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내가 고안해 낸 방식은 바로······.
“가라.”
내가 직접 사냥해서 얻은 뼈에 마력을 듬뿍 부여해 만든 스켈레톤들은, 내 명령을 듣고 미리 주입된 대몬스터 전투 방법에 따라 몬스터 3마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보자······.”
나는 몬스터와 스켈레톤의 전투를 면밀히 분석하며 말했다.
“하단부 방어가 굼뜨고 어색하네. 이건 좀 패치가 필요하겠어.”
그런데 그때 몬스터가 갑자기 스켈레톤을 향해 녹색 침을 뱉는다.
그러자 아무런 회피 반응도 없이 녹색 침을 그대로 뒤집어쓴 스켈레톤의 뼈가 천천히 부식되는 게 아닌가.
“저런 공격도 해?”
나는 손을 들어 올려 마법진을 연성했다.
“녹색 침은 6번 회피.”
6번 회피는 적이 특정 행동을 할 경우 뒤로 회피하라는 명령어였다.
“6번 회피가 방해받을 경우 7번 회피, 그다음 8번 회피. 그것도 방해받으면 11번 막기로 저지.”
일단 회피를 시도해 보고 만약 주변 환경으로 인해 회피가 불가할 땐 한쪽 팔로 막는 11번 막기를 연결한다.
“11번 막기도 불가한 상황에선 17번 공격··· 그리고······.”
그렇게 줄줄이 명령어를 주입하고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자, 마법진이 사그라들며 스켈레톤들에게 녹아 들어간다.
그러자 그때부터 몬스터가 뱉는 녹색 침에 적절히 대응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스켈레톤들.
“대충 된 것 같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귀찮아.”
이게 바로 내가 어마어마한 양의 언데드 군단을 통솔할 수 있었던 나만의 독창적인 방법이었다.
일반적으로 네크로맨서가 마력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여 언데드를 조종하는 것과 다르게, 나는 언데드에 마력 명령어를 주입하여 특정 상황에 처하면 알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일종의 매크로를 만들어 박아 넣은 거다.
이렇게 되면 굳이 개체 하나하나에 의지를 전달할 것도 없이 알아서 특정 조건에 따라 움직이니 유지에 따른 부담이 압도적으로 줄어든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짓을 다시 할 줄이야.”
처음엔 전투는 고사하고, 명령어의 혼선으로 버그가 일어나 자기 혼자 박살 나는 등 그야말로 결점투성이였다.
하지만 조금 전 녹색 침에 대한 대응 방식을 주입한 것처럼 수십 년 동안 수없이 패치에 패치를 거듭하여 만들어 낸 최종 완성본은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협공까지 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매크로였다.
물론 언데드 한 구 한 구를 만들 때 들어가는 마력의 양이 명령어의 양에 비례하여 엄청나게 높아지는 게 문제기는 했지만, 대신 유지에 들어가는 마력과 정신 소모가 거의 없는 수준.
즉, 처음 제작이 비싼 대신 유지비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 일단 만들기만 하면 유지는 누워서 떡 먹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내가 수십 년에 걸쳐 완성한 매크로가 언데드 군단과 함께 통째로 날아갔다는 거다.
“젠장. 백업용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아무리 내가 제작자라고는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만든 그 복잡한 구동 명령어와 유기적으로 짜여 있는 알고리즘을 전부 외우고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원래는 만들어 둔 개체 중 최소 하나 이상을 아공간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하면 꺼내서 주입된 마법 명령어를 복사해 다른 개체에 쑤셔 넣는 식으로 해 왔는데, 원본은 물론 그런 백업 파일까지 송두리째 사라진 셈.
다행히 그간 해 온 짬이 있어 어느 정도 봐 줄 만하게 즉석에서 만들기는 했지만, 원본을 생각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그래도 해야지. 일단 대충이라도 만들어 두면 그다음은 편하니까.”
안락한 은퇴를 위해 조금만 더 고생하자.
그때, 몬스터를 처리한 스켈레톤들이 몬스터를 들어 올리고 다시 내 주위로 도열한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벌써 4시간이나 사냥했네.”
사실 수십 년간 사체를 만지고 전장을 전전한 나에게 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몇 날 며칠 동안 먹지 않고 전투를 하여 살아남은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긴 세론이 아니고 은퇴를 위해 온 지구다.
그런 지구에서 내가 일이란 걸 해야 한다는 이 상황 자체가 나를 지치게 한다.
“오늘은 그만할까.”
나는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돌아가자.”
*
그렇게 스켈레톤들을 거느리고 밖으로 나가자 한 상인이 득달같이 달려와 말했다.
“헤헤. 오셨습니까?”
처음엔 부산물 시장으로 직접 가져가 팔까도 고민했지만, 만사를 귀찮아하는 내가 또다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영세한 상인을 하나 골라 출장을 부탁한 나.
상인은 저렴한 가격에 부산물을 살 수 있어 좋고 이미 노동 한계치에 달한 나는 빨리 돌아가 쉴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윈윈이다.
“내려놔.”
내 말에 스켈레톤들이 부산물을 내려놓자 상인은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오늘도 많이 잡아 오셨군요.”
“손도 안 댔으니까 확인할 필요 없어요. 대충 계산해서 주세요.”
“여부가 있으려고요.”
그간 몇 차례 거래하며 단 한 번도 장난질을 친 적이 없기에 상인은 빠르게 몬스터의 종류와 사체의 수만 계산한 뒤 바로 그 자리에서 돈을 결제해 준다.
“세금 떼고 총 200만 원입니다.”
조 단위 돈을 아공간에 가지고 있던 내가 고작 200만 원 벌자고 이 짓을 해야 한다니.
그 초라한 금액에 더욱더 일하기 싫어진다.
“넣어 주세요.”
“예. 그럼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상인이 돈을 송금하기 위해 핸드폰을 조작하는 사이 나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갈 길이 구만 리네.’
내가 굳이 낮은 등급을 받고 최하위 게이트를 들락거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높은 등급을 받으면 주목을 받아 귀찮아질 게 뻔하고, 또한 상위 몬스터를 상대할 만한 언데드는 만드는 것도 그만큼 어려우니, 차라리 낮은 게이트에 최적화된 언데드를 만들어 편하게 돈을 벌기 위해서.
‘처음만 버티자. 매크로만 잘 만들어 두면 돼.’
매크로만 완성되면 언데드들이 알아서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잡아 오고 나는 앉아서 편하게 돈을 버는 거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던 그때, 주변에서 나에 대한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저 사람이야?”
“어.”
보통 몇 마리 이상 소환하지 못하는 소환 계열과는 다르게 나는 최소 열 구 이상의 스켈레톤을 데리고 다니니 제법 눈에 띌 수밖에.
“쪽수가 장난 아니네?”
“대신 엄청 약하다더라.”
“그렇겠지. 그러니까 F급을 받았을 것 아니야.”
떠들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
세론에서 수많은 사람의 공포와 혐오 섞인 시선을 받아 온 나에게 있어서 이 정도는 오히려 호감이라 느껴질 정도니까.
그런데 그때.
“그나저나 저렇게 소환수가 많으면 짐꾼 비용 아낄 수 있어서 좋겠네.”
“그건 그렇지.”
“솔직히 시간당 3만 원은 너무 비싸지 않아?”
그 말에 나는 굳은 표정으로 그쪽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3만 원?”
복잡한 지형의 게이트는 손수레 하나 끌기도 힘들어 짐꾼을 이용해 몬스터 부산물을 가져온다는 이야긴 익히 들었다.
그런데 그 비용이 시간당 3만 원이라고?
‘잠깐만. 짐꾼은 직접 전투 안 해도 되잖아. 그냥 잘 들고 잘 따라다니다 전투할 때만 조용히 근처에 피해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먹지도 않고 불만도 없는 언데드.
이보다 완벽하고 훌륭한 짐꾼이 또 어디 있나.
게다가 고작해야 짐 들고 따라다니는 거라면 전투용에 비해 필요한 마력 명령어와 알고리즘도 압도적으로 적고 간단할 거다.
그때 각성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위험수당이다 뭐다 하는데, 솔직히 이런 하급 게이트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얼마나 나온다고.”
“그러니까. 그럼 네가 가서 부탁해 볼래? 같이 하자고?”
“인마, 소환 계열이랑은 같이하는 것 아니랬어. 손발이 안 맞는다고, 손발이.”
짐꾼.
시간당 3만 원.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긴 나는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실례합니다.”
“어?”
“방금 짐꾼 말씀 하셨죠?”
그러자 각성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호, 혹시 들으셨습니까? 죄송합니다. 그냥 저희끼리 대화 중에······.”
“아니, 그건 상관없고, 혹시 짐꾼은 구하셨습니까?”
“예? 지금 마침 구하려던 중이긴 한데······.”
그 말에 나는 내 뒤에 도열한 스켈레톤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새로운 짐꾼 써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제가 개업 이벤트로 이번만 특별히 공짜로 해 드릴까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