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천원숍의 임원은 최근 급등하는 물가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다.
천원숍의 정체성은 천 원 단위의 초저가 물건을 파는 건데, 물가가 상승하며 그 정체성이 점점 어그러진 거다.
천 원에 팔던 물건이 물가 상승으로 천백 원에 팔아야 마진이 남는데, 천백 원에 팔자니 그럼 천원숍이 가지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그렇다고 이걸 2천 원에 팔자니 한 번에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는 꼴이고.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갑자기 세론의 한지혁으로부터 납품 관련 미팅 요청을 받은 임원.
원래라면 임원급이 나설 만한 일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A급 각성자인 한지혁이기에 직접 미팅을 주관한 임원이었다.
“우리 숍은 신발이랑 옷 취급 안 하는데.”
임원은 세론에서 천원숍에 납품할 만한 제품이 뭐가 있나 생각했다.
“수건? 아니면 뭐, 천?”
세론의 압도적인 가성비는 이미 섬유업계에서 정평이 난 상황.
그렇기에 임원은 한지혁과의 미팅이 제법 기대가 됐다.
똑똑.
그때 누군가 회의실 문을 노크하며 말했다.
“한지혁 대표님 오셨습니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한지혁.
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한 대표님!”
가성비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세론의 대표이자 A급 각성자로 추정되는 한지혁.
한지혁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한지혁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임원의 말에 자리에 앉은 한지혁.
임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간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스켈레톤을 이용한 혁신적인 사업 기법. 존경스럽습니다, 한 대표님.”
한지혁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이. 안 띄워 주셔도 돼요. 그냥 운 좋게 각성한 각성자일 뿐인데요.”
“그래도 본인 능력을 100퍼센트 완벽하게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하하.”
그렇게 덕담을 주고받은 임원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나저나 저희에게 납품을 하고 싶으시다고요.”
“예.”
“혹시 수건이나 천 이런 종류입니까?”
그러자 한지혁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수건이랑 천? 그것도 전부 중국산인가요?”
“거의 다 그런 편이죠.”
“한국은요?”
“한국도 있긴 합니다.”
“있다고요? 중국산이랑 경쟁이 되나요?”
“수건이랑 천은 아무래도 규격 상품이라 자동화가 잘되어 있어서, 중국보다야 조금 비싸긴 해도 물류비 생각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자 한지혁이 김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동화 기계가 있어요? 그럼 패스.”
“······?”
수건과 천이 아니라고?
“그럼 혹시 인형입니까?”
“인형은 어떤데요.”
“인형은 전부 중국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건 정말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
“오! 좋네요.”
한지혁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인형, 리스트에 올려 둘게요. 조만간 생산하면 연락 드리죠.”
이제야 리스트에 올려 둔다는 한지혁.
그렇다는 건 인형 역시도 이번 미팅의 주제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럼 혹시······.”
그렇게 이런저런 섬유 관련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 임원.
그때마다 한지혁은 자동화가 있으면 패스를 외쳤고 중국산으로 도배가 된 제품은 좋아요를 외친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시작한 스무고개가 끝이 날 기미가 안 보이자 임원이 피식 웃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이제 떠오를 만한 건 전부 말한 것 같은데요. 더 맞히고 싶어도 떠오르는 게 없군요.”
“하하. 이거, 저도 모르게 흥이 나서 계속 받고 있었네요. 물건부터 보여 드리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바로 보여 드리죠.”
그렇게 한지혁이 손을 뻗자 테이블 위에 아공간이 생겨난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나오는 10개의 전자 제품들.
“···음?”
한지혁이 헤어 드라이기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게 한국 인터넷에서 2만 5천 원에 파는 거거든요? 근데 그거야 뭐 수입업자가 자기 마진 끼고 어쩌고저쩌고한 최종 소비자가격이 그 정도지, 아마 공장에서 떼 오는 가격은 대충 만 원 초중반? 근데 저는 이거 엄청 싸게 드리겠습니다.”
“얼마나 싸게 주신다는 겁니까?”
“한··· 7천 원?”
“풉!”
임원이 마시던 커피를 바닥에 뿜고는 말했다.
“이, 이걸 7천 원에요?”
물론 임원이 일하는 천원숍에도 헤어 드라이기는 있었다.
그것도 무려 5천 원짜리.
하지만 그건 정말 누가 봐도 저렴한 티가 나는 미니 헤어 드라이기로 여행 갈 때 작은 가방에 챙겨 가는 용도인 반면, 이건 정말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제대로 된 헤어 드라이기인데 이걸 7천 원에 판다니.
임원이 멍한 표정으로 헤어 드라이기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런데 방금 인터넷에서 2만 5천 원에 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근데 그건 중국산. 그리고 이건?”
한지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국산.”
임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없는 거냐는 말입니다.”
불법 데드 카피를 한 거냐 돌려 묻는 임원.
그러자 한지혁이 검지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정식으로 라이선스 사서 만든 건데요.”
“라이선스를 사 왔다고요?”
“예. 저는 합법적인 물건만 만든다고요. 여기 있는 나머지 제품들도 다 마찬가지고.”
한지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것들 전부 천원숍에 납품하고 싶은데. 그것도 방금 헤어 드라이기랑 비슷한 가성비 수준으로. 생각 있으십니까?”
*
임원의 호출을 받고 단숨에 회의실로 달려온 상품 기획 관리 팀.
팀장이 헤어 드라이기를 작동해 풍량을 확인하더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8천 원이라고요?”
“별로인가요?”
“···제가 정말 수많은 상품들을 보고 확인해 오며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싼 건 싼 이유가 있다는 거죠.”
한국에서 가장 가성비 높은 제품만을 다루는 천원숍.
당연하게도 천원숍 진열대에 올릴 제품을 확인하고 검수하는 상품 기획 관리 팀은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제품을 수도 없이 만지고 또 만져 본 사람들이다.
그런 상품 기획 관리 팀의 팀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이렇게 저렴하면서도 쓸 만하다니.”
당연하지.
설마 내가 아무거나 골라 왔겠어?
솔직히 8천 원짜리 드라이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겉만 번지르르할 뿐 막상 사서 써 보면 형편없는 성능에 그러면 그렇지가 절로 나오는 수준.
내가 테스트해 본 것들 중엔 디자인은 제법 공들였는데 풍량이 너무 약해서 무슨 산들바람이 나오는 줄 착각한 드라이기도 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건 그런 싸구려급과 비슷한 가격인데 반해 성능은 2만 원대급이니 저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딱 저 정도급의 제품들 라이선스를 사 온 거고.
팀장이 드라이기를 내려놓고는 이번엔 미니 청소기를 들어 올렸다.
대충 책상 위 청소 정도로는 쓸 만한, 말 그대로 미니 청소기.
“이건 얼마입니까?”
“삼천삼백 원이요.”
“사, 삼천삼백 원?”
임원도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우리도 이거랑 비슷한 것 있지 않습니까, 팀장님?”
“있습니다, 5천 원짜리.”
“그건 납품가가 얼마입니까?”
“창고 도착 기준 4천8백 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올라 6천 원으로 인상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팀장이 미니 청소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걸로 제품을 바꾸면 5천 원은 유지하면서 오히려 마진은 더 높은 꼴입니다.”
그러곤 이어서 다른 제품들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것도, 이것도. 전부 다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먼저 돌아갈 테니 천천히 확인해 보실래요?”
그러자 침묵하던 임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더 확인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이니. 계약하시죠.”
그래.
이 가격과 성능을 보고 그냥 넘기면 직무 유기지.
그나저나 계약이라.
또 한바탕 해야 하나?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계약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데.”
그러자 임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신다고 할 때 신발 쪽 계약 관련 일은 이미 알아봤으니까.”
이야.
일 잘하네!
“저희에게 납품하는 가격 이하로 시중에 유통하시지만 않으면 문제될 건 없을 겁니다.”
에이.
상도덕이 있지,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
그때 임원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는 아운 그룹과 일본 백엔숍이 합작으로 만든 회사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최근 일본 백엔숍도 요즘 물가 상승 때문에 골치 아파하고 있단 말이죠. 그래서 그런데, 그쪽에도 납품이 가능하겠습니까?”
노 재팬이니 뭐니 하지만,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건 외화벌이니까 문제될 것 없잖아?
“콜입니다.”
“그럼 일본 본사 쪽에 샘플로 보낼 상품이 좀 필요한데······.”
“그거야 쉽죠.”
손가락을 튕기자 아공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안에서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이 후두두둑 튀어나온다.
“···정말 편해 보이는군요. 이거라면 물류 혁신도 가능할 것 같은데.”
당연히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러려면 내가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그건 너무 귀찮잖아.
겨우 운반비 좀 먹겠다고 내 몸을 움직이는 건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고.
“그나저나, 얼마나 만들어 두신 겁니까?”
“음··· 대충 3만 개씩?”
그러자 임원이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사, 삼만 개씩? 아직 계약도 안 됐는데?”
“그게, 원자재를 사려니까 한 번에 많이 주문해야 싸게 주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왕창 주문했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방법.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샘플은 이걸로 됐고. 계약서 가져오세요. 시간 끌 것 없잖아요? 빨리빨리 합시다.”
*
천원숍을 한국 시장 공략의 첫 타깃으로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천원숍은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보급형 전자 제품 유통의 최강자니까.
그렇게 전 국민들로 하여금 SR 전자의 제품을 써 보도록 유도하고 그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거다.
SR 전자의 말도 안 되는 가성비를.
제품이 아무리 싸고 좋아도 사람들이 사서 써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천원숍의 전국 유통망은 SR 전자의 제품을 전국에 뿌리는 데 가장 효율적이며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제 수출도 해야 하는데······.”
일단 천원숍을 뚫었으니 한국 시장 공략은 시간문제다.
그럼 이제 다음 스텝은 수출 판로 개척.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천원숍 임원조차도 홀릴 만큼 가격경쟁력과 성능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역시 인지도다.
당장 인터넷에서 헤어 드라이기 하나만 검색해 봐도 천 종이 넘는 헤어 드라이기가 검색되는 게 현실이니까.
즉, 사람들로 하여금 SR 전자의 제품을 사고 싶어 하게 만들 세일즈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거다.
“신발은 메이커들이 알아서 해 줘 가지고 편했는데.”
자체 마크를 달고 움직이려니 뭔가 막막하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건 한국의 천원숍처럼 각국의 유력 유통업체를 끼고 납품하는 것.
하지만 한국에서야 세론이 나름 인지도가 있어 천원숍을 쉽게 뚫었지만 해외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단 말이지.
물론 일단 만나서 SR 전자의 가성비를 느끼게 해 주면 계약 따내는 건 일도 아니라 자신하지만, 그 많은 나라의 유통업체들을 언제 일일이 만나 가며 설득을 하나.
하자면 못 할 건 없지만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
“좋은 방법 없을까.”
그때 누군가 노크를 하며 말했다.
“대표님, 사령마 인수자께서 오셨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치품이지만 사실 원가는 몇천만 원밖에 안 되는 데다 유지에도 그리 큰 힘이 소요되지 않는 사령마.
“어? 잠깐만, 사령마를 경품으로 걸어 볼까?”
한 달에 한 번 SR 전자 제품의 일련번호를 추첨해서 당첨된 제품을 소유한 사람에게 사령마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거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그럼 소문이 퍼지며 우리 SR 제품을 재미 삼아서라도 사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 소비자가 생겨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수요가 만들어지며 풍겨 나는 돈 냄새는 자연스럽게 공급자들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법.
“그래. 내가 찾아다닐 필요가 뭐 있어. 지들이 날 찾아오게 만들면 되지.”
동시에 SR 전자의 제품을 사야 하는 확실한 이유이자 세일즈 포인트가 될 테니 더욱더 안성맞춤이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걸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