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42)
42화
태유 토건 회장의 조치는 즉각적이었다.
김 전무와 김 전무의 측근들은 물론이고 소장까지, 말 그대로 나에게 꼬투리가 잡힐 만한 모든 대상을 모조리 회사에서 쳐 내 버린 거다.
아무려면 아들 하나 지키려다 평생 키워 온 태유 토건이 박살 나게 생겼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자고로 회사란 자금을 굴리고 또 굴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 자금을 굴리는 방법 자체가 막혀 버리면 그 아무리 잘난 회사라 해도 버텨 낼 재간이 없지.
그렇게 회장이 아들을 쳐 내자 나는 약속대로 태유 토건을 내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해 주었다.
그리고 대신 김 전무와 그의 측근들 그리고 소장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나.
“아들내미는 뭐 하고 있답니까?”
“태유 토건 회장이 아예 강경하게 복귀는 없다 선언한 바람에 반발하며 측근들을 데리고 회사를 차렸다고 합니다. 그 건설 소장도 함께요.”
건설 소장.
솔직히 나쁘지 않은 인재다.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팽팽 잘 굴러가고.
하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김덕배나 강찬수처럼 우직하고 매사에 성실한 사람들이다.
어차피 세론의 사업 방식은 일단 한번 자리 잡으면 스켈레톤을 무한정 찍어 내는 것으로 끝이니까.
“확실하게 밟아 주세요.”
태유 토건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해 주라는 말.
“그렇게 하겠습니다.”
태유 토건을 완전히 밟아 버릴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건 다른 건설사들이 나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회장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직원의 실수 때문에 태유 토건 전체가 박살 나면 다른 건설사들 역시 자신들도 언제 저런 입장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할 게 뻔하지 않나.
그렇기에 완전히 박살 내지 않고 족집게 수술을 한 거다.
퇴로가 있으면 도망치지만 퇴로가 없으면 죽기 살기로 덤비는 게 사람이니, 나한테 덤비지 않고 말만 잘 들으면 봐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일종의 조련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야 앞으로 실수로든 뭐로든 세론과 트러블이 생겨도 죽기 살기로 싸우기보단 항복하는 쪽을 선택할 테니까.
그때 문자 알림이 울린 강찬수의 핸드폰.
강찬수가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소방청에서 소방용 스켈레톤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했답니다!”
“오!”
드디어 그 굼뜬 소방청이 움직이다니.
“바로 약속 잡으세요.”
물론 소방청은 군대처럼 소비적인 집단이기에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아마 단번에 많은 양을 대여하지는 못할 거지만, 그래도 그런 보수적인 공무원 집단이 움직였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만나 보겠습니다.”
좋아.
이렇게 쭉쭉 나가자.
돈을 미친 듯이 벌어 주지.
*
사업들이 모두 자리를 잡으며 이제 나는 스켈레톤만 계속 늘려 주면 회사가 알아서 커지는 수준.
거기에 이제 교육 연구 센터까지 생기며 알고리즘 연구도 백상호와 강사진이 알아서 하고 있으니 더욱 편해졌다.
물론 뭐··· 아직은 워낙 미숙하기에 초창기 나를 보는 것처럼 내가 알려 준 알고리즘을 조합했다 버그가 나서 와장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원래 그러면서 배우는 거니까.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조합해 온 알고리즘을 보고 버그가 날 것을 알았음에도 일부러 그대로 구현해 주는 등 내 나름의 훈련을 해 주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사업이 탄탄대로를 달리자 시간이 난 내가 가장 먼저 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전투 알고리즘 작업.
S급 각성자인 김한울의 전투 데이터와 내가 그간 틈틈이 복구해 둔 전투 알고리즘을 조합한 스켈레톤이 내가 직접 조종하는 스켈레톤에 맞서 전투를 벌인다.
달그락. 달그락.
김한울 스켈레톤이 주먹을 내지르자 내가 조종 중인 스켈레톤이 옆으로 피한다.
그러자 바로 아래 다리를 걸어 버리는 김한울 스켈레톤.
그렇게 내가 조종 중인 스켈레톤이 넘어지자 그대로 그 위에 올라 주먹을 내지른다.
“오케이. 거기까지.”
내 말에 모든 동작이 정지된 두 스켈레톤.
나는 노트에 방금 대련의 결과를 적어 넣으며 말했다.
“괜찮네.”
30년간 쌓아 온 알고리즘 조합 노하우에 더해 김한울의 전투 데이터가 합쳐지니 빠르게 매크로가 완성되어 간다.
특히 대인 전투에 대해서는 정말로 봐 줄 만한 수준.
세론의 언데드 군단 대부분이 인간형 언데드이기에 대인 전투 위주로 내가 집중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봐 줄 만하다 뿐이지, 내 예전 알고리즘을 생각하면 아직 미흡해도 한참 미흡하다.
내 예전 알고리즘은 말 그대로 거의 모든 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만능 알고리즘이었으니까.
“역시 하루아침에 30년 세월을 따라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인공지능처럼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들면서 학습하는 방식이면 참 편할 텐데.”
그 뭐냐.
바둑으로 유명한 인공지능이 그렇게 실력을 쌓았다고 하지 않았나.
같은 인공지능끼리 붙여 승패 결과에 따라 경험을 누적하는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학습하는 방법.
하지만 아쉽게도 스켈레톤은 반자율 작동일 뿐 인공지능은 아니란 말이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아닌가? 잘만 하면 이것도 되려나?”
결국 까고 보면 인공지능 역시 정해진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는 건 똑같지 않나.
단지 그 알고리즘을 스스로 확장해 나가는 게 다를 뿐.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지, 아니지. 생각해 보니 안 되겠구나.”
인공지능은 자기 스스로 명령어를 추가해 알고리즘을 확장할 수 있지만, 스켈레톤은 반드시 내가 직접 마력진을 만들어 넣어야 한단 말이지.
그냥 하던 대로나 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튼 지금까진 나쁘지 않아.”
아직 보완할 게 많기는 하지만, 맨손 격투와 대인 전투에 한해선 제법 쓸 만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진 상황.
“데스 나이트 만들어 볼까?”
쓸 만한 알고리즘도 생겼으니 연습 삼아 만들어 보는 거다.
게다가, 내가 강하긴 하지만 결국 마법사란 말이지.
그리고 마법사는 전방에서 버텨 주는 전사가 있냐 없냐에 따라 능력 활용도가 달라지는 법이고.
“그래, 만들자.”
그러니 테스트를 겸해서 내 안전을 지켜 줄 친위 데스 나이트를 만든다.
“사체는 뭘 쓰지?”
원판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한 언데드가 만들어지는 법.
물론 적당한 뼈를 왕창 쌓아 올려 대형 언데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은 방법이지만, 그런 대형 언데드는 용처가 완전히 다르니까.
“사람 시체를 쓸 수는 없고······. 역시 몬스터를 써야겠지?”
나는 핸드폰으로 몬스터 종류를 검색하고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S급은 자주 나오는 게 아니라 구하기 힘드니 역시 가장 만만한 건 A급인데.”
그렇게 눈에 띄는 몇 가지를 후보로 선정한 나.
“이것들로 한번 해 보자.”
종류별로 사서 뭐가 제일 효율적인지 해 보지, 뭐.
나는 몬스터 사체를 전담으로 매입해 주는 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박 사장님, 접니다. 지금부터 제가 불러 주는 몬스터들, 종류별로 매입해서 가져다주세요.”
*
여러 테스트 끝에 최종 선정 된 것은 바로 알파 오크.
덩치는 2m 50cm 정도로 적당한 데다, 워낙 맷집이 좋아 친위대로 쓰기엔 딱이었다.
그렇게 테스트를 겸해서 만든 10개의 데스 나이트들.
나는 뼈만 남아 있는 데스 나이트들을 보고 흡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이네, 친위대.”
사실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은 둘 모두 뼈로 이루어져 있기에 외견상으론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의 결정적인 차이는 제작을 통해서 살아생전의 강함을 얼마나 많이 끌어올렸느냐에 있다.
당장 내가 일꾼으로 부리는 스켈레톤들만 해도 한때는 모두 일반인은 상대조차 못 하는 몬스터들 아니었나.
하지만 약간의 마력을 집어넣어 일꾼용으로 만드니 완력이나 민첩 모두 일반인보다도 오히려 좀 떨어지는 수준.
반면 여기 있는 데스 나이트들은 마력은 물론이고 각종 금과 은으로 마력진을 박아 넣어 살아생전 전투력의 거의 대부분을 재현한 상태였다.
“뭔가 만들고 나니 든든한데?”
세론에 있을 때 데리고 다니던 친위대에 비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뭔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확 느껴진다.
“마무리하자.”
나는 데스 나이트들에 친위대 전용의 알고리즘을 기억나는 대로 주입하기 시작했다.
오직 전투가 주목적인 다른 언데드들과 다르게 친위대는 철저히 내 개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언데드.
그런 만큼 이들에게는 일반 언데드들과는 다른 알고리즘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위급 상황 때 데스 나이트 한 기가 나를 데리고 안전한 장소로 도주하는 사이 나머지가 시간을 번다거나, 공격이 들어오면 자신의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서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모든 마무리 작업을 완료한 끝에 드디어 한국에서 부활한 내 친위대들.
“좋아! 너희는 앞으로 친위대 1팀이다!”
이제 이 친위대 1팀을 시작으로 더더욱 많은 언데드를 만들어 언데드 군단을 재건한다.
그런데 그때.
“···음?”
뭔가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잠깐만. 어차피 언데드 군단 만들어 봤자 이놈들이 돈을 벌어다 주는 건 아니잖아.”
언데드 군단은 말 그대로 군대다.
그리고 군대는 생산 없이 오직 소비만 하는 집단이지.
하지만 내가 방금 친위대가 생김으로 인해서 든든함을 느꼈던 것처럼 이걸로도 돈벌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호?”
원래 내가 살던 지구에서 경호원은 매우 희소한 직종이었다.
애초에 치안 좋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에서 재벌이나 정치인 같은 소수의 상류층을 제외하면 경호원에 대한 수요가 있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여기는 몬스터가 있고 각성자가 있는 지구.
당연하게도 언제 어디서 불안정 게이트를 통해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세상이라는 거다.
뿐만 아니라 각성자 중에서도 범죄에 물들어 사람을 죽이는 자들도 있었으니, 당연하게도 경호에 대한 수요는 높을 수밖에.
하지만 그런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범죄자인 각성자나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결국 각성자를 경호원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그건 다시 말해 경호원 각성자로 하여금 게이트로 들어가 성장할 가능성을 포기하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더 높은 경지에 올라 강해지는 걸 꿈꾸는 대다수의 각성자는 경호원을 가장 최악의 직업으로 꼽을 정도.
그렇게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적으니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그렇게 몸값을 지불해도 막상 진짜 원하는 수준의 각성자를 고용할 수는 없으니 돈 많은 부자들 입장에서 애가 탈 수밖에.
물론 그런 상황에서조차도 막대한 돈을 이용해 제대로 된 각성자 경호원을 구하거나 아예 길드 자체를 후원하며 옆에 두는 재벌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겠나.
“언데드 군단 재건을 위해 만든 데스 나이트들을 경호원으로 취직시키면······. 이거 최곤데?”
생산성이 없는 소비 집단에서 생산성을 지닌 생산 집단이 되는 거다.
그렇게 경호원 언데드를 사방에 뿌린 다음 정말 위태로운 상황이 왔을 때 소집해서 군대로 부리면 완벽하지 않나.
동시에 내 언데드 경호를 받는 유력 인사들은 더욱 나에게 호감을 느낄 거다.
나 덕분에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
“진짜 꿩 먹고 알 먹고인데?”
사고를 대비해 공격 알고리즘만 비활성화해 두고 오직 방어와 경호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거지.
동시에 언데드를 각성자 급수에 맞춰 레벨을 나누어 두면 경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돈이 허락하는 만큼 고용할 거고.
“어차피 이미 A급 각성자 소리 듣고 있는 판국에, 전투 언데드도 아닌 경호원 언데드 만드는 게 뭐가 문제야.”
그전에야 전투형 만들기도 귀찮고 스켈레톤에 대한 호감도 때문에 최대한 기피했지만, 이제는 스켈레톤이 한국 전역에 알게 모르게 이미 파고든 상황이니 경호원 언데드 정도는 상관없지 않을까?
물론 각성자의 공격을 막아 주는 경호원 언데드가 등장하면 내가 공격형 언데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쯤은 모두 유추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언데드 군단을 막으려면 늦든 빠르든 알려지게 될 내용이니 상관없고.
“좋아. 경호원 언데드 좋다.”
언데드 군단의 경호원 취직.
사람 목숨도 지키고 돈도 버니 안 할 이유가 없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곧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내가 목숨을 구해 주었던 긴급 대응 팀의 팀장이었다.
“팀장님,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중요한 일인데.”
-새로운 사령마 디자인 때문이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제가 구상해 둔 게 있는데!
“아니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해야 할까?”
-국민의 안전이요?
틀린 말은 아니잖아?
지켜 주는 건 지켜 주는 거니까.
단지 공짜가 아닐 뿐.
“예.”
-뭔지는 감도 안 오지만···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빨리 부탁드립니다, 할 일이 아주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