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52)
52화
“흠흠.”
마이크를 테스트한 한 남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세론 그룹은 환경 파괴를 중단하라!”
그러자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덩달아 외친다.
“중단하라! 중단하라!”
“해저 자원 개발로 해저 생태계를 파괴하는 세론 그룹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그렇게 구호를 외친 남자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세론 그룹은 현재 군산 조선소를 임대하여 어마어마한 속도로 배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 배들을 만드는 목적이 뭡니까? 결국 해양 광물을 개발해 돈을 벌기 위함이죠. 그렇게 생산된 배가 고작 세론 조선이 첫 배를 만든 지 반년 만에 벌써 18척을 넘었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도크에선 실시간으로 배가 계속해서 건조되고 있고요!”
남자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이 많은 배들이 태평양으로 나가 광물을 채취하면 채취할수록 해양 생태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파괴될 게 분명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지구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습니까!”
“맞습니다!”
“세론 그룹은 각성하라!”
그때 누군가 세론 본사에 들어가려 하자 남자가 막아서며 말했다.
“세론 직원이십니까?”
“예? 아. 예.”
“세론 그룹의 환경 파괴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환경 파괴요? 해저 자원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해저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생물들이 스켈레톤으로 인해 서식지를 파괴당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옳은 행위일까요?”
직원이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환경 파괴 될까 봐 곡괭이로 광물을 캐고 선별까지 해서 올리고 있는데 그게 무슨 환경 파굅니까?”
“환경 파괴가 아니라고요? 그 어두운 해저에서 라이트를 비추고 스켈레톤들이 무더기로 돌아다니는데 환경 파괴가 안 된단 말입니까?”
“아니, 1번 배 빼면 중고까지 합쳐서 22개니까 스켈레톤 330개밖에 안 되는데 그게 무슨······.”
“지금이야 330개지만 계속해서 늘어날 것 아닙니까!”
남자의 말에 직원이 남자를 지나쳐 가며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까? 100척을 만들어도 고작 1,500개인데. 그 넓은 태평양에 풀어놓으면 티도 안 나겠구만.”
그러자 남자가 직원의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수가 적으면 환경 파괴가 안 된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안일한 태도로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직원이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니, 물론 파괴가 아예 안 되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그런 식이면 플라스틱······.”
그러자 남자가 바로 직원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파괴된다고 지금 인정하신 겁니다!”
“아니,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지금 스켈레톤보다 더 심각한 일이 사방에 널려 있는데 그쪽을 먼저 신경······.”
하지만 그런 직원의 말에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보십시오! 직원도 환경 파괴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세론 그룹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부터 우리 그린프로텍트는 세론 그룹이 환경 파괴를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시위를 이어 가겠습니다!”
그 말에 그린프로텍트 소속 사람들이 외쳤다.
“와!”
그런데 그때.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한 노인이 말했다.
“잠깐만. 그럼 세론 그룹보고 배 만드는 걸 중단하라는 말이여?”
노인의 호응에 신이 난 남자가 말했다.
“맞습니다!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배 생산을 중단하······!”
그런데 갑자기 노인이 남자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이 호랑말코 같은 놈의 자슥이, 뭐? 배를 그만 만들라고?! 우리 아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조선소로 복귀했는디, 또 그 지랄 같은 걸 겪게 허라고!?”
“자, 잠시만.”
“사람들, 보소! 이놈들이 세론 그룹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거 같은디, 가만 내버려 두면 쓰겄소!”
그러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말했다.
“뭐? 세론을 망하게 만들어? 미쳤어? 나 지금 세론 교육 센터에서 교육 중인데?”
“우리 조카들 전부 세론에 취업했는데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저러다 한 회장님이 질려서 군산 떠나면 어쩌려고!”
시민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비롯한 그린프로텍트 사람들을 끌어내며 말했다.
“저리 꺼져, 이 외지인 놈들아!”
“자, 잠시만요! 우리는 환경 보호를······!”
“세론 그룹에 문제 생기면 우리가 뒤질 판국인데 환경 보호는 개뿔 같은 환경 보호야! 당장 꺼져!”
*
“오오. 깔끔하게 처리하네.”
회장실에서 환경 단체 시위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민들이 난입하더니 환경 단체 회원들을 모조리 몰아내 버린다.
대충 들어 보니 가족이나 본인이 모두 세론 그룹과 관련된 사람들.
그도 그럴 게, 조선소가 가동되며 새로 뽑은 직원의 수만 무려 2천에 달했으니까.
군산 조선소가 문 닫으며 생긴 실업자가 5천 명이라는데, 교대 근무 때문에 직원을 무더기로 뽑으며 그중 40퍼센트를 세론에서 소화해 낸 상황.
거기에 영업을 중단했던 군산 조선소의 각종 협력사들까지 부활하며 세론 조선으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가 군산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몰빵이 정답이었어.”
이제 그 누가 감히 군산에서 세론을 욕하겠나.
그때 회장실 문이 열리며 김덕배가 들어와 말했다.
“회장님, 운반선이 잠시 후 도착한답니다.”
처음엔 그저 신발로 생긴 연이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내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는 김덕배이기에, 신발뿐만 아니라 사업의 중요 현안은 대부분 김덕배를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다.
“많이 싣고 왔대요?”
“한계까지 실었다고 합니다.”
“크.”
해저 채굴용 선박의 수가 중고 배 4개를 포함해 모두 20개로 늘어났다.
덕분에 2척밖에 없던 운반선으로는 감당이 안 돼서 해저 채굴 개조용 중고 배를 알아볼 때 크기가 작아서 매입하지 않았던 작은 상선까지 매입해 가며 운반선 규모를 늘린 세론.
그렇게 늘린 운반선들은 한번 한국에 도착할 때마다 세론에 수백억의 돈을 안겨 주는 복덩이들이었다.
“돈이 넘쳐나는구나.”
22척의 배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순수익만 무려 4천4백억 원.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인 세론 그룹의 다른 계열사 순이익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조선소에 그렇게 돈을 쏟아붓고도 돈이 남아돌 지경.
하지만 이걸로 만족할 수는 없지.
“배는 잘 만들어지고 있죠?”
1번 배는 애초에 실험작이고, 2번과 7번까지의 1기 선박들은 쓸 만하긴 했지만 상당한 하자가 존재했다.
특히 계속해서 운용할수록 예상치 못한 하자들이 지금까지도 하나씩 툭툭 튀어나오는 수준.
하지만 1기의 문제를 보강한 2기는 상태가 상당히 괜찮아졌고, 3기의 경우엔 장철웅이 이 정도면 평균 수준은 된다 인정했을 정도로 나쁘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당연하게도 현재 만들고 있는 4기는 더욱더 하자를 보완해서 만들고 있으니, 이제 세론 조선은 무지성으로 배를 찍어 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
“예. 현재 공정률 20퍼센트로 3기보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장철웅 부장 예상에 의하면 대략 일주일 정도 시간을 당길 수 있을 거라 합니다. 대략 한 달 반이면 완성될 것 같습니다.”
아무려면 똑같은 배를 하자 보수만해 가며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안 빨라지면 그게 이상한 거지.
“아. 그리고 최근 구리와 아연의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희 때문인 것 같은데요.”
최근 공급 부족 문제로 구리 같은 금속류는 물론 밀이나 대두 같은 농작물까지 대부분의 원자재가 계속해서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며 상승하던 중이었다.
원래 원자재라는 게 생산량을 늘리고 싶다 해서 단기간에 확확 늘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전문가들 대부분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거라 전망했는데, 유독 구리와 아연만 갑자기 상승폭이 둔화된 상황.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세론 개발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많이 캐 왔나요?”
“교수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 생산량이라면 지상의 광산에서 광부 2~3만 명이 동원돼야 할 수준이라고요.”
먼 옛날 화산이 분출되며 그 용암에 녹아 있던 무겁고 귀한 광물들이 바닷물에 급속도로 식으며 그대로 굳어 퇴적된 해저광물.
그렇기에 해저광물은 일반 광산 대비 순도가 거의 100배에 달했고, 거기에 더해 키만 수 미터에 달하는 대형 채굴용 스켈레톤이 더해지자 말도 안 되는 효율이 나온다.
“구리만 해도 이미 전 세계 생산량의 2.5퍼센트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와. 미쳤네.”
고작 스켈레톤 330으로 세계 생산량의 2.5퍼센트라니.
“이러다 가격이 오히려 떨어지겠는데요.”
“아마 배를 계속 늘리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을 겁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어차피 너무 많이 올랐으니 조금 떨어지는 정도야 상관없겠죠.”
가격이 갑자기 10분의 1 토막 나는 수준만 아니라면 지금 내 입장에선 무조건 생산량을 늘리는 게 이득이니까.
“아. 그리고 제련소 쪽에서 아마 5기나 6기쯤이면 해외 광물 수입을 완전히 중단해도 될 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오오!”
한국의 제련소는 그동안 해외 광산에서 채굴된 광물을 수입해 와 순도 99.9퍼센트 수준으로 제련하여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 왔다.
그런데 그때 등장한 게 세론 개발의 해저광물.
수입해 와야 하기에 물류비가 드는 해외 광물들과 다르게 이미 운반선으로 한국에 도착한 상태에서 파는 데다, 순도도 높아 제련 비용이 절약되는 등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해외 광물을 압도하니 제련소들이 탐을 낼 수밖에.
당연히 제련소들은 세론 개발과 거래하며 해저광물로 해외 광물을 대체해 나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 5기나 6기쯤 되면 해외 광물 전부를 해저광물로 대체하게 된다는 거다.
즉, 구리와 아연에 한해서 완전한 자급자족이 된다는 말.
“이야. 한국이 원자재 자급자족을 다 하게 되네.”
이건 전부 내 덕이잖아?
물론 나도 돈 벌려고 하는 짓이긴 하지만.
“어? 그런데 잠깐만요. 그럼 국내에서 더 이상 해저광물 소화를 못 한다는 소리 아닙니까?”
“맞습니다.”
“확장 계획은 없대요?”
“있긴 한데, 계획 수립부터 완공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해저광물만으로 포화되어 버린 한국 제련소들.
당연하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수출 각이구나.”
한국에서는 더 이상 소화할 수 없는 해저광물.
그렇다면 해외 제련소에 팔아야지.
물로 내가 제련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기존 제련소가 단순 확장하는 데만 2년이 걸린다는 것처럼 제련소는 워낙 덩치가 크기에 아무리 나라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해저 자원을 캐서 파는 데 집중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지.
“좋아요. 스켈레톤 더 투입해서 배 빨리 만들라 하세요.”
무조건 많이 그리고 빨리.
“알겠습니다.”
살다 살다 한국이 자원을 수출하는 날도 오네.
이게 전부 내 덕분이라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격 좀 싸게 줘도 되니까 무조건 많이 캐서 많이 팝시다!”
*
세론 특유의 스켈레톤 물량 공세로 순식간에 배를 찍어 낸 세론 조선.
그렇게 5기에 이르러선 똑같은 설계에 완전히 숙달된 직원들과 스켈레톤의 물량 공세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무려 한달 만에 배를 찍어 내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5기를 넘고 6기, 7기로 가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세론.
“일본 제련소에서 납품 받겠다고 합니다.”
시세보다 5퍼센트 정도 저렴한 가격에 넘겨준다고 하자 한국처럼 자원이 없기는 매한가지인 일본 제련소들 역시 너도나도 환영하며 거래를 튼다.
“굿굿.”
어차피 나야 물에 떨어져 있는 걸 주워다 파는 수준이니 까짓것 5퍼센트 정도는 하나도 안 아깝단 말이지.
물론 그 여파로 최근 구리와 아연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걸 넘어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보합세를 유지하기 시작했지만.
아마 몇 기만 더 늘려도 국제가격이 아예 차츰차츰 떨어질 것 같지만, 그거야 뭐 이미 예상한 거잖아?
“아. 그리고 일본 제련소를 통해서 연락을 받았는데, 일본 정부 역시 해저 채굴권을 가진 지역이 있다며 세론 개발과의 합작을 희망한다고 합니다.”
우리 쪽 채굴하는 것도 배가 없어서 못 하는 판국인데, 다른 나라랑 이걸 나눠야 할 이유가 없지.
물론 무작정 거절하지는 않는다.
“합작회사는 거절. 대신 일본에서 배 구해 주고 세론 개발 일본 법인이 자체적으로 캐서 파는 건 오케이.”
한마디로 배랑 개발권을 주면 우리가 전부 알아서 하겠다는 말이었다.
물론 일본 법인인 만큼 형식적으로 일본 회사기는 하지만, 결국 그 광물을 쥐고 흔드는 건 세론 본사니까.
이 정도라면 해 줄 만하잖아?
당연히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득될 게 거의 없으니 거절하겠지만.
“그렇게 통보하겠습니다.”
그렇게 마무리한 그때.
회사 내선 전화로 연락이 온다.
“예.”
-회장님, 회장님을 찾아온 분이 계십니다. 화련광업주식회사라는 중국 회사 사람이라는데, 어떻게 할까요?
광업주식회사?
광물을 사 가는 제련소가 아니라 광물을 캐는 경쟁업체의 등장이라.
뭔가 느낌이 팍 오는데?
뻔한 내용일 것 같긴 한데, 만나나 보지, 뭐.
나 중국에서 S급 몬스터 사체 매입 거절한 거 아직 안 잊었다고.
“들어오라 하세요.”
*
“반갑습니다, 회장님. 김태령 경리라고 합니다.”
“경리요?”
“참고로 중국에서 경리는 한국의 이사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그렇구나. 그나저나 한국말 잘하시네요.”
김태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조선족이라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세론 개발의 해저 채굴이 워낙 인상 깊어 인사도 드릴 겸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뭐, 잘나가고 있긴 하죠.”
“참고로 저희 화령광업은 하북성에서 광산업을 하고 있는 중국의 2위 업체입니다. 주력은 아연으로, 한 해 채굴량만 300만 톤에 이르죠.”
“300만?”
그 정도면 거의 전 세계 아연 채굴량의 20퍼센트에 달하는 수준.
이제 겨우 5퍼센트를 간신히 넘긴 세론 개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었다.
“대단하시네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한 세론 개발이 더욱 대단하지요.”
그나저나 의외로 되게 저자세네.
“세론은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로 해저 자원을 채굴하고 있습니다. 그 양이 워낙 엄청나기에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구리와 아연 이 두 개만 상승을 멈추고 오히려 하락하기 일보 직전이 되었고요.”
오호.
이제 본론인가.
“당연히 저희 화령광업도 가격 상승을 기대했다가 공급 물량 증가로 상승이 멈춰 좀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건 저희뿐만 아니라 세계에 있는 모든 아연 채굴 기업들이 공통으로 겪는 일이기도 하고. 즉, 모두가 불행해지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김태령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세계 아연 연맹에 가입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그게 뭔데.
세상에 그런 조합이 있었어?
“물론 비공식 조합이긴 하지만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아연 채굴 기업은 모두 속해 있다 보시면 됩니다.”
비공식이라.
“하는 일이 뭔데요.”
김태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연 채굴 기업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만드는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뭐, 간단하게 말해서 적당히 시장 상황에 따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율하는 거죠. 그리고 세론 개발 역시 여기에 낄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 판단되어 이렇게 제안을 하는 겁니다.”
의견을 주고받아 조율한다?
“그건 카르텔 아닙니까?”
세계 아연 연맹이란 거창한 용어의 비공식 모임은 바로 카르텔이었다.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을 담합하여 이득을 취하는 모임.
“꼭 나쁘게 보실 일만은 아닙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자원으로 이득을 취하는 게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해저에는 널린 게 자원인데요.”
“···물론 세론 개발은 그렇겠지요. 하지만 무분별한 생산량 증가는 필연적으로 가격 하락을 야기하고, 그로 인해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세론 역시도 해저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할 것 아닙니까. 아연 가격이 떨어져 그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정말 나 걱정해 주는 것 맞아?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뭐, 들어간다 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각 기업들의 상황에 맞춰 적당한 물량을 나누어 가지는 겁니다.”
“아하. 자체 쿼터제를 실시한다?”
“물론 한창 성장 중인 세론이기에 무슨 심정이실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상생을 위해선 서로 양보하는 부분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요. 그래서 저희 아연 연맹에서 세론에 상당한 양보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태령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맹 소속 회사들 모두 자체적으로 최대 7퍼센트씩 생산량을 감축하겠습니다. 그리고 세론에게 그 7퍼센트를 드리지요.”
“세계 생산량 기준?”
“당연합니다.”
“오호?”
제법 통 크게 준비해 왔는데?
이제 겨우 5퍼센트인데 무려 7퍼센트까지 생산량을 늘리도록 배려해 준다니.
이거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는 7퍼센트로 만족할 생각이 없는데.
“그 쿼터 기준이면 두어 달 안에 도달할 것 같은데.”
“대신 모든 아연 채굴 회사들과 동지가 될 수 있지요.”
“동지돼서 가격 담합이나 하자고요?”
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관심 없으니 가세요.”
김태령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는 무슨. 고작 7퍼센트 먹을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어요. 그 뭐냐. 화령이 20퍼센트라고요? 그걸 다 주면 고려해 보고.”
“···자만심이 지나치시군요. 아무리 세론 개발이라 해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예, 예. 가 보세요.”
그러곤 밖으로 나간 김태령.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조용히 있을 리가 없지.”
카르텔로 뭉쳐서 잘 해 먹고 있었는데 갑툭튀 한 세론 개발 때문에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
짜증 나겠지.
그래서 회유를 시도해 본 거고.
근데 상대를 잘못 골랐다.
“한번 해보자고, 누가 이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