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73)
73화
김덕배와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많은 취재진이 앞다퉈 나를 향해 질문을 쏟아 낸다.
보아하니 대충이라도 답해 주지 않으면 계속 막아 세울 기세.
“질문 몇 가지만 대답해 드리고 가겠습니다. 먼저 이쪽분.”
그러자 지목당한 기자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한지혁 회장님! 이번 SS급 게이트 공략 중 스켈레톤이 이틀간 산발적으로 멈춰 서며 부상설이 대두됐는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것 아닙니다. 몬스터와의 싸움이 워낙 격렬해 마력이 부족해져 공급이 원할하지 못했던 것뿐이니까요. 보시다시피 뭐.”
나는 몸 이곳저곳을 툭툭 치며 말했다.
“부상 입은 곳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자, 다음 기자분.”
그러자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밀며 말했다.
“이번 일로 한 회장님 개인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세론의 한계를 보여 주는 사건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은데요. 이번처럼 한 회장님에게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기는 리스크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
솔직히 맞는 말은 맞는 말이지.
정확히 말해서 나보다는 세론과 관련 있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덜어 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나야 수명도 길고 죽지 않을 자신도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 불안감은 곧 세론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지.
그러니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그 불안감을 달래 준다.
“그렇지 않아도 저 역시 이번 일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민간인이지만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걸요.”
“그건 앞으로 SS급 게이트 같은 위험한 곳에 가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니지.
언데드 군단이 나오면 그곳이 어디든 간에 나는 무조건 개입할 거니까.
그렇기에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내가 설령 사라지더라도 최소한 현상 유지는 가능하다는 확신이다.
나는 김덕배를 보며 말했다.
“인공 정수 남은 것 있나요?”
“두 개 남아 있습니다.”
“하나만 줘 보세요.”
그렇게 김덕배에게서 인공 정수를 받아 든 나는 기자들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이건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매입해 만든 인공 정수입니다. 저는 이 인공 정수로 제가 없어도 스켈레톤이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볼 생각입니다.”
“예?”
“현재 저는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매입해 인공 정수를 만든 다음 이 인공 정수를 흡수해 스켈레톤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이걸 조금 비틀어 스켈레톤들이 직접 이 인공 정수로부터 에너지를 공급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겠다는 말입니다.”
달래기 위해 한 말이지만 이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내 언데드 군단의 마력이 대체되어 몬스터화되었듯 마력의 공급자를 내가 아닌 인공 정수로 바꾸는 것뿐이니까.
이렇게 되면 정말로 기계가 기름이나 전기가 공급돼야 작동하듯 스켈레톤 역시 인공 정수의 마력을 주유 받아야만 작동하는 시스템이 완성된다.
물론 추가로 새로운 스켈레톤을 만드는 건 여전히 나만 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걸 유지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스켈레톤은 제가 아닌 인공 정수의 마력으로 작동되니 이번처럼 제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마력 공급이 불안정해질 일이 없죠.”
그때 다른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인공 정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발전소 사업도 진행 중인데.”
“당연히 그렇죠.”
“그럼 이제 전북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에너지 매입 사업이 도입되는 겁니까?”
현재 세론 그룹은 하루 딱 300만 명분의 에너지만 매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에너지 판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지며 너도나도 자기들 지역에 설치해 달라 요구하는 상황.
“그렇죠? 늘리긴 늘려야 하니.”
내 긍정적인 반응에 기자들은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을 최우선 대상으로 생각 중이십니까?”
“일단 두 곳을 생각 중입니다.”
“두 곳이요?”
“하나는 우선 충남권. 전북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통망도 잘되어 있어 고려 중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딥니까?”
“그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중국입니다.”
*
세론 그룹 본사에 도착하자 나를 마중 온 내 측근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걱정했습니다, 회장님.”
나는 사람들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며 말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갑자기 스켈레톤이 멈춰 서며 엄청 쫄렸을 테니까.
강찬수가 김덕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부회장님이 중심 잡고 침착하게 대처해 주신 덕분에 불안하지만 참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김덕배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다 사전에 회장님이 지시하신 것들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지시를 받았든 어찌 됐든 다들 불안한 상황에서 침착······.”
“그만, 그만. 오늘은 회장님 돌아오신 걸 축하하는 날인데, 왜 자꾸 딴소리야?”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부회장님이고 사장님들이고, 다들 잘했어요. 자, 나머지 이야기는 회의실 가서 하죠.”
그렇게 사람들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한 나.
자리에 앉은 나는 간단하게 그간의 상황을 전달했다.
“···해서 중국과의 공조로 몬스터를 처리했고, 중국은 저에 대한 우호의 표시로 그간 올려놨던 관세를 철폐하고 에너지 매입 사업에도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입막음의 대가를 몬스터 처리에 대한 보답으로 바꿔 설명한 나.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빛을 발하는 법이니 굳이 사업과 관련 없는 내용을 알려 줄 필요는 없으니까.
“물론 조건은 있습니다.”
중국이 나를 공격하려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에너지 때문이었다.
이 에너지에 중국이 종속되면 가뜩이나 세론에게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휘둘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예 나를 죽여서 없던 일로 만들려 했는데 실패한 상황.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중국은 나와 협상을 하여 양보하는 대신 다른 조건을 걸었다.
“에너지 매입은 중국 정부와 협의하여 지정된 지역에서만 진행할 것.”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막을 방법이 없으니 최소한 지역 관리만큼은 정부가 직접 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매입 가격을 낮출 것.”
그러자 김덕배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낮추라고요? 더 올리는 게 아니고?”
“예.”
중국 정부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중국 사람들이 에너지 매입으로 얻는 수익에 의존하여 세론에게 휘둘릴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협상에서 기상천외한 방법을 가지고 온 중국.
“원래 중국 회사랑 계약한 게 5만 원이었잖아요? 그중 3천 원을 중국 회사가 먹고 4만 7천을 사람들에게 주는 식으로. 그런데 그걸 사람들에게 1만 5천 원 주고 중국 정부에 3만 5천 원 주는 식으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한국으로 따지면 지금 한 달 21만 원이 6만 원 수준이 된다는 말인데, 이렇게 되면 참여율도 저조해질 테니 해 볼 만하다 이거지.
거기에 추가로 중국 정부는 정부대로 돈도 챙길 수 있고.
물론 당연하게도 내가 중국 정부 좋은 일을 해 줄 리가 없잖아?
“그래서 제가 잘 협상해 가지고 사람들에게 2만 5천 주고, 중국 정부가 아니라 저와 중국 정부가 공동으로 심사를 봐서 통과된 운영사에 3천 원 수수료를 지불하는 걸로 최종 합의 했습니다.”
솔직히 1만 5천 원은 너무 적단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월급의 10퍼센트 수준은 되어야 약간의 귀찮음 정도는 무릅쓸 테니까.
그래서 정한 게 2만 5천 원.
“그나저나 원래 저희 계획은 한국에 먼저 에너지 매입을 전부 도입한 다음 해외로 진출하는 것 아니였습니까?”
“원래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의 일환으로 시작된 에너지 매입 사업.
그걸 사람들이 마치 복지 혜택처럼 생각하자 한국의 민심을 잡자는 생각으로 해외 진출은 나중으로 미뤘지만, 지금 급한 건 민심이 아니라 인공 정수 수급량이니까.
발전소도 만들어야 하고 기자들에게 말한 스켈레톤 유지 시스템도 도입해야 하며, 무엇보다 지금 아공간에 200이 넘는 A급 이상 고위 각성자의 사체가 쌓여 있는데 빨리 정수를 사 모아서 스켈레톤 군단에 편입해야 될 것 아니야.
각성자들의 권능 조종 방법 등등 해야 할 일은 미친 듯이 많은데 인공 정수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걸 비싼 한국의 마력만으로 충당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이번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 대비 거의 10분의 1 가격으로 마력 매입이 가능해지니 이 모든 걸 더욱 빨리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인공 정수가 대량으로 필요해요. 그러니 중국과 한국 모두 동시에 사업을 진행합니다.”
한국은 민심 달래기용, 중국은 저렴한 마력 대량 공급용.
내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일단 1차로 중국과 협의를 본 내용.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추가로 중국이 준 선물은 많습니다. 중국 현지 진출 기업의 이전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해저 자원 일부의 채굴권 등등······.”
그간 해외 기업 이전을 늦추기 위해 각종 불이익과 압박을 가하던 공산당.
하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거기에 더해 일부기는 하지만 해저 자원 채굴권까지 가져왔다.
이 채굴권은 심지어 중국 정부에 지정된 사업비만 내면 채굴된 광물이 전부 세론 몫이 되는 비공개 계약까지 해 뒀으니 엄청난 이득이 되겠지.
“일단 여기까지가 공식적인 선물. 그다음은 비공식적인 비밀 선물입니다. 해외 계좌에 있는 중국의 자금 일부를 투자 명목으로 세론에게 빌려줄 겁니다.”
이건 중국 정부의 비밀 자금이기에 말이 빌려주는 거지, 사실상 나에게 주는 배상금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중국 정부가 쌓아 두었던 몬스터 정수 비축 물량의 일부도 받아 왔죠. 추가로······.”
그렇게 중국 정부가 나에게 주기로 한 목록을 쭉 나열해 주자 사람들이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그, 그렇게 많이 준다고요?”
“도대체 얼마나 강한 몬스터였길래 이렇게까지······.”
아주 강한 몬스터였지.
중국이 200이 넘는 고위 각성자를 갈아 넣었을 만큼.
“아. 그리고 소개가 늦었네요.”
나는 여지껏 아무 말 없이 나를 따라온 박인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SS급 게이트에서 박인귀 길드장님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이 두터워져서 말이죠. 그래서 제가 설득해 한국으로 모셔 왔습니다. 조만간 정식으로 한국에 귀화할 겁니다.”
내 말에 박인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한국의 7번째 SS급?”
흠······.
중국에서 SS급을 무더기로 만나고 나니 한국 SS급 숫자가 왜 이렇게 초라해 보이냐.
아무튼.
“자! 중국에서 선물 보따리를 워낙 많이 받아 와서 할 일이 많습니다. 다들 본격적으로 일해 보자고요.”
그러자 잠시 침묵하던 김덕배가 말했다.
“회장님.”
“말씀하세요.”
“일을 하기 전에 제 취임식 때 말했던 것처럼 다 같이 휴가 한번 다녀오는 게 어떨까요.”
“휴가요?”
그러고 보니 휴가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이번 일이 터진 거잖아.
“예. 가까운 곳에 가서 며칠만이라도 머리를 식히고 오는 겁니다. 저희도 저희지만 회장님께서 게이트로 들어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셨는데, 조금이라도 쉬셔야지요.”
“음······.”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오케이. 일도 마무리됐겠다, 가서 제대로 쉬다 오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여기 있는 모두들 스켈레톤이 멈춰 서며 협력사와 계약관계의 회사들로부터 쉴 새 없이 연락을 받았을 거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계약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 등등.
당연히 본인들도 어떻게 된 일인지를 모르니 그 과정에서 곤욕이란 곤욕은 모두 치렀겠지.
아무튼 그렇게 고생했는데 가끔은 한번씩 풀어 주는 것도 괜찮잖아?
어차피 중국에서 인공 정수가 공급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 그사이에 잠깐 놀다 오지, 뭐.
“오! 정말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휴가 계획 잡아 보세요. 대신 너무 오래는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빨리 전화해서 와이프한테 스케줄 비우라고 해야겠군요.”
아.
그러고 보니 가족들도 동반해서 가자고 했었지?
“어디로 가지?”
“오래는 안 된다니 너무 멀리는 좀 그런데.”
그렇게 본격적으로 휴가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이번에 한번 제대로 즐겨 봅시다.”
*
그렇게 긴 회의 끝에 정해진 휴가 장소는 바로 제주도.
뭔가 재벌 회장과 그 측근들의 첫 가족 여행지라기엔 조금 허무한 건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함께 온 사람들 모두 그룹의 핵심 인원들이기에 동시에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가장 가까운 제주도로 정했지.
하지만 나는 매우 만족했다.
“제주도 좋다.”
지구로 돌아온 이후 첫 여행다운 여행인 데다 나는 무려 제주도 자체가 처음이었으니까.
나는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며 말했다.
“가끔 이렇게 여유로운 것도 나쁘지 않네.”
그렇게 여유를 즐기던 그때.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그 아주머니는 바로 백상호가 가족 여행이라며 모시고 온 어머니.
“저희 아들놈이 사람 노릇 하는 건 전부 회장님 덕입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내 손을 잡고 감사를 표하시더니 그 후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이러신다.
“아닙니다. 백 센터장님 실력이 출중한 덕분이죠.”
“출중하다니요, 집에서 매일 게임만 하던 놈인데. 그랬던 놈이 회장님 덕분에 이렇게 출세도 하고······.”
그때 백상호가 한걸음에 달려와 어머니를 제지하며 말했다.
“엄마!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이놈아! 내 감사한 마음을 표하려면 백번 천번도 모자라!”
“이러면 회장님이 쉬실 수가 없잖아! 제발 그만하고 일로 와!”
그렇게 백상호에게 어디론가 끌려가는 어머니.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보기 좋네.”
자식을 위하는 어머니라.
나는 내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기에 느껴 본 적 없는 감정.
나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나도 자식 생기면 저렇게 될까?”
잠시 고민해 봤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다, 자식은 무슨. 나보다 먼저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아.”
내가 자식을 낳았다 해서 내 자식도 나처럼 대마법사 수준에 오른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럼 내가 죽기도 전에 내 자식과 내 자식의 손자까지 수명이 다할지도 모른다는 소린데, 그 끔찍한 걸 어떻게 버텨 내나.
그냥 나는 역시 혼자가 편하다.
“그나저나 사체를 전부 스켈레톤으로 만들고 나면 인공 정수가 남겠는데?”
저렴한 가격의 중국 인공 정수의 대량 공급.
당장에야 고위급 스켈레톤을 만드는 데 사용되겠지만, 사체가 모두 사용되고 나면 인공 정수가 남을 거란 말이지.
물론 발전소가 대규모로 만들어져 본격 가동 되면 충분히 소진이 가능하지만, 그건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새로운 발전소가 나오면 석탄 같은 구형 발전소는 도태될 텐데, 그 과정에서 거래처와의 계약 문제 그리고 직원의 이직 등 처리할 게 많아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까.
그래서 정부도 몇 년에 걸쳐서 천천히 대체하자 이야기했고.
거기에 스켈레톤 유지 시스템에도 정수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건 소모량 자체가 그리 많지 않으니 이것만으론 부족하단 말이지.
“정수 어디 써먹을 곳 없나?”
그렇다고 세론 그룹의 자금력이 무한한 것도 아니라 무작정 쌓아 놓을 수만도 없는 노릇.
역시 가장 좋은 건 발전소처럼 사이클을 만드는 거다.
사람들에게서 마력을 사고 그 마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다시 사람들에게 파는 순환 사이클.
이 사이클을 키우면 키울수록 돈도 벌고 더 많은 마력을 구할 수 있으니 최고지.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또 일 생각 하고 있네. 쉬자, 쉬어.”
그렇게 다시 쉬는 데 열중하려던 그때.
“애가 떠내려간다!”
그 소리에 몸을 일으켜 바다를 보니 한 아이가 튜브에 몸을 맡기고 바다 저 멀리까지 떠내려가 있는 게 아닌가.
“어떡해!”
“119에 신고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그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멈춰 서더니 허공에 떠오른 아이.
그러곤 두둥실 떠서 나에게 날아와 내 옆에 사뿐히 착지한다.
그 모습을 본 젊은 부부가 다가와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 회장님!”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별것 아닙니다.”
“별것 아니라니요! 회장님이 아니었으면 애를 잃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요!”
진짜 별것 아닌데.
플라이를 시전해서 데려온 것뿐이니까.
“그냥 다음부터 주의하세요. 바다에 애를 혼자 두는 건 좀 그렇잖아요?”
젊은 부부가 연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이를 챙겨 어디론가 간 젊은 부부.
그때 그 모습을 본 김덕배가 다가와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별것도 아닌데요, 뭐.”
“회장님에게야 별게 아닌 거지, 저희 같은 일반인에게는 아니니까요.”
김덕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럴 때는 정말 각성자가 부럽습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척척 해내니까요.”
부럽다라······.
“오호?”
생각해 보면 각성자도 결국 신체 내부에 마법 무구를 탑재한 존재나 다름없지 않나.
그들이 가진 권능은 그저 딱 정해져 있는 범주 안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니까.
물론 직접 확인한 나는 마법과 권능이 마력을 동력원으로 삼는 것만 같을 뿐 나머지는 전부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둘 다 거기서 거기란 말이지.
그럼 이렇게 된 거, 남는 인공 정수로 방금전 플라이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마법 위주로 마법 무구 만들어서 팔아 봐?
“잘 팔릴 것 같은데.”
그런 다음 인공 정수의 마력이 모두 소진되었을 때 다른 인공 정수로 갈아 끼우는 방식이면 완벽하지 않나.
이러면 사람들에게 마력을 사서 그걸 마법 무구 동력원으로 다시 되파는 사이클이 완성되니까.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이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좋고, 나는 남은 인공 정수로 돈 벌어서 좋고.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거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