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rminally ill genius survives RAW novel - Chapter 459
◈ 천동(天動) (3)
불현듯 옆에서 소천무적이 피식 웃었다. 정연신의 기색이 바뀌었음을 눈치챈 걸까. 그녀는 거침없이 고개를 돌렸다.
[난 천하가 망했으면 좋겠는데.]오뚝한 코끝이 정연시의 뺨을 스친다. 무인들의 불문율을 어기다 못해 간합 자체를 짓뭉개버리는 품행.
말 그대로 불가에서 이르는 천마파순(天魔波旬)처럼, 그녀는 악랄하게 귀엣말을 속삭였다.
[기어이 여기서 나가려는 걸 보니, 네 생각은 다른가 보군?]정연신은 삼봉진인의 철검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만 열었다.
“천하가 왜 망해야 하지?”
[저 망할 하늘이 우리에게 내린 천명대로 살자는 거다. 원치도 않았던 자질을 타고난 대가로 곧 요절하게 생겼으니까.]등선했든 살아있든.
고금을 통틀어 동격에 가까운 자질을 지닌 이들이 셋이나 모인 자리였다. 동굴의 눅눅한 어둠이 천하 기재의 속내를 들어올린다.
어딘지 모를 석벽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이슬 소리. 당대 명교주는 마침내 자신의 본심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魔).
명교주가 웃었다.
[애송아, 나는 진실로 저 하늘을 느끼고 있다. 천명이란 것은 실제로 존재해. 상단전의 공능이 극에 이르면, 온 천하가 실뭉치처럼 복잡하게 덩어리진 운명이란 걸 깨닫게 되지. 그 속에 우리의 역할은 없어. 달마와 삼봉, 그리고 본교의 초대 천마께 허락된 천명이 우리에겐 이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천운마저 타고난 일세의 호걸이지만, 우린 그저 역사의 디딤돌이 되어 사라질 운명이야.]사락.
그녀는 정연신의 어깨를 툭 밀어내며 두어 걸음 멀어졌다. 순간 본체도 똑같이 움직인 것처럼 흰 소맷자락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어느새 그녀의 손목에선 새까만 마기가 명멸하고 있었다. 마(魔)의 화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농밀했다.
[우리가 귀천해도 천하는 이어진다.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우린 죽음이란 심연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테고, 이 짧은 생애 탓에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한 세상은 강물처럼 흘러가겠지.]“계속 우리, 우리 거리지 마라.”
정연신은 이제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소천무적이 태모산성주에게 협조적인 이유. 그녀는 천하를 길동무로 삼고자 한다.
교룡을 불러낸다는 암천제의 호룡술식이 그 수단 중 하나인 것이다. 모종의 수법으로 죽음을 유예하고 있다가 정신이 돌아버린 듯했다.
사마외도였다.
정연신은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친우가 없나 보군.”
[뭐?]“봉양받아야 할 양친께서도 눈을 감으신 모양이지.”
지키고 싶은 게 없으니 가능한 생각이 아닐까. 정연신은 삼봉진인의 철검을 눈에 새기며 그리 추측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소천무적의 귀신에게서 신경을 껐다. 광인과 상종해서 될 일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음에선 검 한 자루가 점차 선명해지고 있었다.
칼날 이곳저곳에 이가 나간데다 검신의 태반이 녹슬어버린 검. 삼봉진인이 생전에 도가 삼청력을 두르고 휘둘렀을 송문고검의 쇳내가 콧속으로, 머릿속으로 파고든다.
그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고 생각했다.
인간의 축기량에는 한계가 있다. 명교주 소천무적이 한없이 무한에 가까운 마기(魔氣)를 지닌 듯해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진실로 그럴 수는 없다.
‘다만…….’
그녀의 내가공부가 경지에 이르러 빛살 같은 축기를 자아내는 것일 뿐이다.
축기량이 공력의 소모량을 웃도는 경우. 심지어 소천무적은 그렇게 받아들인 기운을 숨 쉬듯이 마기로 탈바꿈시킨다.
정연신보다 세 살이나 많은 전(前) 천하제일기재는 괴물이 맞다.
그리고.
삼봉진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유능제강과 사량발천근. 한 줌의 진기로 강맹한 힘을 흘리고 감당하는 묘리. 무당의 개파조사는 그러한 유(流)의 이치를 태극이란 이름으로 집대성했다.
게다가 도가 삼청력쯤 되는 힘을 인간의 한계까지 쌓아올렸다면,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어떤 강공도 삼봉진인에게 닿지 못했으리라.
그 흔적이 눈앞에 존재한다.
옛부터 삼라만상의 근원을 상징해 온 태극.
뼈만 남은 이무기의 시체에 그것이 덧씌워져 있었다.
장차 용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괴력난신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거대한 원을 그려낸 삼봉진인의 일검에 굴복하고 말았다.
기다란 몸통의 주변으로 깊게 패인 땅이 돋보인다. 삼봉진인의 경파가 남긴 검흔(劍痕)이었다. 태극의 결이기도 했다.
전부 보인다.
각기 다른 흐름을 크게 아우르는 묘리가. 천고의 신공절학으로 이름 높은 무당파 양의심공이 저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불초 후배가 한 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정연신은 생각했다.
그것은 대선배를 향한 공경의 염이었다. 굳이 겸손을 생각하지 않아도, 커다란 동질감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겸허해졌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삼봉진인은 검을 남겨두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혹시 외조부가 건네준 이무기 내단의 파편 덕에 강물에서 이곳으로 휩쓸려 온 건 아닌지.
많은 의문을 접었다.
정연신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일몰이 스치면 또 하루가 줄어든다.”
정연신은 신공으로 호흡하는 무인이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에도 영성이 실린다.
심지어 술법무공을 익힌 자들이 내뱉는 진언보다도 신묘한 기질이 짙다. 심장의 광륜이 회전하지 않는 지금, 말로써 운기의 동력을 대체할 만했다.
“볕과 달이 오고 가는 흐름은 물결과 같으나, 이 몸은 여울을 거스르는 연어만 못하다.”
능법광륜기의 구결. 토납법에 힘을 싣는 도입부다. 심법의 기반이 동공인지라 운기 중에 입을 열어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술법사들이 염불마냥 외는 진언의 장점을 취하는 게 가능했다.
대번에 소천무적의 반응이 돌아왔다.
[너무 대범한데?]정연신은 그녀를 염려하지 않았다.
운기 경로를 모르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구절이다. 심지어 능법광륜기는 십이경맥과 삼백육십오 개의 혈도, 그 이상으로 많은 세맥을 휘돌아 완성된다.
이 구결을 어느 흐름에서 어떤 의념으로 짰는지 설명해 줄 마음도 없다.
따라서 일기를 중얼거리는 것과 같다.
“역천을 소망하되 하늘의 섭리를 따른다. 발버둥 쳐도 거스르지 못한다.”
술법사들마냥 말에 의념을 집중시키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우웅.
동굴의 공기가 잔잔하게 떨린다. 곧이어 축축한 기운이 들숨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천극문주의 검격을 수복하느라 공허해진 몸 때문일까. 운기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내 번뇌는 오롯이 짧은 윤회를 불태우고자 하는 욕망이니.
부처의 수레바퀴를 빌려와 디딤돌로 쓰리라.
소천무적은 어느 순간부터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 속에서 정연신의 음성만 웅웅거렸다.
정해진 명운이 하늘의 율법이라면.
[…….]“난 언제고 그 법도를 넘어서서…….”
후우웅―
몸을 중심으로 돌개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무기의 뼈가 조금씩 덜그럭거렸다.
정연신이 일으킨 기류는 그 기다란 골격을 따라 원을 그려 갔다. 동굴 바닥에 스며 있던 수증기가 희끄무레하게 퍼졌다.
반대로 정연신의 뇌리에는 철검의 심상이, 그 칼 아래의 태극이 스며들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체내에 깃든다. 느릿하게나마 산들바람처럼 일어난 기운이 전신 경혈과 세맥에서 물결치고.
[법도를 넘어서서…?]소천무적이 묘한 음성으로 말꼬리를 잡았지만, 정연신은 더 이상 구결을 읊지 않았다. 심법이 기세를 탔기 때문이다.
쿠궁.
눈앞에서 뼈로 이루어진 이무기가 몸부림친다. 축기의 여파였다.
하지만 정연신의 시선은 그 두개골에 꽂힌 철검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 눈길은 한 번도 틀어진 적이 없었다.
“……!”
정연신은 불현듯 두 가지 인기척을 느꼈다.
소천무적이 아니다.
양옆에서 올곧게 허리를 펴고 있는 두 사람. 한쪽은 부채를, 한쪽은 검을 들었다.
심상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명교주만큼이나 선명했다. 함께 존재할 수가 없는 이들인데도.
스윽.
정연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이어 이무기의 두개골에 박혀 있던 철검이 부르르 떨렸다.
* * *
오솔길이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입으로 질겅이던 청년이 문득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눈 아래는 짙게 그늘져 있었지만, 눈매 자체가 무뎌 보이지는 않았다. 황 자가 새겨진 청색 장포도 귀공자의 복식처럼 화려했다. 청년이 지닌 기질 탓이었다.
“노망난 조부께 걸려버렸군요.”
“하! 건방진 놈, 네놈이 어딜 가든 결국엔 내 손안이다.”
청년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그와 놀랍도록 닮은 황포의 사내가 나뭇가지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어디서부터 따라오셨던 겁니까?”
“늘 붙어 있었다. 우리 같은 무림 강호의 호족들은 하나같이 후계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지 않느냐? 그보다…….”
전대 황보가주, 신수혜왕 황보곤이 씩 웃었다.
“가는 방향이 다른 게 아니냐? 북쪽에서 무얼 하려고?”
“아실 것 없습니다.”
“역시 입황성은 번잡스러운 문파다. 자색이 죽었는데도 네놈처럼 굴러다녀야 하는구나. 이토록 넓은 천하를 지켜야 한다니, 내 후기지수일 적부터 생각했다만 터무니없는 의무다. 추모할 시간도 없지 않느냐?”
“…….”
태염룡은 다시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부의 신랄한 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무엇이 남았느냐? 네 대주는 애석하게도 천극문주와 암천제에게 명을 달리했다. 나도 받은 것이 있으니 마땅히 복수를 해 주고 싶다만, 그 둘이 상대라면 섶을 지고 불지옥으로 뛰어드는 격이지. 내가 한창일 때도 괴물이었던 자들이니라.”
“안 죽었습니다.”
“뭐라?”
“귀천해도 제가 먼저지, 앞날 창창한 자색이 먼저 갈 리 없지요. 몸소 후손을 만들 용기도 없는 조부님이 함부로 헤아릴 인물은 아닙니다.”
“도망치는 주제에 혀는 잘도 나불거리는구나.”
“도망…?”
“그 아해의 죽음을 확인하기 두려운 게 아니냐?”
“북방, 빙궁.”
“……?”
“소손의 임무지입니다.”
순간 황보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빙궁이 널 들여보내 줄 리가 있느냐? 세가가 온전할 적에도 불가능했던 일이다. 하물며 제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반푼이가 거기서 뭘 할 수 있을까? 내공만 무식하게 많아선 삼화취정도 이루지 못한 놈이.”
태염룡은 대답하지 않고 오른발로 땅을 찍었다.
쿵!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난 순간, 그의 몸도 쏜살처럼 멀어졌다. 막대한 축기량 덕에 가능한 경공이었다.
황보세가의 여조천왕경(麗藻天王經)에서 비롯된 파동이 북쪽으로 길게 이어졌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렷다.”
뒷짐을 진 황보곤이 그 뒤를 따랐다.
* * *
길고 하얀 손가락이 황금빛 팔걸이를 두드렸다.
툭, 툭.
울림이 깊다. 거대한 대전에 황제의 신하들마냥 늘어서 있던 술법사들이 분분히 고개를 숙인다.
암천제의 손자로서 새로이 소성주가 된 초일서가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뺨 한쪽에 길고 붉게 새겨진 상처를 드러낸 채였다.
“만천화우.”
그가 중얼거렸다.
“당가주가 올 줄은 몰랐다. 거리가 얼마인데…….”
사천에서 항주까지면 숫제 나라를 가로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림 고수가 아니고선 미친 짓에 가깝다.
심지어 강호인조차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다. 어떤 괴력난신을 만나서 죽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세태였다.
“놈들의 동향은?”
“여전히 마검 여뢰가 꽂힌 저잣거리를 점거 중입니다. 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당가주와 화산잠룡이 모두 그러합니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그자들이 죽을 자리를 찾아왔군.”
초일서의 입매에 사나운 웃음이 맺혔다.
앞서 그가 대동하고 있던 술법사들은 모두 태모산성의 정예고수다.
물론 그들 개개인은 당가주에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문파 비전의 벽천구궁진(霹天九窮陣)을 발동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옥 같은 만천화우 속에서도 몸을 빼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들은 한몸이 되어 후퇴했고, 당가주와 화산잠룡에게 자그마한 땅을 내줬다. 물론 당가주는 마검을 뽑지 못했다.
죽은 광야일멸은 괴력난신에 가까운 자였다.
입황성 자색의 애검이라면 법보가 되고도 남는다. 그처럼 신묘한 현상이 효력을 다하기엔 아직은 일렀다.
천극문주라면 능히 뽑고도 남을 테지만, 그는 광야일멸의 병장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성주께서는?”
“여전히 칩거 중이십니다.”
“호법 무인들에게 경계를 단단히 하라 일러라. 내 미리 언질을 받은 바, 슬슬 호룡술식이 절정에 도달하고 있을 것이다.”
“예.”
“천극문에도 소식이 전해졌을 텐데.”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빌어먹을 것들. 천중오검객도 마찬가지냐?”
“뇌검(雷劍)과 망인존(網刃尊)은 마검 여뢰를 본 뒤 짧은 폐관수련에 들었습니다. 곧 출관할 예정이라 합니다.”
“삼술대좌의 빈자리가 크구나…….”
초일서는 작게 탄식하면서도 조바심을 갖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자들이다.
태모산성은 광야일멸의 죽음에서 비롯될 여파를 헤아려 뒀다. 조금쯤 오산이 있을지언정 결과적으로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많이 올수록 좋다. 자색의 죽음에 원한을 품은 내가고수들이라면, 그 축기량도 범상치 않을 테니까.
“이제.”
초일서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묻지 않은 일에 대한 보고를 듣겠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정한 자태로 서 있던 술법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손을 올렸다. 배운 자들 특유의 몸가짐. 천극문과는 달랐다.
태모산성의 제자들은 천재지변에 대해 무한한 탐구심을 지니고 있지만, 명령을 받지 않으면 섣불리 감정을 드러내거나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도식적인 격조라고 해도 옳았다.
하지만 초일서는 미간을 모았다. 전에 없던 광경이 어떤 불안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암천제에게 모든 권한을 건네받은 자로서, 사실상 광활한 항주 땅의 지배자나 다름 없는 입장이었다.
초일서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명했다. 한 명씩 이야기하라고.
술법사들이 입을 뗐다. 고저 없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들이 차례대로 흘러나왔다.
“옛 소흥에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외벽과 내벽을 포함한 소흥성의 성곽이 투창 한 번에 무너졌다고 합니다. 궁명왕과 대립 중이던 입황신창이 왕명을 무시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본성 가흥지부와 그들 산하의 문파, 흑건문(黑建門), 괴호살막(怪虎殺幕), 교잔파(僑殘派), 분도방(奮刀幇), 소산술문(素山術門) 등 삼백여 무인들이 격살당했습니다. 적포 독안의 여인이 그들의 시체로 산을 쌓고 반나절째 누워있다는 첩보입니다. 안법사(眼法士)가 이르길 절세고수라 했습니다.”
“입황성 청안마검이 절강의 물길을 틀어막았습니다. 만상수로채의 배 두 척이 일격에 침몰당했다는데, 삼화취정의 경지로 추측됩니다.”
“아홉 개의 매듭을 허리에 단 거지가 순안현에서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천극문주의 행선지와 같습니다. 부딪치기까지 하루를 헤아리고 있습니다.”
“소림 방장의 남하 소식이 급보로 들어왔습니다. 남경에 몸높이 십여 장에 이르는 인면지주 셋의 시체가…….”
“절강성 순무(巡撫:최고 지방관)의 항의가 정식 서한으로 당도했습니다. 민심을 살필 수 없게 되었으니 마땅히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전언입니다.”
그들과 달리 초일서는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장기말과 달리 후계자로 키워진 까닭이다. 그는 어느새 희게 질린 얼굴로 지필묵을 들었다.
지급(至急:매우 급함).
첫 글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