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rminally ill genius survives RAW novel - Chapter 587
◈ 북제의 성 (2)
* * *
하얀 빛무리로 가득 찬 평야였다.
“썩을.”
칼에 찔린 태염룡이 대(大)자로 크게 누워버린 한편, 네 개의 새까만 옷자락이 정연신을 둘러싸고 휘날린다.
저마다 흙먼지가 은은한 황톳빛으로 묻은 장포들. 몹시 급박했던 경공 질주의 흔적이었다.
마광익주 청명.
광검대주 학소선.
창천대주 한철목(韓徹穆).
순천익주 남궁화신.
“…….”
본래 모일 수 없었던 이들이 모였는데, 막상 소집령을 발동한 정연신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대주들의 고절한 안법은 어린 상관의 몸에 새겨진 신공(神功)들의 흔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굵은 발경력을 동반한 권법에 몇 번 격타당했는지, 가느다란 궤적상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뻗어 나왔을 절세 각법(脚法)에 관절을 어느 정도로 짓밟혔을지, 그 와중에 또 얼마나 먼 거리를 반복적으로 이동했는지, 끝으로 북방제일인의 출수가 몸 안팎을 얼마나 헤집었는지.
중요한 일이었다.
마경 강호. 믿을 자가 없다.
대주들이 스스로 처방을 내리고, 조악한 의술로나마 정연신을 호전시켜야 했다. 남녘 강호에서도 찾기 힘든 신의(神醫)를 북방 땅에서 수배할 수는 없을 테니까.
기껏 의원을 찾아서 데려온다 한들, 그 의원이 침 대신 칼을 꽂을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주들은 잠시나마 정연신의 몰골을 먼저 눈에 새겨뒀다.
미미하게나마 아직까지도 곳곳이 주름진 자줏빛 옷매, 움푹 들어간 옆구리, 온갖 형태로 피를 흘려내는 상처들까지.
“미친…….”
광검대주 학소선이 헛웃음을 흘린다.
몸 전체가 초월자들의 비급이었다. 일개 강호가 아니라 제국(帝國) 단위로 천하를 움직이는 육원성군들의 흔적.
이 순간 대주들 말고도 수백의 청색고수가 정연신을 바라보고 있다. 기재 아닌 자가 없는 천하제일방파의 무인들.
“결국, 여기까지 오셨다.”
“열여덟의 연배에.”
“너희는 용천혈을 풀어둬라. 요족 놈들이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형공허 같은 것을 남발할 수는 없다.”
이제 ‘대리’라는 직함은 입황성 고수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이내 학소선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됐다. 수습하자.”
그녀는 오늘 처음 본 정연신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어떤 흔적을 더듬는 듯한 눈길인데, 설령 어린 상관에게 의식이 있었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광검대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경이로운 흔적이었소.”
담담히 말한 창천대주 한철목이 정연신을 향해 움직였다. 안아 들기 위함이었다.
한편 순천익주 남궁화신은 이제 정연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신검대의 깃발을 땅에서 쩌적 뽑아냈다.
동시에 또 다른 흑색이 청색고수들의 틈을 비집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푸른 무복 위에 까만 장포를 대충 걸친 채였다.
저벅.
핏자국이 묻은 흑색의 영웅건을 이마에 두른 청년이었다. 분명히 호쾌한 인상인데, 몸에선 은은한 혈향을 풍겼다.
임시 보혈대주 헌원창.
다수에게 전달되는 전음으로 청색 선배들의 전열을 가다듬다가 이제야 온 것이다. 다른 대주들은 수하들의 통솔에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었다.
“내게 주시오.”
대주들에게 다가선 헌원창이 남궁화신의 신검대 깃발을 힐끗하곤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헌원창은 미미하게 고개를 갸웃하는 한편으로, 조심스럽게 발아래의 피투성이 육신을 들어 안았다.
정연신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노쇠한 몸. 앞서 그를 구하고 쓰러진 검성 현소백이다. 맥박이 극도로 희미하게 뛰고 있었다.
“정 공만 보는 줄 알았는데, 그새 타혈(打穴)들을 해 놓으셨군. 어차피 임시방편이지만….”
헌원창이 중얼거렸다. 흑색 선배들이 지풍으로 검성의 혈도를 두드려 뒀음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스윽.
정연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마광익주 청명이, 그제야 헌원창에게 고개를 돌린다.
늘 미소를 그리던 청명의 입매는 여느 때와 달리 내려앉아 있었다. 서늘한 무표정이라고 해도 옳았다.
“왜 그래? 너도 봐두지 않고.”
청명이 물었다.
헌원창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베고 찌를 놈도 없는데 수명이 깎이면 손해 아닙니까? 칠 할의 금제도 상대를 눈앞에 대령해야 의미가 있지요.”
몸에 걸린 살문의 금제, 즉 칠주금혈대법(七柱禁穴大法)을 무의식중에 또 풀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것은 헌원창이 삼화취정에 성큼 가까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크게 화가 난 것만으로 내공의 흐름이 특정 방식을 취한다? 정기신 합일에 발을 들이기 직전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한편, 그때까지도 용희명은 느긋하게 수하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입매에 묘한 미소를 띤 채였다.
“기가 막히는군.”
짐짓 허탈하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한쪽 소매를 크게 떨친다.
“해명이나 들어보자. 당최 무슨 연유와 배짱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쿵!
정연신의 천령개(天靈蓋:머리뼈 윗면의 후측)에 강력한 장풍이 떨어졌다.
순간 청명과 헌원창은 물론 창천대주 한철목까지 홱 고개를 틀었는데, 용희명은 그들의 시선에 어깨만 한 번 으쓱할 뿐이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본인이 때려 달라 했다.”
곧이어 그가 작게 뇌까린다. 누가 단주인지….
하지만 효험이 있었다.
“……!”
정연신의 눈에 초점이 맺혔던 것이다. 영성이 어린 신공 장법 덕분인데, 태례장(太霓掌)의 장력을 뼛속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탓이기도 했다.
언젠가 호신강기를 시험한다는 명목으로 용희명에게 얻어맞은 일격이었다.
“망할….”
정연신의 입 밖으로 무의식이 흘러나오다가 거짓말처럼 멎었다. 쏟아지는 시선들을 의식한 것이다.
본성 동료들의 얼굴이 새까만 눈동자에 거울마냥 담겼다.
충만하다 못해 정연신의 눈동자가 모자랐다. 이내 그의 피 맺힌 입꼬리가 미미하게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검성, 어르신은……?”
그가 뚝뚝 끊어지는 음성으로 물었다.
대답은 노검객을 안아 든 헌원창에게서 나왔다.
“기식이 너무 미약하오. 곧… 귀천하실지도 모르겠소. 진맥으로 짐작건대, 사흘 내에 정해질 거요.”
헌원창은 한중 무림맹회 때 이미 검성과 안면을 튼 사이였다. 목소리가 침중할 수밖에 없었다.
“…….”
청광평에서 싸움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감기지 않았던 정연신의 속눈썹이 처음으로 길게 내려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럴 수는 없었다.
용희명의 천령개 내려치기는 임시방편이었다. 큰 충격에 정신이 잠깐 번쩍 든 것뿐이다.
의식을 붙잡기 힘든 것은 정연신도 마찬가지였다.
“…열 호흡 뒤에, 다시 혼절할 겁니다. 하지만… 쓰러진 채 역루성으로 돌아가선, 안 됩니다. 저는 늘 만전이어야 하니, 스스로 걷는 모습을 만들어 주십시오.”
용희명에게 그간의 사정을 해명하기보단, 일문(一門)의 수장 된 자격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검성 어르신의 곁을 지켜야겠으니, 제가 온전히 빠르게 일어날 수 있도록 모든 영단과 요상약을 지원해 주십시오. 소빈이에게 일러 정가동공의 구결을 필사하라고도 전해 주시고….”
거기까지였다.
정연신의 눈에서 다시금 초점이 사라진 것이다. 완전히 의식이 날아갔다.
그는 신검단주였다.
“하.”
온몸이 구름마냥 불안하게 일렁이고 있는 용희명은, 이내 웃고 말았다.
* * *
역루성.
드넓은 청광평의 옆자리에 세워진 터전으로, 희끗한 모래바람을 커다랗게 두른 대도시다.
규모로 따지면 마경을 통틀어 열 손가락의 말석. 이제는 명실상부한 야율왕의 영토이기도 했다.
노리는 자들이 많다.
장성 이북은 거친 땅이다. 수기(水氣)가 드물어 지면이 쩍쩍 갈라져 있지만, 생사결과 정복에서 함성으로 이어지는 기쁨이 메마른 대지를 적셔 왔다.
같은 맥락에서 정연신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굶주린 강자들이 야율왕의 세력에게 호승심을 드러낸 것이다.
왕을 모시지 않고 스스로 군영을 꾸린 군주들부터, 휘풍령에 소속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북왕들까지도 그랬다.
모두가 점령을 원하는 건 아니다.
그 밖에도 취할 것이 많았다. 야율왕의 제자라고 알려진 소녀, 대전사 밤하늘의 검, 천둥을 부르는 권장법, 그중 무엇 하나라도 헤집거나 얻었을 때 돌아올 충족감과 명성까지. 말 그대로 마경(魔境)이다. 가장 호전적인 대지였다.
그 와중에 청광평에서 벌어진 대전(大戰).
육원성군이 대거 참전할 만큼 큰 싸움이었다. 당연히 역루성에서도 관측이 가능했고, 안법을 연성한 강자들에게는 더욱 선명하게 비쳤다.
당장 역루성의 성곽도 마찬가지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 청광평에서 승전한 자들… 천하의 정세는 저기서부터 많은 방면으로 바뀔 거다.”
여러 병졸들과 함께 지평선 쪽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사내가 천천히 내뱉었다. 그리고 욕설을 덧붙였다. 빌어먹을.
거적때기 비단옷을 걸친 중년인이었다.
북녘 문지기.
언젠가 야율왕과 그 제자의 신분을 보장한 인물이다. 오래 전 명나라에서 올라왔기에 북방 출신들과 달리 짧은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금종오(金從旿).
복건 복주부(福州府) 사람으로, 머나먼 장강 이남에서 올라왔다.
무공 연원은 남파권종(南波拳宗). 말 그대로 남해의 파도에 올라탄 주먹을 뜻한다. 달리 문파의 이름이기도 했다.
마경에 이르기 전에는 오랜 시간을 협객으로 행세했다. 머나먼 복건성 동단에서 약탈을 일삼던 왜구들이 느리게나마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였다.
많은 곡절이 있었다.
우연찮게 천하목의 움직임에 휩쓸려 명족 마을로 진입했다가, 보아선 안 될 무언가를 목도하자마자 튕겨 나오기도 했다.
끝내 북방으로 올라와서는 투신에게만 이야기해 준 일이었다.
—너 또한 이 땅의 아들이다.
이야기를 들은 투신의 대답이었다.
지금에 이르러 육원성군과 적대하게 될 줄은 몰랐다. 큰 흐름에 휩쓸린 셈이었고, 그 격류의 이름은 야율이었다.
“평야 끄트머리에서 회군 중인 치극군이 보인다. 치극부마… 저놈은 도무지 큰 흐름에 휘말리지 않는군. 천룡대의 살귀가 왔으니 금세 죽을 놈임은 분명한데…….”
금종오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이들이 많다.
역루성의 성곽을 채운 북방 강호인들. 본래는 염열신왕을 모셨으나, 그녀의 죽음과 함께 자연스레 야율왕의 휘하로 자리 잡은 이들이었다.
북방의 거친 풍토에 익숙하고, 요족들의 약육강식 풍습을 숭상하는 마경 강호인들.
별생각이 없다. 흐르는 대로 산다.
야율왕이 요족의 기질을 지녔기에 그들 역시 역루성을 떠나지 않았고, 그래서 오래된 북왕인 육원성군들을 지원하는 일도 없었다. 그저 성을 지키기만 했다.
바로 지금처럼.
“저놈, 마마광멸도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금종오가 수하에게 물었다.
이 순간 성문 앞까지 크게 뭉클거리며 다가온 먼지구름을 보면서였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발경력의 여파인데, 당연스럽게도 내부에 큰 군집의 강호인들이 있었다.
“장성을 넘어온 남녘의 도망자들을 기마군세로 몰아넣은 듯합니다. 하나같이 고명한 가문 출신에, 심지어 하북팽가의 인물도 섞여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보니 당대 팽가주는 포위망을 빠져나간 듯합니다만….”
“팔가(八家)까지…?”
성에서 훤히 내려다보인다.
백수십의 기마군세를 이끌면서, 등 뒤의 도(刀)는 뽑을 생각도 없이 언월도를 호쾌하게 돌리고 있는 마마광멸도.
요족만큼 큰 체구였다.
민무늬 가면을 쓴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가공할 무공에 공포를 덧대는 행색.
과장할 것도 없었다.
제대로 배운 기마군세를 대전사 격의 강자가 이끈다면, 그것은 이미 장성에도 통할 만한 재앙이니까.
그럼에도 내내 청광평의 싸움에 참전하지 않았다.
호시탐탐 역루성을 노리는 강자들이 있었던 탓인데, 그것이 핑계에 불과한지 진심인지는 누구도 모를 노릇이었다.
한편 기마 고수들에게 포위당한 무리는 십여 명에 불과했다.
잘 정리된 소맷단이나 화려한 문양이 음각된 칼자루 따위가 돋보이는데, 하나같이 풍요로운 땅에서 올라왔음을 짐작할 만했다.
남녘 강호인들.
중앙에 훤칠한 소년 도사가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신검(神劍) 한 자루를 든 채였다. 굉장히 서늘한 무표정으로.
“화산파…?”
몸놀림이 대단했다.
연신 땅에서 꺼지듯 사라졌다가 기마군세의 맥을 끊는 지점에 나타나길 반복한다.
일검(一劍)을 내칠 때면 여러 갈래의 궤적이 뻗어 나왔고, 꽃잎처럼 흐리게 명멸한 검격 경파에 꼭 핏물이 터졌다.
쾅! 쩌저정!
크게 투레질하는 말들.
마마광멸도가 스스로 아군을 헤쳐야 자신에게 당도할 수 있도록 움직인다. 모든 검로가 천재적이었다.
“야율왕의 우군인가?”
“저 정도 전력들이 속속 합류한다면, 정말로 휘풍령에 대항할 수 있을지도….”
역루성의 성곽에서 온갖 행색을 지닌 이들이 수군거렸다.
성에 소속된 무인이 아니라 세상을 주유하는 북방 강호인들. 저마다 천하 정세를 예리하게 헤아리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휘풍령에 대항한다고? 소리동굴의 북왕이 몇 명인 줄은 아는가?”
“옳다.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라도 벌려거든,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전력이 완성되어야 해. 역루성은 오래 머물 곳이 못 된다.”
“야율왕 말고, 저 자색 옷의 절대강자를 봐라. 지원군으로 저만한 초월자는 또 없겠지만, 분명히 곡절이 있는 몰골이다. 이곳에 오래 머물지 못해.”
그들의 말대로였다.
두두두두두―!
화산파 도사를 비롯한 남녘 무림인들은 기마군세에 완전히 휩쓸렸다. 쉴 새 없이 땅을 때리던 진각 소리도 멎었다.
마마광멸도가 무슨 요량으로 그들을 덮친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일종의 경비대장으로서 이방인들을 가두고 볼 셈이었는지, 끝내 북방제일인과 반목한 야율왕에게 등 돌리고자 안전하게 인질을 잡기 위함이었는지.
무엇이든 가능했다.
마마광멸도의 내공방벽과 달음박질은 뭇 북왕들마저 크게 인정할 정도였으니까.
이내 근접 박투의 지근거리까지 기마들에게 포위당한 남녘 강호인들은 몸부림치며 외쳤다.
“팽가의 변절자! 이거 놔라!”
“당신을 용봉지회에서 본 적이 있다! 정녕 ‘북왕’의 흉험한 아가리에 강호 동도들을 들이밀 셈인가!”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화산파 도장을 비롯한 일부였다. 오래된 전통의 신공(神功)으로 묵묵히 기회를 노린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청광평을 빠져나갈 심산인데, 특히 화산잠룡 유현의 암향표(暗香飄) 보신경이 시간을 오래 끌고 만 참이었다.
그를 내려다보는 마마광멸도의 손등에서 핏줄이 돋았다. 당장이라도 내려쳐 죽일 낌새였다.
그때 불현듯.
저벅.
천천히 들려왔다. 청광평 싸움에서 승전한 이들의 접근인데, 수백에 가까운 걸음 소리는 무공군세가 따로 없었다.
순간 마마광멸도의 가면 주변부 살갗이 허옇게 물들었다. 민무늬 가면 안쪽에서 중년인의 음성이 흘러나온 것도 동시였다.
“실로 압도적인 무공군세다. 저런 인망이 또 어디에 있는가.”
“……?”
“마경의 황제. 참된 북제께서 오셨다.”
기마무인들이 하나둘씩 길을 열었고, 이내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자줏빛 장포를 걸친 정연신이 만인의 숭배를 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유현은 잠시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