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첫 번째 생일 (5)
당분간 바깥사정 따윈 나 몰라라하고 하루하루 뒹굴며 유모가 먹여주는 밥만 냠냠 하면서 지낼 무렵.
오늘도 어김없이 배부르고, 등은 따시시 하고, 만족하면서 낮잠이나자 볼까 하는데.
“……다아?”
응? 왠지 바깥이 조금 소란스럽다.
병사들이 순회 돌 시간은 아니지?
시녀들이 청소할 때도 아니고.
대충 기척은 두 명.
성인 한 명과…… 나머지 한 명은 발걸음이 가볍군.
아이인가.
거기에 왠지 낯설지만,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누구더라? 가물가물한데.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두 개의 기척 사이에 울 엄마의 발소리가 들렸다.
만일을 대비해서 엄마와 유모의 기척은 확실하게 외워 뒀다.
발소리가 일정한 걸 보니 적어도 불청객은 아니다.
그럼 누구지?
방문이 열리더니, 이내 엄마의 안내를 받으며 그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피넬리아 님?!”
나를 돌보고 있던 유모가 들어온 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도 따라서 놀랐다.
과연. 그래서 기척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나.
우리 궁에 찾아온 손님은 다름 아닌 왕의 후궁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딸인 여자아이.
그때 봤던 형제 중 넷째였을 것이다.
분명 순서로 따지면 제2 공주였지?
덤으로 내 볼때기를 말랑말랑 주무르기도 했지.
“피넬리아 님?! 죄송합니다! 미처 준비를……
갑작스러운 후궁의 방문에 유모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유모는 아무런 말도 전해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다른 이에겐 말하지 않고 찾아온 거니까.”
후궁…… 피넬리아던가?
그녀가 차분한 말투로 유모를 타일렀다.
“역시…… 미리 말씀을 해 주셨으면 준비를 했을 텐데요.”
엄마 역시 지금은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놀랐던 모양이다.
피넬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분께는 가능한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무슨 뜻이지?
아무래도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는 따로 있는지 피넬리아는 유모에게 자신의 아이 제2 공주를 눈짓으로 가리키고는, 그 여자아이를 유모에게 잠시 맡겼다.
그러고는 엄마와 같이 옆방으로 단둘이 향했다.
‘까, 깜짝 놀랐어……
리파나는 마음속으로 식은땀을 폭포수마냥 흘리고 있었다.
갑자기 시녀 중 한 명이 안색이 새파래진 채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피넬리아가 찾아왔다고 몰래 전했을 때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사실 그녀는 다른 후궁들과는 그다지 긴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서열이 가장 밑인데다가, 특히 시녀 출신이란 점 때문에 다른 후궁들이 리파나를 껄끄럽게 여기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피넬리아와는 다른 후 궁들보다는 더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서열로는 세 번째.
표정의 기복이 적고 말도 그렇게 많지 않다.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무슨 이유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직접 나와 그녀를 맞이 했다.
어쨌거나 자신보다 위의 서열의 후 궁이니까.
소홀히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지?’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았다.
시녀가 차를 내오기까지 기다리며 리파나는 속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미리 예고라면 하면 모를까, 갑자기 불쑥 찾아온 만큼 피넬리아의 의도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겠지?’
아무래도 그게 좋겠다 생각한 리파 나가 말을 걸기 전 먼저 심호흡을 하려던 때.
“……미안해.”
“크홉?! 아훗?! 커흠?!”
전혀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피넬리아가 꺼낸 짧은 한마디에 완전히 허를 찔린 리파나가 기침을 했다.
다행히 딱 맞춰서 시녀가 차를 가지고 나왔다.
차를 목구멍에 넘기고 나서야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 괜찮아?”
“네.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댁이 뜬금없는 소릴 하는 바람에 놀랐잖아요! 하고 말할 수 없기에 리파나는 그저 웃으며 얼버무렸다.
“저…… 무슨 말씀이신가요?”
“반년 전일……
피넬리아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리파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년 전?
“?????? 설마.”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했더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제야 리파나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이해했다.
반년 전 예산 횡령 건.
지금 그것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그걸 사과하러 오신건가요?”
조심스레 묻자 피넬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그 당시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알아듣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리파나는 끝까지 입을 다물고 들었다.
피넬리아 켄제스트.
과거, 한창 대륙에 전란이 끊이지 않던 시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공을 세운 가문이다.
지금도 그들 선조의 업적을 소재로한 동화마저 나올 정도니 얼마나 큰 위업을 세웠는지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옛 영광일 뿐, 몰락할 대로 몰락한 이름뿐인 가문이다.
한동안 무에 재능이 있는 사내아이가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총명한 아이는 얼마든지 태어났지만 정작 무예를 계승할 재능을 가진 아이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위상을 잃어 갔다.
최근에는 결국 빛까지 생겨 버린 바람에 가문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마저도 위태로워진다는 소문을 듣긴했다.
“……가문 때문이었나요.”
최근에 들어서는 정말로 위험해지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런 상황에서 제안을 받은 것이 이번 횡령에 관한 것이었다.
즈
피넬리아는 가문의 빛의 변제를 위해서 이번 횡령에 끼어들 수밖에 없던 것이다.
물론 그거 좀 빼돌린다고 빚을 갚을 수 있을 리는 없지만…….
적어도 이건에 발을 담그고 못 본 척하는 대가로 추가로 무언가가 덤이 따라왔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리파나가 잠시 고심하고 있자 피넬리아는 품에서 웬 가죽 자루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자루 안에 들은 것은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의 금화였다.
“피넬리아 님? 이건……
“돌려줄게…… 이걸 준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 의미로 짐작컨대 아마 이게 피넬리아가 빼돌린 몫의 금화일 것이다.
“용서해 달란 의미는 아니야. 그래도……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만을 미워했으면 해.”
그녀의 시선은 아이들이 있는 방안을 향했다.
그런 거구나…….
리파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더러운 감정싸움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거기에 왕가쯤 되면 후궁들의 알력 다툼은 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이 어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거무튀튀한 감정을 품게 해 주고 싶지 않다는 건가.
이해는 하지만…….
리파나는 잠시 고민하다 금화 주머니를 도로 밀었다.
무슨 짓인지 묻고 싶은 듯이 피넬리아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괜찮아요. 그리고 이건 받지 않을 게요. 왜냐하면 피넬리아 님은 횡령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요.”
피넬리아가 당혹스러운 듯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리파나는 그녀가 털어 놓은 일에 대해 듣지 못한 척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원래부터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빼돌렸던 그녀가 이걸 돌려준다는 의미, 그걸 알고 있기에 리파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동정할 필요는 없어.”
“동정이 아니에요.”
리파나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 이렇게 말할게요. 전 당신을 적대하고 싶지 않아요.”
피넬리아가 멍하니 리파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래도 받지 않겠다면……
리파나는 금화 주머니를 살짝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가 다시 밀었다.
“제 친애의 표시라고 생각해 주세요. 당신을 위한 선물, 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스스로 말하고도 조금 창피한 듯이 미소 짓는다.
지금 이 돈을…… 화해의 의미로 사용하겠다는 건가?
“그리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
뭐?”
“저희 궁에 예산이 적은 이유……
말이에요.”
더더욱 할 말이 없어졌다.
이유를 알고 있다니…….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곤 있지만 누가 무엇을 저질렀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분의 성격은…… 제가 잘 아니까요……. 그래도 시녀였으니까요.”
“……그래. 넌…… 그분의……
누구라 말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후궁들은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리파나는 원래 왕비의 시녀였다.
그러다가 국왕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아렐을 임신하게 되어 후궁이 된 것이다.
그렇다는 건 누구보다 왕비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이가 다름 아닌 리파나 자신이라는 의미였다.
“그분께 미움 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젠 아니에요.”
리파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렐도 있으니까요……. 더 이상 그분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하게 둘순 없으니까요.”
그녀는 적의 본성을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잘 아는 만큼 앞으로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아렐의 탄생 기념 연회때의 왕비의 반응.
그녀의 미소를 보는 순간 리파나는 순간 호흡이 멎는 줄 알았다.
그동안은 자신이나 아렐이 그저 견제할 가치도 없는 위치에 있었기에 안심했지만 앞으로도 방심하고 지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그녀나름대로 깨달았다.
그렇기에 리파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이젠 지켜보기만 하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경고의 의미도 있다.
한 번은 봐주나, 두 번은 없다.
그때 국왕이 했던 말처럼.
“그러니 피넬리아 님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단순한 호의 때문만은 아니다.
만일을 위해…… 언젠가.
정말로 궁지에 몰렸을 때 자신의 손을 잡아 줄 이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리파나는 피넬리아를 용서한다.
이 금화는 용서하기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그녀와 적절한 친분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인 셈이다.
“응.”
잠시 가만히 리파나를 응시하던 피넬리아는 이윽고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하앙? 그렇게 된 거였군.
방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지만 나 정도면 충분히 들을 수 있기에 모든 사정을 대강 이해했다.
그보다 내가 놀란 건…….
……엄마? 설마 전부 알고 있었던 거였나요?
듣던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그때 왕비를 대하는 엄마의 반응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설마 엄마가 그 여자의 시녀였을 줄이야…….
정확하게 누구라고 언급한 건 아니라고 해도 뉘앙스를 들어 보면 무엇을 말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그래서 엄마가 왕비를 껄끄러워했었군.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횡령에 가담한 피넬리아 후궁에 대해서도 제아무리 집안 사정과 입장때문이라지만, 괘씸하긴 했다.
그러나 엄마가 그녀를 용서했고 거기에 엄마도 엄마 나름의 생각이 있는 거 같으니 나로선 일단 지켜봐야겠지.
거기에 만일을 위해 신경 써서 엿들었지만 그 피넬리아라는 여자에게 선 그다지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내버려 둬도 괜찮을 듯싶었다.
그럼…… 이제 나도 현재 봉착한 문제에 직면해야 하나.
식은땀을 흘리며 눈앞에 현실을 다시 봤다.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빤히 바라보며 조금씩 다가오는 물빛 머리카락의 여자애를 봤다.
쟤 그러니까 제2 공주였지?
왜 이렇게 되었냐면…….
울 엄마와 후궁…… 피넬리아 아줌마가 서로 이야기하러 들어간 뒤였다.
“와아!”
나를 발견한 제2 공주는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나를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는 갑자기 난간을 붙잡고 기어 올라오는 게 아닌가.
얘가 위험하게 뭘 하는 거야?
내 걱정과 다르게 단번에 침대 위로 올라왔다.
어린데도 운동신경 한 번 참 유망하군, 이라면서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갑자기 내 성역을 침범당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그리고 나와 제2 공주는 지금과 같이 서로 마주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