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전쟁의 결말 ⑴
에르네시아 왕국군이 계속해서 승전보를 울리는 곳은 북동부 전선뿐이 아니었다.
남부 전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렐에게 제공받은 대형 석궁과 장비 등을 운용하기 시작한 덕에 북동부 전선과 비슷할 정도로 삼국 동맹군을 연이어서 박살 내고 또 박살 냈다.
그 기막힌 현실을 앞에 두고 삼국동맹의 장들은 매번 패전 소식을 보고받을 때마다 어금니가 닳도록 이를 악물어야 했다.
원래부터 전쟁에 노련한 고위 기사와 국왕 테오넬이 직접 지휘하는 남부 전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북동부 전선까지 패착을 거 듭할 줄이야.
이쯤 되면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자신만만했던 그들이라 해도 이 불리하게 흐르는 전황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메르만 제국의 황제. 체데란 아므레트 자닐.
비록 고령이지만 여느 건장한 사내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카리 스마를 지닌 그 노인은 지금 점점 깊어지는 주름이 더 깊어지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지금 그는 다른 신하들은커녕 하인 들까지 들이지 않은 방 안에 홀로 앉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혼잣말은 아니었다.
그의 앞에는 사각형의 형태를 띤반투명한 물체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선 다른 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은 장거리 대화가 가능하도록 개발된 통신구다.
“이쪽도 같은 푸념을 하고 싶소……
마찬가지로 침통한 목소리.
같은 의미의 한숨 소리를 흘리고 있는 상대방은 데마니엘 왕국의 국왕이다.
이번 전쟁에 같이 뛰어든 든든한 파트너여야 했지만.
지금은 어찌 된 영문인지 같이 한숨이나 쉬는 늙은이에 불과한 처지다.
“……한탄하는 것보다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 대화에 끼어 있는 또 한 명, 세제펜 공국의 대공 아드란 역시 가능한 담담한 말투를 유지하려 하나 희미하게 피로가 묻어 나오고 있다.
다른 두 왕들의 심정 역시 답답하기 그지없겠지만, 직접 총지휘를 하는 입장인 그 역시 더 짜증이 나면 났지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
“그대의 요청대로 전군을 동원했소. 그런데도 이런 결과라니……
황제는 말끝을 흐렸다.
이번 전군 동원령 자체가 그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추가 병력을 가장 많이 짜내야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가장 많은 노예의 수를 보유한 메르만 제국이었다. 당연히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모를까, 패전한다면 과연 손실된 노예들의 노동력은 어떻게 메꿀 것인가.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패전을 거듭하여 계속해서 그 귀중한 병력을 잃어 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승리한다면 모를까.
패배한다면…… 그 뒤에는 심각한 암운만이 낄 뿐이다.
“……그 점에는 저도 면목이 없습니다. 변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드란은 딱히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선택지가 없던 것도 사실이다.
전군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이미 지금쯤 되레 에르네시아 왕국의 병력이 자신들의 국경에 몰려들었을 것이다.
어차피 패배한다면 온 힘을 쥐어짜지 않아도 앞날은 흐리다.
그렇지만 결국 그런 판단을 내리고도 패전을 거듭한 입장이니 할 말이 없다.
“지금 그를 탓해 봐야 의미가 없지 않겠소?”
결국 듣다 못한 데마니엘 왕국의 국왕이 중재를 해야 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오.”
지금 이 비밀 통신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누구의 책임이다, 운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앞으로의 대책을 위해서였다.
“……딱히 그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었소.”
황제 역시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저 답답한 심정에 자신도 모르게 순간 머릿속이 흐릿해졌을 뿐.
“아드란 공이 보기엔 앞으로 어찌 될 거 같소?”
“……솔직한 의견을 원하십니까?”
자국의 기사도 아닌 타국의 대공에게의견을 묻는다.
정말로 듣고 싶은가?
아드란의 말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주시게.”
어차피 이미 한 배를 탄 사이가 아닌가.
거리낄 것도 없다.
굳이 겉치레는 필요 없다.
솔직한 의견을 듣고,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의견을 나누기 위해 굳이 비싸고 마나도 어지간히 잡아먹는 통신구를 사용했다.
그제야 아드란은 솔직하게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이미 결과는 패전에 가깝습니다.”
대군의 절반가량이 손실되었다.
이미 아군의 사기도 반 토막이 나 있다.
“문제는 현재 병력으로는 제아무리 운영을 한다 하더라도 에르네시아왕국의 병기를 당해 낼 수 없다는 겁니다.”
가장 성가신 게 그 대형 화살을 쉴 새 없이 날리는 석궁이다.
처음 그것에 쓴맛을 본 이후로 밀정을 이용해 간신히 그것의 정체를밝? 혀내고는 경악했다.
“……그것도 그 아렐이라는 꼬맹이가 만든 것이라고 들었네.”
“믿을 수 없지만 사실입니다.”
밀정들이 목숨을 걸고 그 대형 석궁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뒤 그들은 어떻게든 비슷하게라도 흉내 내려 했지만.
단기간에는 불가능했다.
비용이야 어떻게든 충당하겠는데.
대체 무슨 구조를 가지면 그 정도 연사가 가능한 병기가 탄생하는지, 자국 내 어느 기술자도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느 장인이 이리 말했네.”
데마니엘 왕국 내 장인은 밀정들이 가져온 보고서를 거듭 읽어 보고는 이리 말했다.
“그걸 설계한 이는 괴물이라고.”
다른 두 사람은 침묵했다.
동의하게 되는 순간 그걸로 머릿속의 무언가가 꺾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참을 침묵 후 황제는 간신히……
어떤 말을 꺼냈다.
“만일 지금이라도 군사를 물린다면 어찌 되겠는가?”
“폐하?”
전혀 의외인 의견이 나오자 아드란은 놀란 목소리를 냈다.
다름 아닌 제국의 황제가 약한 소릴 낸 것이다.
물론 비밀 연락이니 할 수 있는 말이다.
행여나 신하들 앞에서라도 이런 소릴 할 수는 없겠지.
같은 심정을 지닌 지도자들끼리니 낼 수 있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데마니엘 왕국의 국왕과 아드란 대공은 약한 소리다 비난하기보다는 내심 황제의 의견에 동감했다.
지금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은 메르만 제국이다.
만약 이 이상 병력을 잃는다면 당장 내년 농사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될 판국이다.
그 점에선 데마니엘 왕국도, 세제펜 공국도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어느 쪽도 끝장입니다.”
그러나 패배를 인정하는 것만은 안된다.
이미 억지에 가까운 선전포고를 하여 전쟁을 일으켰다.
여기서 패전을 인정한다면 그 뒷감당은 어찌할 것인가.
최소한 국민들의 여론은 완전히 자신들에게서 돌아설 것이다.
처음부터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었다.
물론 그들에겐 도박을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상식적으로 3 대 1로 밀어붙이는데 그것을 당해 낼 리가 없지 않은가.
충분히 전략을 세우고.
또한 면밀하게 몇 번이고 숙고하고 또 숙고한 후에야 일으킨 전쟁이었다.
실제로도 전쟁 초기에는 예상대로 풀려나가고 있었다.
변수가 있었다면.
“……설마, 아렐 에르네시아가 그 정도로 성가실 줄이야.”
그의 영향이 전쟁까지 미칠 것은 상정하지 못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지만.
그 상대방이 상식적이지 못한 인물이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합니다.”
아드란이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무슨 수가 있다는 겐가?”
“우선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부족한 건 시간이다.
어떻게든 적의 약점을 새로 찾아내야 한다.
정 안 된다면 온갖 더러운 수라도 써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사용하려면 지금 이대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군. 시간을 끌라는 건가?”
데마니엘 왕국의 국왕은 아드란이 하고자 하는 의도를 깨달았다.
제국의 황제 역시 이해했다.
“……시간이라, 화친을 가장하자는 거군.”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은 교섭을 하는 척을 하자는 것이다.
비록 에르네시아 왕국이 승전을 거 듭하고 있다지만 그들 역시 지쳤을터.
분명 대화를 요청하면 응할 것이다.
“최대한 교섭을 길게 끌어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교섭의 목적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항복이 아닌 승리의 활로를 찾기 위한 거짓 교섭.
지금은 그것이 필요하다.
자존심 따윈 일국의 지도자들이 고집할 것이 아니다.
“알겠네. 바로 교섭을 원하는 서신을 보내도록……
앞으로의 행동 방침을 정하고 즉시 실천하려는 순간.
굳게 닫아 둔 문을 누군가가 바깥에서 급히 두드렸다.
“음? 무슨 일인가?”
누구도 들이지 말라 하였기에 그 용건을 나가서 들을 수밖에 없다.
급한 일이 아니면 지금 자신을 찾지 말라 일러두었기에 보통 용건은 아닐 것이다.
할 수 없이 황제는 다른 둘에게 기다리라 말해 두고는 그 용건을 들었다.
작은 목소리로 다른 두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게 보고하는 것을 들은 황제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뭣? 그게 사실인가!!”
아직 통신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놀랐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이 들을 걱정은 할 필요는 없다.
마침 때맞춰 다른 둘 역시 경악하는 목소리가 통신구 너머로 들려왔다.
지금 그들에게는 최악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세 국가의 수장이 서로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는 동안 에르네시아왕국의 군대는 더 바쁘게 움직였다.
이미 국경 요새의 방어는 탄탄해졌다.
반면 삼국 동맹의 군사들의 사기는 한풀 꺾였다. 이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적의 욕심 어린 창칼 앞에 희생되었다. 이제 이 고통을 그들에게 되돌려 줄 차례다!”
에르네시아 왕국의 국왕 테오넬은 침략의 분노에 주먹을 쥔 채 외쳤다.
방어에만 만족할 리가 없다.
승리의 기세가 이쪽으로 확실하게 기운 이상 이제는 몇 배로 되갚아줄 때다.
국왕 테오넬은 에르네시아 왕국군을 삼국을 향해 진군시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군사를 세 갈래로 나누어 각각 이번 침략을 주도한 삼국을 향해 진로를 세웠다.
물론 삼국 동맹 역시 쉽게 침공을 허용해 줄 리는 없기에 굳게 방어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방어는 별 의미가 없었다.
에르네시아 왕국군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들의 숨통을 조여 가기 시작했다.
데마니엘 왕국의 국경 요새를 앞에 두고 대치한 아렐의 부대 선두 열에서 카니아 에르네시아가 굳게 방어에 들어선 요새를 가리켰다.
“저거 무너트리면 되는 거지?”
“네, 누나. 마음껏 부수세요.”
아렐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내키는 대로 검을 휘두르라 허락했다.
방어에 전념할 때는 카니아가 나설 때가 적었지만 공격 시에는 다르다.
특히나 박살 내는 데 한몫 단단히 하는 것에는 자신이 넘치는 그녀에겐 지금이 전용 무대나 마찬가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마음껏 부술까.
카니아가 가문 대대로 내려져 오는 보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휘두르자, 짙푸른 검강이 길게 뻗어 나와 성문을 갈라 버렸다.
분명 온갖 보호 마법이 걸렸겠지만.
그녀의 검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무른 마법이었겠지.
순식간에, 그리고 허무하게 성문이 잘려 나갔다.
“적들을 들어오게 하지 마라! 어떻게든 막아라!”
박살이 난 성문 안쪽에서 비명 같은 고함 소리가 들렸다.
결국 문이 박살 나고 나서야 그녀를 막기 위해 데마니엘 왕국의 기사들이 튀어나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성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필사적으로 돌진해 오는 그들을 앞에 두고도 카니아는 그저 느긋하게 서 있었다.
“으음? 느리네?”
그녀의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 그들이 달려드는 속도는 지극히 느릿하기 짝이 없다.
에르네시아 왕국 측 기사들이 맞서 싸우려 했지만 카니아는 검을 쥐지 않은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다.
“이 정도면 나 혼자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