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각국의 상황 (5)
“하, 하나 저희는 이만큼의 액수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제발 선처해 달라고 간청할 수밖에 길이 없다.
돈이 없다.
아니, 어느 마을도 이런 말도 안되는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래, 그렇겠지.”
관리조차도 그것은 인정했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딱 보아도 이 마을의 재정 상태는 처참했다.
가옥 중 제대로 보수된 곳도 없을 뿐더러.
마을 사람들의 영양 상태조차 시원찮다.
아마 역병이라도 한 번 돌면 그 달안으로 전멸할 정도로 처참했다.
“쯧, 꼬락서니 하고는.”
다만 그것은 동정하는 눈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내가 왜 이렇게 불쾌한 곳에 있나.
그런 경멸감 어린 눈동자일 뿐이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후 올해는 가뭄까지 겹쳐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이 액수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보면 안다.”
한순간 촌장의 눈빛에 기대감이 감돌았다.
아마 크게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유예라도 해 준다면……
그렇다면 어떻게든 해서라도…… 마을 주민들을…….
그러나 그의 희망이 부서진 건 관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제국의 법률에 따라 너흰 세금을 내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등골이 오싹했다.
저 관리가 대동한 병사들에게서 명단을 받아 보며 주민들을 훑어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았다.
“흠…… 겨우 120명밖에 되지 않는가? 칫, 써먹기도 힘들겠군. 뭐, 아이들이라면 어떻게든 써먹겠지.”
“나, 나리?”
대체 지금 저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촌장은 지금까지 살면서 숱하게 높으신 분들의 수탈에 시달려 와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심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이나 답답한 기분이 들긴 처음이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나리? 무슨 말씀을……?”
“올해 법률이 바뀌었다. 세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은 개정된 법률에 따라 노예로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말은 틀림없이 마을 주민 모두에게 전달이 되었다.
모두가 숨을 쉬는 것도 잊은 듯 놀라고 있다.
노예라니……?
그제야 방금 전까지 그가 자신들을 보던 시선의 정체를 이해했다.
노예로 부리기 위해.
그 가치와 수를 쟀던 것이다.
“이상으로 지불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었으니. 지금부터 자네들을 포함한 이 마을의 모든 주민들은 노예가 될 것이다…… 끌어내!”
“예.”
그제야 잠자코 대기하던 병사들이 주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을은 한순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들은 노예로서의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 잘 알고 있다.
도구, 그 이하의 존재로서 차라리 가축이 더 나을 정도로 다뤄지며 어디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그들을 애도해 주는 이조차 없다.
당연히 순순히 잡히려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이미 도주를 시도할 거라 예상했는지 사방에서 병사들이 가로막으며 그들을 철로 된 부츠로 무자비하게 짓밟아 묶는다.
“죽이지는 마라. 수가 줄어든다. 가뜩이나 필요한 수를 충당하지 못해서 영주님께서도 골머리를 썩고 계시지 않나!”
병사들이 무참히 짓밟자 숨이 끊어진 노예를 보며 관리가 눈살을 찌푸린 채 짜증을 냈다.
“노예라니! 너무하십니다! 저흰 대대로 이 마을에서 살아오며 제국의 국민으로서 착실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무자비한 처사를 하신단 말입니까!”
촌장이 울부짖으며 항의하나 그는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불쾌하단 듯 미간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 내지 못하면 얌전히 노예나 되거라.”
일말의 동정도 없다.
그 사실에 모두가 절망하고 있었다.
“잡는 대로 분류하여 실어라. 일할 수 있는 녀석과 여자. 그리고 아이들을 각각 분류해라.”
관리는 냉혹하게 명령했다.
이대로 분류된 주민들은 노예로서 각지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다시는 재회할 수도 없을뿐더러.
……대부분이 살아서 이 땅을 밟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겠지.
아기를 안은 여자에게서 병사들이 무자비하게 아기를 빼앗아 수레에 싣는다.
자포자기하고 덤비던 청년이 무자비하게 얻어맞아 팔다리가 부러진채 끌려간다.
가난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던 주민들의 삶이 한순간에 전부 망가졌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절망하여 흐느끼는 촌장을 관리는 짜증 나는 듯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저놈은 늙어서 가치는 없겠군.”
그저 그렇게만 말하며 그는 동행한 병사에게 그 촌장을 가리키며 지시했다.
“가치가 없다. 저건 처리해.”
그 목소리에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메르만 제국 내 노예시장 상태는 그야말로 개판입니다.”
에르네시아 왕국에서 주로 장사를 하는 대규모 노예 상회의 책임자 이 안은 차를 홀짝이며 그리 말했다.
“개판?”
그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좀 더 자세히 말해 보라는 뜻으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지금 나는 오래간만에 노예시장에와 있다.
딱히 노예를 구입하고자 하는 건 아니 었다.
이미 파힐리아 내의 노예병이나 노동용으로 사용하는 노예들의 수는 거의 포화에 가깝다.
물론, 개인적으로 노예를 사려는 것도 아니다.
그랬다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짜다.
뭐, 엘프라도 나오면 고민은 해 보겠는데.
아무튼 지금 나는 노예를 사러 온게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최근 노예시장의 근황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이안은 주 장사 거점은 에르네시아왕국 내로 두고 있지만 외국과도 거래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타국의 노예시장의 사정에도 나름 정보를 갖고 있다.
그걸 듣는 게 목적이다.
“공짜로 들려 달라고는 하지 않을테니 아는 거, 짐작 가는 거 전부 털어놔.”
“아휴, 괜찮습니다. 지난 전쟁 덕에, 그리고 아렐 님의 조언 덕에 제대로 한몫 챙겼습니다. 그때의 보은이라 생각하면 이런 시시한 이야기 거리 정도라면 얼마든지 제 입 정도는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이안은 아부를 떨며 다시 방금 전하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지금 메르만 제국 내의 노예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들으셨습니까?”
“……글쎄? 잘 모르겠군.”
이전에 페나에게 들은 건 있지만 일단은 모른 척했다.
“현재 제국 내 노예 상인들은 엄청 혼란스럽다고 합니다. 아…… 이건 자주 거래하는 같은 일을 하는 상인에게 들은 것입니다.”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마을이 다음 날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심지어는 가축마저도 전부 시장에 내다 팔린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사전에 페나에게서 어느 정도 정보를 듣지 못했던 상태라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이안에게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지금 제국은 필요한 노예의 수를 충당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법을 제정하고.
그리고 온갖 명분으로 평민들을 노예로 격하시키고 있다.
세금을 못 냈으니 너, 노예가 돼라.
범죄자가 이 마을에 숨어들었다고?
괘씸죄다. 너, 노예가 돼라.
내 기분이 나쁘니 너, 노예가 돼라.
“……개판이네.”
“맞습니다. 세상에 저렇게나 무분별하게 노예를 삼다니……
노예 상인이 노예의 실태를 보고 분노하고 있다.
혹시 자기 정체성을 잊었니?
내가 어이없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이안은 자각한 낌새조차 없다.
과연 이 정도 뻔뻔함은 있어야 상인을 해 먹는다는 거네.
그 기막힌 느낌은 둘째 치고 분노할 만은 하다.
저렇게나 무분별하게 노예를 늘리는 건 결국 제국을 붕괴시키는 길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저리도 무분별하게 노예를 취급하면 금세 병이 걸리거나. 거기에 쇠약해지겠죠. 상인으로서 그야말로 실격입니다.”
“아, 거기에 화내고 있던 거였냐?”
“음? 아닙니까?”
“그것도 맞는다고 치자.”
이안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나마 노예들의 취급은 에르네시아 왕국 쪽이 훨씬 인도적인 편인건 사실이다.
노예라도 공을 세우거나.
혹은 국가에 중대한 행사가 있을 때는 평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이전 노예 병단을 이끌던 사령관 헤르먼드를 비롯해 용감히 싸웠던 자들은, 지난 전쟁의 공으로 도시의 시민권을 받게 되었다.
노예라지만 올라갈 길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제국의 노예는 희망이 없다.
한 번 되면 끝이다.
제국의 법률상 무슨 수를 써도 구제 방책이 없다.
거기에 취급도 좋지 않다.
그야말로 가축 이하…….
이안도 내게 들려주고 싶진 않은지 일부러 말을 우회하면서 비유하는 등 순화하여 말하려 애를 쓰지만 결코 그 구린내를 감출 수는 없다.
“여튼 지금 제국의 노예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계속해서 노예가 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어찌할지도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럼 그 노예를 어쩌려는 거지? 일단 시장에 들여왔으면 누구한테 팔아야 하는 거 아냐?”
나는 일단 시치미를 떼며 물어보았다.
“그렇습니다. 당연 팔아야 하는 게 아닙니까?”
이안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실은…… 이건 조금 터무니없는 소문입니다만.”
“말해. 걱정 마라, 뒤탈은 없을 것이다.”
“아휴, 그런 건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안은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그 소문이란 것을 조심스레 입 밖에 꺼냈다.
그 노예들을 성국에서 데려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맞아떨어져 가는군.
페나를 불신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정도로 어설프진 않다.
자고로 신경 쓰이는 정보일수록 몇 번을 다시 확인해 보는 게 옳다.
그리고 정답이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노예 매매에 민감한 상인들이 이정도로 냄새를 맡았다면 거의 확실하다.
제국이 자국의 국민들을, 그것도 대량의 인원을 성국에 노예로서 매매하려는 것을.
“대금은? 얼마나 돼? 어느 정도의 금액이 오가기로 한 건지 혹시 알아?”
“그건 저도 잘 모르옵니다. 아무래도 황실에서 주도하는 사업인지, 그것만은 철저하게 입을 다무는 것 같더군요. 하긴, 입 잘못 놀리면 목이 달아나니 어쩔 수 있겠습니까.”
그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렇군. 입이 무거워질수록 금액이 커진다는 거지.
역시나 어리석은 황제의 눈이 홱 돌아갈 만큼의 금액은 된다는 뜻이 리라.
“그렇군…… 으음 대규모의 노예거래라……
“아렐 님께서 신경 쓰신다면 정말인가 보군요?”
이안이 흥미로운 듯이 질문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제법 탐욕이 묻어 나온다.
이번 정보를 기회 삼아 한몫 챙길건수가 있지 않을까, 잔뜩 기대하는 것 같았다.
“뭐…… 그렇긴 하지. 일단은 충고 정도는 해 주겠는데, 그 일에는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경솔하게 굴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이안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내가 이리 경고한 이상은 결코 허투루 듣진 않겠지.
“그리고…… 아렐 님이 말씀하시기 이전에도 저는 그 일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음? 큰돈이 오가는데도?”
“그렇다 하더라도 저 거래는 말이 안 됩니다. 세상에 저렇게나 막무가 내로 노예를 만들고 옮기다니. 자고로 노예란 제대로 관리해서 제값을 받아야 하는 법. 그야말로 노예상의 수치가 아니겠습니까?”
밝고 건강한 노예의 거래만이 옳다.
이안은 그리 주장했다.
“그래, 참 잘나셨네.”
이안의 노예 상인으로서의 철칙은 별로 관심은 없으니 대충 흘려들었다.
뭐, 이걸로 확실은 해졌네.
페나가 걱정하던 대로 제국은 순조롭게 망해 가고 있다는 걸 말이야.
그녀에겐 참으로 안 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