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저, 드디어 품절남 됩니다
(5)
“그리하여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대로 하며,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사랑하고 싶은 대로 사랑하는 무책임 인생에 눈을 뜬 것입니다.”
짝짝짝.
나는 박수를 치는 시늉을 했다.
“잘됐네, 잘됐어. 그렇게 그 멍청이는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끝.”
“……그건 무슨 뜻이지?”
델네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하기야 내가 뜬금없는 이야기나 해대니 영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겠지.
“그냥. 말 그대로의 의미야. 길게 고민하듯 자신이 뭐라도 된 듯 특별의식을 가지고 살아 봐야 소용없다는 거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하고,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노력하고, 욕망에 충실하게 즐긴다. 그게 중요 하거든. 그리고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거잖아.”
“……그게 네놈의 행동 원리라는 것인가?”
“뭐, 그런 셈이라고 해 두지.”
나는 반지와 목걸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나 그 동업자를 전부 괴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약간 틀려. 진짜 과물은 그런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멍청이들을 말하는 거야.”
그러니 그런 애송이들과 나를 동일선상에 놓지 말아 줬으면 좋겠군.
나는 그저 지금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거기에는 사명도, 뭣도 없어.
그저 인간의 인생일 뿐.
그러니 나는 그놈들 따위와는 다르다.
“물론 거기서 약간의 욕망 정도는 추구하지만.”
“그게 약간인가……?”
“그래, 아주 약간이지.”
이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잖아.
기껏 해 봐야 최신형 도시를 만들고, 조금 사치를 부리고, 나 편하자고 이것저것 기술을 끌어다 만드는 정도니까.
이 정도면 얌전한 거지.
“그러니 나는 아마 네놈이 본 전생자들하고는 약간 다를 거야.”
“흠…… 역시 이해할 수 없군.”
“어련하겠나.”
“그래서 그 반지와 목걸이도 네놈이 말하는 인생을 위해 만든 것인가?”
“그런 셈이지.”
드디어 손으로 집어도 될 정도로 식었기에 나는 반지와 목걸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을 손 위에서 굴리며 말했다.
“비록 이런 인생이라도. 나를 봐주는 녀석이 있다면…… 뭐, 나도 나름 성의껏 살아야 하지 않겠어? 결혼도 하고, 뭐 나름 성의껏 살아야지. 그게 인생이잖아.”
“……역시 이해할 수 없군.”
“넌 좀 더 살아 봐야 해. 그럼 알게 될 거다. 기왕이면 결혼도 좀 하고. 그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거야.”
내가 잘난 척 훈계하듯 말하자 델네프는 내심 자존심이 상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이놈아! 원래 솔로는 서러운 거란다.
“……됐다. 어차피 네놈들을 이해 할 수 없을 것 같군.”
“솔직히 말하면 나 같은 것들은 이해하지 않는 편이 좋은 거다만.”
내가 농담 삼아 그렇게 대꾸하자 델네프는 이번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도시로 돌아간 것이다.
뭐, 나도 만들 건 다 만들었으니 더는 저놈에게 볼일은 없지만.
“인생의 가치라……
내가 한 말이지만 조금 창피하군.
하긴 이곳에는 그것조차 모르는 머저리들이 잔뜩 있는 모양이지만.
됐다. 내 알 바 아냐.
“하암…… 졸려라……
자, 그럼 나도 이만 돌아가서 쉴까.
오늘은 제법 힘을 썼더니 살짝 피곤하다.
그렇게 나는 완성한 반지와 목걸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내 집무실로 돌아갔다.
이래저래 별 탈 없이 준비는 착착 진행이 되어 갔고.
마침내 나 아렐 에르네시아의 결혼식의 날이 밝아 왔다.
드디어 내가 품절남이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군.
아아,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여!
오늘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축복하라!
거의 새벽부터 결혼식 준비를 위해 나는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왕성까지 날아갔다.
왕궁에서 일하는 시녀들이 미리 대기라도 한 듯 꼿꼿이 허리를 세운 채 내가 도착하자마자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그럼, 준비를 도와 드리겠습니다.”
공손한 태도와는 정반대로 거침없고 강력하게 그대로 나를 떠밀며 준비를 시키기 시작했다.
왕가에서 열리는 큰 결혼식이다.
수많은 귀족들이 오고, 심지어는 타국에서도 오늘의 식을 지켜보기 위해 오는 자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조그마한 실수도 크나큰 수치로 이어지는 법.
아마 그녀들은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단단히 그것을 교육받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겠지.
시녀들에게서 느껴지는 기백이 여느 기사들 못지않다.
가장 먼저 대형 욕탕에 데리고 가서 목욕을 먼저 시킨다.
내가 들어간 물에 갖가지 향이 나는 꽃과 약초 등을 넣고는 그대로 내 목욕을 거든다.
이거 참, 요란하기도 하지…….
나오기가 무섭게 물기를 닦고 향수와 오일 등으로 단장을 시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꼼꼼히 살핀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과하게 꽃단장을 시키면 질색하면서 도망쳤겠지만.
오늘의 나는 그저 얌전히 몸을 맡겼다.
“휴우…… 다행이에요. 예전에 아렐 님은 향유와 오일을 바르려고 하면 자주 도망치셨다고 들어서요. 다들 단단히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 그거 몇 살 때 이야기야? 그보다 그거 말한 사람, 내 유모 체나지? 체나가 말한 거지?”
아마 내가 왕성을 떠나기 전의 일인 거 같은데.
설마 그게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아렐 에르네시아용 주의 사항까지 배포된 것인가?
아니…… 그냥 난 당시에 나름 어린애답게 사고 치면서 보냈을 뿐이거든?
그때 난 개구쟁이였지.
지금은 보라. 점잖잖나.
이렇게 목욕시켜도 사납지 않고 말이야.
시녀들 역시 그 점은 동의하는 눈치였다.
“거기에 아렐 님은 놀랄 만큼 손이 가지 않아요.”
“맞아요. 기초적인 화장만 했는데도 딱히 더 손을 댈 만한 곳이 없네요.”
“그 정도인가?”
내가 일부러 의아한 척하자 시녀들은 내 화장과 그리고 머리를 정돈하면서 떠들어 댔다.
이렇게 결혼식을 앞둔 자가 긴장하지 않게 대화를 거드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기술이지.
그 증거로 떠들면서도 그녀들의 손은 정확하게 움직이며 결코 멈추지 않는다.
“정말이에요. 보통은 어떤 미인도 아렐 님보다는 더 준비가 걸리거든요.”
“머리카락도 갈라진 것도 없고. 오히려 건드리기가 아까울 정도네요.”
칭찬이 과하구나. 그래, 좀 더 칭찬하렴.
“혹시 아렐 님의 영지에선 특별한 관리법이라도 전해지는 건가요?”
“맞아요. 그러고 보니 아렐 님뿐만 아니라 호위 분들도 아름다우셨죠.”
“역시 최신 화장품이라도 있는 건가요?”
일부 대화 중에는 지극히 사심이 깃든 질문도 있었다.
내 피부와 머릿결을 보니 대체 이렇게 아름답게 유지하는 비결이 뭔지 궁금한 모양이다.
“아…… 실례였습니다.”
괜찮다. 마음껏 물어보렴. 나 이런 대화 좋아해.
“글쎄, 딱히 특별한 비결은 없는데 말이지. 너희가 우리 쪽 하인들에게 인계받은 것 이상은 없어.”
물론 그녀들의 생각처럼 최신 화장품도 있고.
여러 가지 비결도 있을지도 모르나.
그건 지금 왕국 내에서도 충분히 시판하고 있는 것들이다.
굳이 비결이라고 꼽자면.
적절한 내공과 적절한 지식.
그리고 하루하루 즐겁게 욕망대로 살아가는 것 정도?
거기에 워낙 외모가 타고난 것도 있다.
……아, 이렇게 말하려니 되게 재수 없군.
그냥 이건 생각만 하자.
먼저 간단한 치장을 끝내고 난 뒤 결혼식에 입을 예복을 걸쳤다.
대대로 왕가에 전해지는 양식으로 맞춘 예복.
약간 거추장스러운 느낌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입으니 내 미모가 돋보이는 것 같군.
시녀 둘이 들고 온 전신 거울로 내 모습을 보니 제법 만족스럽다.
뭐, 굳이 옷을 어떤 걸 입더라도 나라는 옷걸이가 뛰어난 이상은 뭘 입어도 잘 어울리겠지만.
“역시 잘 어울리시네요.”
“분명 모두가 보시면 감탄하실 거예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정돈하며 시녀들이 감탄했다.
그렇게 칭찬과 감탄 속에서 내 치장도 거의 끝이 나 간다.
이제 남은 건 장식들을 고르는 정도인가?
저것도 또 한동안 시간을 잡아먹겠군.
여러 장식들을 들고 토론하는 시녀들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페나도 도착했나?”
“그럼요. 아렐 님보다 더 먼저 도착하셔서 준비하시고 계신답니다.”
“페나 님의 드레스도 매우 훌륭한 것이어서 어찌나 야단인지 몰라요.”
시녀들끼리도 양측의 준비 상황에 대해서는 연락을 주고받기에 그녀는 즉답했다.
“하긴…… 여성들이 준비는 더 걸리는 법이니까.”
“궁금하셔도 좀 더 기다려 주세요.”
“알아. 그 새를 못 참고 갈 정도로 멋을 모르진 않으니까.”
어떤 드레스를 입고, 무엇을 치장할지는 일부러 묻지 않았다.
그런 건 당일까지 얌전히 기대하는 게 매너인 법이지.
일단은 그때 만든 목걸이는 보내 놨지만.
뭐, 처음부터 그녀가 착용할 걸 감안해서 만든 거니까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
“뭐, 그럼 기대하고 있을까?”
나는 시녀들이 달아 주는 예복용장식 검의 무게와 형태를 확인하며 싱긋 미소 지었다.
“보통 결혼식 때는 제아무리 용감하신 분도 긴장하기 마련이신데 역시나 아렐 님은 대단하시네요. 정말로 자연스러우세요.”
……칭찬인데 왜 이렇게 양심에 찔릴까?
시녀들의 순수한 칭찬에 나는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결혼식이 시작될 시간이 되자 마침내 이곳저곳에서 초대를 받고 모인 이들이 하나둘 식장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왕국과 제국의 고위 귀족들은 물론.
수많은 이들이 식장에 준비된 자리에 앉아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양국에서 어느 정도 권세를 누리는 이들로서 이번 결혼식에 제각각 관심 어린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혼이 가져올 변화를 생각하는 이도 있고.
안타까워하면서 괜한 욕망을 삼키는 이도 있다.
또는 그저 흥미로워하기만 하는 호기심 넘치는 이도 있고.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그들 모두가 이 결혼식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공통된 일일 것이다.
참으로 웅장하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식장에 들어온 귀족들은 가장 먼저 식이 치러질 식장에 대해 크게 감탄했다.
대대로 왕성에서 왕가의 중요한 결혼식에 이용되는 홀로써 양국의 귀족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을 법한 크기에 화려한 장식 등 말 그대로 장엄한 느낌으로 들어온 이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과연. 그분들의 결혼식에는 이 정도나 되어야 걸맞는다는 느낌이라는 거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렐 에르네시아와 제국의 황녀 페나 아므레트 자닐이다.
그 둘의 결혼을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도 이렇게나 화려한 분위기로 그들을 압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설마 그 아렐 님이, 메르만 제국의 황녀님과 결혼식을 올리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처음에는 누구나 놀랐을 겁니다.”
물론 정치적 계산을 한 결혼식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다들 잊고 있지만 본래 페나는 두 국가의 분쟁으로 인해서 사실상 볼모 신세로 유학을 온 것이나다름이 없었다.
지금이야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사실상 그 건에 대해서는 슬쩍 증발해 버렸지만.
해서 지금은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나 마찬가지다.
아무튼 페나가 에르네시아 왕국의 왕족과 혼인을 맺어도 이상할 건 없다.
다만 상대가 아렐인 것.
그리고 이 결혼이 어디까지나 정치 적 계산이 아닌 두 사람의 합의라는 점이 그들에겐 상당히 의외였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