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독립의 시기가 오다 (5)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평소 때처럼 사람을 부르면 되지 않나요?”
내가 평소에 일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궁금한가 보다.
호위 기사에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나.
“별거 아냐. 이번에는 내가 직접가서 보고 골라야 할 필요가 있거드 ”
“뭔가 사러 가시는 건가요?”
“응. 틀린 말은 아니네.”
사러 가는 건 맞지.
나는 내 행선지를 아샤에게 솔직하게 가르쳐 주기로 했다.
“지금 가는 곳은 노예시장이거든.”
왕도 내 위치한 대형 노예시장.
참고로 이곳의 위치와 소개는 이전부터 내 상품을 거래하는 상회로부터 들었다.
“노예시장인가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아샤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다른 이도 아니고 왕자가 제 발로 노예시장에 가야 할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노예?????? 혹시??????
어라? 뭔가 짐작이 가는 건가?
어디 네가 생각한 답을 들어 보도록 할까?
“내가 왜 가는 것 같아?”
“저…… 아렐 님? 주제넘지만 제가 조금…… 그……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요?”
아샤는 어째서인지 시선이 마구 흔들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살짝 얼굴도 붉히고 있다.
어라? 왜 내가 답을 말해 보라 하는데 아샤가 이리도 허둥대는 거지?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이상해?”
일단은 왜 이러는지 좀 들어나 보자.
그녀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는가 싶더니 이상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아직…… 아렐 님께 성노예는 이르다고 생각…… 아얏!?”
나도 모르게 아샤가 끝까지 말을 하기도 전에 손바닥으로 이마를 때리고 말았다.
내가 요 몇 년간 들은 많고 많은 헛소리 중에서 지금 네가 한 말이 가장 신박했다.
요년아!
“너 뭐 상상하는 거야!!”
듣던 내가 더 민망해졌다.
“왜 하필이면 그걸 상상한 건데!?”
대체 얘 머릿속에 뭐가 들은 거야?
이 음란 기사!
그보다 그 말대로라면 지금 나는 성노예 사러 가면서 그걸 여기사 앞에서 히죽거리며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미친놈이 되어 버린다.
나…… 그런 이미지야?
“아, 아닌가요?”
“너…… 날 몇 살로 생각하는 거야.”
열세 살이야, 열세 살!
보통은 아직 그쪽 방면에는 눈도 뜨지 못할 천진난만한 나이라고!
하기야 이곳의 성인 취급받는 연령이 14세이고 왠지 그쪽 방면도 일찍 시작하는 게 보통이라지만, 그래도 너무하잖냐.
왠지 내가 힘이 빠진다.
“보통은 그게 일반적인데요.”
아샤가 억울하단 듯이 항변했다.
말한 그녀도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이라니…… 아…… 그런 거였어?”
아차, 그런 의미인가.
나도 뒤늦게야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했다.
보통 왕자가 직접 노예시장에 가서 노예를 구할 만한 일은 없다.
일손이 필요하면 시녀를 더 뽑든가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일을 부탁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노예시장에 가니 보통은 그쪽을 상상하기 마련인가 보다.
듣자 하니 귀족가의 남성이 성노예를 사러 가는 게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닌 것 같고.
하지만 그걸 내가 그럴 거라 생각하다니, 좀 충격이다.
“죄송합니다.”
“아니, 굳이 사과할 것도 없어.”
이건 내가 그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탓이다.
차라리 여기서 오해를 푸는 게 낫다.
그리고…….
“성 노예라…… 그건 맹점이었군.”
진지하게 고려를 해 보는 것도 좋은가.
음…… 노예라, 왠지 좋은 울림이에요.
진짜 그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일단 한번 구경이라도…….
내가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자, 아샤가 조용히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아렐 님. 아직 일러요. 그 전에 절대 안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왕가의 피를 이으신 분께서 결코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이대로는 다른 분들께 웃음거리가 됩니다.”
“응…… 농담이야.”
왠지 진지하게 충고하는 아샤의 기세가 무서워서 나는 곧바로 방금 발언을 철회했다.
……그건 나중에 내가 몰래 가는 걸로 하자.
* * *
노예시장 하면 흔히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겠는가?
여기저기서 채찍 소리와 비명이 난 무하는 지옥도?
창살 안에 갇혀 있는 알몸이나 다름없는 차림의 엘프?
그리고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는 피둥피둥 살이 오른 돼지 같은 것들?
정답은 의외로 노예시장은 멀쩡하다는 느낌이다.
조금 전 아샤의 엉뚱한 소리 때문에 반쯤 기운이 빠진 채 노예시장에 도착한 나는 의외로 깔끔한 느낌에 살짝 감탄했다.
“의외로 깔끔하네?”
건물도 제법 크고 내부도 신경 써관리하는지 깨끗하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군.
“ 당연하죠.”
아샤가 내 혼잣말을 듣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만약 노예에게 이상한 병이라도 있으면 큰일이니까요. 관리가 철저한 건 당연한 거죠.”
“아…… 그런 의미였군.”
물론 세계마다 국가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곳의 노예는 철저하게 관리되고 거래되는 모양이다.
에르네시아 왕국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의 대부분 국가는 노예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노예 자체에는 아샤조차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으음? 보통은 막 학대하거나 좀…… 어두운 이미지를 상상했거드 ”
1_?
“그런 곳도 없는 건 아닙니다. 여긴 왕도 내 최고의 노예시장이라 부르기에도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당연히 흠잡을 곳 따윈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음?”
대답한 건 엉뚱한 인간이었다.
우리들이 건물 안에 들어오자 제법 나이든 중년 남성이 튀어나와 나에게 인사를 올렸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아렐 전하. 제가 이곳의 관리인인 이안입니다.”
“너무 딱딱하지 않아도 돼. 난 어디까지나 손님으로 온 거니까.”
“그럼 더더욱 예를 갖춰야지 않겠습니까.”
이안이라 자신을 소개한 관리인은 붙임성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이야기는 들었지?”
거래하는 상회에 적당히 내가 온다고 미리 연락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물론입니다. 아렐 전하.”
그렇기에 이안이 이렇게 딱 맞춰서 나를 마중 나온 것이다.
시장의 관리인이 직접 마중 나와 상품을 소개한다.
꼭 내가 금수저라도 된 기분인데?
아, 나 금수저 맞지 참.
가끔 나도 깜박한다.
우리들은 이안의 안내에 따라 노예시장 안쪽으로 향했다.
“보시다시피 이곳에서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노예를 판매 또는 구입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내 신분 때문인지 굳이 합법이란 걸 강조하고 있다.
난 합법보단 불법을 더 좋아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합법이란 어디까지나 왕국의 노예관리법에 의거해 노예가 된 이들을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노예가 된 사람들은……
“세금을 내지 못하거나 가문이 몰락해 노예가 된 경우가 있겠죠.”
아샤가 중얼거리듯이 대답했다.
왠지 모르게 그 말을 할 때는 조금 안색이 어둡다.
“몰락하면 바로 노예가 돼?”
“그건 아닙니다. 다만 노예가 되면 적어도 굶어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샤였다.
그리고 맞장구치듯이 이안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희 시장에서 거래되는 노예는 대부분 그쪽입니다. 그 외에는 도적이나 범법자 출신이 있지만 그쪽은 아렐 전하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나는 왕자다.
왕자에게 범죄자 출신의 노예를 내밀 수는 없다는 의미인가.
하긴 나도 범죄자 출신 노예는 곤란하다.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노예는 어디까지나 근본 자체는 제대로 된 녀석들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전하께선 어떤 노예를 찾으십니까? 젊은 여자아이라면 음, 저쪽으로 가면……
“그러니까 그거 아니라니까!”
“예?”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이안이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화내는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역시 보통은 내가 성노예를 찾으러 온 거라는 발상이 먼저 드는 건가.
그러니까 그건 다음에나 고려해 보겠다니까?
……물론 내 뒤편에서 차가운 눈으로 이쪽을 지켜보는 아샤가 없을 때 말이야.
“구하려는 노예 수가 많은데. 괜찮겠어?”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으음? 최소 150명.”
대충 어림잡아서 말하자 이안이 히익?! 하고 놀랐다.
그게 많은가?
일단은 최소로 필요한 만큼 계산한 건데.
“못 구해?”
“아닙니다. 왕도 밖 저희 상회에서 노예를 관리하는 시설이 있으니 그 정도 수는 음 세 배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역시 최대 노예 상회라고 자랑할 만하군.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노예만으로도 내가 요구하는 수량은 가볍게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다만…… 어찌 그리 많이 필요로 하신지?”
“여긴 노예 구매할 때 일일이 용도를 써야 해?”
“보통은 필요합니다만 음, 전하니 굳이 제게 말씀하시진 않아도 되겠죠.”
하긴 노예를 사서 어디에 쓸지 모르니 일단은 명분상으로라도 제대로 사유를 기입해야 하는 모양이다.
“걱정 마. 이상한 데 쓰려는 건 아니니까. 다만 구할 때 조금 신경 썼으면 하는 게 있는데.”
“어떤 겁니까?”
“혹시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 아무튼 서로 면식이 있는 노예를 네 명이나 다섯 명 단위로 여럿 구할 수 있어?”
내 요구가 조금 난해한지 이안은 이마를 한껏 구기고는 생각에 잠겼다.
“일가나…… 가문 단위로 노예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으니 못 구할 거까진……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이안은 뭔가 떠올랐는지 부하에게 시켜서 무언가 가져오러 지시한다.
부하가 서류 더미를 가져오자 내게 내밀어 보여 준다.
노예와 관련된 서류다.
각각 노예가 된 경위나 나이, 병력 뭐 여러 가지가 쓰여 있다.
“이 중에서 최소 글자를 아는 녀석들 그리고 가족이 있는 녀석들로 추려 줘.”
깐깐할지 몰라도. 한번에 대량의 노예를 사려는 손님은 의외로 귀한 지 이안은 흔쾌히 다시 한번 부하들에게 지시해 서류를 분류했다.
그렇게 내 요구에 부합되는 노예증서만이 남게 되었다.
“품질은 보증합니다.”
“응. 믿을게.”
네가 왕족을 상대로 사기 칠 깡이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오히려 사기를 친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지 않겠냐.
나는 몇 번 더 서류를 확인한 다음 그 자리에서 이안이 보여 준 노예 증서를 구입했다.
당연히 거래는 현찰 박치기로 끝냈다.
서명을 하던 도중 이안이 몹시 작게 속삭이는 톤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정말로 어린 소녀는 필요 없으십니까?”
“……그 이야기는 훗날 다시 하자.
지금 내 호위 기사의 분위기가 엄청 무서우니까.”
이 이상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는 아샤가 돌아가서 엄마에게 이를 것 같단 말이야.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이안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노예는 저희 본점에 있으니. 금방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거 말인데. 내가 지정한 곳으로 보내 줄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왕궁에 노예를 데려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걱정 마라.
노예들이 머물 거처는 이미 생각해 뒀다.
왕도 근처 작은 도시에 임시 거처를 조금 구해 뒀기에 그곳으로 보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