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63)
563화. 전생자 반상회 (4)
“그거 다행이군. 마침 나도 근무를 끝내고 오는 길이네.”
평상 근무복 차림새로 나서는 걸보니 대강 그럴 거라는 짐작은 들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자신과는 상관이 없지 않나?
쉔은 의아하게만 여겼다.
“하하하하. 쉔 씨 같은 고수 분도 참, 이럴 땐 눈치는 둔하시구려.”
“ 흐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당신도 일이 없고. 나도 퇴근길이 네. 이렇게 부른다면 당연히 할 일은 하나뿐이지 않나?”
그게 무슨 말인가?
쉔은 가만히 그의 진의를 짐작해 보고자 했지만, 딱히 짚이는 게 없다.
보아하니 개인적인 비무를 신청하고자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무슨 뜻이오?”
뭐, 괜히 고민해 봐야 답은 안 나온다.
그냥 대놓고 묻기로 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묻는다.
그게 가장 간단하다.
많은 이들은 이 간단한 걸 깨닫지 못해서 고생하는 듯하지만.
쉔이 농담을 하는 게 아니란 걸 그도 역시 깨닫고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실은 오늘 비번인 녀석들하고 단골 가게에서 한잔하기로 했는데. 마침 쉔 씨도 돌아가는 게 보이지 뭔가. 그래서 같이 자리하는 게 어떤가 묻는 거네만.”
“……그렇군.”
뭔가 했더니 결국 술이나 한잔하자는 이야기다.
뭐, 쉔도 전혀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고단한 하루가 끝나고 한잔하러 가자는 분위기는 굳이 이곳만의 일이 아니다.
저쪽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지.
“자, 자. 어떻소? 딱히 일이 없으면 같이 가는 게 어떤가?”
“아니??????
그러나 쉔은 그다지 내켜 하지 않았다.
그런 자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황국에서도 관리나 문파의 제자들하고도 자주 마시곤 했으니까.
지금의 쌀쌀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헤리얼에 의한 참극 이후에 생긴 습관이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후에도 아렐하고도 한잔한 적이 없다.
아렐이 권유하긴 했지만 쉔이 얼버무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당연 아렐도 짐작했기에 더는 권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 사정을 모르는 저들은 그저 의아하게만 보이겠지.
“음?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소?”
“아니…… 그런 건 아니오만.”
아무리 그래도 그의 면전에서 ‘안내켜서 그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
그리고 상대가 호의로 나오는데 쌀쌀맞게 굴 정도로 그는 실은 모질지 못했다.
“에이, 그럼 이참에 한 번 어울려 주게. 그렇잖아도 쉔 씨하고는 한번도 같이 간 적이 없지 않은가.”
“ 으음??????
“뭐, 그 가게. 요리하고 술은 괜찮으니 불만은 없을 거네. 자, 가세나!
모처럼이니 내가 한턱낼 테니.”
“으…… 음?! 자, 잠깐. 음? 자네, 듣고 있는 겐가?”
그는 기운차게 말하며 그대로 쉔의 어깨를 붙잡고는 재촉하듯 밀었다.
사실 쉔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으나 굳이 여기서 힘하고 내공 자랑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쉔은 그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대로 권하는 대로 회식 자리에 어울리게 되고 말았다.
* * *
졸지에 참여하게 된 파힐리아 기사들의 회식 자리는 금세 술기운에 무르익었다.
“이 매정한 놈들아. 아무리 그래도 쉔 씨를 이제야 부르는 게 말이나 되냐고! 햐햐햐햐햐핫!”
이미 잔뜩 취한 렘펠은 연거푸 맥주를 들이켜면서 다른 동료들에게 반쯤 농담으로 나무라는 말을 던졌당연히 동료들도 농담임을 알기에 기막혀하는 시늉만을 했다.
“아니, 저희도 권유했거든요? 렘펠씨?”
“꼭 우리가 안 부른 것처럼 말하지 말지 그래?”
“……에이! 그게 네놈들이 인망이 없어서 그래. 안 그런가? 쉔 씨?”
“아니, 그때도 저들이 권유했고 내가 거절했소만. 그것보다 많이 취했구려.”
대놓고 술을 권하기에 어느 정도마실 거라 생각은 했는데 설마 권한 장본인이 가장 먼저 취할 줄이야.
그 점은 쉔 입장에서도 의외였다.
이 인간, 술 겁나게 약하다.
그 사실에 내심 기막혀하면서 쉔이 독한 럼주를 조용히 마시고 있자니.
그 모습을 본 다른 기사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보다 쉔 씨는 상당히 강하시군요. 아, 혹시 일부러 취하시지 않은 건가요?”
지금 취한 기사들 태반은 일부러 오러의 순환을 접어 두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방식이다.
아마 출처는 영주의 호위인 세이나가 떠들고 다니기 시작한 게 계기였던 것 같았다.
그렇기에 취하지 않은 쉔을 두고는 그는 쉔이 일부러 내공을 접지 않은 것으로 여긴 모양이었다.
나무라는 건 아니다.
기사들 중에도 취하기 싫어서 일부러 내공을 접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아닐세. 나도 내공은 접고 있네.”
그러나 분간은 가지 않는다.
애초에 그 정도 고수라면 내공을 접고 있는지, 아닌지 그들 눈으로 판별할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냥 술이 센 것이다.
쉔은 그리 주장하고 있었다.
“그보다 여기 술은 맛은 좋긴 한데 조금 밋밋하구려.”
“쉔 씨가 마시는 것도 제법 독한 종류입니다만.”
“고향에선 좀 더 센 것이 보통이라.”
“드워프들이 마시는 화주와 비슷한가 보군요?”
“마침 짐에 조금 있으니 다음 기회에 가져오도록 하겠소.”
“그래도 렘펠 저자한텐 주지 마시죠. 크큭. 저 녀석한테 주면 금방 뻗어 버릴 테니.”
“아앙??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내가 그렇게나 약해 보이나?
아니, 쉔 씨. 지금이라도 가져오시제 이놈과 한번 겨뤄 봐야 할 거 같군.”
“됐네. 다음에 가져오도록 하지.”
역시 취하긴 한 건가.
쉔은 자연스레 다음이라고 말한 자신을 깨닫고는 속으로 씁쓸한 기분을 품었다.
확실히 술을 싫어하진 않는다.
그곳에서도 제자들과 그리고 친한 이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질 정도였으니까.
이곳에서 그들의 떠들썩한 분위기 역시 딱히 싫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서서히 기분이 풀어지는 자신에게 묘한 혐오감이 들었다.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가.
그 사실은 지금도 머리로는 잊지 않고 있다.
고작 술 좀 마셨다고 잊을 리가 없는 것이다.
“음? 쉔 씨? 무슨 일 있소?”
“아니, 별거 아니네.”
그의 안색에 드러난 건가, 같이 술을 마시던 기사들 중 하나가 조심스레 묻자.
쉔은 금세 안색을 싹 바꾸고는 별거 아니라고 둘러댔다.
“그저 이곳의 술이 익숙지 않은 것 뿐이오.”
그렇게만 변명하며 쉔은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역시 나쁘지 않은 술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씁쓸하다.
늦은 밤이 돼서야 회식 자리는 끝을 고했고.
기사들 역시 하나둘 숙소로 돌아갔다.
다들 취기를 만끽하듯 굳이 일부러 해독하지 않은 채 흐늘흐늘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쉔 역시 발길을 돌렸다.
그의 숙소도 성 쪽에 있긴 하나 지금은 돌아갈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는 단번에 소리도, 기척도 없이 도시 외곽 성벽 위에 도달해 그곳에 걸터앉은 채 바깥을 주시했다.
딱히 뭐가 있어서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달리 볼 게 없기 때문에 주시하는 것일 뿐.
이미 취기는 전부 가셨다.
오면서 일부러 내공을 이용하여 해독했기 때문이다.
취기를 즐길 여유는 지금의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쉔은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고 있다.
이곳에 온 이유도 오로지 제자들의원한을 갚기 위해서일 뿐.
그리고 그놈을 막지 못한 못난 스승으로서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일 뿐이다.
‘하지만…… 과연 이대로 원한을 갚을 수 있단 말인가……
아렐 앞에서는 입에 담지 않은 의문이다.
그를 의심하기보다는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던진 의문이다.
복수의 상대는 강대하다.
그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다.
지금껏 몇 번이고 흔적을 쫓아 부딪히면서 겪었기에 알고 있다.
질 생각은 없으나.
간단히 이길 거라 확신할 만큼 오만하진 않다.
자신이 간단히 죽일 수 있었으면 이미 아렐이 끝장을 내버렸겠지.
지금 아렐은 그에 맞설 세력을 갖추기 위해 리렌센이 모은 전생자들과 협의를 하러 자리를 비운 상태다.
그가 따라가지 않은 건 아렐이 거절한 게 아니라 그 스스로 쫓지 않은 것일 뿐.
오로지 자신은 권을 갈고닦을 뿐이다.
그저 원한을 갚을 날을 위해 묵묵히 기다릴 뿐.
“……하지만. 정말로 이것만으로 된 것인가.”
그렇게 작은 의문을 품고 있을 무렵.
이곳에 아렐의 기척이 다시 느껴졌다.
남겨 둔 분신이 아니라 본인이 돌아온 것이다.
그 협의가 끝난 듯하다.
‘……마침 기회인가.’
실은 좀 더 나중에 부탁할까도 망설여졌지만.
나중에는 아마 부탁하지 못할 것이다.
쉔은 그 즉시 아렐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제자니 그 정도 떼는 써도 되겠지.
“후아아아? 간만에 만만한 것들 가지고 노…… 아니, 모처럼 유익한 이야기를 하니 뿌듯하네.”
리렌센이 모은 전생자들과의 이야기를 끝마치고 난 뒤 파힐리아로 돌아온 나는 이 보람찬 마음을 품고 당분간은 그냥 놀기로 마음먹었다.
시간도 늦었으니 적당히 뒹굴뒹굴하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싶었다.
“선생님.”
그때 기다리고 있었는지 불쑥 튀어 나온 쉔이 나를 불렀다.
불렀나?
내가 적당히 말없이 돌아보자 쉔은 무언가 결심한 듯 나를 똑바로 쳐다 본다.
“혹시 지금 잠시 시간이 되십니까?”
“. 시간?”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나 완전 쓰레기이 려나.
최근에 일이란 일은 다 시켜 놓고 무시하면 진짜 인간 말종이지.
“뭔데?”
“잠시 한 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는 굳이 차리지 않아도 될 예의까지 갖춰 가면서 내게 부탁했다.
“한…… 수라…… 흠…… 그런가.”
뜻밖의 부탁에 나는 멍하니 볼을 긁적이며 고민해 봤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선 쉔은 내게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없었던가?
“이왕 외출한 김에 조금 더 몸 풀어도 되겠지.”
그렇다면 매정하게 거절할 이유도 없다.
예전 스승으로서 받아 줄 도량 정도는 있으니까.
*
일단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좋겠다 싶어서 우리들은 대륙서쪽 끝단에 있는 사막 지대로 향했다.
이곳이라면 굳이 누군가의 눈에 띌일은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여기서 다시 마주쳤을 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주먹을 맞대 본 적도 없던가?”
“선생님께 그럴 여유도 없다는 건 제가 잘 아니까요. 어찌 함부로 번거롭게 하겠습니까?”
“그렇게까지 각 안 잡아도 된다니까.”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차피 스승과 제자라고 해 봐야 머나먼 시절의 이야기일 뿐.
그리고 지금의 그는 대성하여 독립한 자나 다름이 없다.
굳이 제자라면서 내게 숙이고 들어올 이유는 없는 셈이다.
“나도 가끔은 제대로 연습 정돈 하고 싶으니까. 애송이들 괴롭히는 거보단 유익하겠지.”
가끔은 제대로 각 잡고 연습해도 좋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됐고. 먼저 요청한 건 너다. 그러니 실망하게 하지 마라.”
나는 적당히 주먹을 쥐고는 자세를 잡았다.
다만, 쉔과 같은 유파의 자세가 아니라 별개의 자세다.
가져온 검을 뽑고 그것을 바르게 쥔다.
직각적이면서도 곧은 자세.
위화감을 느꼈는지 쉔이 이마에 주름을 지었다.
“그것은?”
“에르네시아 왕국의 정통 검술.”
지금에 와선 내가 누나에게 전수하고 누나가 기사단원들에게 전수하여, 또 그 기사단원들이 병사에게 전수한 검술이 크게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왕국에서 7할 정도의 기사와 병사들은 이 검술을 이용한다.
직선이고 단순하지만 익히기 손쉽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적어도 기사는 둘째 치고 병사들은 필수적으로 익히는 것이다.
“혹시 손속을 두실 셈입니까?”
그럴 리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