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92)
592화. 회유된 자들의 선전 포고
(5) + 내 배 내놔 (1)
“문제는 압류당한 철선입니다.”
“흐음…… 하긴, 그것은 우리 측으로 가져올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곳에 정박해 둔 철선이 어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아마 지금쯤이면 펠젠 왕국 측의 감시하에 정박해 있겠지.
가라앉혔을 가능성도 있으나 이전부터 내심 철선을 탐내는 것 같았으니 쉽게 없애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탐욕을 믿는다.
“이미 배에 관해서는 펠젠 왕국 측에 수차례 권고하지 않았나?”
“문제는 항의해도 듣지 않는다는 점이죠.”
항구를 빌리는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거늘 그들은 뻔뻔하게도 정식 항의를 듣지도 않았다.
그까짓 계약, 전쟁으로 뒤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지.
정말로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기면 그만이라는 건가.
아니면 그 정도도 사리 분별이 안될 만큼 그들에게 선동당한 건가.
“꼭 필요한 것이더냐?”
“철선은 지금까진 교역선으로 사용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얼마든지 전투선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반격을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켈리아 측의 항구와 배를 빌려서 이동하면 된다.
그 경우도 계획은 있다.
다만 가장 바람직한 건 역시 철선을 되찾는 것이다.
“음…… 하지만 철선을 탈환하려면……
“예. 직접 탈환해야겠죠.”
“가능하겠느냐? 지금도 왕국군은 펠젠 왕국의 공세를 막는 데만도 벅차다. 만약 해야겠다면.”
“알고 있습니다.”
안다.
“탈환 작전은 어디까지나 저희 파힐리아의 부대로만 해 볼까 합니다.”
내 제안에 형님의 눈이 가늘어졌다.
“생각이 있는 것이냐?”
“있습니다.”
없다면 이야기 꺼내지도 않았겠죠.
“……말해 보거라.”
일단 듣고 결정을 내린다.
그의 태도에 나는 싱긋 미소 지으며 내 계획을 설명했다.
당연히 그는 미심쩍어하면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내 배 내놔 (1)
그리고 닷새 후.
나는 인원들을 이끌고 철선 탈환작전에 들어갔다.
‘살다 살다 사람도 아니고, 배를 구하러 가게 될 줄이야.’
그만큼이나 중요한 물건이니 어쩔 수 없지.
굳이 교역선을 견고한 철선으로 제작한 것 자체가 실은 이럴 때를 위해서다.
본래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대륙간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문제는 준비를 다 해 놓으면 뭐 하겠나.
빼앗긴다면 말짱 도루묵이지.
그렇기에 우리는 철선을 되찾기 위해 잠시 외출을 감행하기로 했다.
“……솔직히 전 아직 반대지 말임다.”
세이나가 살짝 못마땅한 듯 의견을 꺼냈다.
“배를 되찾아야 하는 이유는 이미 이야기했잖아.”
“그것도 그거임다만. 아렐 님이 직접 가셔야 할 이유가 있슴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요.
라고 말하면 연약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나만을 아는 측근들이 납득할리는 없지.
그것 외에도 내가 가야 할 이유가 있긴 있다.
내가 직접 가서 협상하지 않으면 그자가 수긍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이유는 이야기했잖아.”
“하아…… 그래서 페나 님께도 비밀로 하고 나선 것임까?”
“사후 보고라는 거야.”
“반대할까 봐 말 못 꺼낸 거지 않슴까.”
뜨끔.
설마 세이나가 이렇게 정확하게 지적해 올 줄 몰랐다.
그만큼이나 무모하단 이야기겠지, 상식적인 사람들의 눈에서는.
“……세이나, 그쯤 해 두려무나. 영주님께서도 달리 생각이 있으신 것 이겠지.”
“할아버지는 좀 가만히 계시지 말임다.”
뒤편에서 참견하던 노인.
세이나의 조부 아벤나는 손녀의 이런 박한 태도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는 세이나네 마을 사람들이 슬쩍 그녀의 눈을 피해서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전부 이번 탈환 작전을 위해 고용한 용병들이다.
지금의 에르네시아 왕국의 기사들 정도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않았으나 전원이 오러 유저에, 그리고 왕국의 정식 병사도 아니기에 이런 시기에 틈새를 노리는 작전에는 걸맞은 인원이다.
무엇보다 용병 특유의 융통성도 있기에 적합하기도 하다.
“손녀의 걱정은 약간의 쓴소리로 들으셨으면 합니다. 영주님의 안전은 저희가 목숨을 걸고 지켜 드릴테니 말이죠. 하하핫!”
“……그래서 못 믿는 거 아님까.”
다만 세이나는 아무래도 그들을 동원하는 게 영 못 믿음직하게 여겨지는 모양이다.
의외로 마을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짜다.
아마 나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고향 사람들에게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 같지만.
그녀는 의외로 이런 면은 고지식하니까.
무엇보다 만약 실수하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겠지.
우리가 할 일은 이제 직접 항구도시로 들어가서 배를 탈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제가 아렐 님만 데리고 튈 테니 다들 알아서 목숨 건지시지 말임 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할아비, 아직 정정하다.”
“어이쿠, 퍽이나 그러겠슴다.”
할아버지와 손녀와의 농담은 둘째치고 실제로도 아벤나는 그저 노인 같은 겉모습과 다르게 몸에 강한 내공을 품고 있다.
아마 절정 고수 정도의 실력이 아닐까 싶다.
마을 내에서 가장 실력 있는 자들을 이번 작전에 동원하고 싶다 했을 때 몸소 그가 직접 나서고, 마을 사람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손녀가 염려하는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썩 바람직한 상황이라곤 못하겠습니다만?”
“그러니까 그건 어쩔 수 없어. 그래야 아마 그가 협조할 테니까.”
이미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은 세이 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해했다.
“……그거 이미 듣긴 했슴다만. 아렐 님? 그자를 정말로 믿어도 되는 검까?”
“뭐, 두고 보면 알겠지.”
만약 정 안 되면 그건 그거대로 생각이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대로 우리들은 국경을 몰래 넘어 항구 도시로 향했다.
일단 고용한 세이나네 마을 사람들의 실력이 나름 출중했기에 허약 코스프레하는 잉여 영주를 데리고 통과하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거기에 미리 제일 형님께 부탁하여 인근 부대를 이용해 근처의 요새를 공격하는 시늉이라도 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의가 쏠려서 넘어가긴 수월했지.
이제 남은 건 무사히 도착해서 철선만 되찾기만 하면 된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다음은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용병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온 아벤나는 난처한 듯 수염을 매만졌다.
“……엿보고 온 결과 역시 상당히 방비가 탄탄한 듯합니다.”
“그렇게 탄탄한가?”
“일개 영주의 부대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방비가 출중한 모양입니다.”
살펴보고 온 대로라면 이미 항구도시는 폐쇄된 채 펠젠 왕국 측 병사들에 의해 단단히 지켜지고 있는 듯했다.
대충 밖에서 눈짐작으로 살펴본 병력은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이곳의 영주군의 것보다 충실하다.
“……펠젠 왕국 측에서 따로 신경써서 지키고 있나 보군.”
그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배를 탈환하고자 할 테니까.
신경 써서 지키는 건 당연하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안전하지 않슴까?”
“저도 저걸 보니 후퇴를 권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저희라도 저걸 안전하게 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만.”
아벤나마저도 이제 와서 약한 소릴 했다.
음, 타당한 의견이다.
확실히 저걸 그대로 뚫고 들어가긴 어렵지.
나도 이해했다.
그러나 계획에 번복은 없다.
“……일단 상황을 보고. 만약 안되겠다 싶으면 돌아가자.”
나도 무리하게 저길 넘자고는 조르진 않을 거다.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는 탈환 방법을 좀 다르게 바꿔야지.
그때는 뭐, 펭귄 옷 입은 변질자가 등장해 문을 부수고 뚫고 들어가서 항구 도시가 엉망진창이 된다든가 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다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수상한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은 좀 믿어 보고 싶다.
“……일단 기다려 보자. 미리 내통한 대로 그자가 올지, 오지 않을지를 말이야.”
애초에 이 작전은 그자가 먼저 내게 그 제안을 보냈기 때문에 세운 것이니까.
어디까지나 철선 탈환 계획을 먼저 세운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가 보낸 밀서 때문이었다.
나도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내용이었기에 그때 나는 제법 흥미진진하게 그것을 읽었지.
그게 사실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철선을 탈환할 수 있으리라.
문제는 그게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하기가 참으로 애매하지만.
‘그깟 종이 쪼가리로 진심인지, 거짓인지 판별할 수는 없지만.’
아니라면 그냥 접고 튄 다음에 나중에 두고두고 응보를 내려 주면 된다.
괜찮다, 나는 쪼잔하다.
“일단. 놈이 약속을 지키는지, 아닌 지부터 확인하자.”
탈환을 계속할지, 말지는 그 뒤에 결정해도 될 것이다.
우리들은 이곳 영지 외곽의 어느 동굴에 도착했다.
밀서대로라면, 약속된 접선 장소는 이곳일 터.
나는 용병 마을 사람들에게는 주변을 살피라고만 일러 놓고 세이나랑 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자? 어떠려나. 참이려나, 거짓이려나.”
“……전 그다지 신뢰가 안 가지 말임다.”
“뭐, 무슨 뜻인지 이해해.”
나도 세이나 입장이라면 같은 말을 했을 테니까.
사실 지금도 6할은 의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간 이유?
실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함정이라 하더라도 생각이 있다.
여유지, 여유.
‘오히려 함정인 쪽이 덜 지루할 거 같은데……’ 같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러나 내 바람 같은 전개는 되지 않을 듯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인간의 기척이 느껴졌다.
“……정말로 오셨군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중년.
이곳 게르닐령의 영주이자 항구 도시의 원주인이기도 한 게르닐 페케르니아 자작이다.
그리고 나를 부른 자이기도 하고.
“불렀으니 왔네만?”
“보통은 그런 밀서를 덥석 물고 올거라 생각하는 쪽이 이상한 게 아닙니까?”
그런가?
뒤에서 세이나가 맞다는 듯 “그럼요, 그럼요” 하고 공감을 드러내고 있다.
넌 누구 편이니?
“그래서 그쪽이 불러낸 건 즉, 함정이라고?”
내가 슬며시 웃으며 묻자 게르닐자작의 눈이 번뜩였다.
그러나 위험한 기색은 없다.
“……짐작하신 그대로입니다. 아니, 아렐 에르네시아 공께서 오실지, 말지 그 자체를 보고 싶었기도 합니다만.”
“흐음, 그쪽 나름대로 이쪽의 행동을 판가름해 보고 싶었다?”
내가 함정을 파 놨을지, 아닐지에 따라 대응을 결정할 셈이었던 것처럼 그도 나름 기준을 그어 놨다는 뜻이 리 라.
“그럼 지금 게르닐 자작의 판단은 어느 쪽이지?”
“……물어볼 것도 없겠죠. 흠, 그쪽에 조력해 드리리다. 단, 이번 한번에 한해서입니다만.”
게르닐 자작의 조력.
그것은 내가 철선을 되찾으려고 항구 도시에 들어갈 수 있게끔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여기까지 놓고 보면 수상쩍은 제안이지.
그는 어디까지나 펠젠 왕국의 귀족.
그런 그가 왜 하필 타국의, 그것도 한창 지금 전쟁 중인 국가의 인물에게 조력한단 말인가.
세이나가 덮어 놓고 의심하며 반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도 함정을 기본 전제로 생각하고 오긴 했지만.
게르닐 자작의 행동은 의외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조국에 배신이나 마찬가지인 행동을 한단 말인가.
“한 가지 묻고 싶은데. 나를 도와도 뒤탈은 없겠어? 단순히 기존 조약 때문에 움직인 것으로 생각하긴 어려운데?”
“확실히 들킨다면 문제겠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들키지 않을 겁니다.”
확신에 찬 말투.
“그리고 기왕이면 아렐 공이 그 철선을 탈환해 주는 게 나을 것 같단 판단이 듭니다만.”
“아하? 마치 펠젠 왕국의 승리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들리는데? 잘못들은 건가?”
내가 노골적으로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이 정말로 펠젠 왕국의 승리라면 말입니다만.”
오호? 나는 속으로 손뼉을 쳤다.
그는 이 전쟁의 본질을 눈치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