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영장 나왔습니다 (6)
“근데 디아 걔는 그냥 막사로 옮기지 않아도 돼‘?”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유일하게 조용한 것이 내 전속 마법사이자 지금은 파힐리아 영주군 마법사 부대를 총괄하고 있는 디아 레키다.
원래부터가 말투도 조용하긴 했지만 지금은 더더욱 조용하다.
왜냐면 자고 있으니까.
가장 먼저 한껏 먹고는 그대로 의자에 드러누워 잠들어 버렸다.
본래는 조금 보기 좋지 않은 행동이나, 나도 그리고 여기 있는 누구도 그녀의 행동에 무어라 말하진 않는다.
‘역시 지치는 건 지치나?’
어제 마법사들은 마정석 내의 마나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마법을 퍼붓는 방식으로 적을 날려 버렸다.
그러나 전혀 힘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마법 도구를 사용했다지만 마정석내의 마나를 빨아들이고 제어 그리고 순환하는 데는 적지 않은 정신적 피로를 불러온다.
특히 디아는 적 마법사 부대의 약 절반가량의 범위를 디스펠로 무효화시켰다.
즉, 그녀가 가장 많이 일을 한 셈이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진즉에 완전히 뻗어버렸을 정도의 중노동을 한 셈이다.
나는 그 점에서 귀환한 디아를 진심으로 칭찬했다.
“……별거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본인은 내색하지 않으나 가장 피곤한 건 그녀일 터.
그럼에도 막사에 가서 쉬지 않은 것은.
우선 먹기 위해.
굳이 밥이라면 나중에 따로 남겨 놔도 되겠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쓰러지더라도 먹고 쓰러지겠습니다.”
비록 뻗더라도 먹고 뻗겠다는 집념이 느껴진다.
기어이 갓 구운 고기를 먹고자 하는 의지가, 식탐이 피로를 능가하는 순간이 나를 능가했다.
그렇지, 타협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란 게 있지.
나만이 그녀의 주장에 공감해 주었다.
실은 굳이 들어가서 쉬지 않은 이유도 알고는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가능한 우리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데…… 내가 말렸지만 이것만은 도통 타협하지 않는다.
“오늘을 내일을 위한 휴식으로 생각해 둬.”
성실한 부하들에게는 그렇게 타일렀다.
그래, 오늘 먹은 고기는 내일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우리들끼리만 먹는 게 아니라 병사들에게도 충분한 음식을 나눠 주었다.
마법사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 먹고 휴식을 취할 만큼의 물자가 충분했기에 부릴 수 있는 여유다.
중요한 작전을 앞두고 먹을 것을 내려서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도 흔한 상식이기에 다른 영주들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도 내가 따로 괜찮은 술과 음식을 몰래 보내 주어서 입을 다물게 했지.
‘그래…… 내일부터는 조금 바쁘겠군.’
우리들은 내일부터 움직일 예정이다.
슬슬 빼앗긴 요새도 탈환을 꾀해야 하고.
이제 이곳에는 최소한의 필요만큼의 기존 병력만을 남겨 두고 우리들도 전선을 앞으로 당겨서 제일 형님의 옆을 지키며 그들을 도와야 한다.
실은 좀 더 놀고 싶지만 저들에게만 맡겨서 혹시나 일을 그르치는 것도 큰일이니 조금은 거들어 줘야지.
그 무렵 삼국 동맹 거점 내 막사내에선 지휘관들이 모여서 긴 신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건 좋지 않군.”
젤키안이 신음만이 가득한 이들의 분위기를 깨고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전황이 골치 아프게 돌아가는 현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직접 깨져 봤으니 그 고통을 가장 잘 알겠지.
“1왕자가 이끄는 왕국군도 성가시나 본질적은 문제는 그게 아닐세.”
어느샌가 전장에 적응한 제일 에르네시아는 기습 작전이나 신중한 전략으로 적을 죄는 방법을 융통성 있게 운용하기 시작했다.
전장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라는 걸 감안하면 적만 아니라면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정도다.
애초에 제일의 역량 자체는 별것 없다.
그들의 입장에선 그저 귀여운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기습으로 공격해 올 것은 충분히 상정했다.
다만 문제는 지금 그들이 반격을 가해 오는 이 상황 자체가 원래의 계획이 아니란 것이다.
본래라면 밀어붙이는 입장은 자신들이어야 했다.
“뜻하지 않게 되레 반격을 당해 무너진 게 화근이었군.”
젤키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현재 전황을 표시한 지도와 그리고 이미 다 읽은 보고서를 노려보았다.
보고서의 내용은 아렐의 부대를 공격하다가 되레 3만에 달한 병사를 잃게 된 경위를 서술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올린 기사는 자신의 실책을 자책하며 그 책임을 엄중하게 자신에게 물을 것을 요구했다.
그에 대해 젤키안은 해당 기사를 근신하는 정도의 책임만을 물었다.
원래라면 괴멸에 가까운 패전을 안고 온 기사의 목을 베어야 함이 마땅하나.
패전 자체가 그 역시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었기에 그 이상의 처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상대가 특히나 이례적인 경우다.
‘아렐 에르네시아…… 단순히 장사만 할 줄 아는 애송이가 아니었나?’
머리가 좋은 것과 전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은 별개다.
철저하게 계획을 짠다 하더라도 전쟁이란 늘 실시간으로 상황이 바뀌는 것.
이른바 험준한 산속에서 겪는 날씨와도 같다.
단순히 머리만으로는 모든 걸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여겼기에 그는 아렐이 직접 참전하더라도 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전쟁이란 경험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걸 알기 위해서는 계획보단 직접 겪어 보고 아는 게 중요하다.
그는 적지 않은 세월을 전장에서 보내며 그렇게 믿어 왔다.
그런데 그것을, 고작 자신의 인생의 채 반도 살지 않은 소년이 깼다?
그것도 고작 2만 3천의 군대로 5만이 넘는 공격대를 역으로 되받아쳐 괴멸?
이게 무슨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전설도 아니고.
그저 남 일이었다면 거짓말을 하지 말라 비웃었겠지.
그 덕에 한쪽 전선이 기울고 말았으니 자연스레 다른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들도 따라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예상치 못한 패전을 자신이 겪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당연 겁을 낼 수밖에 없다.
그 탓에 동맹군은 사기가 줄어 버렸고 그 바람에 에르네시아 왕국군이 반격을 할 틈을 내주고 말았다.
그 점을 따라가 보면 결국 이 반격을 이끌어 낸 건 제1 왕자가 아니라 아렐이라는 셈이 되는 건가.
‘과연 어디까지 노린 것인가?’
보고에는 이제 16세가 되는 소년이라고만 알고 있다.
정말로 그가 계획한 결과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각하께 보고를 드려야 하나?’
곧바로 이 문제를 본국에 올려야 하는가, 잠시 고민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이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왜 굳이 후 방에만 머무는 거지?’
그렇게 능력이 있는 지휘관이라면 굳이 방어 외에도 얼마든지 전세를 뒤엎을 수 있었으리라.
오히려 자신이었다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앞장서서 적을 섬멸하려 했었을 텐데.
그러나 전쟁에 익숙한 젤키안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아렐의 의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그는 뭘 하고 싶은 건가.
‘……그 이상은 생각해 봐야 의미없군.’
그는 금방 적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지금은 이 반격의 흐름을 꺾어야 한다.
앉아서 얼굴도 모르는 적에 대해 혼란스러워해 봐야 아무런 영양가도 없다.
“어쨌건 적은 이제야 반격을 시작하는 정도에 불과하오. 조급하게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타국의 지휘관들을 격려했다.
다음 날.
부대를 이끌고 제일 형님이 이끄는 전선에 합류했다.
대충 형님의 진군을 거들어 준다는 명목이긴 하나 나는 우리 측 신 장비로 인해서 진군이 느리단 핑계를 대면서 가능한 느긋하게 여유롭게 합류하고자 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의 진군은 다른 영주군들에 비해 굼뜨다.
가능하면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전부 끝났으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하는 건 조금 지나치겠지.
어차피 지난번 전과로 다른 영주군들 역시 사기가 오를 대로 올라서 전황 자체는 수월한 듯싶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조금만 거들면 금세 다시 국경 요새를 탈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런 기세면 우리들이 나설 틈은 없지 않겠슴까?”
다른 부대의 드높은 사기에 세이나는 약간 질렸다는 듯이 감상을 내뱉었다.
그녀도 지금까지 계속 활약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운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감상에 쓴웃음을 지으며 타일렀다.
“고전하는 것보다는 가능한 다른 영주군들이 쭉쭉 치고 나가는 게 낫잖아?”
그것이 가능한 편하게 있고 싶은 내 소망이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할 일은 해야겠지.
“진군 속도를 더 늦춰. 한 지금의 반 정도로 느리게 가자.”
순조롭게 진군하던 나는 주변 지형과 지도를 확인해 보고는 속도를 더 늦추라 지시했다.
보통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지시겠지만 다들 의문 하나 없이 내가 지시한 대로 진군 속도를 늦추어 주었다.
“뭔가 있니?”
카니아 누나가 궁금한지 결국엔 참지 못하고 묻는다.
“그게…… 슬슬 기다리고 있을 것 같거든요.”
“응?”
다른 기사들은 대충 이해한 거 같은데 누나만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나중에 영지로 돌아가면 누나한테 최소한의 전술 상식은 가르쳐야하나.
“지난번 삼국 동맹군이 무작정 우리 부대에 달려들었다가 크게 한번 데었잖아요?”
“응, 응. 그랬었지.”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과연 다음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정면에서 치고 올까요?”
나는 두 손가락을 교차시켜 가위표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정면으로 덤벼 오진 않을 거라고 봐요.”
일반적인 보병으로는 우리 부대의 방어를 뚫기는 힘들다.
마법으로 공격하려 해도 우리 측마법사의 디스펠 역시 만만치 않다.
거기에 마정석도 넘쳐 나니 반격도장난이 아니지.
“상대도 멍청이는 아니니 두 번이나 같은 뻘짓을 하지는 않겠죠.”
만약 두 번이나 같은 실수를 하러 오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그냥 그 자리에서 지휘관 자리를 박탈시켜버리는 게 더 이로울 것이다.
그럼 정면으로 오진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 부대를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나는 지도를 펼쳐 놓고는 누나에게 보라면서 우리 부대의 진로 상에 있는 숲과 그리고 지형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거기에 이 근처는 매복하기 딱 좋거든요.”
한 반나절쯤이면 우리 부대 역시 이 지점 근처를 지날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곳을 가만히 놔둘 리는 없죠.”
나는 씨익 웃으며 누나를 비롯한 기사들에게 앞으로의 행동 방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뭔가 준비하고 있다면 당당하게 거기에 엿을 날리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 아닐까요?”
아렐의 예상대로 삼국 동맹들의 기습 부대들은 작전에 따라 그의 부대가 지날 예상 진로에 진을 치고 매복하고 있었다.
비록 진군 속도는 느리나 아렐의 부대의 화력이 전방까지 다가오도록 놔두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에 따라 삼국 동맹의 수뇌부들은 아렐의 부대에는 별개의 기습 부대를 매복시켜서 발을 묶든가 혹은 어느 정도 타격을 가할 작정이었다.
최소한은 때맞춰서 다른 부대와 합류하지 못하게라도 저지해야 한다.
“적이 지날 때가 다가온다. 신중하게 대기하도록.”
기습 부대를 맡은 기사가 신중하게 공격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 다가오면 원거리에서 타격을 가할 참이다.
마법뿐이 아니라 디스펠에 대비하여 활까지 이용하여 원거리 공격까지 동원할 작정이었다.
“저쪽은 진군 속도가 느리다. 그렇다면 다가가지 않고 공격하면 그만이지.”
정면에서 다가가지 않고 측면에서 기습을 감행한다.
“반드시 기습은 성공시켜야 한다.”
아렐의 부대를 저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렐 에르네시아 또한 방치할 수 없다.
그것이 지휘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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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ANG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