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7
2. 이게 폭군이야?
제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먹고사는 것이다.
숙청?
파벌 문제?
이딴 건 그들과 상관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숙청을 싫어하는 건 괜히 자신들도 엮일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분위기 등 때문이다.
본래라면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시간에도 집으로 들어가 이 시기가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상황.
수도 전체에 활기가 사라지며 안 그래도 낮은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이 상황을 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축제다.
그러나 그냥 축제만 한다고 분위기가 풀릴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선 그냥 예산 낭비만 될 뿐.
“이걸 전부 발표하실 생각이시옵니까?”
감찰 대신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것도 진행하지.”
감찰 대신과 함께 온 재무대신을 향해 명을 내리는 알렉시안.
남부귀족파 출신으로 바뀔 테지만 마지막으로 한 건하고 가야만 후에 어느 곳으로라도 취직하기 좋지 않겠는가?
반협박에 의한 것이라지만 자신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으니 선물 하나쯤은 쥐여주어야 하는 법.
“이것은···.”
“황궁에 납품하는 상단 다수가 물갈이 될 거야. 그 빈자리를 공개입찰로 바꿔보지.”
“다른 지역의 상단들에 기회를 주시려는 겁니까?”
그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참에 수도에 있는 기관들 역시 조사에 들어가지. 납품가 올려치기 하는 놈들 거르고 공개입찰 방식으로 바꿔.”
“문제가 있을 겁니다. 한두 군데가 엮여있는 것이 아닐 것이옵니다. 특히 이 사안은 귀족파가 무조건 반발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다른 지역을 끌어들인 것 아닌가?”
그 말에 재무대신은 알렉시안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알렉시안이 물갈이를 할 경우 황실에 충성하는 이들 위주로 다시 채워 넣으라는 것인 줄 알았다.
타지역의 입찰은 들러리인 셈.
그러나 그것이 아닌 완전 경쟁체제를 하라는 뜻으로 한 말임을 깨달은 재무대신이 확인을 위해 다시 물었다.
“···전부 공개입찰로 진행하는 것입니까?”
재무대신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군권과 감찰 쪽만 휘어잡은 이상 더 욕심을 부릴 생각이 없었다.
귀족파의 파이를 뺏어 먹는 것은 다른 지역이 해도 충분했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선황제파나 충성파가 먹어도 좋겠으나 아무래도 유리한 건 남부 쪽과 귀족파 출신일 것이다.
“혹···이를 통해 민심을 다잡고자 하시는지요.”
그래도 대신의 자리에 오른 짬밥이 있는지 단번에 알렉시안의 의도를 파악한 재무대신.
공개입찰을 할 경우 지금처럼 봐주기식으로 연줄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닐 것이니 거품 낀 금액들이 다소 낮아질 것이다.
물품들에 거품이 낀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뇌물이다.
상인들도 손해 볼 수 없으니 뇌물에 들어간 비용까지 납품하는 물품에 얹는 것.
빙그레 웃으며 재무대신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감찰 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이걸로 시작해서 추후 여론이 만들어지면 수도에 있는 모든 물품에 대해서도 시도해보도록 하지.”
“준비되는 대로 감찰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기관의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척하면 척.
애초에 능력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이들이 아니기에 알렉시안이 원하는 바를 알아듣고 움직이는 두 대신.
다음은 치안대장이었다.
“두 대신에게 얘기는 들었겠지.”
“예. 폐하.”
“적당한 놈들 잡아다 여론부터 만들도록.”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는 치안대장.
뇌물바치는 놈들치고 깨끗한 상단은 없다. 다들 뒷구멍으로 더러운 짓들을 하나씩은 하고들 다닌다.
윗놈들이 대놓고 봐주니 대놓고 하는 놈들도 있다.
지금이야 숙청 기간이라 숨죽이고 있지만, 과거에 했던 짓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
치안대가 몇 놈 잡아다 조지면서 여론 만들고 명분 쌓다 보면 수도에 들어오는 상단들 역시 물갈이가 할 수 있을 터.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올 능력도 안 된다면 그건 기회를 잡을 능력조차 안 되는 것.
다음 날,
「숙청당한 귀족에게 뇌물을 건넨 상단 조사 중.」
「납품가에 장난을 친 것으로 파악 중. 현재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수조사 시작.」
가장 먼저 감찰부가 움직이면서 불을 지폈다.
「재무대신: 황궁 및 각 기관에 연관된 상단 전부 공개입찰 방식으로 새로 뽑을 것.」
재무대신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치안대장: 관료들의 뇌물과 연관된 상단이 불법적인 상품 유통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음. 현재 조사 중.」
치안대장이 방점을 찍으며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재상을 불러 상호 간에 거래를 끝내며 숙청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하나둘 합류할 이들을 어떻게 다시 밀어낼지 회의를 하고 있을 때 황제가 다시 움직였다.
“숙청이 끝나지 않았다는 건가?”
재상 칸벨리가 한숨을 쉬면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황궁을 바라보았다.
황궁 및 고위귀족에 대한 숙청은 끝났다.
그러나 그것이 상인 및 하위귀족들까지 뜻하는 건 아니었다.
“대충 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군.”
대신을 비롯한 관료들 몇 물갈이하는 것으로 밸런스를 잡아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밑바닥부터 귀족파의 파이를 뺏어나가며 지역 간의 밸런스를 잡겠다.
그리고 그 중심에 황제 본인이 중재자 역할을 해보겠다는 뜻.
‘과연 이것뿐일까?’
그럴 리가.
자신이 본 황제의 눈은 절대 중재자만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치 그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
어설프게 황권을 강화시킬 것이었다면 이번 조치를 통해 황제가 황실의 자금을 들여 만든 황실 직속 상단이나, 그가 비밀리에 운영할 소형 상단 등으로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움직임 따윈 없었다.
「충성파나 선황제파에 접촉한 흔적이 없음.」
충성파와 선황제파마저도 아니라면?
말 그대로 진짜 공개입찰이라는 것.
귀족파의 힘을 갉아낼 수만 있지만, 자신의 힘을 키울 기회조차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약해지면 잡아먹겠다는 뜻인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황제 역시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귀족파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몰락한다면 황제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중앙에서 힘이 약화된다 하더라도 귀족파가 무너질 가능성은 없었다.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서부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젠 아니었다.
중앙으로 넘어온 다른 지역들의 파벌들이 중앙에서 무너진 귀족파를 가만 놓아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유도한다면 못 이기는 척 귀족파를 박살 내며 그 파이를 자신들이 나눠 가지려 할 것이다.
“숙청은 끝나지 않았군.”
황제의 숙청은 끝나지 않았다.
그저 민심을 위해 잠시 멈춘 것일 뿐이다.
황제는 자신들과 함께 동행할 생각이 없었다. 귀족파가 갑자기 변심하여 제국을 위해서 움직인다면 모르겠지만 그러기엔 이미 귀족파는 너무 많이 와 버렸다.
자신이 이렇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황제가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숨길 것이었다면 상황을 봐가면서 천천히 진행했을 것이다.
대놓고 ‘이렇게 움직일 것이니 막아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은 황제의 움직임. 문제는 다른 파벌들도 이것을 눈치챘을 것이라는 점.
“어려운 싸움이 되겠군.”
현 황제와 공존은 어렵다.
그렇다면 자신들 역시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때를 대비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선황비께 갈 것이다. 채비하라.”
“예!”
재상이 선황비를 만나러 움직였고, 그 소식은 곧장 알렉시안에게 들려왔다.
“내 의도를 눈치챘나?”
재밌다는 듯 웃는 알렉시안.
게임과 달리 이곳은 현실과 다름없다. 이곳에서 죽는다면 진짜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저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움직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게임으로 접했던 정보들이 속속 들어왔고, 그 때문인지 이 상황 자체가 점점 흥미로워졌다.
‘제국이 온전해야 멸망을 버틸 수 있다.’
수 없이 플레이했지만 결국 결말을 보지 못했던 게임.
매번 제국이 좀만 더 버텨줬으면 하며 아쉬워했는데 그걸 자신의 손으로 이뤄낸다고 생각하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다.
선황처럼 오직 자신만을 확고히 지지해주는 파벌은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해결될 것이다.
‘멸망의 날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을 넘어서 인류의 존속조차 어려운 재앙이 오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유로웠다.
굳이 자신의 파벌을 만들기 위해 아득바득 애를 쓸 생각이 없으니 생각보다 여유로운 것이다.
자신이 한 수를 뒀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반격을 해와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귀족파가 그럴 여유가 있을까?
그가 보기엔 최대한 방어하며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반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기에 대비도 해놔야 했다.
“근위대장.”
“예! 폐하.”
“앞으로 며칠간 황궁의 경계태세를 두 배로 올리도록.”
황궁의 방어만이 아니었다.
직접 명령을 내려 수도방위군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했다.
군부대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움직인 알렉시안이 숨을 헐떡이며 궁으로 돌아왔다.
유약한 몸으로 외부 일정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제국민들에게 정치인이 유세하듯 얼굴을 비추면서 호감을 사는 좋은 방법에 제약이 있는 이상 선물더미라도 한아름 안겨 호감을 사야 했다.
혹시라도 있을 귀족파의 반격을 대비한 알렉시안.
동시에 갑작스러운 군사적 움직임으로 불안해할 제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사탕을 쥐여주었다.
「대규모 비리 적발. 이를 통해 불합리하게 형성된 물가를 끌어내릴 예정.」
「식량 및 필수품을 담당하는 상단들 역시 비리를 저지르다! 대규모 처벌 예정.」
제국민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부분에 관해 공식적인 발표가 이어지자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몇몇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폭군이 맞나?”
분명 황좌에 앉자마자 일어난 숙청은 폭군의 행보가 맞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죄를 지은 이들에 한해서라면?
이를 통해 제국민들의 삶이 나아진다면?
그것을 폭군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몇몇 이들은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윗놈들에 의해 관례대로 뇌물을 건넸을 뿐인데 처벌받기도 했으니까.
심지어 뇌물을 주지 않으면 장사조차 못 했기에 강제로 돈을 빼앗긴 이들도 있을 것이다.
치안대가 이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벌금을 부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단점들보다 장점들을 본다.
「희망」
사람들을 좌절이라는 단어에서 끌어 내줄 수 있는 단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마법.
지금보다 미래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람들을 현혹한다.
재무대신의 두개의 발표 이후 제국민들은 재무부에서 발표한 수많은 공개입찰 표지판을 봤고, 이 역시 빠르게 소문이 퍼져나갔다.
그동안 귀족파의 연줄에 의해 정해졌던 것들이 입찰로 바뀐다면 비용이 낮아질 터.
이러한 흐름이 민생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인지 밤에도 돌아다니는 병사들을 보아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길을 헤매는 치안대원을 도와주는 시민들까지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제국이 아닌 타국까지 이러한 소문이 퍼져갔고, 그 국가에서 이러한 기사가 쓰러졌다.
「황제. 그는 폭군인가? 아니면 정의로운 심판자인가?」
과할 정도의 손속을 보이는 황제.
하지만 정작 제국민들에겐 지지를 받은 묘한 상황.
억울하게 처벌받은 이들과 관례를 따르던 이들에겐 비난을, 반대로 거기서 멀어진 이들에겐 환호를 받는 묘한 상황.
그러한 상황 속에서 마침내 각 지역에서 주요 인원들이 속속 수도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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