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youngest son of the golden spoon life RAW novel - Chapter 178
※?1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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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어? 왔나?”
“네, 사단장님. 데리고 왔습니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사단장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앉아 봐. 네가 정민우냐?”
“이병 정민우. 네, 그렇습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 그나저나 민우 너….. 엘씨그룹의 최회장님 외손자 된다며? 뭐, 어쨌든 이것도 인연이니까 우리 잘 지내보자. 가 봐…..”
사단장은 짧고 명료하게 끝을 냈다.
나는 1분도 되지 않아 사단장실을 나와야 했다. 박상수 중위는 말년 병장에게 나를 맡기고 일처리 할 게 있다며 가버렸고, 그 때부터 사단사령부 일대를 돌며 꼭 알아야 하는 장소와 절차,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사실 나에게 뭔가 알려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 말년 병장은 곧 제대하니 그 동안 감사했다는 인사가 주목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저 꿔다 놓은 보리자루 신세였지만 열심히 사람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어이, 정민우…..”
“이병 정민우!”
“여기가 우리에겐 제일 중요한 곳이야. 간단한 차량정비를 할 수 있더라도 뭔가 이상이 생겼다면 반드시 부관님께 보고하고 정비대에 차를 맡겨.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야. 차량 관리도 우리 운전병 일이기 때문에 운행 중에 차가 고장 나서 서버리면 그 책임은 우리야.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면 정비대 기록을 많이 남기는 거지. 절대 개인적으로 가면 안 되고 부관님께 꼭 보고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해. 그래야 우리 운전병이 덤탱이 쓰지 않아.”
“명심하겠습니다.”
“특히 말이야, 나 같은 경우는 공관에 잡초제거나 쓸데없는 이상한 작업할 게 생긴다면 미리 부관님에게 차량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 해. 그러면 작업 안 하고 여기서 삐댈 수 있어. 이거 내가 얘기 했다는 말은 하지 마라. 특별히 네놈 군 생활 편하게 하라고 얘기 해주는 거니까 적절하게 써 먹어.”
말년 병장은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팁을 얘기해줬다.
“애인이나 여자 친구는 물론 있겠지?”
“네, 그렇습니다.”
“나처럼 애인이 고무신 거꾸로 신고 딴 남자에게 가는 꼴은 당하지 마라….. 씨팔, 더 좆같은 경우가 뭐냐면 하필 내가 아는 새끼하고 바람이 났다는 거다. 이거 사람 은근히 살인 충동 느끼게 되거든….. 혹시 우리 미정이 힘들 때 위로 좀 대신 해달라고 부탁했던 친구인데 그 새끼가 쳐 돌았는지….. 씨팔, 이럴 땐 그냥 두 년놈들 죽여 버려야 되냐 그냥 둘 다 보내 줘야 되냐?”
나는 이 상황에서 뭐라 대답을 해 줘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일주일 뒤에 말년 휴가 가는 사람에게 내 의견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이등병이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잘 모르겠습니다가 아닌가…..
“잘 몰라? 너, 여자 많을 것 아냐? 그러니까 잘 알 필요는 없어. 아는 대로만 말해 봐라. 잘 모르겠다는 건 말이야 대충은 안다는 소리잖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냐?”
“만약 저라면 둘 다 인연 끊고 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하아….. 다들 똑같구나. 네놈도 그렇고 내가 아는 사람들 다 물어 봐도 똑같은 대답들이네. 넌 좀 다른 대답을 기대했거든….. 재벌 3세니까…..”
“복수하는 법은 더 좋은 여자를 만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맞다. 에이, 빌어먹을 세상….. 이제 공관으로 가자. 거기서도 일러줄 게 많아.”
말년 병장은 부관 박상수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
***
공관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마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띄였고, 말년 병장은 나를 데리고 본관 앞마당을 지나 별관으로 들어갔다.
“여긴 식당, 옆에 휴게실인데 흡연실로 쓰고 있어. 담배 안 피면 거기 들어갈 일은 없다. 그리고 여긴 부관님 숙소, 그리고 작은 방 두 개는 대대에서 지원 온 행정병과 취사병, 그리고 우리 방이야. 일주일만 나랑 같이 방을 쓰고, 나 제대하면 너 혼자 방을 쓴다. 그건 좋지? 일과 끝나면 특별한 지시사항 없잖아? 그러면 네놈 하고 싶은 거 해. 공부해도 되고, 자격증 시험준비 해도 돼. 솔직히 지겨울 수 있지만 대학 다니다가 휴학하고 온 놈들에겐 최고의 조건이지. 난 쉬는 날이면 우르르 연병장에서 축구도 차고 땀도 쫙 흘리고 같이 어울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생활이 솔직히 괴로웠다. 넌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빨리 적응하는 게 좋아.”
말년 병장은 이제 일주일 뒤에 제대한다는 여유로움 때문일까,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야.”
“이병 정민우!”
“이제부터 내 말 하는 것 잘 들어. 그리고 관등성명 같은 건 앞으로 하지 마. 일단 시끄러우니깐.”
“네, 알겠습니다.”
“아마 곧 난리가 한 번 날거다.”
말년 병장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분위기를 잡았다.
“잘 못 들었습니다.”
그가 목소리를 낮췄기 때문에 나도 그 목소리 정도로 대답했다.
“조만간 여기 시끄러운 일이 생길 거다. 너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그저 그의 눈을 마주하며 두 눈을 껌뻑거렸다.
“우리 영감 사모님 얘길 얼핏 했었지? 영감 딸과 나이 차이 별로 안 난다고…..”
“네. 하셨습니다.”
“영감 딸이 올 해 스물 둘인가 그래. 사모님은 이제 서른이거든….. 누가 봐도 언니라 부를 나이인데 새엄마라고 불러야 하잖아. 그러니까 딸은 여기 오기가 싫은 거야. 엄마 취급하기도 싫은 거고…..”
“네. 여기 올라오면서 차안에서 하셨던 내용입니다.”
“그래. 그래서 사모님이 우리 영감에게 불만이 많았지. 그런데도 영감은 자기 딸을 매주 여기로 불러. 사모님 입장에서는 다 큰 딸을 매주 보고 싶겠냐? 그래서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어디보자….. 적어도 두 달은 됐겠구나….. 좆같은 일이 벌어졌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년 병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영감이 2년 정도 결혼 생활을 했을 텐데 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근데 누구라도 예상하는 거잖아? 나이가 무려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니깐 말이야. 게다가 우리 영감이 그렇게 술을 좋아해. 술 약속이 있는데 일찍 끝나면 꼭 부관님을 불러서 같이 집에서 한 잔 한단 말이야. 근데 우리 부관님이 술이 약해. 그래서 대대에서 지원 나 온 공관병 중 하나를 가끔 부르거든. 그 놈이 병장인데 3개월 뒤에 제대하는 놈이야. 그래서 제대 할 때까지 아마 여기 취사병으로 계속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우리가 참 곤란한 상황이야. 나도 그렇고 부관님도 목격한 내용인데 사모님이 그 취사병 새끼를 건드렸나 봐.”
“네?”
“중요한 건 우리 영감도 눈치 챈 것 같더라고….. 근데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 같아. 확실한 건 아니니까 맘대로 해석하긴 좀 그렇긴 해. 그런데 내 느낌엔 그냥 한 번 눈 감아 주는 것 같더라고. 이제 3개월 뒤에 제대 하는 놈이잖아? 근데 이 멍청한 새끼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자기는 아무도 모르는 줄 알고 있어. 자기네들 빼고 다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 새끼와 사모님만 몰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냥 모르는 척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응? 그, 그래….. 모르는 척 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일단 모른 척 하고 있고, 그 취사병이나 사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이유 때문에 우리 영감이 조치했다고 생각하면 될 거다. 이건 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으니 아주 스릴 있을 거다. 흐흐흐, 그런데 나하고는 상관없지. 곧 제대할 테니까.”
“일주일 뒤에 말년 휴가라고 들었는데 그 안에 일이 터지면 어떻게 합니까?”
“나야 뭐, 좋은 구경하다가 제대하는 거지. 그 뒷감당은 너희들이 하는 거고….. 그렇게 되면 공관 분위기는 좆 되는 거야.”
그 때 박상수 중위가 우리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야! 사모님 장보러 가신단다. 오늘 저녁은 직접 해 드신다고….. 아차, 민우야!”
“이병 정민우!”
“너, 사모님 아직 인사 못 드렸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김병장 하고 같이 다녀와라.”
그 때 말년 병장 김병장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까 지프차 등 하나가 나가서 정비 받고 오겠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지금 안 가면 내일 대대 방문 때 곤란해집니다.”
“에이, 진작 다녀왔어야지.”
“시간이 없었습니다. 신병 왔으니까 가르쳐야 하고, 사단사령부에서 내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십니까….. 민우 운전도 익힐 겸 혼자 보내지 말입니다. 여기서 5분 거리인데 뭐가 걱정이십니까…..”
“하긴….. 민우도 다음 주부터 사모님 차까지 몰아야 하니까….. 민우야. 사모님 인사드리고 장 보는데 도와 드려라.”
그 때 김병장이 한마디 했다.
“사모님께 민우 소개하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어차피 지프차 차고지도 거기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 빨리 데리고 가라. 사모님도 차고지에 계셔.”
말년 병장 김병장과 함께 차고지로 올라가니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장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단발머리에다가 빨간색 머리띠를 하고 있었는데 가슴이 멀리서도 돋보일 정도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