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youngest son of the golden spoon life RAW novel - Chapter 179
※?1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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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김병장이 그녀에게 인사를 했고, 그녀는 방긋 웃으며 살짝 목례를 했다. 사단장의 사모님은 사단장과 동급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나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사단장이 젊은 시절부터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그 과정을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접을 포기하는 건지는 모를 일이었다.
“어머, 오늘 처음 보네? 새벽부터 움직인 거야?”
“네. 이 녀석 데리러 두 시간이나 운전하고 내려갔습니다. 왕복 네 시간이네요.”
김병장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고,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남편에게 얘긴 들었어요. 엘씨그룹 회장님의 외손자라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잘 부탁해요.”
김병장은 그녀에게 내일 운행해야 할 차량 정비 때문에 자신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 근처 지리도 파악할 겸 이 녀석에게 한 번 맡겨 보시죠, 사모님. 대신 처음이니까 길을 가르쳐 주시고요.”
김병장은 그녀에게 말을 편하게 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공관병 모두에게 그렇게 하라고 부탁한 것 같았다. 그러니 공관 취사병하고 부적절한 관계가 생겼겠지….. 선을 그으려면 확실하게 그어야 하는데 내가 볼 땐 공관병들 모두 사단장의 사모님을 그냥 큰누나 대하 듯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도 그걸 원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 그러면 둘이서 장을 봐야겠네?”
그녀는 입고 있던 원피스가 나풀거릴 정도로 엉덩이를 흔들며 차에 올라탔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김병장에게 경례를 한 후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려고 하자 뒷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가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 지리를 모르니까 내가 조수석에 앉아서 길을 가르쳐 줘야겠죠?”
갑자기 그녀는 뒷자리에서 내 옆자리로 옮겨왔다. 그녀가 내 옆에 앉자마자 그녀의 향수냄새가 확 풍겨왔다.
수컷들만 모여 땀 냄새나 풍겨 오는 환경에서 이런 고급스런 향수냄새를 맡으면 보통 기간병들은 맛이 가버릴 것이다. 김병장이 얘기했던 그 취사병도 이런 그녀의 향수냄새에 맛이 가버린 것이겠지…..
그녀는 젊고 싱싱한 공관병 중 취사병이 맘에 들었었나 보다. 그래서 비밀스런 관계를 몇 개월 이어 나갔겠지만 이미 당사자들 빼고는 다 알고 있는 사실….
비록 김병장에게 들은 얘기지만 그녀의 옷차림과 풍겨오는 향수, 그리고 나를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내 옆자리의 사단장 사모님은 무척이나 위험한 여자다…..!
출발하려 했지만 그녀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
“사모님, 출발하겠습니다.”
“나에겐 그런 말 할 필요 없이 그냥 알아서 가요. 날 남편처럼 대하지 말고…..”
그녀는 팔짱을 끼고선 무심한 듯 말했다.
“그게 아니라, 안전벨트를 안 하셔서…..”
“바로 앞인데 뭘…..”
“그래도 혹시나….. 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서 사고라도 나면 안 됩니다.”
“깐깐하기는….. 그러면 우리 정이병이 직접 매줘요.”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풀고 있는 것 같았다. 공관병으로 대대에서 지원 온 취사병을 건드리더니 이젠 나에게 까지 노골적으로 유혹하다니…..
나는 어떻게나오나 볼 심산으로 그녀의 얼굴에 내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의 입술과 내 입술의 간격은 거의 10센티미터 정도…..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의 안전벨트를 잡고 체결을 했다.
“어머, 어머…..! 놀랬잖아요!”
그녀는 뒤늦게 앙탈 비슷한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가 말든가 나는 일단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로 가는지 일러 주세요. 아무 말이 없으면 직진하겠습니다.”
“사람 놀라게 해 놓고 사과도 하지 않네요?”
“안전벨트를 대신 해달라고 하셔서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놀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말로 때우려고요? 난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한데?”
그녀의 표정은 놀란 표정이 아니라 입꼬리가 약간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아 나에게 흥미가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심장이 벌렁벌렁 하다고….. 정이병을 오늘 처음 봤는데 지금까지 공관병으로 왔던 병사들 중에서 제일 잘생긴 것 같아. 키도 늘씬하게 크고, 몸도 야무딱스럽게 보이고….. 전반적으로 너무 맘에 들어. 왜 이렇게 마음이 설레는지 모르겠네? 호호호호홋…..!”
그녀는 갑자기 말을 편하게 하더니 노골적으로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사모님. 가려는 마트가 어디입니까? 지금 계속직진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 어떻게 하지? 계속 직진만 해서? 돌아가더라도 마트만 가면 되니까 여기 저기 한 번 둘러 봐.”
“그래도 되겠습니까?”
“원한다면 좀 더 멀리 가봐도 되고….. 실컷 바람 좀 쐬고 갈까나?”
그녀는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을 했다. 이게 진짜 바람 쐬러 멀리 가자는 소리인지 괜히 그냥 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나는 갓길에 차를 세워버렸다.
“어머, 왜?”
“가려던 마트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서 세웠습니다. 아까 김병장님 말씀으로는 5분이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지금 벌써 20분 째 달리는 겁니다.”
“여기 지리 한 번 익혀보라고 기회를 줬는데 싫은가보네. 알았어요, 마트가요.”
그녀는 최대한 뒤로 기대앉은 채 손가락으로 대충 마트 가는 길을 가르쳐 줬다. 나는 그녀의 표정을 곁눈질로 확인해 보니 정말 실컷 바람 쐬고 싶었는데 못해서 삐친 것 같아 보였다.
“사모님, 오늘은 제가 처음 여기 읍내로 나오는 거라서 긴장도 되고 길도 익혀야 하는 부담이 됩니다. 다음에 제가 길이 익숙해진다면 그때 바람 쐬러 가는 건 어떨까요?”
“뭐, 할 수 없지. 그렇게 하자. 근데 정이병…..”
“네.”
“내가 말 편하게 해도 괜찮지?”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면 우리 정이병도 날 편하게 대해 주라. 솔직히 공관에서의 생활이 외롭거든. 말벗도 필요하고….. 우리 남편은 밖으로 나도는 경향이 있어서 하루 종일 집에서 나 혼자 지낼 때도 있어. 물론 공관병들이 있긴 하지만 진정한 대화 상대가 되진 않더라. 항상 나를 어렵게 대하니까 저절로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 남편도 이런 내 상황을 이해하고 보듬어 줘야 하는데 또 그런 성격도 아니야. 근데 정이병을 처음 본 순간, 난 느꼈어.”
“뭘 말입니까?”
“진정한 벗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뭐야?”
순간 나는 헛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취사병 병장도 저런 식으로 꼬드겼는지 의문이었다.
나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짐을 들어 준다는 이유로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가 고팠는지 그녀는 내가 궁금해 하는걸 물으면 장황하게 답을 해 주었다.
“우리 집이 대식구야. 내 위로 오빠만 세 명이거든. 게다가 내 밑으로 남동생도 있고. 근데 큰오빠가 대학교를 다니면서 장교로 지원 했는데 하필 지금의 남편과 같이 근무를 하게 된 거야. 큰오빠하고 남편이 죽이 잘 맞았지. 둘 다 술고래거든. 큰오빠는 딱히 전공을 살려서 뭘 해 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군대에 남기로 했어. 물론 남편이 꼬드겼겠지. 그 때 남편 사모님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거야. 난 그 때 은행창구에서 일을 했는데 큰 오빠가 대뜸 이러는 거야. 장군 사모님이 될 생각 없냐고. 당연히 불같이 화를 냈지. 근데 내가 은행에서 좀 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는데 그 대가가 컸어. 완전 강원도 산골 동네로 발령을 내버린 거지. 근데 난 오기가 있어서 사표 안 내고 기어이 거길 갔는데 하필 남편이 그 동네로 온 거야. 작전부사단장으로 와서 거기서 별을 달았어. 큰오빠에게 무슨 부탁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근무 중에도 틈틈이 은행에 와서는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가고, 마치면 불러내서 밥 먹고 술 먹고….. 그러다보니 정이 쌓인 거지. 무려 스무 살이나 많은 아저씬데 그땐 이상하게 남자로 보이더라고. 그 시절, 남편도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위로가 필요 했던 시기였었어. 그 이후로 남편은 국방부에 있다가 진급해서 여기 사단장으로 오게 된 거야. 오자마자 나와 결혼을 했지. 은행 관두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 때만 해도 참 로맨틱 했어.”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사단장님이 참 로맨틱한 분인지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야. 남자들의 못 된 습성 한 가지가 뭔 줄 알아?”
그녀는 갑자기 눈빛이 변하면서 내게 물었다.
“뭡니까?”
“자기 여자라 생각하면 긴장을 안 해. 잡은 물고기는 관리를 안 한단 말이지. 결혼했다 이거야. 그러니까 신경 안 쓰지. 꼬실 때는 그렇게 정열적으로 하다가 결혼 하니까 딴 사람 됐어.”
“남자들 모두 다 그런 건 아닙니다.”
“뭐가 다 그런 게 아냐? 다 똑같지….. 정이병, 아냐….. 이제부터 민우라고 부를래. 그게 좋지? 너도 우리 둘만 있을 땐 그냥 누나라고 불러. 아, 맞다. 내 이름은 수희야. 오수희. 앞으로는 우리 둘만 있을 땐 이름 불러주기야. 알았지?”
“하하, 네….. 수희누나.”
젠장….. 이상하게도 예감이 좋지 않다….. 취사병 병장이 제대하면 그 대타로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 일까…..
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