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youngest son of the golden spoon life RAW novel - Chapter 195
※?1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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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서 배현지 작가가 퇴근 전이라는 걸 알고 강변 아파트로 가는 대신 군복을 차려입고 엘씨기획사로 찾아갔다.
“우와! 이게 누구야?”
경비실장이 날 보고 격하게 반가워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어? 보통 휴가 나오면 거수경례 힘차게 하는 것 아냐?”
“에이, 휴가까지 나와서 그게 뭡니까?”
“군기가 팍팍 들어가 있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쯧쯧쯧!”
“하하하, 수고하십시오.”
나는 본관으로 들어갔다. 지나가는 몇 명이 아는 체를 했고, 곧바로 사장실로 올라가니 최명희 사장이 깜짝 놀라워했다.
“군복 입고 이렇게 올 줄 몰랐네?”
“집에 들르지 않고 여기로 바로 왔습니다.”
“잘됐네. 경희랑 밥 먹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 오랜만에 경희 얼굴 한 번 보는 거지 뭐. 자꾸 네 안부를 물어 보잖니….. 민우 네 휴가 기간에 경희하고 약속을 따로 잡아야 되나 했는데 잘 됐어. 그냥 오늘 같이 점심 먹자. 저녁엔 친구들이랑 술자리 가져. 그 시간까진 안 뺏을게.”
“뭐, 그러죠….. 잠깐 녹음실 들릴 시간은 되죠? 아준이 얼굴은 한 번 보고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아준이? 걔 학교 아직 안 마쳤잖아?”
“아, 그렇군요….. 내가 지금껏 그 녀석에게 의지를 많이 했나 봐요. 언제나 녹음실을 지키고 있는 존재로 알고 있으니까…..”
“그래, 그럴 수 있지.. 아준이하고 얘길 나눠보니까 음대로 진학하고 싶어 하더라.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까 성적도 관리해야 한다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더라. 아마 전교에서 놀고 있을걸? 이번 기말고사도 잘 쳤다던데?”
“그러면 제가 있을 때처럼 활발한 활동은 못하겠네요?”
“그건 그렇지. 민우 너 있을 때처럼 두 세 명의 데뷔앨범을 동시에 작업하고 여러 곡을 며칠 만에 작곡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않아.”
나는 모자를 벗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지금 녹음실 작업하고 있는 가수나 피디가 있습니까?”
“유선이가 있어. 스페셜 째즈 앨범을 내려고 하거든.”
“아! 고유선씨라면 내려가 봐야겠습니다. 인사만 하고 올라올 테니까 그때 이경희 선생님을 만나러 가시죠.”
“그러려무나…..”
나는 지하층으로 내려왔다.
녹음실은 아무도 작업을 하지 않는 건지 조용했다.
최명희 사장 말로는 고유선씨가 앨범 작업 중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1번 녹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못 볼 것을 봐버렸다.
부스 안에서는 피디와 고유선이 뜨겁게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계속 둘의 애정행각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고유선과 내가 눈이 마주쳤다.
“꺅!”
남자 피디는 표광열 피디가 키우고 있던 젊은 피디였는데 이번에 고유선의 스페셜 앨범을 맡은 것 같았다.
“헉! 부, 부사장님!”
남자 피디도 날 발견하고는 잽싸게 부스에서 나왔다.
“오, 오랜만에 뵙네요, 부사장님….. 저는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서 이만…..”
그는 녹음실 밖으로 서둘러 나가버렸다.
오랜만에 예쁜 고유선을 만났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미안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그녀는 부스 안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부스 밖으로 나왔다.
“민우씨….. 군복 입은 모습도 멋지네요.”
“담당 피디와 사귀는 건가요?”
“뭐, 그렇게 됐어요.”
“축하합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저에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그녀는 내 말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래요….. 제가 미안할 일은 아니군요. 그래도 이상하게 민우씨에게 미안해지네요.”
“우리….. 앞으로 편한 친구로 만납시다. 나중에 오늘 같은 일을 두고 깔깔 거릴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난 아직 민우씨가 남자로 보이는데?”
“가능할 겁니다. 오늘 앨범작업 있다고 해서 일부러 얼굴 보러 내려왔는데 오지 말걸 그랬어요.”
하지만 그녀는 애써 억지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말했다.
“아뇨, 민우씨 오랜만에 보니까 좋은데요…..?”
“저는 사장님과 식사 약속이 있어서 가볼게요. 오늘 괜히 보지 않아야 할 것을 본 것 같군요. 다음엔 좀 더 편한 분위기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아차, 민우씨….. 그거 들었어요?”
나는 그녀에게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우씨 여자 친구요.”
“지원이 말이군요. 어떤…..?”
“열애 소식이 떴던데요? 영화배우랑…..”
나는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심야시간에 함께 차에서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는 사진이 돌더라고요. 감당 안 될 것 같으면 차버리세요. 그 자리에 들어 갈 사람 많으니깐….. 전 어때요? 아까 같이 있던 피디 오빠는 빨리 정리할게요.”
나는 아무 말 없이 녹음실을 나왔다.
내가 입대를 한 4월엔 그녀가 2집 활동으로 바빴기 때문에 훈련소까지 동행할 수 없었다. 그 이후 전화로만 연락을 해왔는데 그것도 자주는 아니었다.
곁에 있어주지 못하니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점점 옅어질 수밖에….. 게다가 멋진 사람이 주변을 맴돌면서 툭툭 건드리면 누구라도 넘어가겠지…..
나는 녹음실 옆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여기 이 곳, 회의실에서 소지원을 면접관으로서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외롭다거나 갑자기 남자 생각에 한두 번 밀애를 즐겼다면 쿨하게 넘어가겠지만 마음을 줘버렸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그녀가 속한 세잎클로버의 매니저에게 삐삐를 쳤다.
회의실 전화번호가 들어갔으니 금방 연락이 올 것이다.
내 예상대로 금방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매니저님?”
-아, 네! 전화 받으신 분은 누구시죠?
그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서상곤 매니저를 하다가 내 부탁에 세잎클로버 매니저로 갈아탔지만 그 이후로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목소리만으로는 누군지 궁금할 것이다.
“부사장 정민우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오오오! 부사장님! 뭐, 어떻게….. 휴가 나오셨습니까?
“네. 다름이 아니라 세잎클로버 멤버들은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됩니까? 시간 내서 한 번 보려고 하는데…..”
-여기 지방 촬영 왔어요. 오늘 서울은 못가고 내일 일정도 이 근처라서 근처 호텔에서 쉬다가 내일 일정을 소화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내일 올라옵니까?”
-내일도 힘들 텐데요….. 이게 하루 만에 끝 날 일이 아닙니다.
“많이 바쁘군요.”
-하하, 부사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바쁠 땐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다는 걸 말입니다.
“매니저님이 고생이시네요.”
-우리 멤버들만 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지요. 수고하세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의 정기휴가인데 맘대로 여자 친구도 만날 수가 없다니….. 바쁘면 좋은 것이지만 너무 바빠 만날 수가 없으니 이걸 좋아 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나는 다시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대표이사님, 정민우입니다.”
-아하, 휴가 나왔구나? 언제 나왔냐?
“오늘요. 저녁에 만날 수 있습니까?”
-간만에 강북 조사장님 만나기로 했어. 잘 됐네. 민우 너도 와라. 어차피 파주 놈들 얘기 꺼내야 하잖아? 조사장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 봐라.
“조원희 사장님께요?”
-워낙에 이름값을 하시는 분이시잖냐!
“조사장님께서 조언을 해 주신다면 듣겠습니다.”
-그래, 저녁 때 보자.
졸지에 점심약속과 저녁약속이 잡혀버렸다.
***
오랜만에 점심을 이경희 선생과 함께했다. 나의 첫 번째 새엄마 차정임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제정신이 아닐 때, 그녀의 도움을 많아 받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내 두 번째 새엄마의 절친이다.
“헤어스타일을 바꾸셨네요? 진작 바꾸시지….. 지금 당장 배우 하셔도 되겠는데요?”
“내 꿈이 영화배우이긴 하지.”
그녀는 새엄마 최명희 사장과 비슷하게 숏컷머리를 했었다. 그런데 안 본 사이 머리를 길러 머리칼이 찰랑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최명희 사장이 화장실 간다고 자리를 비우자 이경희 선생이 내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민우 너, 오늘 시간은 어떻게 돼?”
“저녁에 약속이 있습니다.”
“몇 시?”
“그렇게 빨리는 아니고 저녁 7시 약속인데 왜 그러시죠?”
내 말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예전 민우 너하고 비슷한 환자를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민우 너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트라우마 환자입니까?”
“그래. 네 또래 여자인데 충격적인 일을 당해서 모든 인간관계를 닫아버린 상태야. 지금 일주일 째 인데 약간 호전은 됐지만 아직 멀었어.”
“그런 환자라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지 않나요?”
“내가 전문가잖아? 그저 남자가 필요할 뿐이야. 내가 여자 환자에게 뭘 할 수는 없잖니.”
“그 환자가 싫다면요?”
내가 묻자 이경희 선생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마음을 풀 수 있는 치료법을 쓸 거라고 설득했거든? 그러니까 그 환자가 하는 말이 자기 맘에 드는 남자라면 하겠대. 그래서 오늘 생각지도 못하게 민우 널 만났으니까 얼씨구나 하고 부탁하는 거야. 넌 내게 직접 그 치료를 받은 당사자니까 얼마나 좋은 조합이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하네요. 그러면 식사 끝나고 집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갈게요. 언제까지 가면 될까요?”
“늦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