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64)
5. 이상 사태에 대처하는 방법 (13)
“그래. 박율한이 굳이 강나현과 접촉한 걸 보면 취약한 고리인 학생을 노리는 거라고도 볼 수 있다. 거기에다가…….”
신바른은 새끼 펭귄 무리마냥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를 보더니 푹 한숨을 내쉬었다.
“강나현은 와일드 헌터와 엮인 적이 있는 요주의 인물이기도 하고.”
그렇겠지.
아무래도 신바른은 밤새 이 잡듯 뒤져 아무런 문제도 없다 판단한 요새보다도, 와일드 헌터와 관련한 일로 집중 감시 감찰 대상이 된 내 쪽의 위험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혹시 모르니 요새 쪽에는 그 녀석이 나타나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성 속성 헌터들을 중심으로 준비해 뒀다.”
철저하시네.
어쨌든 그렇게 신바른이 우리 일행에 합류하게 됐다.
얼마 뒤 위험 지대 외곽에 다다라 실제 몬스터를 목도하게 되자 신경이 더욱 곤두섰다.
탕-!
총소리가 나고 스코프에 마지막 우두머리 비행형 몬스터가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휘유- 최가람이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내게 말을 붙였다.
“오, 잘하는데?”
“감사합니다.”
“잘하는데 왜 그렇게 오만상이야? 인상 좀 펴?”
“긴장해서요.”
“뭐, 긴장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 그래도 어깨에 너무 힘주진 마라.”
최가람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나는 방금 쓰러트린 비행형 몬스터의 종류를 떠올렸다.
하피. 위험 지대 외곽 게이트에 출몰하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약한 비행형 몬스터 중 하나.
내가 친구들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없이 쓰러트린 몬스터 중 하나다.
그리고 위험 지대에서 마주친 몬스터들 중, 유일하게 시뮬레이션과 다르게 이상하게 튼튼했던 몬스터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운을 뗐다.
“시뮬레이션이랑 다르게 생각보다 더 튼튼하네요!”
“원래 개체별 차이가 좀 있어. 그런데 이번 무리는 좀 많이 튼튼하네.”
뭐, 다 같이 산삼이라도 먹었나?
어깨를 으쓱하며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한 최가람은 잠시 신바른에게 다녀오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휙 멀어졌다.
굳은 표정으로 쓰러진 하피 우두머리의 시체와 흩어져 가는 하피들의 모습을 보는 내 등을 누군가 툭 쳤다.
“무슨 일 있어?”
덤덤이였다.
덤덤이는 방금 전까지 몬스터를 썰고 온 사람답지 않게 평온했다. 옷에 약간 묻은 몬스터의 피만 없었다면 그 누구도 그가 몬스터를 죽였으리라 예상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아무 일도…….”
나는 습관적으로 괜찮은 척하려다 멈칫했다.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덤덤이라면 내 거짓말 같은 건 금방 꿰뚫어 보겠지. 나는 괜한 속임수는 그만두기로 했다.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그렇구나.”
덤덤이는 그 말을 던진 후, 내 옆에 서서 같이 흩어져 가는 하피 무리를 바라봤다. 침묵이 우리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하피 무리가 완전히 사라질 즈음, 덤덤이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해 줘. 친구잖아. 언제든 도와줄게.”
언젠가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마치 그때처럼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있잖아.”
그리고, 그리고…….
아주아주 조금은, 너에게 의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를 아주 조금, 스스로 풀어놓기로 했다.
“그 힘든 일, 지금 이야기해도 돼?”
당장 일어날 이상한 일에 대해서지만, 그것뿐이지만…….
내 물음에 그는 굳건한 거목처럼 대답했다.
“얼마든지.”
나는 한동안 침묵하며 어떻게 의미를 전달할지 천천히 말을 골랐다.
우리 사이에 가라앉은 침묵 사이로 무언가가 구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하피일까, 아니면 정말 새일까?
“‘이상 사태’가 벌어질 거야.”
나에 대해 많은 걸 알아 버린 너라면 어떤 터무니없는 진실이라도 믿어 줄 거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앞으로 일어날 비극에 대해 고하고 있음에도 내 마음은 파도가 일지 않는 잔잔한 바다처럼 고요했다.
내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그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렇구나.”
“응.”
“대비해야겠네. 다른 사람들한테 말할 생각은 없어?”
“믿어 주지 않을 테니까.”
“그런가.”
덤덤이는 자신의 성검, 푸른 황혼을 한 번 손끝으로 쓸었다. 그러곤 부드럽게 웃었다.
“걱정 마. 용사로서 반드시 사람들을 지킬게.”
믿음직하고 단단한 용사의 모습.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한 용사의 웃음이 그 얼굴에 씌어 있었다.
“게이트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게 내 역할이니까.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 웃음의 어딘가가 뒤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괜히 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같이 힘내자.”
“응. 너도, 다른 모든 사람들도 꼭 지킬게.”
어디선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폐허 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 * *
어느새 저녁이 되고, 우리는 요새로 귀환했다.
신바른과 최가람은 무언가 의논할 일이 있는 듯 방 밖에 나가 있었다. 살 만하네.
나는 침대에 누워 메타 시스템창을 보고 있었다.
[현재 메타 포인트 : 7750포인트] [시스템 업데이트 중 : 50%]업데이트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알아서 되겠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건 내버려 두고 다른 쪽 상황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사기꾼 쪽도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스케줄이라고 해야 할까, 일탈에 가까운 지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60화 등장 파트] 085나현이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우리 쪽이 더 급하다.
나는 또 다른 도깨비불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을 떠올리다가 이곳은 밤에 갈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몰래 이동하는 데 가장 좋은 건……,
“‘정보 소거’ 스킬…….”
나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미쳤군. 최수정의 지뢰를 얼마나 건드릴 셈이지? 바람으로 이동하는 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그 녀석들이 나를 따라 주느냐……인가?”
솔직히 나는 여우 구슬 사건 이후로 일행들에게 인망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안다.
나현이가 나를 감싸 줘서 망정이지…… 아니, 이 생각은 그만하자. 중요한 건 그들을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나는 디바이스 화면에 ‘이상 사태’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일행들이 이걸…… 믿어 줄까?
모르겠다.
설사 믿더라도 위험한 곳으로 나를 따라와 줄까?
나는 디바이스 화면에 X 자를 마구 그었다.
하지만 도깨비불이 없다면 이상 사태 이벤트의 공략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필요해.
……어쩔 수 없군.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여태까지 증명해 온 내 정보의 신뢰성과 유용성을 이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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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자식, 아직도 중간고사 때 풀 죽은 게 회복이 안 되었다.
다들 널 그렇게까진 싫어하지 않아. 애초에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지휘를 맡기는 바보가 어딨어? 일단 대화해 봐, 멍청아.
나는 본인에게는 절대 할 일 없는 말을 괜히 속으로 투덜거렸다.
……어쩌면 본인이 앞에 있으면 토닥이는 것까지는 해 줬을지도 모르고.
정말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었다. 이 삽질 천재 자존감 바닥인 녀석이 용케 용기를 낸 것이다.
085
“그래서 좀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함께 가 줬으면 해.”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시선을 땅바닥에서 올리지 못했다. 침묵이 우리 사이를 메웠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의외로 나유리였다.
“나유한, 나는 당신이 싫어요.”
“알아.”
“나현 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을 때는 정말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요.”
“미안해.”
역시 거절인가…… 그리 생각하던 순간,
“하지만,”
한숨 같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같은 사람도 바뀌긴 하는 모양이에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자 나유리는 무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저번에는 잘못된 선택을 했죠, 당신.”
온기 없는 표정. 혹은 경멸. 혹은 증오. 혹은 다른 부정적인 감정.
이것이 나현이가 없을 때 내게 보이는 나유리의 기본적인 표정이다.
“당신이 전과 같았으면 저는 당신을 두들겨 팼을 거예요.”
그래. 미운 정 따위로 없어질 수 없는 원망. 팀워크라는 거죽을 한 겹 벗기면 늘 이런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세상을 게임처럼 생각하던 내가 그 감정을 무시했을 뿐.
나는 나유리가 어떤 날카로운 말을 내뱉어도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로 눈을 숨을 들이켰다.
“그런데 당신은 옳은 선택을 했고, 빌어먹게도 아카데미 입학 이후의 당신은 그럭저럭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말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두들겨 팰 수 없는 게 아쉽네요.”
내 크게 뜬 눈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쉰 나유리는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전 당신과 갑니다. 당신을 믿는 제 친구를 위해서.”
불꽃 같은 붉은 눈동자가 나를 본다.
“당신을 지켜보라는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 눈동자는 과거의 상흔을 품고 타오르는 눈동자다.
나는 새삼 그녀와 한 팀으로 있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실감했다. 나현이가 아니었으면 제대로 된 대화도 못 했겠지.
그리고 최수정이 우리 둘 사이로 손을 슥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 구슬 때 추궁도 다 안 했네~.”
“그건……”
최수정은 히죽히죽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뭐, 제대로 반성한 것처럼 보이니 됐어. 난 같이 갈래! 재밌을 것 같으니까~.”
최수정이 합류한다면 이미 성공이다.
이하나도 최수정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덧붙였다.
“……네 말, 믿어.”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마음 한켠이 어쩐지 따스해져서 나는 눈가를 박박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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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나는 눈물 흘리는 사기꾼을 상상하면서 괜히 입술을 삐죽였다.
c_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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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얼음단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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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존버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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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강나현은 한물 갔어 이젠 이하나의 시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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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그래서 이거 순애임 하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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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하렘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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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그건 또 뭔 엿같은 장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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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주인공 답답해 죽겠네…… 얘 언제 정신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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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여기까지 따라온 대가리 깨진 사람이라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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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추천박고 하차합니다.
전부터 느낀 건데, 독자들 사이에서는 요새 비중이 죽어 버린 나 대신 이하나를 히로인으로 밀려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둘이 서로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와는 별개로, 독자 중에 그런 세력이 점점 강성하는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밀려나고 있었다. 메타 포인트가 느는 수치도 느려지고 있고.
이대로라면 순조롭게 ‘패배한 히로인’ 조에 들 수 있을 거다.
게다가 사기꾼 녀석, 이렇게 다른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 않은가. 내게만 의존하는 상태에서 점점 벗어나는 듯해서 한시름 덜었다.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간만의 평온이 깨진 것은 한밤중의 소란 때문이었다.
시끌시끌한 고함 소리와 사람들이 다급히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게이트 클로즈 아이템 싹 다 가져와!”
“다 떨어졌습니다!”
“본부와의 연락은?”
다른 아이들도 소란을 눈치챈 건지 어느새 일어나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때, 요새에서 배급받은 통신기를 통해 연락이 도착했다.
– 방에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