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업그레이드
크로토스의 어그로가 아를렘에게서, 내 쪽으로 순간 바뀌었다.
‘이거……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네……!’
아를렘의 전투를 바로 코앞에서 지켜보았건만.
막상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크로토스는, 아예 차원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서서, 적극적으로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이것은 계산이 아니라 본능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을 느낀 그 순간.
이미 크로토스의 공격은 시작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착지를 하자마자 바로 왼편에서 묵직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빠아아아아악!
온 몸통을 뒤흔드는 거친 충격이 나를 덮쳤다.
“크으으으으으윽!”
제3의 눈 덕분에 반사적으로 가드를 들어 올리기는 했지만.
콰득!
갈비뼈 몇 대가 날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피해였다.
이 정도로 그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리라.
그리고는 그 주먹에 의해, 나는 조금 전의 아를렘처럼 거칠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시야가 멀미가 날 정도로 정신없이 빙빙 돌았다.
그만큼 빠르게 튕겨져 날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후속타를 보고 피하려면, 이, 일단 멈춰야……!’
필사적으로 바닥을 움켜쥐려 해보았지만.
눈으로 뒤덮인 바닥은, 붙들기조차 쉽지 않았다.
나는 날개를 펼쳐 강제로 속도를 늦추었다.
낙하산을 이용해 멈추듯이.
지지지지직……!
한참을 더 바닥과 마찰을 하고 나서야 겨우 멈춰선 몸.
그러나, 정신을 차릴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젠장! 또 온다!’
이번에는 오른쪽을 치는 공격.
나는 위로 튀어 올라, 그 각도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하나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크로토스는 입김을 불어, 내 다음 도주로까지 제약을 해버렸다!
“후우우우우우!”
그것은 흔히 생각하는 입김과는 달랐다.
압도적인 체구를 바탕으로 내뿜는 그 공격은.
카리앗 산의 칼바람을 훨씬 상회하는,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냉기를 머금었으며.
거의 소형 태풍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풍속까지 더해졌다.
날개까지 휘둘러 그 바람에 저항하려 했지만.
“크으으윽!”
그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결국 바람은 나를 뒤로 날려버렸고.
쿠당탕탕탕!
다시 한 번 나는 바닥을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체온을 느끼며.
나는 이를 악물고 구르던 몸에 반동을 주어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후우우우우우우웅!
이미 크로토스의 철퇴와 같은 주먹은, 내 코앞에 당도해 있었으니.
‘큰일이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 생각이 지나치던 그때.
측면에서 무언가가 나를 밀쳤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옆으로 쓰러졌고.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땐.
포세이튼이 온몸을 써서 크로토스의 주먹을 막아 세운 채였다.
“끄으으으으으으아아아!”
* * *
포세이튼은 엄청난 기합을 내지르며, 크로토스의 일격을 막아내었다.
“포세이튼. 지금은 네놈을 상대해 줄 생각이 없다. 비켜라.”
“이걸 어쩐다? 나는 지금 당장 네놈을 상대하고 싶은데!”
“건방진 놈이……!”
크로토스는 힐끔 나를 쳐다보고는, 다시 포세이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힘을 꾸우욱 주었다.
아마 그대로 포세이튼을 짓이겨 버릴 작정인 모양이었다.
그 순간, 크로토스의 뒤를 잡은 아를렘이.
놈의 머리 위쪽을 아슬아슬하게 최단거리로 타고 넘어, 눈을 노렸다.
쐐애애애애액!
여기까지 들릴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크로토스는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비틀었고.
촤아아악!
그 회심의 습격 역시, 놈의 뺨에 생체기를 내는 데에 그쳤으니.
“이것들이 정녕……!”
그것은 오히려 크로토스의 화를 돋을 뿐이었다.
다만, 포세이튼은 이것을 큰 기회라고 여겼다.
그는 은밀하게 크로토스의 주먹에서 벗어나서는.
타닷!
그대로 심해 신의 상징인 삼지창을 소환하여.
힘껏 투척하였다.
쏴아아아아아!
마치 물살을 가르며 날아가는 포세이튼의 그 삼지창은.
내가 직접 상대해 보았기에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다만 크로토스에게 닿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크로토스는 자신의 머리 주변을 날아다니던 아를렘을 순식간에 내쳐버리고서는.
빠아악!
어느샌가 포세이튼의 그 삼지창마저도 두 손가락으로 잡아채버렸으니.
덥썩!
포세이튼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쉽지 않겠구나.”
* * *
한편, 나는 한 나무 밑동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허억, 허억, 허억……!”
더럽게 아팠다.
온 몸이 미친 듯이 욱신욱신 거리고 있었다.
하나 그 무엇보다도 큰 것은.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하고도, 가장 믿을만한 무기가.
공간 베기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막혔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어떤 적을 만나더라도.
나는 최후의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공간 베기만 있다면, 마지막에 이기는 것은 결국 내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 믿음이 내 눈앞에서 깨지는 걸 목격하였다.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데미지로 돌아왔다.
‘이제 무슨 방법을 써야 하지?……’
공간 베기가 통하지 않는데, 과연 다른 무엇이 통할까?
아를렘조차도 결국에는 제대로 된 방법을 찾지 못해서, 크로토스가 만들어 둔 함정인 가짜 봉인 마법을 쓰지 않았다던가.
그런데 내가 무슨 수로……
‘아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끝도 없이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던 나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것은, 저 멀리서 죽음을 불사하고 전진하는 심해 기사들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저들은 나보다도 훨씬 약했다.
크로토스에게는 단 한 꺼풀의 상처조차 입히지 못하리라.
그러나 오히려 나보다도 거침이 없었다.
흔쾌히 목숨을 내던지며 돌격하는 그 모습은.
지금 내 머리를 채우고 있는 이 부정적인 공상이, 너무나도 나약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한 번 머리가 띵, 하고 울린 것만 같았다.
제 정신이 들자.
나는 다시 처음부터 상황을 되짚어 나갔다.
‘공간 베기는 통하지 않았다.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적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일단은 먹히지 않았지.’
그리고 더불어.
크로토스는 나의 그 공간 베기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듯한 눈치였다.
‘그래. 비슷한 능력으로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의 몸에 공간 베기가 닿기 직전.
딱 피격 부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는듯한 모습이 잠깐 보였던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내 능력에 관심을 가질 법했다.
나 또한 크로토스의 그 능력이 궁금했으니까.
‘당장에 그걸 알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이니……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
나는 다시금 크로토스의 말들을 되뇌었다.
‘분명히……그룬트에게서 입은 데미지가 다 회복되지 않아서 가짜 봉인 마법 같은 함정 카드를 쓴 것이라고 했었지?’
참,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도대체 저 괴물을 상대로 그룬트는 어떻게 한 방 먹였단 말인가.
‘그룬트가 가능하다면, 나도 가능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때부터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수단들을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룬트가 했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리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나는 품에서 잠시 잊고 있던 물건 하나를 찾았다.
‘이건……초월 스크롤……그래, 이게 있었구나.’
오래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나는 바로 그것을 펼쳐 들었다.
촤라라라락!
엄청나게 복잡한 고대 문자들이 내 눈을 반겼다.
단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내가 초월하고 싶은 권능은……!’
결국, 선택지는 하나였다.
나는 다시 한 번 내 최강의 무기를 믿어보기로 했다.
[초월 스크롤 발동 : 대상 스킬 – 공간 베기]* * *
“나도 예전과는 다르다고, 삐약! 심해에서 열심히 수련했거든! 삐약!”
피코는 디아즈의 어깨에서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올라.
화아악!
엄청난 불꽃과 함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직 완벽히 이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 수는 없었지만.
잠시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피코의 화염이 주변의 눈과 얼음을 급속도로 녹여버렸고.
그 여파에, 발을 붙이고 있던 땅의 얼음이 물로 변해버리자.
순간 크로토스의 몸이 휘청였다.
피코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녀석의 얼굴을 향해 화염 브레스를 내뿜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열기는, 모두의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심해의 기사들조차 움찔거리며 팔로 얼굴을 가렸고.
“크으으윽!”
“이런!”
크로토스의 주변을 고속 비행하며 괴롭히던 아를렘마저도, 이번에는 거리를 벌렸다.
“굉장……하군!”
과거에 보았던 그 어떤 불사조보다, 지금의 불사조는 남달랐다.
물론 그 모든 것이 다 같은 존재였으나.
부활하는 순간, 같으면서도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하는 것이 바로 불사조였다.
한데 이번의 불사조는……신들까지 만만하게 볼 수 없을 정도의 경지까지 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상대가 너무 나빴다.
크로토스는 한 손으로 뿜어져 오는 화염을 막고서는, 다른 팔을 순식간에 뻗어.
터업!
피코의 몸통 전체를 한 손에 쥐어버렸으니.
“캬아아아아아!”
피코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계속해서 화염을 토했다.
하지만.
크로토스는 화염을 막던 손을 점점 앞으로 밀어붙여.
결국 피코의 입까지 틀어 막아버렸다.
“불사조 주제에. 제법이로구나. 조금 뜨거울 뻔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크로토스의 손바닥에서는 탄 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열기에 데미지가 없지는 않았던 것이리라.
그러나 때문에 크로토스를 더 화가 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니.
크로토스는 그대로 피코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꾸우우우욱!
피코의 몸통에서, 불안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뚜두둑! 뚜둑!
큰 날개를 펼쳐 도망치려 해보았으나.
퍼덕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아를렘과 포세이톤이 다급히 나섰다.
“손을 놓아라 크로토스!”
“이 노오오오오옴!”
이번에는 꽤나 화가 돋은 크로토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든 이들을 향하여, 발길질과 냉동 입김을 사방으로 뿌렸다.
발길질에 맞은 포세이튼이 거칠게 날아가 버렸고.
빠아아악! 쿠당탕탕탕……!
차가운 냉기를 정면에서 맞은 아를렘이 힘없이 추락하였다.
저항하는 자들이 사라진 걸 확인한 크로토스는.
그대로 주먹을 쥐어 피코의 머리를 겨냥하였다.
“네 녀석은 살려두고 싶지 않구나. 여기서, 그 불사까지 마감시켜주마!”
디아즈가 그 광경에 절규를 하였다.
“피코오오오오오오!”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타다다닷.
순식간에 눈밭을, 나무를, 바위를 치고 달려나가.
촤아아아악!
검을 휘둘렀다.
“이게, 무슨!”
이번에는 내게 신경을 쓰지 못한 크로토스는.
일격을 허용하였다.
그럼에도 크로토스는, 코웃음을 쳤다.
“네 녀석의 그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나 역시 공간을 뒤틀 수 있으니.”
실제로 크로토스의 몸 어디에서도 생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 이상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주먹을 쥐고 있던 크로토스의 팔이, 축 늘어진 것이었다.
“……!”
자신의 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확인한 크로토스가.
눈을 살벌하게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나는 놈을 향해, 그대로 코웃음을 받아쳤다.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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