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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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이무기
“좋아하지 마라. 네가 살아날수 있는 시간이 아주 조금 늘어난것뿐이니까.”
“그래? 여기서 회복하고 난 다음에 다시 마주한 후에도 그런 소리를 할수 있을까?”
“계속 도망만 친 주제에 입만 살아가지고!”
“내가 계속 도망만칠것같냐? 본격적으로 나서면 너 정도 따위야 일검이거든!”
콰앙!
으르렁거리던 둘 사이에 정확하게 떨어진 화염덩어리는 모두의 입을 다물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다. 이 안에서는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내 얼마 안되는 자비심을 시험하지 말거라.
깊게 파인 구덩이를 바라보면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며 순식간에 많은 의미를 담은 마음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 대화끝에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여기서는 싸우지 말자.’
강제 세이브 존이 만들어졌다.
물론 아예 공격이나 적대적인 행위가 금지된건 아니었지만 일을 벌인 이후에는 저 화염이무기와 1:1 면담을 벌여야하니 효과는 만점이라고 할수 있었다. 괜히 근처에 있다가는 더 틱틱댈것같아 성훈과 운성무리는 꽤 멀리 떨어진채 일단 휴식을 취했다.
미션 수행?
그건 두 번째 문제다. 지금 중요한것은 바로 휴식이었다. 운성일행은 바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물이나 음식을 꺼내먹거나 바로 드러누워서 쿨쿨 자기 시작했다. 성훈도 일단 제대로 식사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놓은 육포를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바로 드러누워서 한 숨 자고 싶다. 그러나 성훈은 두 눈을 억지로 비비면서 최대한 잠을 몰아냈다. 지금 잠을 자서는 안된다.
팔랑.
한동안 쫒기느라 애독가의 스킬효과를 제대로 발동시키지 못했다.
3일이 경과하는 시점까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그동안 쌓은 능력치가 초기화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책을 읽어야했던 것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40일간의 누적을 통해 총 600의 능력치를 상승시키는게 가능하다. 현재 누적된 날짜는 18일이다.
270의 능력치를 헛되이 소모하지 않기위해서라도 여기서는 꼭 책을 읽어야만 했다.
“…저게 뭐하는 짓이야?”
“…머리가 좀.”
희미하게 들리는 대화를 애써 들리지 않는척하면서 성훈은 생각했다.
‘속독법 꼭 사고만다.’
전혀 쓸데가 없어보여서 사지 않았던 속독법이 지금만큼 절실한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바로 출발하는건 무리가 있어보였다. 책도 읽고 수면과 휴식을 병행하며 정비를 마치려면 최소 반나절은 필요할터, 설마 그 안에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질일은 없으리라.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한번 악운이 끼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일이 안풀리는것을 의미하는데 성훈은 그 말의 의미를 몸소 깨닫고 있었다. 원래 성훈을 합쳐서 총 열두명만 존재해야할 이 공동안에 현재 서 있는 사람은 총 마흔명이었다.
성훈 한 명. 운성과 그 부하들 열명.
그리고 한숨 늘어지게 자고 든든하게 식사도 마쳤을무렵 등장한 강무한과 아홉명의 부하들, 마지막으로 강무한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는지 타이밍좋게 나타난 김이현과 그 부하들. 이렇게 합쳐서 총 마흔명의 사람들이 당황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연한 얼굴로 미션을 받는 김이현을 바라보면서 강무한이 삿대질을 했다.
“야 너…읍!”
호령이 떨어지기전에 뒤에 있던 전사가 간신히 입을 막을수 있었다. 탑랭커? 길드장? 그런것보다 중요한건 일단 목숨을 구하는것이었다.
강무한도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곁눈질로 이무기를 바라봤다. 꽈리를 튼 채 무심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이무기를 확인한 그는 손을 치우고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백운성. 이게 어떻게 된거냐?”
이건 엄청난 실수라고 할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엄벌도 각오해야했지만 이어지는 백운성의 설명을 들은 강무한은 이마에 실핏줄을 띄우며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결과만 보자면 그가 잘못한것은 맞지만 뭐라고 할수는 없었다. 그렇게 행동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만약 진짜 김이현이라면 이만한 찬스가 없었을테니 말이다. 가면을 쓴 남자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본 강무한은 곧 김이현을 쳐다봤다.
“여긴 어쩐일이야 사이비.”
“사이비라니 저 자식이!”
튀어나오려는 부하를 제지한 김이현은 꾸밈없는 미소로 대응했다.
“어쩐 일이긴요.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온거죠.”
“마을은 어떻게 했지?”
“가벼운 반항을 해서 마찬가지로 가볍게 훈계를 내리고 왔죠.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역시 너랑은 사이 좋게 지낼래야 지낼수 없어.”
“저희들은 의외로 잘 통할지도 모르겠군요. 저도 똑같습니다.”
공간의 사잇길은 강무한이 제일 먼저 발견한 곳이었다.
이게 비밀던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강무한은 그 장소를 중심으로 커다란 마을을 만들고 충분한 준비를 마친후에 던전에 도전했다. 그런데 어떻게 안건지는 몰라도 김이현이 사잇길의 존재를 알고 습격을 가해오기 시작한것이다.
그 전까지는 원거리 공격으로 일시일살(一矢一殺)을 행하던 백운성때문에 번번히 공격이 실패할수밖에 없었지만 성훈을 쫒아가기 위해서 졸지에 열한명, 거기에 랭커 두 명이 빠지면서 바로 점령당하고 만것이다.
싸울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놓아둘수도 없는 기묘한 정적 가운데 움직인것은 바로 성훈이었다.
‘어라? 이거 어쩌면….’
백운성만 하더라도 만만찮은 상대가 아니다.
거기에 강무한까지 추가되면 더 이상 볼것도 없다. 사실 이 공동에서 벗어나는것조차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김이현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짝, 짝!
가볍게 박수를 치자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해도 별로 떨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일단 좀 진정하죠. 어차피 싸울수도 없는데 괜히 핏발 세워봤자 좋을게 없지 않습니까?”
“좋을게 없어? 너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방해한 각오는 되있는거겠지?”
자초지종을 들은 강무한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유성훈을 바라봤다.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대놓고 비웃음을 짓는데도 그는 그저 이를 가는게 한계였다. 강무한이 화를 내자 김이현은 반대로 이 괴인에게 흥미가 생겼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하지 않는가?
“뭘 그렇게 화를 내나? 대화를 나눠서 나쁠건 없겠지. 이름이 뭐지?”
“저는 유령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뻔히 보이는 가명에 몇몇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유령? 장난하지 말고 본명을 말해라. 그 웃기지도 않는 가면은 벗고.”
“그래. 그럼 유령. 가면을 쓰고 가명을 사용하는걸보니 어차피 물어본다고 정체를 알려주지도 않겠지.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역시 김이현은 어느정도 머리가 돌아간다.
강무한의 말은 가볍게 씹은 성훈은 마치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된 태도로 양 팔을 펼치며 말했다.
“저는 아주 평화적인 제안을 하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합니다. 이 동굴 안에서는 한시적인 평화협정을 맺자는겁니다.”
“평화협정?”
“평화협정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뭣 때문에 너랑 평화협정을 맺어야하지?”
강무한이 나서기도전에 백운성이 나서서 이를 갈았다.
“간단합니다. 평화협정을 맺지 않으면 저는 당신들을 공격할테니까요?”
“공격? 누가 누구를 공격한다는거야? 응? 머리가 안 돌아가나? 강무한님과 친위대도 있는데 고작해야 너 하나를 어떻게 못할것같아?”
“저도 동감합니다. 제가 아무리 난리를 쳐봐야 탑랭커이신 강무한님이 있는 이상 잘해야 네다섯명을 데려가는게 한계일겁니다. 하지만….”
척.
갑작스레 성훈이 다가오자 김이현은 살짝 몸을 떨었지만 이내 담담하게 어깨를 내줬다. 김이현의 어깨를 잡은채로 얼굴을 내민 성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활짝 웃었다.
“탑랭커이신 김이현님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김이현님 강무한님과 싸울 생각이 있으십니까?”
“글쎄, 싸우지 않기를 원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수도 있지.”
“그렇군요. 저는 평화주의자입니다. 저 역시 가급적이면 싸우는것을 원하지 않죠. 그러나 부득이하게 싸울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냥 당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실건가요?”
당장 창을 던져서 저 가면과 골통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시선을 돌리자 백운성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저 녀석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실력만 놓고보면 충분히 랭커급입니다. 계속해서 도주하느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 예상으로는 아마 100위권 이내의 랭커와 비교해도 될정도입니다.”
“100위권….”
묘한 상황이다.
객관적인 전력을 보자면 강무한은 김이현을 충분히 누를수 있을만한 상황이다. 김이현이 데리고 온 사람들도 만만치 않아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격의 차이라는게 있다. 강무한을 합하면 이 쪽의 랭커는 무려 다섯 명이다.
만약 그냥 두 세력만 있었더라면 강무한은 여기서 사생결단을 냈을것이다.
그러나 저 유령이라는 놈이 변수로 떠올랐다.
‘정확한 실력은 모르지만 적어도 100위권 이내, 최악의 경우 더 강할수도 있다. 그 정도의 강자가 김이현과 붙는다면….’
빠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까지 들려왔다.
몸 곳곳에 떠오른 힘줄로 미루어보아 강무한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수 있으리라.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강무한은 작게 중얼거렸다.
“좋아. 네 의견대로 해주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유령 똑똑히 알아둬라. 앞으로도 이런 운이 따라주지는 않을거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성훈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강무한이 물러난것은 화염 이무기라는 존재와 외부의 지원을 받을수 없는 독특한 지형, 그리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여건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다혈질로 유명한 그가 이렇게 참은것은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한 일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진지한 강무한과 달리 성훈은 여전히 장난스러운듯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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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헬 파이어=정수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정수 대신 화염 마법(정수=화염마법)으로 때울수 있냐고 한 마법사가 용감히 나서고 그에 감명받은 이무기가 보답으로 큰 힘(큰힘=꼬리치기)을 준다며 꼬리를 휘둘러 피떡을 만들어버린 내용을 쓰려고 했지만 쓰기가 귀찮아져서….
유성훈은 개인적으로 친절한 태도를 취하는 악당의 포지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게임이나 소설로 따지면 마왕군의 사천왕 중 책사 역할을 하는 녀석 정도. 어떤 느낌인지 대충 아시겠죠?
대신 여기에 배트맨의 조커와도 같은 의외성이나 예측할수 없는 똘끼를 살짝 집어넣는게 최종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