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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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말하는대로
이무기는 믿을수 없다는듯이 혀를 날름거렸다.
업화의 정수를 가지고 있는 존재는 화염 나락의 미친 정령과 용암 폭포의 겁화의 기사. 둘 모두 자신의 상대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그런 존재를 설마 단 혼자서 잡아올줄은 몰랐다. 강무한과 김이현도 깜짝 놀란 상황이었다. 김이현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충격을 감출수는 없었다. 손 위에 올려진 정수를 금새 낚아채 삼켜버린 이무기는 눈을 감고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아주 좋구나. 덕분에 한계를 탈피할수 있었어.
“아닙니다. 제가 뭘 대단한걸 했다고. 고작해야 정수 하나 아닙니까.”
-그 정수 하나 덕분에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침내 한계를 돌파할수 있게 됐으니 원하는게 있다면 무엇이든 골라보아라.
-‘화염의 정수 수집’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이무기가 모은 보물 중 3개를 선택하실수 있습니다.
‘왔군.’
눈 앞에 떠오른 창을 바라보면서 성훈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등급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3개라니 너무 많아보이기는 하지만 겁화의 기사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과한것도 아니었다. 뭐니뭐니해도 B급에 해당하는 미션을 최고 난이도로 완료했다. 길드가 들어오지 않는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할수 있었다.
레어 이하의 물건은 깔끔하게 제외하고 새롭게 추가된 물건까지 더하자 남은것은 14개의 물건들이었다. 일단 가장 높은 등급은 엘리트 하급의 무기였다. 일단 엘리트 급이니 고르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종류가 기형병기에 속하는 낫이었다. 기형병기를 이용한 무술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게다가 일단 가지고서 파는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만 팔아도 진짜 거하게 한 몫을 잡을수 있다. 지금 중요한건 스스로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성훈의 아이템은 룬 블레이드와 이번에 얻은 장갑, 그리고 레어 두개를 제외하면 전부 매직이나 노말급의 아이템이었다. 장비를 바꿀수 있으면 바꾸는게 좋았다.
그러나 막상 선택하자니 중복되는 부위가 많아서 고민이었다. 심사숙고 한 끝에 일단 성훈은 내갑과 망토 하나를 골랐다.
화룡갑(火龍甲)
등급 : 유니크(中)
종류 : 상의
-이무기의 껍질을 이용해 만든 내갑. 옷안에 가볍게 받쳐입을수 있다. 특별한 힘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매우 질기다.
-마력 증폭 10%
-치명상을 입을 확률 감소
-일정 이하의 데미지 완전 무시
-화염 계열 스킬 데미지 20% 경감
-모든 능력치 +10
일단 내갑은 일정 이하의 데미지를 완전 무시한다는 점과 마치 속옷처럼 안에 받쳐입을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골랐다. 망토는 살짝 고민했지만 중간에 보이는 특이한 성능 때문에 골랐다.
영웅의 망토
등급 : 유니크(下)
종류 : 망토
-영웅은 언제나 베일에 쌓여있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영웅의 정체는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됩니다.
-착용시 레어급 이하의 간파 및 탐색 스킬 무효화
-모든 능력치 +15
-‘영웅의 신발’, ‘영웅의 장갑’, ‘영웅의 반지’의 세트 아이템입니다.
간파 및 탐색 스킬을 무효화한다.
간단한 효능이지만 이번 미션을 통해서 암습의 중요성을 깨달은 성훈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끌리는 옵션이었다. 혹시 모르지만 만약 세트 아이템을 모으게 된다면 훨씬 더 이득이었고 말이다. 문제는 마지막으로 선택할 물건이었다.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일단 고르는건 문제가 없었지만 사용할수도 없고 팔아야했다.
이왕 높은 등급은 기형병기를 고를까 아니면 등급은 낮지만 대중적인 무기를 고를까 고민하던 성훈은 곧 구석에 갑옷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갑옷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책 한권이 보였다. 매직 북도 아닌 스킬 북. 별로 기대도 안 하고 정보를 확인한 성훈은 곧 표정을 굳혔다.
카피
등급 : 레어(中)-성장형
종류 : 패시브
-진정한 흉내쟁이는 뭐든지 따라할수 있습니다. 로키의 권능이 깃든 책이지만 내용이 온전치 않아 완벽히 따라하는것은 불가능합니다.
-???
-???
‘뭐지 이건?’
고작해야 레어 중급.
그 내용이 어떻든간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바로 관심도 주지 않는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설명에 들어있는 한 단어가 성훈의 관심을 끌었다.
‘로키.’
분명히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그 때 로키의 선물이라는 상자가 들어온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나온 허장성세는 지금도 아주 잘 사용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진실이라 여기게 하고 설득률을 소폭 상승시켜준다는 효과는 성훈이 리더로써 활동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고 이번 미션 같은 경우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데 훌륭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이 카피라는 스킬은 레어 중급이지만 어쩌면 여기에는 더 미션을 이끌어간다는 초월적인 존재들의 의지가 섞여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해를 끼치려는것 같지는 않다. 이미 얻을거 다 얻은 상황에서 선택권 하나에 영향을 끼친다고 성훈이 큰 피해를 입지도 않는것이다.
‘일단 최소한 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 스킬북을 선택하는건 엄청난 괴짜, 아니면 자신처럼 로키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존재, 둘 중 하나일것이다. 결국 성훈은 약간 떨면서 카피라는 스킬을 선택했다.
-의외로 욕심이 없구나.
욕심이 없다?
만약 이 미션을 하면서 크게 한탕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성훈은 생각할것도 없이 바로 비싼 아이템들을 골라서 가져갔을것이다. 그러나 이무기가 마음을 꿰뚫어보는 재주가 없는 이상 성훈의 생각을 알아차리는것은 불가능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원하는 바가 있다면 말해보라.
‘과연 무슨 소원을 빌까?’
그 장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생각했다.
소원 자체의 허용범위는 이 자리의 누구보다 높을게 틀림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 범위를 자세히 측정할수 없었다.
‘젠장, 원래는 나도 소환수나 그 비슷한게 되줄수 있냐고 말해보려했는데.’
바로 앞에 그 말을 내뱉었다가 핏덩이가 되버린 사람이 있는이상 함부로 그런 부탁은 할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템을 고르자니 뭔가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4단계의 소원으로 강무한이 얻은게 유니크 중급의 허리띠, 자신이 소원을 빌어도 크게 다를건 없을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느낄수 있을만한 시간이 흘러간 이후 성훈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둘이서만 이야기할수 있겠습니까?”
-안될것도 없지.
무형의 막이 둘을 감싼 순간 성훈은 망설임없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사람을 죽여주십시오.”
-사람?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위해서 일한 이상 나는 누구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잘못 이해하신것같군요. 제가 원하는건 여기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뭐?.
이무기가 고개를 약간 틀면서 이해할수 없다는듯이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굳이 소원을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빌어야할 이유라도 있는것인가?
이해할수 없다는듯이 백운성이 중얼거릴 무렵 마침내 막이 사라지고 이무기가 미친듯이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그들중 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미친듯이 웃고 있다는것은 이해할수 있었다.
마치 인간이 배를 잡고 웃어대듯이 말이다.
-오랜만에 웃기는 소리를 들었구나. 좋아, 아주 좋아.
그리고 동시에 이무기의 입에 시뻘건 화염의 구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급하게 마법을 시전했고 전사들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무기는 사람들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고 천장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화염이 천장을 가격한 순간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빛?!”
“하늘이다!”
천장을 부수자 바로 새하얀 구름과 빛나는 태양이 모두의 두 눈을 자극했다. 낙석에 맞을까 모두들 질겁했지만 어느새 생겨난 붉은색의 구가 모두를 보호하고 있었고 점점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부서지면 바로 저 밑으로 떨어질테니.
금방이라도 이 막을 부수기 위해서 무기를 들어올렸던 사람들은 흠칫하면서 움직임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밖으로 나온순간 사람들은 지금까지 어디에 있는지 알수 있었다.
서쪽산 정상에서 튀어나온 사람들은 곧 빠른속도로 이동하더니 꽤 멀리 떨어진 산 기슭까지 자동으로 떨어졌다.
“미션이 끝났으니 밖으로 보내준건가?”
“아니, 그런것치고는 뭔가….”
김이현은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굳이 그 난리를 부려서 자신들을 밖으로 꺼내준거지? 아니 그보다 아직까지 산 정상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화염이무기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곧 충격적인 메세지가 떠올랐다.
-화염동굴의 보스 ‘각성중인 화염 이무기’가 출현합니다.
-각성중인 화염 이무기는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습격합니다.
“뭣?!”
모두가 비명을 내뱉을때 성훈은 조용히 미션창을 응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