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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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말하는대로
강무한이 미리내의 공격을 보고 놀랐던것처럼 미리내 역시 나름대로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강기(剛氣)와 맞먹는 위력의 공격이라니, 역시 강무한.’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참오를 거듭하면서 그녀는 마침내 스킬에서 벗어난 스스로 강기를 만드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미리내의 재능을 눈여겨보는 신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속도였다. 스킬의 구조를 파악하고 스스로 파악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경지를 개척해나가다니! 그녀야말로 이레귤러라고 할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미리내가 독보적인것은 아니었다. 스킬과 스탯, 아이템 역시 강해질수 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재능으로 보자면 미리내와 비교할수 없지만 일단 공식적으로는 강무한이 미리내보다 더 높은 랭킹에 있는것은 도박으로 얻은것이 아니었다.
“아직 나도 갈길이 멀어.”
강기를 만들수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순간적으로 밖에 만들수없다.
쌍검 각각에 검사를 최대한 형성하고 내려치는 일순간 합일을 이루어 강기를 형성하는 것. 검기처럼 자유자재로 강기를 만들어내는것은 아직 요령과 마력이 부족해서 불가능했다.
검을 되돌린 미리내는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인벤토리에 있는 포션을 붓기 시작했다.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누구인지 알아보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책과 검을 동시에 이용하는 전투 스타일이 결코 흔하지 않다.
“괜찮습니까?”
“…으으음.”
“이 가면은 또 뭡니까?”
말릴틈도 없이 가면을 벗긴채 미리내가 포션을 붓자 어느정도 체력이 회복된 성훈은 순간적으로 갖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일단 목숨을 구한것 자체는 다행이다. 그러나 미리내에게 정체를 들킨것은 큰 일이었다. 물론 얼마 안가서 들통날 사실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강무한에게 쫒기는 상황은 여러모로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았다.
‘두 가지 선택지로군.’
첫 번째는 깔끔하게 파티를 해산하고 혼자서 활동하는 것.
배신당할 염려도 없고 뒷통수를 맞거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성훈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과 앞으로 저지를 일을 생각해보다면 혼자서 활동하는게 나을수도 있다. 그러나 성훈은 고개를 저었다. 솔로 플레이는 한계가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동료를 구해봤자 이미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길드와 어느정도 구성을 이룬 파티를 뛰어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엘리와 미리내, 사종원같은 사람들은 모으고 싶다고 모을수도 없는 최고급 인재다.
답은 정해져있었다.
‘정체를 밝힌다.’
정체를 밝혀야 한다.
혼자서 모든것을 해결하려고 하는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어설프게 속이려하는것도 안될 일이다. 자신이 대외적으로 내세운 ‘유령’이라는 인물은 앞으로도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욕지거리와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일을 할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자신과 같이 협력할 정도로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어야한다.
진심 어린 설득을 하기로 생각했다. 물론 그 진심 어린 설득이란게 상당 부분 편집되고 조작되고, 감추고 심하게 편향적인 시선으로 펼쳐질거라고 해도 말이다.
“독기가 올라오는군요.”
“해독 포션이 있다. 괜찮아.”
검게 물든 상처 주변에 포션을 붓고 마시기 시작하자 점점 독기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강무한이 쉽게 물러난 이유에는 독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할거라는 계산이 섞여있었다. 레어 급의 독기를 이겨낼 해독 포션은 극히 드무니까 말이다. 하지만 엘리트 급의 독을 가지고 있는 성훈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레어의 독 정도는 없앨수 있는 해독포션은 가지고 있었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뒤 붕대로 상처를 감싸준 미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어느정도 지속되던 침묵을 깬것은 성훈이었다.
“안 물어보나?”
“뭘 말입니까?”
“왜 내가 쫒기고 있었는지 말이야.”
도둑 놈이 제 발 저린다고 먼저 말을 꺼낸 성훈이었다. 그러나 미리내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는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어차피 나중에 다 설명해주겠지요.”
“말해주지 않으면?”
“그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성훈은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미리내를 바라보았다.
그녀에 대해서는 단순무식이라는 4글자로 표현할수 있었는데 이런 모습은 의외였다. 무엇보다 이런 대응은 처음이었다. 무언가를 캐내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때가 되면 알려준다는듯한 태도에 신선함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인간.
“그래, 자세한건 나중에, 나중에 설명해줄테니까, 조금만 쉬자.”
“푹 쉬십시오.”
미리내가 호위를 서준다면 어중이떠중이는 백명 단위로 몰려와도 걱정할것 없다.
미션의 끝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은 얼마 남지 않았고 미션 갯수는 451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살인 카운트는….
‘673. 어떻게든 성공했군.’
물론 지금도 숫자는 674, 675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그건 성훈이 알 바가 아니었다.
‘690. 와우! 한번에 꽤 많이 당했나본데?’
쫒길때는 그렇게 가지 않던 시간이 지금은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이 그대로 ‘정지’했다.
-생존 미션을 클리하셨습니다.
-클리어 과정을 계산중입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상승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10가 추가됩니다.
-B+급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익숙한 메세지 창이 떠오르고 마치 모니터를 끄는것처럼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다시 밝아지는 순간 성훈은 전혀 다른 장소에 있었다.
짝짝짝.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성훈은 가볍게 쓴 웃음을 지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있었는데도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도 못했다. 몸은 어느새 완벽하게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고 바위의 딱딱함이 느껴지던 등에서는 푹신한 감촉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미션에서는 성훈님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예상이 맞았군요. 훌륭한 활약상이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대놓고 추켜세우고 있었지만 성훈은 말리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번 미션은 자신에게 아주 딱 맞았다. 남들 눈치보지 않고 활동하면서 그동안 억눌러왔던것을 전부 폭발시키고 미션 역시 훌륭하게 끝마쳤으니 말이다.
“정산부터 들어가지.”
“쉬지 않으십니까?”
언제나 이곳에 오면 온갖 진미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성훈이었다. 벌써 주변은 최고급 호텔의 모습을 떠올리는 인테리어로 바뀌어 있었지만 성훈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골치 아픈것 먼저 전부 처리하고 나중에 쉬려고. 내가 최종적으로 쌓은 포인트는 얼마지?”
“잠시 계산 좀 해보죠. 선 계열 21개, 생존 계열 294개, 악 계열 451개. 누적되신 총 미션포인트는 총 214,400포인트로군요. 대단하십니다.”
“그것밖에 안돼?”
“그것밖에 안되냐니요. 레전드급의 아이템도 십만포인트면 가져갈수있는데 이십만 포인트가 얼마나 많은지 감이 오지 않으십니까?”
제리의 말에 성훈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활동한것 치고는 적은듯했지만 제리의 말을 들어보니 꼭 그런것만도 아닌듯 싶었다. 목록에 떠오른 아이템을 잠시 살펴보던 성훈은 곧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수 있었다.
자신이 선택할수 있는 물건의 목록이 너무나 적었다.
화염동굴에서 얻은 전리품과 섬의 몬스터들을 없애고 얻은 아이템들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러자 제리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을 죽이고 얻은 전리품은 따로 포인트를 지불하지 않으셔도 가져가실수 있습니다. 포인트를 지불하셔야 얻으실수 있는건 이 섬에서 얻은 전리품이죠.”
“그래?”
덕분에 모든 아이템을 고르고도 꽤나 많은 포인트가 남아버렸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히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템을 선택한 다음에 남은것은 바로 성훈이 완성한 최고 난이도의 서브 미션, 진정한 악인의 결산이 남아있었다.
“일단 진정한 악인 클리어 보상인 ‘악인’ 칭호를 드리겠습니다.”
「악인」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당신, 스스로가 원한다면 어떤 비난과 가책을 각오하고서라도 움직이는 그대야말로 악인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혜 +20, 마력 +20, 행운 +30
-독특한 사고방식 : 뛰어난 악인인 그대는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뛰어난 장점으로 바뀔수 있습니다. 정신 및 환각 계열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상승합니다(상시 발동)
능력치도 뛰어난 편이고 ‘독특한 사고방식’도 쓸만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상시 발동이라는 효과는 따로 칭호를 장착하지 않아도 사용할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황혼의 증표(twilight mark)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그냥 주면 되는거 아닌가?”
“아뇨, 아뇨. 아쉽게도 황혼의 증표는 단순히 장착형 아이템이 아닙니다. 황혼의 증표는 부여형 아이템이죠.”
제리가 탁자위에 올려놓은 것은 새카맣게 물들어있는 수정구였다. 이리저리 흔들리자 구 안에 들어있는 검은 가루가 이리저리 불길하게 흩날렸다.
“황혼의 증표는 특별히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이 수정구를 이용해서 장비에 사용하면 그 장비에 황혼의 증표가 지닌 힘이 들어가는거죠.”
“오, 그래? 그런거라면 룬 블레이드에 부탁하지.”
레전드 급 검인 룬 블레이드를 한층 더 강화시킬수 있다는 생각에 검을 내밀었으나 제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하실까봐 설명이 필요한겁니다. 황혼의 증표가 지닌 힘은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개념이 아닙니다. 아이템을 변질시키는 개념이죠. 레전드 급의 룬 블레이드에 황혼의 증표를 사용하면 오히려 등급이 떨어질겁니다.”
“그렇다면 노말급 아이템에 사용하면?”
“등급이 올라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