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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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말하는대로
조금 더 자세히 이어진 설명은 들은 결과 황혼의 증표는 아이템을 ‘+’시키는게 아닌 ‘=’시키는 것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서 그 능력과 옵션도 크게 차이가 나죠. 무기냐 방어구냐 장신구냐, 심사숙고해서 결정하시는편이 좋을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곰곰히 생각해봐야했다.
일단 레전드 급인 룬 블레이드의 등급이 낮아진다고 했으니 아마 이것을 사용하면 유니크급이나 엘리트급의 장비가 나온다고 봐야했다. 문제는 어떤 장비에 사용하느냐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 책이었다.
직접 가지고 싸우는 장비인 검과 책의 등급이 각각 레전드 급과 엘리트 급이라면 3차 각성을 하고도 쓸수 있을만큼의 장비가 될수 있다. 그러나 책을 내미려는 순간 성훈은 움직임을 멈췄다.
‘과연 책을 강화하는게 맞는 선택일까?’
책을 선택하는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차근차근 다시 떠올려보니 한 가지 걸리는 점을 깨달을수 있었다.
책은 사람들 사이에서 팔리고 있다. 무기류로 분류되는 덕분에 미션을 한번 끝내고나면 한두권정도는 꼭 들어와있었고 구하는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돈이 궁핍해서 사지는 못했지만 레어급의 책이 팔리는것도 본적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분명히 유니크, 엘리트, 레전드 급의 책도 나올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스태프, 완드 등을 사용하는것을 생각한다면 가격대는 같은 등급의 다른 무기에 비해서 낮을수밖에 없을것이다. 그 추리가 성훈을 멈추게했다.
스윽.
소파뒤에 몸을 깊숙히 파묻으면서 성훈은 손가락을 매만졌다.
황혼의 증표가 부여형인 이유는 단순히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어서 사용하라는게 아니었다.
‘진짜 의미는 ‘사람들이 구할수 없는 물건’에 부여해서 사용하라는 의미다. 분명해.’
엘리트 급의 검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구할수 있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봐야했다. 이건 단순히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기회가 아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얻을수 없는 아이템을 강화할수있는 기회였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성훈은 곧 이 황혼의 증표를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했다.
인벤토리에서 꺼낸것은 하얀색의 가면이었다.
별 의미없이 산 노말급의 가면을 본 제리는 그저 평소처럼 웃을뿐이었다.
“이 가면에 황혼의 증표를 사용하시기를 원하시는겁니까?”
“그래.”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이 가면에 증표를 사용하시는게 맞으시죠?”
“맞다. 그 가면에 황혼의 증표를 사용하기를 원한다.”
성훈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다른 장비들은 분명히 시간이 흐르면 구할수 있다. 그러나 가면은 다르다. 지금까지 성훈은 단 한번도 가면이라는 아이템을 얻어본적이 없었다. 성훈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얻었다는 소문을 들은적도 없고 파는것도 본적이 없다. 반지나 귀걸이같은 장신구는 드물기는하지만 나오기는 나온다. 그러나 가면은 다르다. 도시에서 제 아무리 비싼 돈을 주고 구하려고 해봤자 매직 급도 구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가면을 강화시킬수 있는 기회가 왔다.
‘게다가 가면은 일종의 보너스 슬롯이나 다름없다. 능력치 상승률이 미비하더라도 손해는 아니야.’
구슬에 금이 가더니 안에 있던 검은 기운들이 위로 치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기운들은 이내 한 점도 남김없이 성훈이 내밀었던 가면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흰색의 가면이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었다가 다시 하얀색으로 변하는 장면은 묘하게 사람의 시선을 끌었고 이내 모든 작업이 끝난 가면의 모습은 처음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것같았다.
“끝났습니다. 확인해보시지요.”
말하지 않아도 확인할 생각이었다. 가면의 이름은 위선자의 가면(Mask of hypocrites)이었다.
등급은 엘리트 상급. 예상치도 못한 등급탓에 성훈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갔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성훈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읽었을무렵에는 무의식적으로 한 마디를 내뱉을수밖에 없었다.
“이거 다시 못 뽑아내나?”
“아쉽게도 불가능합니다.”
“…x발.”
어지간한 일로는 동요하지 않던 성훈이 고작해야 옵션을 읽었다고 이렇게 동요하는건 희한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뒤집는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성훈은 조심스레 가면을 품에 넣었다.
이러니 저러니 하더라도 이건 엘리트 상급의 가면이다. 성훈의 울고 싶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리는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사용하지 않은 미션 포인트가 남아있습니다.
-132,000포인트는 1320만 길드로 변환되어 지급됩니다.
무지막지한 길드의 양에 성훈은 잠시 멈칫거렸다.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는 길드로 변환된다. 그냥저냥 넘길 생각이었던 성훈은 뭔가 께름직한 점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왠지 돈을 너무 퍼주지 않나?”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조금 과도하게 포인트를 모은 감이 있다고는 했다. 그러나 이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상 생존 미션에서 얻은 포인트는 성훈처럼 운좋게 던전을 찾아내서 전리품을 획득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 길드로 바뀔수밖에 없었다.
개인간의 다툼에서 나온 장비들은 아무 조건없이 준다. 남아도는 포인트. 서바이벌로 인한 부의 이동.
‘돈을 대거로 풀고 있다?’
이 세계에서 길드는 곧 힘과 다름없었다.
스스로 강한 스킬북과 아이템을 사서 강해질수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투자해서 수준을 끌어올릴수도 있었다. 즉 돈을 푼다는 말은 사람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여관방안에서 한참이나 고민하던 성훈은 곧 머리를 매만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잡힐듯 하면서 잡히지 않았다. 유저들을 강하게 한다. 부유하게 만들어준다. 재료는 전부 모였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성훈의 생각은 거기에서 끊길수밖에 없었다.
끼이익.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이미 들어오고서 그런 말을 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
문을 열고 들어온 미리내와 엘리, 사종원을 바라보면서 성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보니 처리해야할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미리내에게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는것도 있었다. 원래는 다소 생각할 시간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바로 옆방에서 미션에 들어갈 준비를 했기 때문에 준비시간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일단 가장 중요한 것 먼저 확인해야겠지. 모두 살아남았나?”
갑작스레 내뱉은 성훈의 말에 일행은 잠깐 놀란듯했다. 하지만 이내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별일 없었어요. 헤헤, 성훈 오빠는요?”
“나도 별 문제는 없었다. 사종원 너는?”
“저, 저도 괜찮았…어요.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버텼어요.”
엘리는 충분히 살아남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종원은 사실 조금 걱정스러웠다. 그는 조금, 아니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도 마지막까지 버텼습니다.”
“…….”
“저도 마지막까지 버텼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같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압박감 때문에 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사해서 다행이네.”
“그렇게 걱정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완전 엎드려 절받기나 다름없었다. 일단 모두가 별일없었다는건 확인했지만 성훈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강무한, 미리내, 가면, 파티,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침착하자. 흥분하면 안된다. 시작은 담담하게.’
“모두들 무사히 돌아와서 참 다행이야. 그보다 잠깐 이야기할게 있는데 괜찮을까?”
“피곤한데 조금 쉬고 나중에 하면 안될까요?”
엘리가 귀여운척을 하며 말하자 시간을 조금 더 벌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은 재빨리 처리해버리는게 좋다. 미리내는 여전히 무덤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묘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성훈은 입을 열었다.
“지금 해야해. 그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전에 잠깐 하나만 물어볼게. 너희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줘.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고 간단하게 말이야.”
성훈의 진지한 태도에 엘리는 장난스러운 태도를 버리고 곰곰이 생각한후 입을 열었다.
“성격 좋은 오빠? 처음 만났을 때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가족이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시겠지만 저는 혀,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엘리는 그렇다치더라도 사종원은 의외였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자신을 가족처럼 여길줄은 몰랐다.
‘내가 특별히 뭘 해준적이 있나? 없는것 같은데?’
일단 어영부영넘기고 미리내를 바라봤다.
가장 중요한 탑랭커, 마검 미리내의 평가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서 한 마디로 정의할수 없군요. 호적수, 무인, 절제할줄 아시는분,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선구자(先驅者)라고 말하고 싶군요.”
너무나 과도한 부담감으로 먹었던것이 얹힐것만 같았지만 간신히 참아낼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확보할수 있었다.
착하다라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요소다. 다른 사람들의 경계심을 무너트리고 신뢰를 줄수 있게 만든다. 악하다라는 것은 반대다. 누구라도 가까이하는걸 원치 않고 일단 경계부터 한다.
그러나 처음에만 그렇지 일단 어느정도 이상의 관계가 되면 선악이라는 것은 처음 그랬던것처럼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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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쓰면 또 연참해달라고 할까봐 후기를 쓴다!
처음부터 범죄자와 친해지는건 문제가 있지만 절친이 알고보니 범죄자였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