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0
0150 / 0473 ———————————————-
18.아무래도…,
핫토리 한조의 은신을 발견한것은 그야말로 우연이라고 할수 있었다. 도적, 그 중에서도 은신 계열에 특화된 한조를 순수하게 실력으로 잡아낼수 있을정도의 사람은 신시에서는 살객 최유재나 마검 미리내가 거의 유일했을테니 말이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한조가 동요를 해서 생긴 빈틈을 성훈이 어쩌다가 잡아낸것이었다.
‘저, 저 미친 놈!’
멀리서는 자세히 알수가 없어서 어느정도 다가간 한조는 가면을 쓴 남자와 땅에 파묻혀 있는 사람들을 보고 경악할수밖에 없었다.
사라졌던 사람은 바로 그 신고와 카미카제 내에서도 중요 전력으로 취급받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상태는 둘째치고서라도 사람을 사람이 아닌, 애완동물처럼 난으로 기르겠다는 말을 듣는순간 평정심이 깨지며 빈틈을 드러내고 만것이다.
콰직!
들고있는 위장포에 구멍이 나는순간 한조는 손을 놓아버리고 표창을 꺼내 던지기 시작했다. 벌수 있는 시간은 극히 일순간이었지만 이미 그 사이 한조는 준비를 끝내놓은 상황이었다.
환영분신(幻影分身).
팔귀화(八鬼火).
바꿔치기.
성훈과 한조의 위치가 뒤바뀜과 동시에 주위에서 생겨난 분신과 불덩어리가 주변을 맴돌면서 성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분신들은 자세히 바라본다면 실체가 아니라는것을 알아차릴수 있었지만 그럴 정신은 없을것이다.
‘완벽하게 술법에 걸려들었어.’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작은 병의 마개를 닫자 분홍빛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주의력을 떨어트리고 환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비전 약물이다. 다른 닌자들은 전부 만화책을 보고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무슨 닌자가 정면으로 나서서 전부 때려부수는 사람인줄 안다. 그렇게 쌈박질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사무라이같은 근접계열 직업을 하지 뭐하러 닌자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술법이 걸린 이상 적어도 5분 정도는 시간을 끌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한조는 급하게 걸음을 옮겨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모두 괜찮나? 지금 당장 구해줄테니….”
한조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희망이 아닌 경악으로 차있는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한조가 발을 채 빼기전에 뒤에서 나타난 성훈이 검을 휘둘러 한조의 다리를 베어냈기 때문이었다. 한조는 완벽하게 성훈을 묶어놨다고 좋아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성훈의 정신방어력은 정상에 속하는 수준이었다.
높은 지혜는 둘째치고서라도 진정한 악인의 칭호 효과와 이번에 새롭게 얻은 진리의 편린, 가면의 안력 강화에 힙입어 바로 환영을 꿰뚫어봤고 중독을 확인하자 마자 바로 해독포션을 집어 마셔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일단 무력화시킬 생각이었지만 성훈의 안색은 왕창 찌푸려지고 말았다.
분명히 허벅지를 베어냈는데 손에서 전혀 느낌이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한편 성훈이 경악하고 있는것만큼이나 한조 역시 경악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묻혀있던곳에서 떨어진곳에 나타난 한조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상황을 깨달았다.
‘긴급탈출이 발동되다니, 대체 저 자식 뭐하는 놈이야?’
긴급탈출(E)
등급 : 유니크(中)
종류 : 패시브
-목숨이 경각에 달하거나 전투 불가능한 상처, 중상을 입을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동으로 반경 5m~15m의 범위로 랜덤 이동합니다.
-민첩의 차이가 2배이상 나거나 사용자가 알아차리지 못한 완벽한 기습을 당할경우 발동하지 않습니다.
-쿨타임 3일.
2차 각성을 하고 얻은 스킬로 목숨을 여벌로 한개 더 가지게 된것이나 다름없어서 참 좋아했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발동하지 않은 긴급탈출이 발동했다는 것은 자신은 이미 저 녀석에게 당했다는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그 순간 땅에 묻혀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인한 신고의 머리가 열심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공격해서 쓰러트린다?’
무리다.
아니, 한조가 얕잡아보는 짝퉁닌자들이 오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으로서는 저 괴물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사람들을 죽여줄까?’
이건 그럴듯했다.
보아하니 저기에 묻혀서 죽지도 못하고 계속 살아있는것같은데 차라리 여기서 죽일수만 있다면 도시에서 다시 살아나게 되니 그야말로 완벽한 탈출이라고할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불가능했다.
상대방은 감도 잡히지 않는 어마어마한 강자다. 그런 사람을 뚫고 저 5명의 목숨을 거둔 다음에 도망친다?
웃기는 소리다.
설령 5명이 아니라 50명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잡힌다면 일본에 있어서는 손해다. 이기적인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자기 하나의 가치가 저들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이리오시길, 특별히 발목만 베어낼테니.”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뱉으며 달려드는 가면의 남자를 바라본 한조는 수리검을 꺼내 던지며 말했다.
“손무께서 말씀하시길 삼십육계 중 줄행랑이 제일이라 하셨다.”
“뭐?”
“줄행랑.”
한조가 익힌 마지막 3번째 유니크 스킬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줄행랑(E)
등급 : 유니크(下)
종류 : 액티브.
-전투돌입시 발동이 중지 됩니다.
-1분간 이동속도를 300% 증가시킵니다.
-쿨타임 3일.
심플한 설명이었지만 효과는 결코 심플하지 않았다. 전투시에 쓸수 없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이동속도를 300% 증가시켜준다는건 결코 우습게 볼만한 스킬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민첩 수치가 300대를 넘어가는 한조가 줄행랑까지 발동시키니 정말로 눈 한번 깜짝일 사이에 멀리멀리 사라져있었다. 어찌나 당황스러웠던지 성훈조차도 차마 쫒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멍한 눈으로 사라져가는 한조의 뒷모습을 바라볼뿐이었다.
“…이건 또 새로운 타입이군.”
이렇게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엿먹이는, 아니 도망치는 종류의 사람은 처음이었다. 전투력은 대단치 않았지만 설마 2차 각성을 마친 자신이 전심전력을 다해 공격했는데도 무사히 도망칠줄이야.
딱봐도 닌자같은 차림새였기에 머리속에 닌자주의라는 말을 기록해놓은 성훈이 되돌아오자 사람들의 두 눈에 절망이 어렸다.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나 싶더니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놀리는 것도 아니고 절망했다가 희망을 가졌다가 절망하기를 반복하니 내면의 무언가가 부서진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쓰윽쓰윽.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는것마냥 마법사의 머리를 앞뒤로 쓰다듬은 성훈의 표정은 완벽한 무표정 그 자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보여도 머리속은 한참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이거 x된거 맞지?’
어떻게 해서든 비밀로 감추어야 할게 들통나 버렸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 해야할건 후회가 아니라 대비였다.
‘일단 신시에서 말을 타면 일본의 도시까지는 대략 이틀이 걸린다. 방금전 닌자 녀석이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2일만에 도시에 도착해서 이 일을 소문 낸다고 할때….’
일이라는것은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거대한 조직, 하나의 도시를 지배하는 세력정도가 되면 여러가지 과정이 있을테니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결정하는데도 시간이 걸릴것이다. 그렇게 대응책을 마련해서 다시 이곳에 사절단을 파견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는것을 감안해보면 지금으로부터 5일 가량의 여유는 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
만약 귓속말 같은 기능이 있거나 무선통신같은걸 쓸수 있었더라면 뭘 어떻게 해볼수 없는 틈도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5일이라는 시간을 벌수 있었다.
5일이면 없던 일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다만 지금 하려는 일은 성훈이 생각해봐도 ‘상당히’ 양심에 찔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자신이 1의 피해를 입느니 타인에게 100의 피해를 주는게 성훈이라는 인간의 본성이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으나 성훈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단순히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망설임없이 행동으로 표현하는게 큰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성훈은 잠시간의 고민끝에 결국 자신의 행동방침을 결정했다.
“어쩔수 없지.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잖아? 시간을 끄는것도 웃기는 일이니까 바로 시작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