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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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승자와 패자.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는 침대위에 잠들어있던 남자, 잭이 일어났다.
푹 자다가 이제 막 일어난것같은 노곤함과 무거운 느낌이 몸 곳곳에 남아있었다. 기분나쁜 무기력함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것이었다. 마력을 순환시켰지만 불쾌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곧 기억을 더듬어 바로 방금전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린 잭은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크, 크하하하하하! 내가, 내가, 내가! 내가 죽었다고?!”
치솟아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증폭시켜 외부로 표현했다. 값비싼 집기와 장식들로 가득 차있던 방은 금새 난장판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충혈된 눈으로 한참을 난동을 피우던 잭은 곧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고급스러운 복도가 뻗어져있었지만 특이한 점은 그게 아니었다. 복도 양 옆에 몇몇 사람이 공포에 물든 눈으로 덜덜 떨면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전부 치부만 간신히 가릴정도로 헤진 넝마나 포르노에서나 나올법한 저속한 옷을 걸치고 목에는 두꺼운 쇠사슬로 된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는 점이다.
“죄, 죄송합니다!”
“히익! 시키는대로 할게요! 제, 제발! 제발! 용서해주세요!”
“꺄아아아아악!”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깔끔하게 무시한채 잭은 벽에 걸려있는 채찍을 들더니 그대로 그 사람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채찍이 한번 휘둘러질때마다 육편이 흩날리고 피가 튀었다.
그러나 잭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더더욱 채찍질을 해대기 시작했고 몇명은 피거품을 물고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이제는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사람들을 본 잭은 그대로 채찍을 던져버렸고 뒤늦게 방에서 나온 잭의 비서 레이첼이 고개를 푹 숙인채로 다가왔다.
“생각대로 일이 안풀리셨나보군요.”
“생각대로 안 풀려? 넌 눈이 없냐? 말을 하기전에 생각을 먼저 하란 말이야 이 년아!”
짜악!
잭의 손바닥이 뺨을 후려쳤다. 굉장히 모욕적인 행위였지만 오히려 레이첼은 분노하거나 항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속 한구석으로 냉정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손바닥에 실린 힘이 약하다. 설마 죽으신건가?’
다시 부활한 사람은 하루동안 무기력증과 스탯감소의 페널티를 받는다. 잭이 진심으로 화가 나서 한번 손찌검을 할때마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는데 입술이 살짝 까진정도로 끝났다면 평소보다 확실히 약해졌다고 봐도 될것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야? 이게 다 너희같은 새끼들이 제대로 안하니까 그러는거아니냐고!”
퍽! 퍽! 퍽!
축구공을 차는것마냥 쓰러진 사람들을 연신 차대는 잭을 보면서 레이첼은 말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 중에서는 한 때 레이첼이 따랐던 리더도 있었다.
이런때야말로 서로를 믿어야한다고 주장하던 인권 운동가이자 뛰어난 검사인 린다는 지금은 외부의 자극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죽은 눈을 한채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 곳곳에 피가 베어나오고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동정은 하지 않았다. 자신은 1급 시민, 그녀는 노예 계급이었으니 말이다.
“레이첼, 너는 미션을 깼나?”
“예, 이번 미션에서는 노예들을 대거 동원해서 피해를 완벽하게 제로로 줄일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잭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후우우우,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
금방이라도 폭발할것 같았던, 아니 이미 폭발했었던 잭은 그 말을 듣고 조금씩 화를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인권주의자 놈들이 난리를 필 일은 없겠지?”
“그들도 잭 님이 만드신 제도의 특혜를 누리는 자들이니까요, 결과적으로는 어느쪽이든 잭님의 해가 되지는 않을거 아니에요?”
“실상이야 그렇지만 그래도 머리속에 똥만 찬 사람들도 아니고 예의 교육 좀 받은 사람들이 있는데 일당독재체제로 가는건 잡음이 많이 나오거든.”
잭은 이 도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스스로를 똑똑한 이들이라 생각하는 멍청이들을 떠올리며 웃었다. 겉과 속은 항상 다른 법이다. 인권파가 우세할때는 적당히 노예들의 처우를 약간 개선해주면 되고 실리파가 우세할때는 그만큼 더 쥐어짜면 된다.
사람들은 시민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 도시를 이끌어간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에 불과했고 결국 그 너머에는 잭이나 다른 권력자들이 지배하는 것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도시 LA는 언제나 완벽하게 하나로 뭉쳐있는것이다.
겉으로 볼때 LA는 극히 평화롭고 활기차보이는 도시였다. 하지만 그 내면은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잔인함과 인권을 무시한 처우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도시였다.
“솔직히 터놓고 얘기합시다. 죽기 싫죠? 안전하게 살아남고 싶죠? 일단 자신이 먼저 살아야 남들을 돌봐줄 여유도 생기는 법입니다.”
미국인들, 그 중에서도 능력을 위주로 1등급부터 3등급까지 시민의 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른 혜택과 차별을 뒀다. 이 제도는 꽤 최근까지 말이 많았지만 다른 도시와 연결이 되면서 해결됐다.
전쟁에서 승리를 한 후 상대도시의 사람들을 대부분 최하위 등급인 노예계급으로 받아들여서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한것이다. 노예가 대거 공급되자 점점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해다.
현재 LA에 있는 다른곳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대표적인 제도는 3가지로 볼수 있다.
당연한듯이 누리고 있는 계급의 차이. 인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상 가축과도 같이 취급되며 어떠한 가혹행위, 심지어 고문하거나 살인해도 죄가 되지 않는 노예제도, 마지막으로 도박, 술, 여자 등 온갖 향락이 제공되는 천국의 도시.
처음에는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당연한듯이 이런것들을 즐기며 누리고 있었다.
‘결국 한꺼풀 벗겨보면 사람들이라는건 다 이런것들이지.’
그런 의미에서 잭은 이 세상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지구상에 있을때 이런 일을 저지르는건 상상도 할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가? 이 곳에서는 지금 자신은 미국인을 이끄는 지도자이자 위대한 선지자로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승승장구하던 잭은 지금 이순간 처음으로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다.
“레이첼.”
“예.”
“노예들을 더 쥐어짠다. 전력 확충 및 발전 계획을 지금 당장 시행해야겠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현재 운영체제에 이상이 생길텐데요.”
“상관없어. 교화소에 들어간 놈들을 전부 꺼내.”
“…교화소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노예의 처지로 떨어진데에는 잭이 가지고 있는 정당한 계약 스킬이 큰 역할을 했다. 잭은 수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노예로 부려서 스탯의 상승을 이뤄내고 시민들은 말 잘듣는 노예를 얻게 된 것이다.
교화소란 그 계약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가둬놓고 문자 그대로 온갖 방법으로 교화시켜가는 건물이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써먹는단 말인가?
“더 이상 도움도 안되는 놈들 운영비로 돈이 나가는것도 참을수 없어. 강제로 끌어내서 어디에든 활용하라고! 던전 앞에 세워서 함정제거용으로 쓰던 성욕 해소용으로 쓰든 스킬 숙련도 용이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예, 옛!”
레이첼이 물러나자 잭은 유령과의 싸움을 떠올렸다. 비록 자신이 바보짓을 하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설마 죽을줄은 몰랐다. 서로간에 있는 압도적인 차이를 생각한다면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자신이 져서는 안됐다.
‘그 언어는 분명 한국어였나? 좋아 유령, 부디 신에게 빌라고. 최대한 우리와 오래동안 마주치지 않기를 말이야.’
“씨발!”
콰직!
인상을 잔뜩 찡그린 성훈은 욕을 내뱉으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린건지 길드 건물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거나 최대한 성훈의 눈에 띄이지 않으려고 했다.
“왜 그러십니까?”
“뭐야? 미리내 너도 죽은거야?”
“아뇨, 전 마지막까지 버텼습니다.”
자신이 죽은 시간을 생각해보면 몇일의 차이가 났어야했지만 실제로 시간차이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그 점이야 신이 어떻게든 했을거라고 납득했다.
“그보다 설마 성훈님이 죽으신겁니까?”
“응?”
죽었다는 사실 자체는 감출수 없다.
그러나 미리내 앞에서는 허세에 불과할지라도 언제나 강자로 남아야하는것이 성훈이었다. 짧은 사이에 최대한 머리를 회전시킨 성훈은 진실에 입각한, 그러면서도 미리내에게 납득이 될만한 답변을 생각해낼수 있었다.
“하, 합공을 당해서….”
“저도 합공을 당했지만 이겨냈습니다.”
“그냥 합공이 아니지! 각 도시에서 모인 탑랭커가 거의 백여명이 있는 건물에서 싸웠으니 말이야.”
그렇게따지면 미리내도 스탯의 제한을 받으면서 싸웠으니 대단하다면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미리내는 성훈의 말에 그렇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럴수도 있겠군요. 랭킹 100위권 이내의 강자 백여명에게 합공을 당한다면 저라도 버틸수는 없을겁니다.”
“그런거야.”
“성훈님이 당할정도라니 대체 어느정도로 격렬한 전투인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미리내를 상대하는것은 여전히 까다롭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일단 한번 속여넘기면 그 이후는 알아서 멋대로 납득을 해주기 때문에 더 머리 썩힐일이 없었다. 어떤 의미로는 가장 이용해먹기 쉬운 상대였다.
빼앗긴 아이템이 무엇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몸을 더듬었던 성훈은 그제서야 잃어버린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는걸 깨달았다. 영웅의 세트도 룬 블레이드도, 장신구도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산산이 부서진 아이템도 고이 인벤토리 안에 잠들어있었다. 수리비가 꽤나 나올테지만 새로 구하는것보다야 훨씬 싸게 먹힌다.
“다행이군. 헬 파이어의 여파에 휩싸여서 자살로 취급된 모양이야. 그보다 잭은 확실히 죽었을라나?”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죽었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만 확신할수는 없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능력을 봐서 도저히 죽어있는 모습을 상상할수 없었다.
‘안 되겠어. 음지에서 활동하는건 한계가 있어. 이대로라면 다시 그 녀석을 만났을때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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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연재할때는 수위때문에 제대로 표현할수 없었던 잭 애프론.
성훈이 상황따라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악당이라면 잭은 교과서에 실려도 될만한 훌륭한 악인의 표본이라고 할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