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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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원래 다 그런거야.
금방이라도 폭발할것처럼 도시의 분위기는 최악중의 최악이었다. 이제야 겨우 좀 살만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바로 이렇게 절망스러운 상황이 찾아온다는 말인가? 특히 하위나 중위에 있는 사람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을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마치 몇일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예 삶의 의욕을 놓아버리거나 더 이상의 노력을 포기하고 가진것을 모두 쏟아부어서 쾌락을 즐기는듯 내일을 바라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이건 약과였다. 도시 전체적으로 볼때 범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곳곳에서 점점 균열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는 성훈의 길드원들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물살을 타기 전에 적절하게 성훈이 나섰다.
“모두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마라. 리스크가 크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죽지만 않으면 될 이야기야.”
“하지만 반대로 한번이라도 진다면 그걸로 끝 아닙니까?”
“져? 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지? 여기에 누가있는지 잊은건가?”
탑랭커중에서도 아마 최고로 강력할거라고 여겨지는 미리내. 수많은 마법으로 수십, 수백의 인원들을 보조하고 묶어놓는데 특화된 엘리, 일 대 다수의 전투에 대해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사종원. 마지막으로 그런 쟁쟁한 자들을 모두 이끌고 있으면서 이 길드를 이끌어가는 리더. 유성훈이 있었다.
이 길드의 객관적인 전력을 떠올린건지 그제서야 사람들은 조금씩 절망감을 떨쳐내기 시작했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시기적절하게 성훈이 옆에서 말믈 걸었다.
“모두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기억해라. 그저 나에게만 맡기면 되는거야.”
한명 한명 다가가 어깨를 잡고 눈을 확실하게 마주치며 말하는 성훈의 언동은 정말로 진실됐고 미심쩍어 하던 사람들도 직접 성훈과 이야기를 나눈 이후부터는 불안을 떨쳐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듯이 중간중간에 서 있던 몇 명의 사람이 성훈의 이름을 외치자 건물이 떠내려가라 모두들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곳에서는 길드의 이름이나 어떤 구호를 외칠법도 하지만 그런것을 외치고 싶어도 외칠수가 없었다. 성훈은 길드를 만들고 부하들을 모았지만 그 이후에 가장 중요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길드 이름을 정하지 않겠다구요?”
“그래, 더해서 길드 상징도 없고.”
“잠깐, 잠깐만요. 대체 왜요? 길드의 상징이란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건 아닐텐데?”
“뭐 간단한 이야기야. 우리가 정면에 나서서 이름을 떨치고 명예를 얻을 일이 과연 있을까?”
“그건…없겠죠.”
마지못해 성훈의 말을 인정하는 엘리였다.
“우리가 해태파나 구원길드, 윈드밀 길드처럼 정면에 나서서 사람들에게 인망을 모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합에 들어가서 공을 세울것도 아니야. 심지어 내부결속력을 올릴 필요도 없어. 우리만큼 단합력, 행동력이 뛰어난 집단은 김이현이 만든 구원길드 이외에는 없을걸?”
종교적인 믿음으로 뭉친 광신도로 구성된 구원길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게 바로 성훈이 만든 이름없는 길드다. 애초에 사회의 패배자들을 위주로 끌어모았고 지난 몇달에 걸쳐서 차근차근 개개인에 맞춘 심리파악을 통한 대응, 장기적인 약물 및 정신 마법의 작용으로 인한 기묘할 정도의 충성심을 가지게 된 이들이었다. 이제 더 이상 따로 특별히 손을 쓰지 않아도 자신의 의지, 생각으로 성훈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것이다.
‘이 이름없는 길드야말로 대형길드에 뒤지지 않는 비장의 한수다. 밖에 드러나서도 안되고 설사 드러난다고해도 그게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나 정확한 규모는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해야 해.’
“죄송합니다!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다시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누구라도 흔들릴때가 있는법이다. 결국 이렇게 나를 믿어주면 된다.”
가볍게 사람들을 향해 목례를 한 성훈은 그대로 회장에서 벗어나 복도로 움직였고 뒤에 있던 엘리도 성훈의 뒤를 따라걸어가기 시작했다.
“자기만 믿고 따라와라! 여기 누가 있는지 잊은거냐? 라니, 후후후, 너무 오글거렸다고요.”
“몰랐냐? 사람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집단이 되갈수록 원래 그런 말에 잘 넘어가는 법이야. 게다가 스스로 생각할줄도 모르고 자신의 길을 결정할줄도 모르는 멍청이들이라면 더더욱말이야.”
“그 말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일이 귀찮게 될텐데요?”
“안 들릴걸 아니까 하는 소리지. 다른 사람은 어디갔어?”
길드의 중진이라할수 있는 미리내, 사종원, 유키코 등이 보이지 않자 성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은 흔히 있었지만 이렇게 3명 모두 사라진 경우는 흔치 않았던것이다.
“미리내 언니는 성훈 오빠를 대신해서 연합의 회의에 불려나갔어요.”
“역시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지?”
“그렇죠 뭐. 게다가 지금이야 고작해야 범죄율 증가나 항명정도에서 그치겠지만 본격적으로 다른 도시와 맞붙으면 어떻게 될지 성훈 오빠도 짐작하고 있죠?”
“아주 잘 알고 있지. 아주 잘 말이야.”
현실은 소설속의 세계처럼 꿈과 희망이 넘치지 않는다. 사람들의 앞에 나서서 모두를 이끌어주는 영웅? 그딴게 있을리가 있나. 아니, 애초에 이 더 미션이라는 게임, 세상에서 최후에 살아나갈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정해져있다.
거기서부터 이미 어떻게해도 살아남을수 없는 압도적인 숫자의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우리도 보다 단속을 확실하게 해야겠어. 정신교육 똑바로 시키고. 나머지 둘은?”
“종원이랑 유키코는 이번에 얻은 아이템을 판다고 나갔어요. 한 몫 확실하게 잡은것 같던데요?”
“그 둘은 딱히 신경쓸 필요 없겠군. 나도 잠깐 나갔다올게. 장비도 수리하고 아이템 좀 정리할겸 말이야. 그리고 모두들 최대한 쉴틈을 주지 말고 미션에 보내서 굴려버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할때야.”
모든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 믿을건 힘밖에 없었다.
카페에서 산 커피를 살짝 살짝 마신 성훈은 거리에 퍼진 흉흉한 분위기를 모른척하며 사뿐사뿐걸어갔다. 폭력이나 강도질은 예사고 여자를 희롱하거나 신에 대한 믿음을 열심히 토론하는 사람이 예사로 보이는 그야말로 세기말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성훈이 신경쓸 바는 아니었다. 도시의 치안유지야 연합원이나 NPC들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성훈이 생각해야할건 하나였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까.’
다른 도시와 맞붙는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싸워야할지 변수가 너무 많았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숫자를 최대한 이용할수 있는 집단전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나 떠올릴수 있는, 어떤 의미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성훈은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집단전, 설령 집단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전투는 일어날리가 없고 일어날수도 없어. 결국 소수를 이용한 대리전, 또는 정예부대끼리의 겨룸이 될 가능성이 크지.’
끼이이익.
언제나 부산했던 대장간은 고작해야 두 세명만이 서서 NPC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제 미션이 끝난 직후이니 만큼 장비를 수리하거나 값어치를 알아보기위해 가장 붐벼야할 대장간이 이 정도라면 다른 건물은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장비 수리 가능합니까?”
“돈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 그래서 뭘 수리할 생각인가?”
“가면과 내갑 하나입니다.”
“내갑은 수리하는데 천만, 가면은 오천만길드정도 들어가겠군. 수리하겠는가?”
“크으, 왜 이렇게 비싼겁니까?”
“등급이 그만큼 높으니 어쩔수 없지 않나? 싫으면 새거로 사던지.”
불행히도 속옷처럼 받쳐입을수 있는 내갑과 가면은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물건들중 하나였기에 성훈은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낼수밖에 없었다. 돈은 날이 갈수록 많이 벌리는데 밑빠진독에 물을 붓는것처럼 빠르게 빠져나가니 그것 또한 문제였다.
‘게다가 이제 강기나 마법사전용 마력강화 스킬까지 익혀야하니까 진짜 장난이 아니게 돈이 빠져나갈텐데.’
작게 한숨을 내쉬며 완전히 수리된 내갑과 가면을 받아든 성훈은 그대로 대장간에서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붉게 타오르는 각궁을 등에 매달고 있는 익숙한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백운성?”
“응? 날 아나?”
아주 잘 안다.
덕분에 생존 미션 당시 저 화살에 꼬치가 될뻔했으니 말이다. 나름 악연이라면 악연이라고 할수 있는 사이였지만 그는 성훈을 알아보지 못했다. 목소리가 달라진것은 물론이고 가면 또한 사라져있었다.
무엇보다 룬 블레이드를 인벤토리안에 집어넣고 허리춤에 책 한권만 덜렁 달아놓은채 망토를 두르고 있는 성훈의 모습은 좀 특이해보이는 마법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 물론 잘 알죠. 해태파의 중진이자 강무한님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계시는 백운성님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그런가?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갑자기 터진 공지 때문에 조금 복잡한 기분이었던 운성은 성훈의 입발린 말에 살짝 표정을 풀었다. 평소였다면 시간낭비이거나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렸겠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얘기를 나누고 싶은 심정이었으니 말이다.
시원시원해보이는 얼굴과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어조, 그리고 태도를 바라보자 뭔가가 머리속에 떠오를것도 같았지만 그 이상 생각할수는 없었다.
“뭐, 그건 그렇고 나한테 말을 건 이유가 뭐지? 싸인이라도 해달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자기도 모르게 그냥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그대로 헤어지기도 뭐했다. 그 짧은 시간 머리를 굴린 성훈은 곧 인벤토리 안에 잠들어있는 물건을 떠올렸다.
‘맞다. 그러고보니 그거 팔아버려야 하는데.’
테레사를 처치하고 얻은 궁수전용 장비.
자신이 궁수가 아니라서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건지 판단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유니크급 2개에 엘리트급 1개니 적어도 헐값에 팔리지는 않으리라.
‘이런 물건일수록 거래처를 잘 뚫어야하는법. 해태파의 부길드장이자 강무한의 심복이라고 알려진 백운성이라면 분명히 비싼값에 사주겠지?’
“사실 싸인도 해주셨으면 했습니다만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혹시 궁수전용 장비를 사실 생각 없으십니까?”
“응? 궁수용 아이템 중에서 내가 입고 있는것보다 뛰어난 장비가 있을리가 없을텐데?”
돈으로 구할수 있는 한도내의 명품으로 몸을 두르고 있는 백운성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딱히 사고자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알아봐주고 말을 건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일단 물건을 봐주기는 하려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