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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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진정한 승자.
“그래서?”
“강무한님, 또는 간부급들이 나와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의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당연히 나올수 있었을리가 없었을테니….”
“젠장! 미션을 수행하러 갔다는 식으로 둘러대진 않았어?”
유백우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임무소를 죄다 포위하고 사람들의 이동까지 감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한번 선동되니 정말로 무섭더군요. 연합원들조차 현재 저희들을 향해 의심의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일부 중소길드는 진실을 밝히라는 말에 넘어가 구원길드에 합류한 곳도 있습니다.”
“…돌아버리겠군. 아니, 그 녀석은 진짜로 돌아버렸어!”
김이현이 스스로가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선동해서 싫어하는건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김이현이 바보같은 일은 저지르지 않을거라고 은연중에 믿고 있었다. 다른 도시와의 싸우는것도 한치 앞도 볼수 없는 불확실한 일인데 설마 같은 도시 사람들의 살을 깎아먹겠는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강무한뿐만 아니라 유백우도 도저히 김이현의 사고방식을 이해할수 없었다. 어떠한 종교나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추론이라도 해볼텐데 김이현에게는 그런것이 없었다. 아니,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뭔지 알 방법이 없다.
“일단 그 녀석이 요구하는게 진상파악이라고?”
“그렇습니다.”
“진상은 무슨 얼어죽을 진상.”
잠시 고민하던 강무한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말했다.
“그 녀석은 내가 맡아서 알아서 처리할테니 너는 현재 입은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력을 재정비해.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통제를 하는것도 좋지만 사망자가 나오면 지금보다 일이 몇배는 복잡해질수 있으니 최대한 대화, 무력적인 방법을 쓰게되더라도 진압만 해.”
“…예.”
유백우가 뭔가 더 말하려고 하는듯 했지만 강무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밖으로 나섰다. 수백, 수천명의 적의어린 시선이 한 몸에 쏟아졌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눈도 못 마주치고 겁부터 집어먹었을것이다.
그러나 강무한은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개.”
“모두 입 다물어어어어어!!!!!”
비난하려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물건을 집어던지려던 사람들도 귀를 찢는듯한 엄청난 고음에 귀를 막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거라더니 딱 그 꼴이었다.
단 한번 윽박을 지른것만으로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강무한에게서 조금씩 떨어졌다.
광기와 열기에 휩쓸려 무심코 손가락질을 하고 당당하게 여기까지 왔지만 강무한은 탑랭커다. 정확한 전투력은 측정할수 없지만 1차 각성자 따위는 정면으로도 수십, 수백을 학살할수 있는 인물. 인간의 형상을 한 괴수나 다름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현실감각을 되찾기전에 김이현이 나섰다.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요. 강무한님.”
“이런 씨….”
어울리지 않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쌍욕을 내뱉으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수천명의 시선을 느끼는순간 강무한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욕을 다시 삼켰다.
“후, 그래, 김이현’님’,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다니 신기하군요. 저희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너무나도 무서운 소문을 듣고 이렇게 나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저 하나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대표해서 말이죠.”
“그렇습니까? 이곳에서 이렇게 서서 이야기 하기도 뭐한데 안으로 들어가셔서 이야기하는건 어떻습니까?”
“죄송하지만 사람들이 직접 전부 보는 앞에서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자신들의 안위가 걸려있는 일인만큼 그들이 알아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주 교활한 놈이다. 대체 언제부터 자신이 여기있는 사람들의 대표가 된것인가?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면목하에 자신의 행동을 제약했다. 개인적인 원한이나 지금까지 저지른 일이 있어서 바로 창으로 머리에 구멍을 내도 시원찮을 판에 한가롭게 이야기나 나누고 있어야 한다니.
하루전의 자신이 들었으면 코웃음을 칠만한 이야기다. 김이현이 가볍게 박수를 치자 기다렸다는듯 몇몇 사람들이 의자와 탁자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거절할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듯 김이현이 의자에 앉자 강무한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그럼 죄송하지만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하지요. 지금까지 대체 어디에 있었던겁니까?”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둘러댈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절단 중 한 명이라도 입을 열면 후폭풍이 찾아온다.
‘아니, 유령 그 새끼가 분명히 폭로하겠지. 그 새끼는 분명히 그런 놈이야.’
“다른 도시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사절단을 구성해 도시를 나갔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화를 듣기위해서인지 일정이상의 크기로는 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세간에 떠돌았던 소문이 사실입니까? 고위층만 극비정보를 공유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확보하려했다는 말입니까?”
“대체 어떻게 그런 헛소문을 믿는건지 이해할수 없군요. 다른 도시로 국적을 변경할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까?”
“없다고 증명된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있을수도 있겠죠. 신시 최대의 세력이라면 그 정도 정보 하나쯤 알고 있어도 이상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없다고 증명할수 있으니 있을수도 있다? 저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 혓바닥을 잡아서 뽑아버리고 싶었다.
“더군다나 공지에 나왔던대로 패배하더라도 죽음을 회피할수 있는 아이템의 존재가 있다는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비단 강무한님뿐만 아니라 모든 간부들이 그런 아이템을 독점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비밀로 감추고 있다는데 과연 그게 사실입니까?”
“그것 역시 헛소문입니다. 아! 이것도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있다고 할수 있나요? 어차피 제가 뭐라고 변명해도 믿을 생각이 없으신것 같은데요?”
-메세지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대화 도중 갑자기 뜬 메세지에 강무한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을 향해 오는 마력의 실 한가닥을 받아들였다. 그와 동시에 머리속에 김이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허허 들리나?
“중요한건 아니 떈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겁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사태가 일어났겠습니까?”
겉으로는 침통한 얼굴로 대화를 하면서 머리속으로는 웃으면서 말을 건다. 그냥 닥치고 메세지를 끊어버릴까 고민하던 강무한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 전음입밀(傳音入密) 스킬을 발동시켰다.
일종의 귓속말같은 스킬이지만 경지에 다다르면 입을 열지 않고도 원하는 말을 전달하는게 가능하다. 물론 메세지 마법처럼 말을 하면서 동시에 전달하는것은 불가능해서 전음을 쓸때는 말을 할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 이 새끼야. 네가 이렇게 막 나가는 행동을 할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글쎄요.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퍼트린 소문일수도 있죠. 저희 연합과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게 바로 제 앞에 계신 김이현님이 이끌고 계신 구원 길드가 아닙니까?”
겉으로 보이기위한 위장용 대화와 속사정을 나누는 진짜 대화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펼쳐지기 시작했지만 그 사실을 알아챈 사람은 두 사람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어지간히 우습게 보인 모양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창을 들고 머리속에 시원한 공기를 쬐게 만들어줄수 있는데.’
-자네가 그럴만한 사람이라는건 내가 가장 잘 알지. 그리고 보이는것만큼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는것도.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막 나가는 행동을 할건가?
‘못 할것도 없지.’
강무한의 팔에 돋아난 힘줄을 보면서 김이현은 더 이상 자극하면 안된다는것을 깨달았다. 진짜 한번 눈이 돌아가면 순간의 혈기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죽일수도 있다. 물론 자신이 죽고나면 연합을 거의 완벽하게 몰아내고 자신이 이 도시를 지배할 명분이 생기긴 한다.
그러나 그럴수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것은 공존이다. 연합의 전력이 필요이상으로 깎이는건 오히려 이쪽에서 말려야한다.
-미안하네. 조금 격해진것 같은데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 여기서 더 사태를 벌리고 싶은 마음은 없겠지?
‘이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으면 부탁이라도 들어달라고 할 생각인가?’
-결론만 말하자면 그게 맞지.
‘꺼져. 거절이다.’
단호한 거절.
유령이나 유백우 같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조건 정도는 들어보려고 했을것이다. 그러나 강무한은 단호했다. 이런 점이 바로 강무한의 골치 아픈 점이었다.
-결정은 내 말을 듣고 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지. 일단 조건을 들어보게.
강무한의 인상이 바로 험악해졌지만 김이현은 마치 못 봤다는듯이 태연하게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단 이 쪽에서 제공할것을 말해주지. 구원길드를 연합원의 일원으로써 참가시키고 우리들이 그동안 모아놓은 정보를 제공하겠네. 적어도 우리로 인한 내부의 적을 걱정할 필요는 없게될걸세. 우리들의 모든 정보, 능력치, 랭킹도 원한다면 알려주지.
예상치 못한 조건이었다. 구원길드가 연합에게 발각되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신분을 감추고 일반인들 사이에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가장 큰 이점인 익명성을 스스로 포기하다니?
-나 김이현도 물심양면 지원을 약속하지. 거기에 더해서 이 분노한 민중들을 가라앉혀주는건 덤으로 해주겠네. 민심을 모으고 안정시키는데는 적어도 내가 훨씬 더 잘할 자신이 있어. 지금처럼 머리 아프게 사람들 눈치보면서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모든 욕과 부담은 내가 들을테니.
‘…그래서 그 쪽이 이쪽에게 주려는건 잘 알았어.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좋기만한 조건이 있을리가 없지.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하지?’
김이현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가 육성으로 내뱉는 소리와 메세지로 전달하는 내용이 동시에 들려왔다.
“더 이상 이렇게 연합의 독재적인 지배가 아니라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민주주의의 도입, 혹은 연합을 견제할수 있는 새로운 감시기구를 만드는건 어떻소?”
-그 감시기구의 주요 인물들은 전부 자네 부하들로 채워넣어도 좋다네, 선거? 그거야 조작하면 그만이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위한, 그럴듯한 조건이니 조금도 신경쓸것 없네. 오히려 연합의 힘을 강화하는데 도움이되면 됐지 방해가 되진 않을거야.
“감시기구를 만든다고요? 그럼 그 감시기구는 누가 맡는겁니까?”
‘이것도 결국 그쪽이 우리에게 제공하는거군. 네 녀석이 진짜로 원하는건 뭐지?’
-내가 원하는것은 단 하나일세.
김이현은 단 한 마디만을 내뱉었다.
-나에게 명예를 주게.
‘명예?’
-단지 이름뿐이라도 괜찮아.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연합의 대장인 자네와 동등하게 여겨지는, 내가 이 신시에서 가장 유명한,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될정도의 명예를 말일세. 대충 교황이나 성자, 성인, 구원자 이런거면 좋을듯 하군. 이게 내 유일한 조건일세.
“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전음이 아니라 진짜로 입을 열어 말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지지기반, 정보, 힘, 그리고 이 상황까지 가라앉혀주는 대가가 고작해야 명예, 칭호 하나라고?
칭호는 사람들이 불러준다고해서 생기는게 아니다. 미리내가 백날 마검이라고 불리고 자신이 항우라고 불려도 그에 관련된 스킬이나 칭호 하나 생기지 않았다. 물론 명성치가 조금 상승하기는 했지만 그건 물건을 살때 조금 감면혜택이 적용되는 별로 대단치도 않은 효과였다.
‘이해할수 없겠지.’
눈 깊은곳에 이해할수 없다는 기색을 띄고 있는 강무한을 바라보면서 김이현은 웃었다. 자신의 제안에는 어떠한 속셈이나 제안도 없었다. 액면 그대로의 의미였다. 이 도시의 사람들이 자신을 최고로 여겨주면 그걸로 족한다.
이 세계의 최종목적은 살아남는게 아니다. 몇명이 살아남든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들의 마음에 들거나 그들이 결정을 내리기전까지는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신들의 눈에 띄일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신들이 후계자를 뽑는다고 했지만 그 기준이란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강한 사람들이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들이 선택받지 않을까 생각할뿐. 김이현은 반대로 생각했다.
그들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선 일단 그들의 눈에 띄여야한다. 미리내처럼 신기의 검술로, 강무한처럼 역발산의 거력을 가지지 않아도 좋다. 돈도, 아이템도, 부하도 그저 발판에 불과하다. 아무런 실권이 없어도 좋다. 그저 초월적인 존재들의 주목을 받는것만으로도 자신의 작전은 충분히 성공한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어떻게 할건가?”
-받아들인건가? 말건가?
지금까지는 그다지 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슬슬 숫자를 줄인다는 말을 보고 행동해야할때라는것을 꺠달았다. 강무한이 어느쪽을 선택하던 상관없다. 성공하면 좀 더 순탄하게 굴러가고 실패하면 좀 더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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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 하는것보다 하나를 길게 써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