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8
0308 / 0473 ———————————————-
36.다 여러분을 위해서 하는겁니다.
“어떤 의미로는 영화속에 나오는 좀비나 몬스터로서 존재하는 좀비들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고 할수있죠. 그들은 제정신인것처럼 스스로를 위장하고 생각하며 행동할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러면서도 전염력은 훨씬 더 강력하고 지독하죠.”
“…….”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전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을수밖에 없었고 이제 막 사실을 안 사람들도 입을 다물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가서 몸을 추스르고 쉴수 있도록 해. 남은 시간안에 어떻게든 결판을 낼수 있도록 계략을 짜내볼테니까.”
“알겠습니다.”
“어차피 여기 더 있어봤자 시간낭비밖에 되지 않을것 같군요.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무례한 말이었지만 미리내를 요 몇일간 겪어본 사람들은 그녀가 나쁜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이 회의에 도움이 안될거라는걸 알기에 하는 말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개인으로서의 실력은 무시무시하지만 이런 대규모 병력이 맞붙는 전투에 대한 전략은 쥐약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럴때 성훈님이 있었으면 이렇게 지지부진하지는 않았을텐데.’
사람들이 방해가 된다면 그냥 베어버리면 되는거 아닌가? 대체 뭐가 걸려서 저렇게 느슨하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미리내 혼자만 보냈다면 지금보다는 한결 나은 상태가 됐을것이다. 원래 아군이었던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조금씩 망설이는 사람들과는 달리 미리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러 목을 잘라냈으니 말이다.
아주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오히려 기다렸다는듯이 나서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미리내를 말린것은 다름아닌 강무한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이냐뇨. 적을 처리하고 있습니다만.”
“이들은 아군이야, 적이 아니라고!”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자꾸 방해한다면 강무한님도 이들처럼 마약에 중독된걸로 간주하고 벨수 있습니다.”
“씨발!”
강무한은 미리내처럼 단호하게 사람을 벨수 없었다. 이건 강무한이 유약하다거나 유유부단하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부분은 별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중에 일부는 1년이 넘도록 같이 사지를 뒹굴고 침식을 같이 했던 소중한 동료들이 있었다. 자신이 망설이는것처럼 그들도 자신을 보는 순간 망설이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동료가 적이 됐다고 단 일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목을 날리는건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이코패스라고 할수 있다. 최소한 어떻게든 중독된 사람을 되돌리기 위해서 방법을 찾아봐야하는게 정상이 아닌가? 결국 강무한의 강력한 제지 때문에 싸움은 흐지부지 끝나고 지금처럼 적과 대치상태를 유지할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신관들이나 연금술사, 도적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제정신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딱히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강무한. 처음으로 상대해보는 타입. 탑랭커답게 기교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특유의 힘이 더 거슬려.’
강무한과 싸운건 잠깐이었지만 생각처럼 그를 간단히 제압할수 없을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검술의 기본요체 중 하나인 흘려내기가 강무한에게는 통하지 않은것이다. 너무나 힘이 강한나머지 오히려 자신의 검이 역으로 흘려지고 어중간한 변화는 특유의 파괴력으로 부수면서 다가온다. 어설프게 빠른 사람들이나 근력, 민첩, 체력을 균등하게 유지한 사람들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강무한이 만약 적으로 돌아선다면 어떻게 싸워야할지 고민하던 미리내는 순간적으로 검을 빼들고 구석을 향해 휘둘렀다.
카앙!
“헉?!”
“성훈님? 여긴 어떻게?”
“아니, 사람들속에 섞여서 몰래 들어오긴 했는데 말이야. 원래 이렇게 다짜고짜 검부터 휘둘러? 내가 아니었으면 죽을뻔 했다고!”
“제 천막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검을 휘둘러야죠. 그리고 죽지는 않았을겁니다. 목젖이 아슬아슬하게 베여서 잠시간은 목숨을 부지할수 있었겠죠. 하지만 성훈님은 어쨌든 피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슬아슬하게 피한거지.”
“쿠쿡.”
성훈의 볼맨소리에 미리내는 짧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입을 가렸다. 성훈의 실력이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진짜 살의도 없는 공격에 그가 당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한편 진짜 종이 한장차이로 스쳐지나간 목을 매만지면서 상처가 없는것을 확인한 성훈은 방음결계에 이상이 없는것을 확인하고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당장 회의실로 가는건 어떻습니까? 성훈님이 합류하신다면 분명히 해결책이 생길겁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모습을 드러내봤자 오히려 역효과야. 오면서 대충 얘기는 들었어. 환락단이 여기에도 퍼지고 있다면서?”
“예. 신시에서는 성훈님이 확실하게 단속을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뭐 일단 급한대로 싹은 뽑아놨지 내가 빠져도 엘리가 있으니 그 쪽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그런데 역효과라는건 무슨 소리입니까? 성훈님이 나서서 의견을 내세우면 강무한도 지금처럼 무작정 반대만은 할수 없을텐데요.”
“내가 나섰다가는 당장 하루도 가기전에 적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게 알려질걸?”
정보를 전하는 방법이야 널리고 널렸다. 현재 연합 내부에 존재하는 중독자들을 이용해서 전투가 벌어질때마다 일부러 낙오한척을 하고 합류해서 직접 입으로 전해도 되고 아예 몰래 탈영을 하는것도 가능하다. 얼마전에는 경계를 서는 초병이 탈영을 해서 큰 문제가 된적이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나와서 싸울 생각이 아니시라면….”
“별거 있어? 당연히 잠입을 해야지. 들어가서 적들의 환락단을 보관하고 있는 보급소나 주요 수뇌부를 암살하는게 지금할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야.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나 혼자서도 어중이떠중이들은 4자리수까지 감당할수 있고 사종원까지 가세하면 일이 더 쉬워지겠지.”
“어떻게 잠입하실겁니까?”
십만명이 넘는 적들. 일단 생김새부터가 달라 적군으로 위장하는것조차 무리고 적들과 마주치는 즉시 정체를 들킬텐데 대체 어떻게 잠입할 생각이란 말인가? 미리내의 진심어린 물음에 성훈은 오히려 그것도 생각하지 못했냐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설마 그것도 생각못하고 있던거야? 이렇게 간단한걸? 중독자로 위장해서 적들사이로 들어가면 되잖아?”
“…아!”
지금까지 고민했던것에 비해 너무나 쉽게 나온 해답에 미리내는 감탄성을 터트렸다. 중독자로 위장해 들어간다면 한국인이라는 것을 들켜도 상관없고 오히려 감시의 시선이 더 사그러들수도 있다.
“본래는 이런걸 노리고 몰래 들어온건 아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쩔수 없지. 예정을 변경해서 나랑 사종원은 적진속으로 몰래 들어간다. 이 일은 강무한이나 유백우에게는 알리지 마.”
자신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편이 훨씬 낫다. 일단 어떻게든 사람을 구하기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그들이 이 작전을 허락해줄까도 의문이고 어떤식으로든 자신이 움직인다는걸 안다면 긴장을 풀게 되고 그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챌 가능성이 높다.
‘중독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얼마든지 정상인으로 위장이 가능하다는것. 좀 과민한 생각같기는 하지만 최악의 경우 연합의 최상층에도 중독자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서 해가 될건 없으니까.’
성훈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이 조심성이었다. 가지고 있는 힘은 이미 수만명의 사람들중에서도 한손가락에 들만큼 독보적이고 가지고 있는 세력도 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항상 적의 약점을 찌르려고하고 자신의 존재를 감춰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강자를 쓰러트리려 비밀리에 행동한다.
“그럼 저도 같이 잠입을 하겠습니다.”
“그럼 안되지! 네 모습이 가장 잘 알려져있을텐데. 어설픈 위장으로 속아넘어갈만큼 적들이 어수룩하지는 않을거라고.”
“그, 그러면 이번에도 저는 가만히 있는겁니까?”
맹수의 슬픈 눈망울이랄까?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이제 성훈은 어느정도 그녀의 이런 모습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미리내는 아주 훌륭한 노예…아니 부하라고 할수 있었다. 월급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힘든 일을 맡아하면서 기뻐하는 그야말로 모든 보스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부하!
가만히 놓아두는것보다 오히려 일을 시키는걸 미리내는 더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럴리가. 이번 일은 아주 위험해. 그래서 미리내 네 역할이 아주 크다고 할수 있어.”
“말만 하십시오. 당장 적진으로 들어가 대장의 목을 잘라오라는 명령도 망설임없이 시행하겠습니다.”
“…왠지 시키면 진짜 그럴거 같아서 무섭다.”
정말로 대장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유유자적 빠져나오는 미리내의 모습이 생생하게 연상된 성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네가 할 일은 간단해. 일단 기동성과 무력에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서….”
“…동생. 네가 보기엔 저건 뭐라고 생각하냐?”
“나한테 묻지마 형. 내 머리가 너만큼 좋지 않다는걸 잊은건 아니겠지?”
은근히 자신을 까는 동생을 흘겨본 형, 레드는 두 눈에 힘을 줘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인파를 바라봤다. 전부 다 말을 타고 무장도 충실히 갖춰입은게 아무리봐도 중독자들은 아닌것 같다. 그렇다고 백기도 없는걸보면 사절도 아니다.
이 쪽을 향해서 다가오자 사람들은 긴장하면서 무기를 꼬나쥐기 시작했다. 저 숫자로 돌격해오는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지만 설마라는게 있는 법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무리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멈춰서더니 그저 이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야?”
“우리들을 감시하는게 아닐까?”
“감시를 저렇게 대놓고 한다고?”
“오히려 그 점을 노린걸수도 있지. 봐봐. 우리들도 황당해서 저 놈들 가만히 놔두고 있잖아.”
“고작해야 30도 안되보이는데, 일단 병력을 보내보지. 저 정도 숫자는 금방 제압할수 있을테니까.”
아직 적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수 없었던 레드는 100명정도 되는 병력을 보냈다. 적들에 비해 너무나 많은 숫자를 보낸건 아닐까 고민했지만 막상 병력이 적들과 마주한순간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터트리고 말았다.
“shit!!!! 그 년이야!!!!!”
“그 년? 설마 마검을 말하는거야?!”
“그 년말고 누가 더 있겠어!”
미리내의 무시무시한 실력에 대해서는 그들 사이에도 넓게 퍼져있었다. 같은 나라 사람들이 달려드는데도 망설이지 않고 베어내는 독심과 신기에 다다른 검솜씨. 그리고 무엇보다 다섯 사제인 레드와 블루, 둘이 합공을 하고도 간신히 동수를 이루는게 한계였다.
말이 좋아 동수지 마검사라는 직업을 이용해서 철저하게 중거리, 원거리 전으로 거리를 벌렸기에 망정이지 실제로 검을 맞재면 채 10합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될거란건 그 둘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형이 와해되어 헐레벌떡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 레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하지? 우리들이 나서야하나?”
“우리들로는 부족해. 적어도 그레이나 바이올렛이 붙어야만 뭔가 해볼수 있어.”
“…일단 쓸데없는 병력의 손실은 줄이는게 좋겠지. 위에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가만히 놔둬. 저건 건드리는 사람이 손해를 볼수밖에 없으니까.”
모두를 의문에 잠기게 한 미리내와 병력들은 걱정과는 달리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채 그들을 바라만보는게 다였다. 제압하기위해서 병력을 보내면 실력이 실력이다보니 얼마안되는 숫자는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많은 병력을 보내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도망가버렸다.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거리를 유지한채 주위를 한 바퀴 빙 돌거나 감시만 하고 있을뿐 결국 괜히 건드리는것보다는 놓아두는게 좋다고 생각한 사제들은 더 이상 미리내에게 손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 시간을 끌어서 무승부가 되도 좋고 견디지 못하고 전면전으로 끌고 들어와도 좋다. 저런 얄팍한 수작이야 무시하면 그만인것이다.
“미리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덕분인지 역시 무시한다는 선택지를 골랐군. 생각한대로 흘러가서 다행이야.”
“저기 성훈형.”
“응? 왜?”
“꼭 이렇게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나요? 저야 괜찮지만 성훈 형이 마음에 걸려서….”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내가 최대한 노력해볼테지만 만약 일이 잘못되면 그 즉시 싸울수밖에 없으니까. 잘할수 있겠어?”
“읏, 저를 뭘로 보시는거에요! 이번 기회에 제가 엘리 누나나 미리내 누님에게 밀리지 않는다는걸 증명해보이겠어요.”
“그럼 다행이고. 그럼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