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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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왜 악당은 말을 많이 할까?
숫자와 공식만으로 모든것을 확실하게 도출해낼수있는 수학과 달리 현실은 그렇게 쉽게 예측할수 있는게 아니었다.
객관적으로보면 압도적인 열세에 이길 가능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전쟁에서도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었고 무모한 도전이 때로는 기적적인 성공을 이루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일은 쉽사리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는 하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는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유, 유성….”
“어이쿠. 함부로 지껄이면 안되지.”
“컥!”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교묘하게 꺾여들어간 절명이 여궁수의 심장을 꿰뚫었다. 나름대로 저항하기위해 화살을 직접들고 찍으려고했지만 두 사람의 능력차이는 너무나 압도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손쉽게 한명을 처리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채 고개를 돌린 성훈은 그 짧은 사이에 미리내가 세명이나 되는 전사를 쓰러트린것을 확인하고 살짝 몸을 떨었다.
능력을 제대로 수습할 시간도, 그에 어울리는 아이템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반쪽짜리 4차 각성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 유일한 4차 각성자가 바로 성훈이었지만 미리내를 볼때마다 영원히 넘을수없는 어떠한 종류의 거대한 벽을 느낄수 있었다. 물론 모든 능력을 동원해 펼치는 싸움이라면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근접전이라는 범주에 한하면 여전히 미리내는 그 누구도 범접할수없는 위치에 있었다.
“왜 그리 멍하니 있어?”
“응? 지원군이 언제 올지 계산하고 있었지. 그건 그렇고 또 목을 베어버렸군.”
“가장 적은 힘을 들여서 죽이려면 급소를 노리는게 제일 쉽단 말이야. 장기전인만큼 체력을 보존해야지.”
“…그렇겠지?”
어중이 떠중이도 아니고 랭커들을 상대로 순식간에 급소를 노려 제압했다는건 미리내의 검술이 얼마나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했는지 알려주는 증거였다. 애써 그런 사실에서 눈을 돌린 성훈은 쓰러진 시체를 향해서 손을 올리고 가볍게 읆조렸다.
“애니메이트 데드.”
차갑게 식어가는 몸속으로 흑마력이 파고 들기 시작하더니 곧 시체들은 다시 생명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수준을 생각해본다면 원래는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데스나이트나 리치, 아니면 그보다 더 상위급의 언데드로 만들어야했지만 그런것따위는 상관없다는듯이 그저 간단하게 좀비나 스켈레톤, 구울 등의 중하급 언데드로 만들어버렸다. 만약 수준 높은 네크로맨서가 있다면 경악을 했겠지만 정작 성훈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상위 언데드를 만들어낼수있는 능력도 없고 단순히 숫자만 늘려도 대만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 중하급 언데드지 재료가 재료다보니 정작 능력은 동급의 몬스터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이를테면 캐비어, 송로버섯, 거위간 같은 재료들을 모아서 볶음밥을 만들고 최상급의 참돔이나 참치로 해물탕을 끓여먹은격이랄까?
“가서 네 임무를 수행해라.”
-…그어어어어.
만족스러운 얼굴로 새로운 부하들을 밀어낸 성훈은 미리내와 함께 언데드들 사이로 몸을 밀어넣고는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 상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할만한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대동맹의 입장에서는 이건 지고 싶어도 질수 없는 싸움이었다. 최소한 죽음의 군세를 평지에서 불러내어 정면으로 맞붙었으면 길게 갈것도없이 30분도 안되서 싸움이 끝났을것이다. 그러나 수치와 현실은 다른 법이다. 적진 한가운데서 죽음의 군세를 소환해 난전으로 몰고간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범위계열 스킬은 제한되기 마련이고 그 결과 대동맹은 각개격파라는 수를 선택할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들도 머리속 한구석으로는 어렴풋이 어느정도의 피해를 감안하더라도 전체를 쓸어버려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효율적인 수를 알면서도 절대로 선택할수 없었다. 인의, 우정, 대의, 정의, 이런것들에 입각해서 지금까지 싸워온 이들이 그런 선택을 내리는순간 죽음의 군세는 쓰러트릴수있을지 몰라도 더 이상 서로를 신뢰할수 없게 된다.
‘나라면 망설이지 않고 전부 죽여버렸을텐데.’
최대한 명성에 흠집을 입히지 않고 손을 쓸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자면 일단 사건을 벌인후에 적당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내세워 원망의 화살을 돌리는 작전도 있다. 자신은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으나 명령 전파 과정에서 한 사람의 그릇된 명령전파로 참극이 벌어졌다고 하면 간단하다.
물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되겠지만 얼마나 간단한 방법인가? 미리내도 너무 수월하게 전투가 진행되다보니 곧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굳은 얼굴로 물어왔다.
“저쪽에서 각개 격파가 아닌 포위섬멸이나 범위 마법을 사용하면….”
“하려면 처음에 했을거야. 게다가 뒤늦게 마음이 바뀌어도 이미 구출한다고 밀어넣은 사람들이 있으니 독한 마음을 먹으면 바로 그 징조를 알수 있을거야.”
인정에 얽매인채로 싸우면 절대로 이길수 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훈은 사신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 생존자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것은 바로 잭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사, 살려….”
우득!
“…방금전에 죽인건 언데드가 아닌 사람이었습니다만.”
“누군 모르냐? 원래 이런 전쟁에서 아군적군 가려가며 싸울 정신이 어딨어? 일단 덤비면 적이려니 하고 잡고 봐야지.”
“…….”
이제는 완벽하게 노예로 전락한 10명의 탑랭커들의 철통같은 호위를 받으면서 한손에는 오징어다리까지 든채 건성건성 전투에 임하고 있는게 바로 잭이었다. 급박한 전장이라고는 믿을수 없을정도로 여유로운 주제에 저런 말을 지껄이는게 참 아니꼬웠지만 그런걸로 트집잡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뭔가 이상해. 분명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공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어디가서 맞고 다닐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잖아? 유성훈과 미리내라는 년이 난전을 틈타서 각개격파로 혼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한들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오히려 숫자가 앞서니 저희가 훨씬 앞서죠.”
“그렇단 말이지. 지금쯤이면 못해도 이미 삼분의 일정도는 쓰러트렸어야하는데 어째 별로 줄어든것같지 않지? 아니, 오히려 좀 더 늘어난것같은데?”
잠시 이마를 찌푸린 잭은 그대로 다리에 힘을 모아 공중으로 뛰어올라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수십여발의 화살과 마법이 날아왔지만 어둠이 몸을 감싸더니 모든 공격을 전부 차단해버렸고 무사히 바닥에 착지한 잭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예상보다 훨씬 더 개판으로 흘러가고 있군. 이건 명백히 예측에서 벗어난 일이야. 역시 처음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했으면 안됐는데.”
으득!
‘괜히 쓸데없는 분쟁은 일으키기 싫어서 눈치를 봐가며 행동하니 이렇게 되버리는군. 하지만 실수를 깨달으면 바로바로 고치는게 바로 내 장점이지.’
이미 늦었다고해서 잘못된 선택을 계속해서 밀고가는건 바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전에 다른 길을 선택하는게 옳은 길인것이다. 그리고 잭은 이런 종류의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헤지스.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라.”
“예?”
“마족화.”
……
………
눈 앞을 메우기 시작하는 수많은 메시지 창들을 한번에 지워내버린 잭은 금방이라도 터질것처럼 끓어오르는 힘을 만끽하며 환하게 웃었다.
“흐읍!”
우드드득!
멀쩡했던 왼팔에서 껍질이 돋아나고 기이하게 뒤틀리면서 인외의 것으로 변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손에 쥐어지는것은 존재하는것만으로도 사방 모든것을 침식하고 더럽히는 어둠의 창. 그것을 굳게 움켜쥔 잭은 다시 한번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그것을 내던졌다.
종말의 창
“탑랭커쯤되면 알아서 살아남을수있겠지? 어디 한번 버텨보라고.”
잭의 팔이 휘둘러지고 문자 그대로 종말을 부르는 창이 느릿하게 인마(人魔)가 섞여있는 전장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이 지면에 박히는순간 모든것이 하얗게 물들었다.
마법사도 아니고 전사라고 할수 있는 잭이 불러온 재앙은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할정도였다. 폭발의 근원지에 있던것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해버렸고 근원지를 중심으로 최대 반경 백미터에 달하는 지역에 있는것들은 인간, 언데드를 가리지않고 대부분이 그대로 즉사해버렸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면 고작 백미터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안에 빼곡히 차있던 인간과 언데드의 숫자는 네자리수는 가볍게 넘어갈정도다. 게다가 적당히 폭발을 일으킨것도 아니고 범위안에 있는 것들을 거의 완벽하게 소멸시키거나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놓는 위력은 전술핵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봐, 정신차려!”
“으으으음.”
“유백우! 이봐! 정신차리라고!”
“크윽, 흔, 흔들지 마십쇼.”
분명히 열심히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을 둘러싸고 몇명이 방진을 구성하고 있었고 바로 옆에서 강무한이 걱정 어린 얼굴로 포션병을 들고 있었다. 황금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곧 전신에서 밀려오는 짜르르한 통증에 유백우는 그대로 주저앉을수밖에 없었다.
“무리하지마. 최대한 충격을 상쇄했지만 마법사인 너에게는 그 여파만으로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테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어떤 미친놈이 범위 스킬을 사용해서 피아를 가리지 않고 문자 그대로 모든것을 소멸시켜버렸어.”
“예?!”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에 유백우는 고통조차 잊어버리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도화지위에 그림을 그려놓고 지우개로 밀어버리면 이런 모습이 될까?
방금전까지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전장 한구석은 거대한 수저로 퍼낸것처럼 깔끔하게 패여져있었다. 그나마 폭발의 중심지에서 떨어진곳에서 찾을수있는 무구들의 파편이나 시체들이 아니었다면 이게 무언가의 공격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을것이다.
이 목불인견의 참상 앞에서는 인간들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언데드조차도 당황한듯 자기들끼리 모여서 섣불리 덤비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무한의 머리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이 정신나간 일을 벌인 사람은 그 대가를 치뤄야겠지만…, 반대로 이건 최고의 찬스이기도하다.’
인간마저 같이 날려버리는 초강수이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언데드 상당수를 그대로 소멸시켜버렸고 잠시 공황이 이어지는동안 사람들이 급하게 뒤로 물러나 언데드를 상대로 푸위망을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순수하게 기뻐할수도 슬퍼할수도 없는 상황. 그리고 이 기묘한 침묵을 깬것은 바로 잭이었다.
“유성훈! 지금이라도 모습을 드러내라! 그렇다면 비겁하게 부하들을 시켜서 압박하는 짓은 하지않고 격에 어울리는 탑랭커들만 나와서 상대해주지. 만약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방금전과 같은 공격이 몇번이나 터질지 나도 모르겠군. 흐흐흐흐.”
자신이 범인이라는것을 감출 생각도 없다는듯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잭의 모습에 원래 그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을, 모르던 사람들은 차마 입을 다물수조차 없는 충격을 받을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유토피아의 대표가 이런 악랄한 수를 쓸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것이다.
“역시 저 새끼가…응?”
당장 창을 꼬나쥐고 달려들려하던 강무한을 막은것은 다름아닌 유백우였다.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이기도 하다. 이왕 이렇게 된거 책임은 철저하게 잭에게 떠넘기고 사태를 수습하는 방향으로 나갈수밖에 없어.’
“일단 지금은….”
띠링!
더 큰것을 위해 잠시간의 불의는 못 본척 넘길줄 알아야한다. 그것이 바로 리더가 선택해야하는 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무한을 설득하려던 유백우였으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보고 잠시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명령 전달이 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타이밍에 보고가?’노딜레이로 장거리의 정보전달이 가능한 책사의 명령 전달 스킬. 문제는 지금은 딱히 받을만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었다. 성훈이 일을 벌일것에 대비해 외각 경계 부대에 책사를 배치해두기는 했지만 그 당사자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은가?
대단치 않은 메시지일거라 생각하고 신경질적으로 창을 없애려던 유백우는 순간 그 내용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길다는 생각에 잠시 멈칫거릴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내져온 메시지를 전부 읽어내린순간 유백우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강무한님.”
“왜? 이번에도 저 녀석 하자는대로 납두자고 할 셈이냐?!”
“…지금 당장 잭을 말려야 합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어서 후방으로 빠져서 방진을 구성해야해요, 아니, 아니, 그, 그래도 여기에는 성훈이….”
“왜 그래? 유백우, 어이, 야! 정신차려!”
최고의 마법사인 유백우가 공황상태에 빠진모습은 강무한으로서도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얼른 제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서 몇번 뺨을 때렸지만 여전히 유백우는 덜덜 떨고만 있을뿐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체 뭐때문에 이렇게 충격을 받은지 알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곧 그 의문은 풀리게 됐다.
퍼어어엉!
“뭐야?”
“얼라? 지금 뭔가 폭발하지 않았어?”
“…근데 왜 뒤에서 들리는거지?”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그리고 점차 커지고 다양해져가는 소리의 의미를 꺠달은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