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4
악당이 살아가는 방법 외전-41화
-절망의 수성전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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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미션에서도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절망의 수성전을 사상자를 거의 내지 않고 훌륭하게 클리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마치 뭐라도 씹은 듯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이곳저곳을 둘 러보던 사람들은 곧 찾고 있던 사람을 발견하고 바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 이 x 같은 새끼들아! 감히 우리 뒤통수를 쳐”
“전공 쌓는 놈이 반지 가져가자는 말을 꺼낼 때는 언제고 가장 먼저 배신을 때려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저런 비매너 새끼는 전부 죽여 버려야 해!”
뭐 빠지게 노력하며 열심히 공적을 쌓았더니만 그 모든 게 헛수고로 돌아가 버 렸다. 게다가 순위에서 진 것도 아니고 비겁한 방법에 당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 게이지는 그야말로 맥스를 찍고 있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무기를 휘두를 듯이 이를 갈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네브라는 담담하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겁니까”
“뭐”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 입힌 것도 아닙니다. 공주가 죽긴 했지만 어차피 미션을 다시 시작하면 생겨나는 npc 아닙니까”
네브라가 뭐가 문제냐는 듯이 당당하게 나오자 사람들은 당황했다.
“우리한테 사기 쳤잖아! 공주를 호위한다고 하더니 죽여 버리고 반지를 가져가는 게 어딨어!”
“저는 그때 호위한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동행한다고만 했죠.
이 이벤트의 목적은 어떤 방법을 쓰든지 반지를 얻어 내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서로 연합하고 용병을 고용해 공적을 몰아주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처음에는 공주를 공격해서 반지를 강탈하자는 의견도 분명히 나왔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여러분은 상황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바로 포기한 거고 저는 노력해서 그런 상황을 만든 것뿐이죠.”
“이, 이 자식이…….”
“반지 이외에 저 때문에 뭔가 피해라도 본 사람이 있습니까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들어드리죠.”
있을 리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2인 파티로만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 에게 관련하거나 관련되지도 않았으며 공주를 따라나선다고 했을 때 주려는 사 례금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전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더 간단한 수단을 택했다.
소매를 걷고 무기를 치켜든다.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만 같은 무거운 공기는 후방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 이상 하시면 법에 의거해 처벌하겠습니다. 도시 내에서 사사로운 감정으로 무기를 휘둘렀다가는 징역형이나 벌금이 부과되는 것 아시죠”
자유연맹의 법률은 꽤 엄하다. 죄가 가볍든 무겁든, 고의성이 있든 없든 범죄자에 가한 처벌은 가차 없었고 범죄를 저질렀을 때의 불이익도 상당했기 때문에 정말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함부로 힘을 쓰지 않았다.
“이 새끼가 비겁한 수를 써서 아이템을 얻어 갔는데 그냥 놔두란 말입니까”
“글쎄요. 제 부하들의 말에 의하면 딱히 문제될 사항은 없다고 하는데요 약간 더러운 방법을 쓰기는 했지만 그런 식으로 깨지 말라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피해 준 것도 없는데 뭐가 문젭니까”
“……크으으으으.”
“납득하지 못하시겠다면 진행위원회에 항의를 하셔도 됩니다. 판단이 바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고 싶으시다면 재판소를 통해서 정 식 결투서라도 보내 보시든가요.”
욱하는 마음에 들고 일어나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교묘한 말로 속인것 이외에 네브라가 잘못한 건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나중에 만나면 좋은 꼴 보지는 못할 거라는 협박과 함께 이를 바 득바득 갈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네브라는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비웃음까지 보내며 상품을 챙기고 유유 히 물러갔고 이정은 속으로 네브라를 칭찬해 줬다.
‘안면에 철판 깔기랑 어쨌든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까지 익히다니. 훌륭하다. 이제는 어디 가도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겠군.’
사람들 사이에서 평판이 떨어진 것은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과거 자신이 유령으로 활동할 때처럼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막 나가는 노선을 잡은 네브라였기에 감점 요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렇게 더럽고 비열하다는 소문이 퍼지면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역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훌륭하게 성장하는 네브라를 바라보며 이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축제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수록 사람들도 점점 더 열을 올려 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포인트가 걸린 이벤트도 거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예능성 이벤트가 주로 열리고 있었고 자유연맹에서 음식과 술도 전 부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에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모두들 초인의 체력을 최대한 활용해 미친 듯이 먹고 마시며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해방 전선의 일도 점점 더 수월하게 풀려 가기 시작했다.
평상시라면 어림도 없던 마약 판매였지만 도시의 떠들썩하고 들뜬 분위기와 손 해를 보더라도 일단 최대한 고객을 많이 확보하자는 노림수가 어우러져 목표를 충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초과 달성을 해 버린 것이다. 원래 그 전까지 유통되는 일반적인 레어급의 마약이었더라면 몇 번 경험하더라도 바로 끊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유니크급의 마약을 경험하고 자제심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동맹에 관한 문제도 많은 진척을 보였다. 하위 도시에 있던 기존 지하 세력을 압도적인 무력과 자금력으로 하나둘 합병하고 그 힘을 이용해 조용히 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무리지만 차근차근 원래 가지고 있던 민족 감정이나 도시 간의 전 투 사이에서 쌓였던 악감정을 부추기면 자유연맹에 적대적인 여론을 구성하고 전선을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순풍에 돛 달린 것처럼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일에 네브라도 상당히 기뻐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뭐 같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총 합계 포인트 8,550포인트를 거둠으로써 3위의 성적을 거두셨군요. 축하드 립니다. 이하윤 님.”
“이야, 포인트 쌓느라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즐기라고 만든 축젠데 왜 이렇게 빡세게 만들어 논 거예요”
“포인트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을 겁니다. 대신 레전드급 아이템 3개와 갓급 아이템 1개를 얻었으니 고생한 대가는 얻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죠. 헤헤.”
축제 마지막 날 진행되는 주요 행사는 폐회식과 그리고 높은 포인트를 쌓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상품을 수여받는 시상식이 진행된다.
문제가 있다면 그 시상식을 주관하는 사람이 바로 유성훈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네브라는 어떻게든 시상식에 가지 않거나 대리자를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1위는 꼭 나와야 한다는 답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인피면구와 환술을 걸고 그 위에 안이 보이지 않는 두꺼운 투구까지 썼지만 네브라는 불안함 때문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 지경이었다.
설령 어떤 위장을 하더라도 성훈은 자신을 알아볼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성훈에게 달려들어 사생결단을 내고 싶다는 열망과 불안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네브라는 이정을 보고 제정신을 차렸다.
‘이정 씨마저도 장난스러운 태도를 버리고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 순간적인 감 정으로 일을 망치면 안 돼.’
평상시의 방정맞은 태도가 촐싹이는 말투가 거짓말인 것처럼 이정은 잘 벼려진 칼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덕분에 냉정함을 되찾은 네브라는 유성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대망의 1위인데요. 와우! 무려 10,300포인트! 만 포인트라는 다소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는데 설마 진짜로 이 수치를 달성하는 분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성함이……네브라 네브라 씨. 제대로 잠은 잤어요 이 정도로 쌓으 려면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것 같은데.”
“잘 잤습니다.”
성훈과 길게 이야기하기 싫었던 네브라는 일부러 짧게짧게 대답하며 한시 바삐 이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빌었다. 그러나 성훈은 그런 네브라를 괴롭 히듯이 일부러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대화를 이어 갔다.
“그건 그렇고 이 더운 날씨에 전신갑주를 걸치고 계시네요 보는 제가 더워서 죽을 지경인데 잠깐만 벗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얼굴에 콤플렉스가 있어서 함부로 투구를 벗지 않습니다.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군요.”
“자꾸 감추니까 콤플렉스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주 보여 주다 보면 콤플렉 스도 사라질 거예요. 정 꺼림칙하면 저에게만 살짝 보여 주는 건 어떤가요”
빠득.
“전 싫다고 말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죠. 어쨌든 포인트 쌓는다고 고생 하셨고 여기 리스트 중에서 마음에 드시는 아이템을 고르시면 됩니다. 레전드급 아이템 6개와 갓급 아이템 3개인 거 아시죠”
“레전드급 아이템 2개를 포기하는 대신 갓급 아이템 1개를 얻을 수는 없습니까”
“갓급 아이템 포기하시고 레전드급 아이템 12개로 가져가실래요”
“……아닙니다.”
몇 번 만만하게 대해줬다고 자신을 완전히 호구 취급하는 네브라를 바라보며 성 훈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어 줬다.
물론 네브라 역시 속으로 성훈에게 한창 욕지거리를 퍼부어 주며 리스트에서 아 이템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이템은 주로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쪽으로, 가급적이면 행운 스탯이 붙어 있는 아이템 위주로 골랐다. 이정의 충고를 받아들여 행운을 올리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근력이나 민첩, 체력 같은 능력치와 달리 행운은 올리고 싶다고 올릴 수 있는 능력치가 아 니었기에 원념의 반지를 얻은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행 운이 보너스 스탯으로 붙어 있는 아이템을 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리라.
‘좋아, 이 정도면 대충 이정 씨가 말한 올 스탯 1천은 돌파할 수 있겠지. 그리고 아이템은…….’
엘리트급의 검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이참에 무기를 바꿀 생각이었다.
세세한 구분은 상관없으니 적당히 장검을 고르기 위해 무기 목록을 살펴보던 네 브라는 곧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잠시 굳을 수밖에 없었다.
“프라가라흐.”
“응 그거 고르시게요 그냥 다른 거 고르시는 게 나을 텐데.”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그건 아니고 사용했던 사람이 문제가 있어서요. 실력은 쥐뿔만큼도 없는 주제에 입만 살아서 나불나불대다가 자기랑 자신을 따르던 세력까지 홀라당 말 아먹은 멍청이가 쓰던 검이거든요. 괜히 그런 거 썼다가 불운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거든요.”
빠득!
“아까부터 왜 자꾸 이를 가세요 그러면 치아 건강에 안 좋아요”
“……충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이 아이템이 마음에 드는군요. 이 검을 고르겠 습니다.”
“그렇게 원하시면 줄 수밖에 없지만 쓰기 전에 액땜이라도 하는 게 좋을 거예요.”
네브라는 성훈의 진심어린 충고를 필사적으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어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원할 뿐이었다. 그리고 성훈은 그런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네브라가 마지막 물건을 고르는 순간까지 조잘거리며 염장을 질러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