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558
악당이 살아가는 방법 외전-85화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 하자 사람들의 표정에 어려 있던 두려움이 살짝 가시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전의를 끌어 올릴때였다.
“토론토를 점령하고 모두들 재미 좀 봤으리라고 생각한다! 간부나 병사, 심지어 노예도 가리지 않고 오랜만에 제대로 즐겨 봤겠지 그건 전채에 불과하다! 토론토보다 훨씬 더 부유한 모스크바,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명실상부 이 세계 최고로 부유한 도시, 신시 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마음껏 약탈하고 마음껏 유린해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최초 내세웠던 해방 전선의 이념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는 저열한 연설이었지만 더 이상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네브라가 말한 대로 토론토를 점령한 이후로 쾌락과 사치의 극한을 맛보았다. 마음대로 때려 부수고 약탈했으며 최고급 의 마약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토론토인들을 성노예나 장난감 삼아 미친 듯이 놀아 봤다.
인간의 도리를 벗어났기에 더 흥분되고 자극 적인 극한의 쾌락을 다시 한 번 더, 아니 그보 다 더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두려워할 것 없다! 두려워해야 하는 건 우 리가 아니라 놈들이다! 전원! 전투 준비!”
사람들은 품에서 작은 단약을 꺼내더니 이 내 그것을 망설임 없이 입에 털어 넣었다. 버프를 걸어 주거나 특별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종류의 약은 아니다. 그 정체는 바로 단순한 마약이었지만 해방 전선의 사람들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걷어 내고 양심의 가책을 없애 주는 영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 흐흐흐흐.”
“좋아, 좋아! 유성훈이든 미리내든 얼마든지 오라구, 내가 다 날려 줄 테니!”
“미리내는 건들지 마! 그년은 내꺼야!”
특별히 준비한 약에 취해 헛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네브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폐부의 공기를 모두 쥐어짜내며 고함을 내질렀다.
“전원!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돌격!”
네브라와 제임스, 송일학을 주축으로 뭉친 병력이 세 갈래로 갈라져 접근하고 있는 상 황이었다.
그러나 자유연맹은 별다른 대웅을 하지 않고 거리가 좁혀지는 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거리가 반으로 줄어들 었을 때 마침내 성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사!”
자유연맹의 진영으로부터 솟아오른 수천, 수만에 달하는 화살과 마법들은 점점 속도를 늦추더니 이내 포물선을 그리며 해방 전선의 병력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원거리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근접전으로 끌고 가기 전까지 많은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해방 전선으로부터도 화살과 마법들이 솟아오르며 날아오던 공격들을 전부 요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법 하나가 터져 나간 것을 시작으로 수 많은 스킬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마치 낮처럼 세상을 밝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에는 눈조차 주지 않고 앞만을 바라보며 전력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돌격! 돌격! 돌격! 붙어서 물어뜯어라!”
“모두 당황하지 말고 훈련받은 대로만 움직여라! 우리는 이긴다!”
무차별적으로 돌격하는 해방 전선에 맞서 자유연맹은 탱커를 전열에 앞세우고 그 뒤에 딜러들과 힐러를 배치하는 정석적인 조합으 로 맞섰다.
몸마저 가릴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던 탱커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접근해 오는 기마대를 보고 전신에 힘을 불어넣었다. 곧 무시무시한 충격이 올라오겠지만 설령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와라, 와라, 와라……!’
“어디 한번 덤벼 봐라 이 개새끼들아!”
“으리야아아아아!”
***
“…..”
제임스는 직접 선봉에 나서서 자유연맹의 밀집대형을 뚫어 내고 있었다. 아무리 자유 연맹의 병력이 정예라고는 하나 제임스의 도끼질을 막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었고 대부분 한 방, 잘 버텨봐야 두 방에 죽거나 사지 중 한군데가 잘려져 나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러나 그토록 고대하던 전장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제임스는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야.’
단순히 많은 사람이 싸운다고 다가 아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장 한복판에서 솟아 오르는 공포, 처절함, 분노, 살의, 광기, 그 모 든 게 하나로 공간 자체를 물들여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 정도가 되어야만 진짜 재밌는 전쟁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연맹의 병력으로부터는 그런 네거티브적인 감정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기껏 살육에 대한 흥분감으로 달아 오른 몸을 식게 만들고 있었다.
“크윽! 이, 이 앞으로는 한 발자국도”
“꺼져.”
콰직! 거대한 양날도끼는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깔끔하게 몸을 일도양단해버렸다. 잘려 나간 단면으로부터 뇌수와 내장이 흘러내리고 핏줄기가 름어져 나왔지만 동료가 끔찍 하게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전의가 충만해서 더 적극적으로 덤벼들었다.
“……진짜 싸울 맛 안 나는군. 혹시 니들도 약 먹었냐 진정제 같은 걸로”
죽어 가면서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거나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베는 건 정말 로 최악의 기분이었다. 이런 놈들을 베느니 차라리 몬스터를 베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놈들은 상대를 죽이고 말 겠다는 살의와 살아남겠다는 집념만큼은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유의 과감하고 호쾌한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사람을 쓰러트려나간다.
그러나 의욕이 있든 없든 제임스는 모든 직업의 궁극의 도달점인 4차 각성자을 이룬 강자였고 뒤에는 최소 3차 각성자로 이루어진 정예 병력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야 말로 파죽지세의 기세로 자유연맹의 포위망을 돌파해 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뒤쪽으로 빠져나와서 앞뒤로 합공을 가한다면 전투를 한층 더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다. 당연히 자유연맹 역시 이런 당연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멈춰 이 새끼야!”
살기와 증오가 듬북 담긴 익숙한 목소리에 굳어 있던 제임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깃들었다.
“부의장님이 직접 만나러 와 주시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부르면 혀를 잘라 내준다고 했을 텐데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모양이지”
“거 참 깐깐하기는. 어이 콜린스, 긴장 좀 풀고 릴렉스하게 지내 보는 건 어때”
“너와 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을 전부 처리한 이후에 릴텍스한 일상을 보내 주지.”
“자신만만하네. 그래서 이길 자신은 있어”
제임스에게서 쁨어 나오는 투기에 콜린스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개인전으로 맞붙는다면 십중팔구 자신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나 혼자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합공을 하기로 했다.”
“푸하하하하하! 그래!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애초에 너 같은 약골이 혼자서 덤 빌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거든! 그래서 누구 를 데려온 거지 나를 상대할 거라면 탑 랭커 정도는 데려왔겠지”
“죄송하지만 탑 탱커는 아니에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머리보다 몸 이 먼저 반응했다. 그러나 폭풍처럼 쏟아진 도끼질은 옷자락하나 자르지 못하고 공기만 을 찢어발겼을 분이다.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할 만한 선한 눈망울을 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제임스는 긴장을 풀 지 않았다. 자신조차도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스킬을 이 소년은 전부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아니 여유롭게 피해 냈다.
“하지만 정식 탑 탱커는 아니어도 탑 랭커급은 되니 아마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
“어이 꼬마, 너 뭐냐 너 같은 놈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제 이름은 사종원. 그쪽 이름은 알려 주지 않으셔도 되요. 제임스 맞죠”
“유명해지긴 했나 보군. 이름 말고 뭐 다른 거 아는 건 없냐”
“글쎄요. 몇 개만 뽑아 보자면 살을 주고 배를 깎는 육참골단식의 스타일을 즐겨 사용 한다든가, 사실 도끼 이외에도 메이스를 이용한 타격술과 투척술에 일가견이 있다든가, 파워 타입의 전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환幻 계열의 부법 하나를 비장의 한 수로 가지고 있다든가, 도끼질의 리듬이 사실 어떤 음악의 리듬에 맞춰서 펼쳐진다는 점 정도일까요 자잘한 건 너무 많아서 설명하려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겠어요.”
“……너 뭐야”
똑같은 질문.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담고 있는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내 전투 스타일이야 어떻게든 소문으로 추측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건 말이 안 돼.”
메이스는 정말로 가끔 사용하는 비상용 무기였고 환 계열의 부법은 지금까지 펼친 횟수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만큼 극도로 사용을 자제한 비장의 한 수였다. 특히 마지막 의 음악의 리듬에 맞춰 도끼질을 한다는 사 실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 주지 않은 사실이다. 사종원이라는 소년은 자신보다 자신에 대 해서 더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어디에서 만난적이 있던가”
“기억 안 나세요 몇 개월간 같이 싸워 보기도 했는데 설마 절 잊어버리신 거예요”
“……잊어버리고 뭐고 난 너 같은 놈을 본 기억조차 없는데.”
항상 주위에 있던 건 대부분 같은 도시, 혹은 서구권 도시의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히 사종원같이 동양인, 그것도 저렇게 어린 소년을 봤다면 기억에 남아야 한다. 그러나 이 세계뿐만 아니라 지구에 있었을 때까지 기억을 더듬어 봐도 조금이라도 비슷한 인물조차 떠 올리지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사종원에서 리나의 모습을 연상하려면 추리력이 아니라 과대망상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할 것 이다.
“살짝 슬프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중요한 건 오늘 이자리에 서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이니까요.”
“죽어 내가 어디 한 번 죽여 보시지!”
제임스는 도끼를 겨누고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어떤 적을 상대하든, 얼마나 많 은 적과 싸우든 언제나 전투를 즐겼던 모습 과는 동떨어진 미지의 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껏 긴장하고 있는 제임스를 바라보며 사종원은 피식 웃으며 두 자루의 소드 브레이커를 꺼내 들었다.
“콜린스 씨, 부족한 부분은 제가 커버해드릴 테니 겁먹지 말고 덤비세요.”
“…널 믿어도 되겠냐”
“전 못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형님은 믿으실 수 있으시죠”
그 한마디에 콜린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제임스를 향해 검을 겨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유성훈이 한 말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로 이루어진다. 유성훈은 사종원과 같이 합공하면 충분히 제임스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자신은 그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잭 애프론이 남긴 지긋지긋한 씨앗. 오늘 이 자리에서 남김없이 모조리 부리뽑아 주마.”
“너도 그 씨앗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겠지”
4차 각성자라지만 같은 4차 각성자 두 명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제임스는 굉장히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장 전체로 시선을 확대해 보자면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4차 각성자 두 명과 천여 명이 넘는 3차 각성자의 합공을 받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