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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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금상첨화
“조, 좋지 않을까요? 근데 전투가 너무 극단적인것 같아서 파티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것같기도하고.”
“어째서?”
이 정도면 충분히 최상급 전투원이라고 할수 있다. 공격만 따지자면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서 소수의 재능있는 자들을 넘볼수준. 그런데 미리내가 거절의 뜻을 내비치니 성훈은 이해할수 없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지.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할수 있나?”
“조금 힘들어요. 될때도 있고 안될때도 있고.”
“나는 된다 안된다 애매한게 아닌 확답을 원한다.”
미리내의 추궁에 종원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안될것…같아요.”
“그 말은 전투 도중 살심에 빠져 방금전같은 검을 아무에게나 겨눈다고 봐도 되는거겠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요. 방금전에 말씀드렸지만 가급적이면 적아를 구분하려고하고 어느정도 제어할수 있다고 생각은 해요.”
성훈은 그제서야 둘이 어떤 의미의 대화를 나누는지 이해하고 속으로 신음성을 내뱉었다. 성훈은 사종원의 말을 단순히 전투스타일이 너무나 잔혹하고 살기가 짙어서 여러명이서 같이 움직이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즉 진짜로 이성이 날아가서 눈에 뵈는게 없다는 의미였던것이다.
‘아니 그런게 진짜로 가능한가?’
정말로 자신의 이성이 날아가서 눈에 보이는게 없을정도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반복하는게 가능한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성훈은 그런 사람이 있다고는 믿을수없었지만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몇번의 질문을 던지던 미리내는 작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아이를 동료로 데리고 다니는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
자신을 바라보는 미리내와 사종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성훈은 둘이 아닌 엘리를 바라봤다.
“보니까 약물과 마법을 이용해서 그 상태를 이끌어내는거 같던데 그럼 반대로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적당한 지점에서 그 상태를 해제하는건 불가능 해?”
“불가능해요. 그래서 아예 전투가 시작하기전 전투가 몇분정도 지속될지 미리 짐작하고 약과 버서커의 강약을 조절하는거죠.”
“사종원. 그 상태를 본인의 의지로 다루는게 힘든가?”
“비, 비유를 하자면 산에 불이 붙은거랑 비슷해요. 멀쩡할때는 상관없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제 힘으로 그걸 조정하는건 정말 힘들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사종원같은 사람을 동료로 맞이하는건 힘든 일이다. 몬스터를 죽이거나 어느정도의 잔혹성을 내보이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나 일정범위안에서는 사람들 역시 이해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일정범위를 벗어나면 사람들의 시선은 크게 달라진다.
만약 동료 가운데 사이코가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보통 사이코가 아니다. 방금전에 본것처럼 상상도 하지 못할 잔혹성을 내보이고 몬스터의 살점을 물어뜯는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그 행동을 전부 본인의 의지로 한게 아니라 이성이 날아가서 한것이라고 하면 그 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보나마나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언덕 위의 하얀집을 떠올릴것이다. 전투? 아마 불안해서 같이 잠도 못 잘것이다. 갑자기 훼까닥 돌아서 등에 칼침이라도 놓을지 어떻게 알것인가? 평소에는 멀쩡하다고? 그게 더 이상하게 보인다. 아마 이중인격이라도 떠올리겠지.
사종원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엘리는 성훈이 반대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려고 했다. 그리고 미리내는 당연히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는듯이 성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다. 그럼 사종원은 후방에서 엘리의 보호를 맡는다.”
“예?”
“지금 그 말은….”
“그리고 주기적으로 주변의 상황을 봐서 전방에서 실전도 하면서 적당하게 흥분을 다스리는 훈련도 같이 한다. 어때?”
“저, 저야 좋긴한데.”
“성훈님. 대체 왜 그런 결단을 내리신건지 알려주실수 없겠습니까?”
미리내와 마찬가지로 사종원, 그리고 엘리도 성훈이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성훈은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대답했다.
“흥분 상태야 제어할수 있게 되면 될 일이지 지금 가망성이 없다고 바로 내팽겨칠수는 없잖아? 게다가 일단 같은 파티가 된 동료야. 단점이 있으면 그걸 보완할수 있게 도와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길지도 않은 한 마디. 그러나 그 한 마디에 사종원과 엘리는 성훈을 새삼스럽게 바라봤다. 자신의 목숨마저도 위협하고 파티의 안정을 해칠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진 자를 단순히 동료가 됐다고 보살펴주고 같이 가준단 말인가? 그런 사람이 없는건 아니다. 찾아보면 있기야 할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중에는 그런 자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호쾌하게 받아들이는 성훈이 되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고 미리내는 뭔가 짐작했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그럼 만약 폭주해서 저희들을 공격해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렇게 된다면 막으면 될 일이지.”
폭주하면 제압하면 된다. 간단한 답이다. 그 말에 미리내는 살짝 볼에 홍조를 띄며 뒤로 물러났다.
사종원의 전투방식을 보고 미리내는 순간적으로나마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다. 저런식으로 같이 죽자는 상대를 상대하자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상처를 각오해야 했다. 두 명 이상이 합공한다면 승기를 점칠수 없다. 그러나 성훈은 그런것에 겁먹지 않고 단순히 제압하면 된다고 한다. 언제나 느끼는것이지만 성훈과 얘기할때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부족해지기만 하는 기분이었다.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자신감이나 도량 역시 자신이 따라갈수 없을정도다.
‘이런걸보고 타고난 그릇이 다르다고 하는것일까.’
이쯤되자 더 이상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한편 사종원은 사종원 나름대로 이런 자신을 쉽게 받아들여준 성훈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전투를 보고 곁에 남아준 사람은 엘리가 유일했다. 그녀만이 사종원이 기댈수 있는 안식처였고 유일한 가족이었으며 의지할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또 한명 자신을 망설임없이 받아들여준 사람이 있다.
“뭐해? 계속 여기서 시간을 보낼거야? 빨리빨리 끝내버리고 도시에서 좀 쉬자.”
“그렇군요. 이제부터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아이템 좀 챙기고요!”
뒤늦게 화들짝 놀라면서 사람들은 제각각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성훈은 자연스레 품에 있는 엘더 히드라의 독을 보고 장비를 단단히 챙겨맸다. 사종원을 받아들인 이유? 당연히 방금전 말한게 사실일리 없었다. 전부 듣기 좋도록 꾸며낸 거짓말.
‘배신당하기전에 배신한다. 그리고 만약 진짜 감당하지 못할것 같으면 이 놈을 쓰면 그만이다.’
만약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면 먼저 손을 쓰면 그만이다. 성훈은 지금까지 수십번이 넘는 배신을 밥 먹듯이 해왔다. 그에 당한 대처능력이나 배신을 하는것따위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혼자라면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미리내라는 강자와 현재 유저들의 수준으로는 당해낼수 없는 엘더 히드라의 독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건 바로 자신이 사종원을 이용 할수 있다는 점이었다.
‘약물과 마법이란 말이지.’
엘리가 사용한 약물은 성훈도 잘 알고 있는 종류의 것. 즉 다르게 말하자면 굳이 엘리가 아니더라도 성훈 역시 적당한 연구만 한다면 사종원을 저 광폭화 상태로 만들수 있다는것이다.
만약 도저히 상대할수 없는 적이라던가 일반적으로 상대할수 없는 몬스터가 나타났을때 사종원을 강제로 광폭화시킬수 있다면?
‘아주 쓸만하겠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독과 스킬들을 떠올리면서 묘한 시선으로 사종원을 바라보는 성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