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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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왠지 익숙하다?
더 미션의 세계의 유일한 관리자인 루시퍼는 눈가를 매만지면서 온갖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 방대하고 세세한 세계를 운영하는건 자신 하나만의 힘만으로 될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일무이한 절대자로부터 그 힘을 나눠받은 상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불가능한것만도 아니었다.
“하, 이것도 쉬운일이 아니군.”
“힘들면 조금 도와줄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랄법도 했지만 루시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됐다.”
“쳇. 알고 있었어? 어째 전혀 놀라지를 않네.”
“모르고 있었다. 다만 이런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일일이 놀라는것도 우스운 일이지.”
“그런 반응은 내 입장에서는 가장 맥 빠지는 반응이야.”
작게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걸어오는것은 바로 로키였다. 잠시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로키는 작게 혀를 내밀었다.
“무려 일만개가 넘어가는 세계를 다중으로 조율하고 있다니. 다른 신들을 불러서 조금 도와달라고 하지?”
“이 세계를 조율하는것은 그 분께서 내게 내려주신 임무. 그리고 내가 왜 다른 신들을 이용하지 않는가 하면….”
콰직!
“큿!”
“바로 이런 일이 있을까봐 그런거지.”
로키의 오른손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결박당한것처럼 뒤틀리고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손이 향하는 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도시의 모습이 떠오른 수정구가 있었다. 그대로 손목을 분질러버릴까 살짝 고민했던 루시퍼는 그냥 손을 놔줬다.
“아파라. 어떻게 사람이 한 눈도 안파냐.”
“시끄럽다. 그보다 네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말해라. 바로 들킬만한 이런 장난을 치러 여기까지 왔을리는 없을테고 분명 그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겠지.”
‘쳇. 역시 이 아저씨는 대하기 껄끄럽다니깐.’
언제나 무뚝뚝하고 머리도 뛰어나서 자신의 생각을 어느정도 꿰뚫고있다.
“별건 아니고 앞으로 있을 이벤트랑 강제 미션에 대해서 말할게 있어서.”
감출만한 정보도 아니다. 아니, 그보다 애초에 이 정도 정보는 모든 신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하급의 정보.
“이벤트는 무신께서 제안한 비무대회라는걸 해볼까 고민중이다. 그리고 강제 미션은 세 가지 후보 중에 고민하고 있지.”
“사실 내가 온 이유가 그 강제 미션에 대해서 말할게 있어서 온건데 말이야.”
“미션 진행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제안도 받지 않는다.”
“에이,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고. 아 이게 지금 만드는 세계야?”
아직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세 개의 구슬. 이 구슬 하나하나가 앞으로 사람들이 와서 활동할 세계가 된다. 한 개는 강제미션이 되고 다른 두 개는 일반미션이 되서 새로운 미션리스트에 추가될것이다.
“이번 미션은 전번에 비해 좀 쉬워진것같은데?”
“그만큼 유저들의 수준도 올라갔고 더 이상 육체를 주는것같은 편법은 없다. 물론 지난번보다는 낮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힘든건 변함이 없겠지만.”
“너무 빡센거 아냐? 그래도 수십명 중 하나, 아니 거의 백 명 중 하나가 살아남을까 말정도인것 같은데? 완전 악마나 다름없는데.”
“백명중 하나가 아니라 천명중 하나가 살아남아도 나쁠게 없지. 어차피 참가자는 이렇게나 많은데 말이야.”
아무리 유저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대규모 상위 미션을 수행하는것은 힘든일이었다. 눈 앞에 놓인 세 개의 미션은 난이도 자체는 전부 비슷했다. 그러나 로키는 세 개의 미션의 차이점을 바로 알아차릴수 있었다.
하나는 던전공략형, 다른 하나는 보호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씨익.
루시퍼에게 들통나지 않도록 등을 보인 상태에서 로키는 웃었다. 그러고서 구체들을 루시퍼를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일단 다시 돌려줄게.”
“바보 같은 놈! 함부로 다루지 마라!”
툭!
막 던진 구체를 루시퍼가 받아드는순간 로키는 몰래 무언가를 구체 사이에 밀어넣었다. 손가락만한 작은 크기를 지닌 무언가는 구체와 접촉하자마자 티끌처럼 변해 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구체를 던진 로키는 나머지 하나의 구체를 이곳저곳 만지작거리다가 루시퍼를 향해 건네줬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고생하라고!”
볼일이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로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릴만도 했지만 루시퍼는 조금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세 개의 구슬들을 조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눈매를 찌푸리며 로키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구체를 앞에 내려놓았다. 아주 미약하기는 하지만 이 구체 안에서는 로키의 힘이 감지되고 있었다.
찾아서 없애는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루시퍼는 그 구체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이내 망설임없이 손을 휘둘렀다.
퍽!
“지금쯤 부쉈을라나?”
루시퍼를 생각하면서 로키는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루시퍼는 신중한 성격이다. 아무리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일단 자신이 뭔가 손을 쓴게 확실한 세상을 그냥 놓아둘리가 없었다. 보통 신들은 이미 만들어진 세상이 아까워서라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루시퍼라면 부수고도 남는다. 평소 행실로 보면 아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할지라도 세 개의 구체를 전부 부술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 강제 미션이 시작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기. 그 시간동안 새로운 세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건 아무리 루시퍼라도 힘든 일이다. 결국 나머지 두 개의 세상 중에서 하나가 강제미션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아마 그 중 로키가 무언가를 집어넣은 세상이 될 가능성이 높었다. 이유? 간단하다.
‘지난번에 던전공략을 했는데 이번에도 같은걸 할리가 없지. 그리고 자칫하면 던전공략 같은건 정말로 모두가 죽는 일도 생긴다. 당연히 나머지 하나를 선택하겠지.’
이미 완성된 세상은 다른 신들이 접근하는게 불가능하다. 그게 상위의 신이던 하위의 신이던 변함은 없다. 그러나 그 세상이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와중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적으로 뭔가를 하면 바로 들통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단순히 물건 하나만 집어넣는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발견할수 있을지 없을지는 순전히 운이겠지. 그러나 만약 발견만 할수 있다면 분명 큰 힘을 가질수 있을거야.’
신들 가운데서도 최상위에 꼽히는 로키의 권능. 비록 그 능력도 축소시키고 세계가 복사됨에 따라 그 힘 또한 분열될수밖에 없지만 일단 얻는다면 그런 고민따위는 할 필요도 없다.
‘기대하고 있다구. 성훈.’
[패치가 적용됩니다] [1.비무대회가 개최됩니다] [참가 여부는 자유입니다] [비무대회의 성과에 따라 그에 합당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비무 진행 도중에는 죽어도 생명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2.강제 미션이 활성화됩니다] [보름 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강제로 참가하게되며 미션의 난이도는 ‘B+등급’입니다] [강제 미션 도중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중도 이탈하는것이 불가능합니다] [미션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합니다. 최고 엘리트급 아이템부터 추가 생명까지 얻으실수 있습니다]미션을 끝내고 도시로 귀환한 성훈은 새롭게 추가된 패치 내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찼다.
“저희가 없는 사이에 패치가 있었던것 같은데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 일단 적당한데로 가자.”
미친 마법사의 던전 공략을 끝마치고 돌아온 성훈은 다소 웅성거리는 도시의 분위기에 일행들을 이끌고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공략 자체는 훌륭하게 끝났다. 대규모의 언데드들은 마도포의 선제사격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가장 걱정했던 최후의 보스 몬스터는 미리내의 검에 의해 깔끔하게 두동강이 났다.
보상은 별로 대단할건 없었지만 보너스 능력치를 얻은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그러나 성공적인 토벌에도 불구하고 일행의 얼굴은 다소 굳어있었다.
“그럼 일단 조금 쉬면서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보자.”
“저, 오빠. 좀 쉬고 내일하면 안될까요?”
“그, 그렇습니다. 피로가 풀리면….”
“안 돼.”
성훈의 한 마디에 두 명의 여자는 대번에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 사종원은 애초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세 명이 이렇게 쩔쩔매는 이유는 성훈의 기분이 상당히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진행에도 기분이 상당히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미션이 끝날무렵에는 이마를 한껏 찌푸린 모습에 눈치없는 미리내도 차마 말을 붙이지 못할 지경이었다.
“일단 강제 미션이나 비무 대회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앞서는게 있어. 다소 기분이 상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모두 조용히 하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파티장의 입장에서 말하는 거니깐 말이야. 이 중에서 파티 플레이를 여러번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저요.”
엘리만 소극적으로 팔을 들어올렸다.
“그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조금 막막하네. 일단 미리내.”
“예, 옛!”
몬스터들의 대군을 눈 앞에 두고도 떨지 않는 미리내는 성훈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부동자세를 취했다.
“네 실력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타인과의 연계가 너무 부족해. 아니, 그보다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게 너무 서툴러.”
“제가 평소 혼자서 지내다보니….”
“그럼 고쳐야지. 같은 파티원이라고해서, 아니 같은 파티원이기 때문에 오히려 해야할것과 하지 말아야할것이 있어. 하나만 예를 들자면 사종원을 향해서 직접적으로 불만을 밝힌것.”
어중간하거나 급조된 파티에서는 개개인을 향해 함부로 말을 하다가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제대로 된 파티라면 적어도 미리내같이 직접적으로 불만을 밝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파티장에게 우회적으로 전달한다던가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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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때문에 중간중간 끊겼더니 슬럼프가 찾아올락말락….. 크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