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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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나는 재난영화를 좋아한다
상급 인벤토리는 마흔개가 넘어가는 저장공간을 활용할수 있다. 일단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아이템을 집어넣는 와중에 성훈은 두 가지 특별한 점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돈이 꽤 모였군. 식량과 식수도.’
사람을 죽일때마다 일정분량의 식량과 식수가 지급된다는것 깜빡 잊고 있었다. 벌써 열다섯이 넘는 사람을 죽인 대가로 인벤토리 한 칸이 가득 찰 정도의 식량봉지가 쌓여있었다. 두 번째는 바로 500만을 넘어가는 길드였다.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면 가지고 있는 모든 아이템과 돈을 드랍한다. 단 아이템은 바닥에 드랍해도 돈은 인벤토리로 자동으로 들어오는데 확인을 안한 사이 어느새 이렇게나 크게 불어날줄은 몰랐다.
“이거 잘만하면….”
예상치못한 부수입에 성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아이템이나 칭호는 당연히 원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을만큼 돈도 절박하다. 순수하게 능력치의 합으로보면 성훈은 최상급 랭커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힌다. 그러나 워낙에 다양한 스킬을 익히다보니 스킬의 등급은 타 유저들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난번 미션에서 얻게된 최상급계열의 댄스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건 중급이 겨우, 미리내가 현재 최상급 쌍검술을 익히고 있고 다른 랭커들도 최소한 상급의 스킬을 하나 정도는 익히고 있다는걸 고려해보면 슬슬 한 스킬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 길드만 잔뜩 벌어들인다면?
“모든 스킬을 한단계 이상 더 강화시킬수도 있겠지.”
씨익.
성훈은 그대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스릉!
자갈밭 근처에 떨어지자마자 미리내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바로 검을 빼어들고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아무도 없다는걸 깨닫고 커다란 바위의 그늘가로 자리를 옮겨서 이것저것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느릿한 손놀림으로 모든 서브 미션들을 확인한 미리내는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전부 어려운것들 뿐이군.”
선, 생존, 악 3가지의 최종 미션은 거의 이루는게 불가능할정도로 어려운 수준이었다. 불살이나 666명을 죽이는 조건은 일단 제외하고서라도 완수해야한다는 450개의 미션의 종류와 난이도가 너무나 높았다. 물론 생존에 관련된 쪽의 미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최고 난이도에 해당하는것중에는 배를 만들어서 탈출하는 ‘희망의 섬’같은건 말할것도 없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것도 아니다.
자신의 힘이라면 선인 미션은 몰라도 악인 미션은 한달간 살심과 광기를 풀어놓는다면 가능할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런건 고려할 가치도 없었다.
‘아, 어쩌면 사종원이라면 이 악인 미션을 완수할수 있을지도. 아니, 엘리와 만나지 못한다면 무린가?’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미리내는 지도를 한손에 든채로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도를 볼줄 아는건 아니었지만 꽤 지근거리에 커다란 산이 보였고 그 산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덤벼! 덤비라고 이 새끼들아!”
“그래 목 쭉 빼고 있어라! 지금 당장 베어줄테…니?”
“응?”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집단은 멍한 눈으로 그들의 사이를 지나가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뭐 전사를 하는 여성이 드문편은 아니다. 문제는 현재 한창 전의가 오를데로 오른 두 집단을 보이지 않는것처럼 깔끔하게 무시하고 지나갔다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피 튀기는 혈전이 일어나기 전이었던만큼 한 전사가 거대한 해머를 들고 자신들을 무시한 그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넌 뭐야? 우리가 우습게….”
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본 사람은 없었다. 그저 볼수 있었던것은 어느새 검 한 자루를 들고 있는 여자의 모습과 개거품을 문채로 뒤로 날아가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무, 무슨?”
“내 곁으로 다가오지 마라. 한번은 몰라도 두번째까지 용서해줄 마음은 없다.”
바로바로 사람들의 목숨을 거둘만큼 잔혹함은 가지지 않았지만 쓸데없이 과도한 자비를 베풀 생각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검을 집어넣고 걸어나가는 미리내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 집단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도 여섯명이나 되는 다른 집단을 상대하는것보다는 일단 저 년 하나를 족치는게 훨씬 쉬워보였다.
‘죽어!’
그리고 거기까지가 그들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별 시덥잖은 이유로 덤벼오는 아홉명을 격퇴한 미리내는 뒤는 신경쓰지도 않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나갔다.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 아홉명이 어떻게되든 자신이 알 바는 아니었다.
죽든 살든 전부 자신들이 자초한 바였다. 중요한건 자기 자신의 일이었다. 거대한 돌산 근처에 다다른 미리내는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잠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어딘가에서 멈춰선후 고개를 끄덕이며 등에서 두 자루의 검을 뽑았다.
“후우우우우.”
평소에는 좌검은 정면으로, 우검은 어깨에 걸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좌검과 우검 모두를 어꺠너머로 보냈다. 그리고 곧 파란빛의 검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일렁이던 검기는 곧 점점 가늘어지더니 실처럼 변해지기 시작했다. 그 실은 점점 늘어나더니 곧 서른 두개에서 멈추기 시작했다.
“강검.”
그건 미리내가 사용하는 유일한 액티브 스킬이었다. 직접 몸으로 그 원리를 깨닫고 펼치는 기술들과 다르게 강검은 이름을 외침으로 그 위력 자체가 증가되는 순수한 스킬이었으니 말이다. 하얀 기운에 휩싸인 검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리내는 그대로 전력을 다해 정면으로 휘둘렀다.
“합(合)!”
콰르르르르릉!
검에서 뿜어진 두 줄기 검기는 중앙에서 부딪히나 싶더니 이내 순식간에 돌과 명중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넋놓고 있었으면 여파에 휩쓸려 뒤로 넘어져버릴정도.
현재 최고의 마법사라 불리는 유백우마저도 흉내내지 못할것같은 엄청난 기적을 단지 검 두자루만으로 연출한 미리내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역시 아직 진짜 강기(剛氣)를 만들어내는것은 무리인가. 쌍검에 각각 검사(劍絲)를 최대한 만들어놓고 공중에서 합일시키면 강기를 만들어낼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검사를 100줄이상은 만들수 있어야 안정적인 강기가 만들어지는것 같군.”
강기는 2차 각성을 마친 일부 직업만 쓸수있는 스킬이다. 그걸 이제 1차각성인 그녀가 만들려고 하다니. 심지어 그게 스킬이 아니라 본인의 감에 의지해서 만들어내려고 한다는것을 알았다면 사람들은 하늘과 땅 정도로 벌어진 재능의 차이에 절망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변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몇번이나 강기, 아니 짝퉁강기를 날려서 꽤 깊은 동굴을 만들어낸 그녀는 검기를 일으켜 안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결국 해가 완전히 저물때가 되서야 완벽한 동굴을 만들어낸 미리내는 부숴진 바위들을 대충 입구 근처에 놓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득바득 미션을 수행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이 한달이라는 기간동안 이곳에서 폐관, 아니 면벽수련을 할 생각이었다.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부터 한시도 쉬지않고 실전만 반복해와서 슬슬 내실을 다질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기가 딱 맞아떨어질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스킬도 있었다.
“진짜 모아왔네?”
10만포인트를 바치고 얻어낸 권신 이한의 가르침.
평소에는 배울수조차 없었던 기(氣)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난뒤 이한은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해야 이거 몇 마디 해주고 그냥 가는건 양심이 찔리는군.”
그렇게 말하면서 이한은 새로운 스킬을 하나 선물했다. 별로 거창한 스킬은 아니었다.
심상수련
등급 : 이벤트.
종류 : 액티브.
-정신을 가다듬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 심상수련이 가능하다.
-심상수련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30분 이상의 정신집중이 필요.
-장기간 수련시 지혜, 마력 상승.
-심상수련 발동시 공복도와 갈증도가 100% 느리게 진행.
솔직히 주기는 했지만 이 스킬을 사용할 기회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매일매일이 바쁘게 돌아가는 더 미션 속에서 누가 한가롭게 심상수련이나 하고 있겠는가?
심상수련으로 능력치를 올릴바에야 미션을 수행해서 능력치를 올리는게 훨씬 더 고효율이다. 그래서 계륵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될거라고 생각하면서 선물했고 그 스킬은 지금 최고의 효율을 유감없이 발휘하려고 하고 있었다.
‘한달간 강기를 검 위에서 만들어낼수 있을정도는 되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