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407)
EP.407 히요리와 함께하는 방학생활 #2
아무리 생각해도, 히요리는 너무 야하다.
몸, 옷차림은 물론이고 그냥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특히 허리에서부터 골반에 이르는 곡선.
저게 사람을 미치게 했다.
피부가 워낙 희어서 보고 있자니 욕구가 마구 솟아오르는 건 덤.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은 마음이 이는데, 이걸 굳이 억누를 필요가 있을까?
이곳이 제 집인 양 자연스럽게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먹는 히요리를 쳐다보던 내가 물었다.
“뭐 사려고 시내에 갔던 건데?”
“다꾸용품.”
“다꾸? 아… 다이어리 꾸미기?”
“넹. 친구가 산다고 같이 가달래요.”
“그래서 다 샀냐?”
“샀죠.”
“너는 안 샀고?”
“취미가 아니라서 딱히 사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요. 근데 머리에 새집 지은 거 어울린다. 앞머리 내렸던 것보다 훨씬 나아요.”
왜 히요리가 자꾸 내 머리에 신경을 쓸까?
혹시 내린 앞머리를 미유키의 요구라고 착각해서인 건가?
그래서 경계를 하기 위함인가 싶다.
“이상한 소리하네 또.”
“머리는 언제 자르러 갈 거예요?”
“글쎄. 오늘 자를까 싶은데.”
“그럼 저랑 같이 갔다가 우설 먹을래요?”
“맛있는데 배가 안 차.”
“다른 것도 시키면 되지.”
“그럴까 그럼?”
“네. 근데 왜 누워요?”
“좀만 쉬었다가 가자.”
“그럼 저도 누울래요.”
“발부터 씻고 와.”
“냄새 안 나는데요? 맡아볼래요?”
그리 말한 히요리가 내 머리맡으로 위치를 옮겼다.
봉긋한 둔덕 위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오늘따라 무척 섹시해보인다.
애써 무덤덤하게 그녀를 올려다본 나는 욕실 쪽을 눈짓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씻고 와 빨리.”
“짜증.”
투덜거린 히요리가 욕실로 들어갔다.
뒤이어 들려오는 샤워기의 물줄기 소리.
얼마 지나지 않아 젖은 수건을 들고 나온 히요리가 물었다.
“수건은 어디다 놔요? 세탁 바구니?”
“그냥 걸어놔.”
“발 닦았던 건데요?”
그래서 걸어놓으라는 거란다.
“상관없어.”
“더러울 텐데?”
“씻었으면 물기밖에는 없잖아.”
“뭐예요 그 태평한 소리는?”
“걸어놓으라면 걸어놔.”
“싫어용.”
단호한 거절의 의사표시를 한 후 바구니에 수건을 팍 꽂아 넣은 히요리가 당당하게 날 쳐다보았다.
자신이 반골이라는 것을 내게 보란 듯 구는 걸 보니 또 다시 입 검사를 당하고 싶나보다.
황당한 헛웃음을 친 나는 부모에게 이겨서 의기양양한 사춘기 소녀마냥 콧대를 세우는 히요리에게 벽장을 가리켰다.
“두 번째 칸 열면 티셔츠랑 반바지 있거든? 아무거나 골라서 갈아입어.”
“왜요?”
“노출이 심해.”
“아 좀…! 배도 안 드러나게 얌전히 입고 왔는데 이게 뭐 어때서요…!”
“그게 얌전한 거라고?”
“네.”
“나랑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갈아입어라.”
“이대로 갈 거예요.”
“말 들어.”
“싫은데요?”
업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데, 저런 차림으로 겁도 없이 우리 집에 온 대가를 한 번 치르게 해줘야겠다.
“그럼 안 나간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이제 저도 눕게 자리 만들어주세요.”
“갈아입으면 만들어줄게.”
“내가 만들면 되거든요?”
“어떻게 만들 건데?”
이불을 포옥 덮어쓴 채로 요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내 옆으로, 히요리가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그 상태에서 아르마딜로마냥 옆으로 구르며 온몸으로 날 밀어내는데, 그녀의 가녀린 몸으로는 큼지막한 돌덩이 같은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정성을 봐서라도 자리를 옮겨줘야겠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그리 생각한 나는 귀찮음이 뚝뚝 묻어나오는 사람마냥 느릿하게 히요리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거봐요. 만들어졌죠? 이불도 줘요.”
내가 봐준 줄도 모르고 기고만장해하는 저 오똑한 코를 눌러주자.
방법은 아주 많은데, 그 중에서 히요리의 옷차림과 어울리는 가장 좋은 게 생각난다.
“이불은 왜.”
“추워요.”
“그렇게 입으니까 춥지.”
“에어컨 바람 때문이거든요? 빨리요. 저 감기 걸리겠어요.”
“감기는 춥다고 걸리는 게 아니야.”
“내놔.”
“말 예쁘게 하라고 몇 번을 말하니.”
“오늘 컨셉 이상해요.”
“뭐가 이상해? 매번 하는 말인데.”
“그렇긴 한데 그냥 이상해요.”
무언가 수상쩍은 기류를 눈치챘나보다.
히요리가 요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판단한 나는, 이불을 크게 펼쳐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됐냐?”
“넹. 따뜻해요.”
“옷 갈아입어라.”
“아 왜 자꾸 잔소리해요…! 노출 하나도 안 심해요…!”
“진짜 안 심하다고 생각해?”
“그렇다니까요?”
저 대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나는 히요리가 무어라고 반응할 새도 없이, 완전하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몹시 가깝다고 느낄 만큼 그녀에게 밀착했다.
“앗…?”
옆으로 돌아누워선 날 마주보게 된 히요리가 흠칫했다.
뻣뻣해지는 몸,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리는 눈.
긴장한 것이 역력한 게 확 보인다.
나는 그런 히요리와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손을 내려보내 그녀의 허벅지에 가져다대었다.
그리고는 그저 하루하루 똑같은 일을 하는 회사원처럼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랑이 사이와 딱 붙어있는 안쪽 다리를 만지작거렸다.
“무, 뭐하는 거…?”
그에 크게 놀란 히요리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나는 묵묵히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러니 오목하게 만져지는 근육이 있었다.
허벅지 안쪽의 내전근이었다.
소중한 장소와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신체부위.
그곳에 따스한 손길이 압력을 주니 당황하였을까?
히요리의 온몸이 방금보다 더더욱 굳어버렸다.
“이래도 안 심해?”
무덤덤한 표정을 풀고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은 내 말에, 히요리가 자신의 무릎을 위로 쭈우욱 들어올렸다.
그로 인해 히요리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있는 내 손이 조여지면서, 그녀의 허벅지에도 덩달아 압력이 가해졌다.
“으앗…?”
히요리는 내가 이럴 때마다 매번 본능만을 앞세운다.
방금도 그랬다. 본능적으로 무릎을 올리지 않았으면 자극도 심해지지 않았을 텐데, 제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 결과가 지금 그녀의 얼굴에 나타나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낯빛. 이런 쪽으로는 보기만 했지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한 기색을 만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거다.
숨소리마저 떨리기 시작한 그녀의 내전근을, 마치 탱글탱글한 공을 건드리듯 두어 차례 만지작거린 내가 재차 물었다.
“이래도 안 심하냐고.”
그러자 자신의 머리를 부르르 떨며 정신을 차린 히요리가 대답했다.
“이게 심한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여기가 대놓고 드러나는데 노출이 안 심하냐?”
“드러나는 건 드러나는 거고, 이건 그냥 선배가 만지는 거 아닌가…?”
“심해 안 심해?”
“시, 심하긴 한 것 같은데…”
“알면 갈아입어야지?”
“그건 싫은뎅…”
히요리는 내가 이럴 때 마지못한 척 굴긴 했지만 그래도 말은 들었다.
허나 지금은 달랐다. 들이대니 소심해지는 건 여전할지언정 뜻은 굽히지 않았다.
왜 이럴까. 매번 물러나는 자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해서, 다음에도 내가 또 이러면 그땐 당당하게 굴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가?
뭐가 됐든, 그리고 히요리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귀여운 건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말을 듣지 않는 그녀의 이마에 내 이마를 살짝 가져다대었다.
콩. 하는 감각과 함께, 히요리의 눈이 질끈 감겼다 뜨였다.
히요리는 표정변화가 무척 다양하다.
그래서 다른 히로인들보다 감정이 더욱 드러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부끄러움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
이러한 감정을 대놓고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보던 내가 말했다.
“갈아입을 거지?”
“아니요…?”
“가디건이라도 걸쳐 그럼.”
“밖에 더운데요.”
“얇은 거 줄 테니까 입어. 이 정도는 괜찮지?”
“…. 한 번만 봐줄게요.”
지금 계속 봐주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아는 건지 모르겠다.
어느 샌가부터 파르르 떨리고 있는 히요리의 허벅지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던 나는,
“근데 언제까지 여기 만질 거예요?”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어깨를 작게 으쓱여보였다.
“모르겠다. 느낌 좋아서 계속 만지고 싶네.”
“저는 느낌 이상해요.”
“다리 펴봐 그럼.”
“싫어요.”
“하기 싫은 게 왜 이렇게 많아? 애도 아니고.”
“선배 이불 냄새 이상해요.”
남자 특유의 땀 냄새라도 맡았나?
저렇게 대놓고 말하니까 무안해진다.
“무슨 냄새나는데?”
“욕심 많은 사람 냄새요.”
진짜 냄새가 났던 것 아니었구나.
알다가도 모를 우리 히요리…
지금 상황이 관계를 맺기 직전이었다면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굴 수 있을까?
아마 아니라고 본다. 치나미처럼 헤롱거리면서 렌카처럼 틱틱대겠지.
나는 히요리의 차가운 피부가 따뜻해지고 나서야 허벅지를 만지던 손을 빼냈다.
그러자 상체를 스르륵 일으킨 히요리가 벽장을 가리켰다.
“바지 아무거나 입어도 돼요?”
“갈아입기 싫다면서?”
“선배 손이 너무 음흉해서 보호해야겠어요.”
아까는 바락바락 대들면서 싫다고 하더니, 지금은 또 갈아입겠다고?
계속 허벅지를 만져대니까 아래가 살짝 젖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울리지 않게 보수적인 핑계까지 댈 이유가 없었다.
“이거 입어도 돼요?”
벽장에서 카키색의 펑퍼짐한 반바지를 꺼낸 히요리의 물음.
그에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그녀가 다소 어색한 몸짓으로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
내게 자신의 앞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것도 그렇고, 굳이 검은 봉지를 챙기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선다.
그녀는 내 손길에 분명히 느꼈다.
내가 자신의 허벅지를 만지는 동안 조금씩 올라오는 쾌감을 느끼고, 온갖 망상을 하면서 그 쾌감을 끌어올렸으리라.
헌데 여벌 속옷은 가져온 건가?
팬티는 어떻게 갈아입을 생각일까?
설마 속옷을 봉지에 넣은 채 바지만 달랑 입을 생각은 아니겠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샤워기 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히요리가 욕실에서 나왔다.
젖은 다리를 이끌고 손에 들고 있는 검은 봉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방 구석에 놓아두는 그녀.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내가 의심을 못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요?”
자신의 하반신 부근을 훑고 있는 내 시선을 눈치챈 히요리의 타박에, 한 차례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대답했다.
“그냥. 나 머리 감는다?”
“네.”
은근하게 시선을 피한 히요리가 어서 가라는 듯 내 등을 욕실로 떠밀었다.
히요리가 들어갔다 나온 욕실 안엔 그녀 특유의 레몬 향이 났다.
그 향기 안에 야릇한 냄새까지 섞여있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싶다.
곤란해 하는 히요리의 표정이 상상이 가서 저도 모르게 가벼운 웃음을 터뜨린 나는, 말없이 수전을 위로 올렸다.
오늘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겠거니 싶은데… 충분히 즐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