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412)
EP.412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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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뭐니?”
집으로 돌아온 히요리를 맞이한 어머니의 물음.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봉지로 향해있음을 알아차린 히요리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운동해서 옷 빨 거.”
“그래? 세탁기에 넣어두렴.”
“응.”
말은 저렇게 했지만 히요리는 봉지의 내용물을 세탁기에 넣을 생각이 없었다.
오늘 마츠다 선배와의 간질간질한 일 때문에 생겨난 흥분의 증표가 스며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이걸 본다면 분명히 눈치채고,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성적인 행위는 조심해서 해야 한다느니 하며 잔소리를 해올 거다.
들키면 창피하기도 하니 무조건 손빨래를 해야 마땅하다.
“밥은 먹었어?”
“먹고 왔어.”
“나중에 배고프다고 이것저것 주워 먹지 마.”
마츠다 선배가 하던 잔소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엄마와 마츠다가 닮은 것 같다.
“알았어.”
순순히 대답한 히요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털썩, 앞으로 누웠다.
잠깐만… 2분만 눈을 감고 있다가 샤워 겸 손빨래를 하러 가야지.
그러한 마음으로 침대보에 뜨거운 바람을 후욱 불어넣고 있는데,
덜컥.
“누나.”
문이 열리면서 동생이 찾아왔다.
노크를 하라고 하루에도 몇 번을 말하는데 얘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구나.
마츠다 선배도 자신에게 말 좀 들으라고 그랬었는데…
유전 같은 건가보다.
“사라져.”
고개도 돌리지 않은 누나의 냉랭한 투에, 동생이 당당히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싫어.”
“맞을래?”
“아니. 나 게임기 빌려줘.”
“아 뭔 게임기야…! 빨리 안 가? 엄마한테 너 맨날 게임만 한다고 말한다?”
“되게 치사하네.”
동생이 말하는 꼴이 마치 마츠다 선배 같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둘이 만나면 동생이 마츠다 선배를 무척 잘 따르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나중에 빌려줄 테니까 지금은 가. 누나 샤워해야 돼.”
“알았어.”
“빌려주는 대신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동물들의 숲 들어가서 열매 줍고 끌게.”
은근히 마츠다 선배와 자신의 위치가 뒤바뀐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덤인데…
가끔씩 막대하면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좋아. 샤워 끝나고 부르면 다시 와.”
“응.”
“오늘 나 게임하려고 했는데 특별히 빌려주는 거니까 물도 떠와.”
“누나 샤워하러 간다며?”
“그럴 건데?”
“그럼 물을 왜 떠와야 해?”
“샤워 끝나고 마실 거니까. 주방에 있는 과자도 몇 개 갖고 와서 침대 위에 올려놔.”
“양치질은 안 할 거야?”
“해야지.”
“양치하고 과자 먹으면 이빨 빨리 썩는대.”
“말대꾸하지 말고 갖고 오라면 갖고 와. 게임기 안 빌려준다?”
“알겠어. 갖고 올게.”
어린 꼬마 입장에서 게임기는 중대사.
이를 이용해 동생을 부린 히요리는, 만족스런 얼굴로 봉지를 갖고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받을 물을 틀어놓고 봉지를 뒤집자, 욕실의 차가운 바닥으로 속옷과 마츠다 선배의 반바지가 떨어졌다.
그것을 본 히요리의 눈 밑에 홍조가 서리면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오늘 굉장히 큰일이 있었다.
차 안에서 마츠다 선배의 저돌적인 키스에 당해버리고, 자신조차 모르게 거기에 휘둘려 흥분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집에서는 아주아주 예민하고도 중요한 부위에 마츠다 선배의 손가락이 닿기까지 했다.
차에서도, 집에서도 인생 처음으로 아래가 간질간질한… 그런 쾌락을 느꼈다.
더 있었으면 진짜로 위험했다.
마츠마츠가 자신의 가랑이를 꾸우욱 눌렀을 때 뇌가 좋은 쪽으로 타올라서, 집에 가겠다고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그대로 그의 리드에 휘둘려버렸을 테지.
‘예고라도 하든가…!’
준비도 안 되어있는데 자신에게 그런 깜짝 스킨십을 하다니.
평소에는 자신의 투정을 잘 들어주는 것 같아도, 속을 까보면 음흉하기 짝이 없다.
자고 가라고 했던 말도 그렇다.
분명히 그렇고 그런 목적을 가지고 한 제안이었을 터.
하나자와 선배와 만나고 있음에도, 아주 바람둥이가 따로 없다.
물론 하나자와 선배에게서 마츠다 선배를 빼앗을 각오를 한 자신 또한 나쁘긴 하지만 뭐…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
원래 사람은 이기적인 법. 당당해야 쟁탈도 할 수 있는 거다.
“씨이…”
혼자서 빨래를 해본 적은 손에 꼽는다.
자신을 이렇게나 고생시키게 만든 마츠마츠, 오늘 일은 되갚아줄 거다.
그런 생각으로 복수심을 다지던 히요리는, 반바지와 속옷을 물로 적시다가 아차 했다.
“아, 맞다.”
들어올 때 속옷 전용 세제를 갖고 오지 않았다.
안방에 있을 텐데… 지금 갖고 와야 하나?
아니다. 그냥 임시조치로 바디워시를 사용해 빨래한 다음, 방 안에서 말린 후 몰래 손빨래용 바구니에 넣어놓으면 될 것 같다.
그럼 엄마가 빨래를 할 때 같이 해주겠지.
반바지도 마찬가지고.
속편하게 마음을 먹기로 한 히요리가 옷을 죄다 벗어던지고는 바디워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팬티와 반바지에 뭉텅이로 뿌려댔다.
그렇게 열심히, 제 딴엔 나름 꼼꼼하게 손빨래를 끝낸 히요리는, 두 옷을 수건걸이에 대충 걸어놓고 물이 가득 찬 욕조 안으로 몸을 넣었다.
순식간에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그에 절로 나른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오늘 일을 곱씹으며 몸을 녹였다.
뜨거운 물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고, 몸이 노곤해진다.
엄청난 편안함. 그러나 그 편안함 속에 약간의 흥분이 피어난다.
계속 마츠다와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간질간질한 감각이라 그런가?
중독성이 조금 심했다. 마츠다 선배의 집에 계속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호기심이 피어날 정도로.
그런 상상을 해보던 히요리는, 자신의 손이 저도 모르게 가랑이 사이를 막고 있자 흠칫했다.
“짜증…”
지금 마음속에서 일고 있는, 약간의 애가 타는 마음을 심술로 치환하여 내뱉은 그녀.
욕조에 자신의 코를 가라앉히고 숨을 내뱉어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는,
덜컥.
“누나.”
욕실 문이 조금 열리면서, 그 문틈 사이로 동생의 얼굴이 보이자 인상을 썼다.
“왜 들어오고 난리야? 그리고 너 내가 노크하랬지? 죽을래?”
“미안해. 그런데 샤워를 왜 이렇게 오래해?”
“오래하고 싶으니까 오래하지.”
“나 게임기.”
“샤워하고 준다니까?”
“알겠어. 꼭 줘야 해.”
“알았다니까. 나가.”
고개를 주억거린 동생은 미련이 남아있는 표정으로 히요리를 쓰윽 바라보더니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때, 좋은 생각이 난 그녀가 동생을 불렀다.
“야.”
“왜?”
“내 휴대폰 갖고 와줄래?”
“그럼 게임기 줘.”
“갖고 오면 게임기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휴대폰은 침대 위에 있을 거야.”
그 말에 반색한 히요리의 동생이 휴대폰을 갖고 온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동생이 욕실 바닥에 조심스럽게 떨어뜨려놓은 휴대폰을 확인하고 만족스런 미소를 흘린 히요리가 말했다.
“내 방 옷장 열어보면 밑에 서랍 있거든? 거기 오른쪽 아래에 있어.”
“치사하게 숨겨놓네.”
“치사? 사과해.”
“싫어.”
“샤워 끝나면 다시 뺏는다?”
“미안.”
“과자는 갖다 놨어?”
“응.”
“물도?”
“응.”
“이제 가. 문은 닫고.”
“고마워 누나.”
감사인사를 안 하면 게임기를 빼앗길까봐 억지로 하는 것이겠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천진난만한 동생이 나가자 혀를 찬 히요리는 휴대폰을 갖고 다시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마츠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마츠마츠.] [야.] [야.] [야.] [야.] [아사히나 히요리 님께서 선불을 보내셨습니다.]마구 도배를 하는 그녀.
답장은 곧바로 왔다.
[뭐하냐?]요 위에 누워서 TV라도 보고 있었나보다.
[채팅이요. 선물 보냈다니까 확인하는 건 양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지금 휴대폰 든 건데 뭐래. 그리고 오타 났어. 선불이 아니라 선물이라고 썼어야지.] [그러네요. 선배는 뭐해요?] [그냥 누워있어.]오늘 하나자와 선배도 안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어두운 거실 안에 홀로 있는 마츠마츠를 상상하니 안쓰럽다.
[심심하진 않아요?] [조금.]놀러 갈까요? 라는 글을 쓰려던 히요리가 멈칫했다.
갑작스럽게 마츠다 선배가 했던 자고 가라는 말이 생각나서였다.
왜 괜히 부끄러워질까? 몸 또한 뜨거워지는 것 같다.
[선배 옷은 모레나 사흘 뒤에 가져다줄게요.] [그래라. 넌 뭐하고 있어?] [샤워 중이에요.] [그래? 사진 보내봐.]저렇게 말할 줄 알았다.
마츠마츠… 은근히 알기 쉽다.
[알몸사진이요?] [어.] [싫은데요.] [그럼 말고.]포기가 빠르다.
설마 나중에 직접 볼 테니 상관없다는 생각일까?
자신을 다 잡은 고기처럼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큰 오산이다.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아까 아주 후끈한 일이 있었던 터라 자꾸 요상한 망상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망상으로 인해 짜릿해지는 마음이 나쁘지 않아서, 약간… 아주 약간은 기대를 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마츠다 선배와 통화를 하고 싶지만, 오늘은 곤란할 것 같다.
목소리를 듣다 보면 자꾸 야한 생각만 하게 될 것이 뻔하니까.
그러니 채팅만 조금 하자.
아니다.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이면 마츠마츠가 자신을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적당한 밀당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연애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들 앞에서 항상 조언을 하는 입장이었으나 막상 이렇게 되니 머리가 새하얘진다.
다음부터는 아는 척 같은 건 하지 말아야겠다. 사람은 겸손해야한다.
히요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마츠다의 메시지가 이어서 도착했다.
[배고픈데 같이 밥 먹을까?]이에 안도한 그녀가 빠르게 화면을 두드렸다.
[만나서 먹자구요?] [아니. 각자 집에서.] [각자 집에서 먹는 건데 어떻게 같이 먹어요?] [먹는 시간은 똑같으니까 같이 먹는 거지.] [바보에요?] [35등한 너보다는 아니야.] [아 왜 시험 등수를 언급해요! 진짜 치사하네.]대화가 재미있다.
원래도 그랬으나 오늘은 특히다 더 그랬다.
살짝 설렌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 마츠마츠는 하나자와 선배랑 만나겠지?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거기 난입해서 두 사람의 데이트를 방해할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방해공작을 상상하면서, 그녀는 그렇게 한참동안 마츠다와 메시지를 교환하다가 욕조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