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418)
EP.418 히요리 문질문질해서 가게 하기 #4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안 울었어요…!”
방금 코까지 훌쩍였는데 안 울긴 누가 안 울었다고.
발랄함에 가련함까지 더해지니 미칠 정도로 안아주고 싶다.
그 충동을 참지 못하고 히요리의 가녀린 품을 살포시 껴안고 등을 토닥인 내가 말했다.
“착하다.”
“아이 다루듯이 말하지 마요…!”
“그래.”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히요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이후 테이블에 놓여있는 티슈를 한 장 뽑아, 그녀의 눈 밑을 닦아주었다.
“왜 울고 그러냐.”
“안 울었다니까!?”
빼액 성을 내는 것조차도 예뻐 죽겠다.
“미안하다.”
순순히 사과를 하자, 티슈로 감싼 손가락이 눈가에 닿을 때마다 눈꺼풀을 파르르 떤 그녀의 언성이 잦아들었다.
“조용히 해요…”
“알았어.”
“다시는 선배랑 이런 거 안 해요…”
그 선택권은 너한테 있는 게 아닌데.
라는 말을 삼키고 있자, 히요리가 씩씩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왜 대답 안 해요…!? 강제로 하기라도 하려구요…?”
“네가 조용히 하라며.”
“아니… 하… 진짜 어이없엉…”
히요리의 아랫입술이 잘근 깨물리면서, 입꼬리가 씰룩였다.
심각한 분위기에 훅 들어온 허접한 개그에 터지려는 웃음보를 참아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개그를 목적으로 친 대사가 아니긴 한데 뭐 어떠랴. 웃었으면 됐지.
어쨌든 히요리는 지금 진짜로 화가 나있었다.
허락도 없이, 그리고 뜬금없이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만져대고, 볼품없이 가버리게 했으니 부끄러움과 더불어 성질이 날 수밖에 없었다.
히요리가 언제 이런 오르가즘을 느껴봤겠는가?
우리 집에서 잠깐 확 달아오르긴 했었으나, 그때보다 더 심한 쾌락에 물까지 흘려댔는데 창피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나마 내가 히요리를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고, 뒤에서 끌어안은 형태라 자신의 가버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 태도가 조곤조곤한 거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거 마셔.”
테이블에 있던 반쯤 남아있는 물컵을 내밀자, 히요리가 뚱한 얼굴로 컵 가장자리에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먹여주니까 순순히 받아먹는 모습이 귀엽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물컵을 잡았다.
그리고는 날 등진 채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쇼핑백 안을 뒤적거려 내가 갖고 온 바지를 꺼냈다.
“나가요.”
“왜?”
“뭐가 왜에요…! 옷 갈아입어야하니까 그렇지…!!”
“갈아입어 그럼.”
뻔뻔하기 그지없는 내 태도에 어이가 없어졌을까?
히요리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런 히요리의 이마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나는, 그녀가 으익! 하는 이상한 추임새를 넣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갔다가 5분 뒤에 올게.”
“…. 네.”
그렇게 방에서 나온 나는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10분 정도가 지나자 방으로 돌아왔다.
히요리는 자리에 없었다. 도망이라도 갔나 싶었지만 구석에 휴대폰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걸 보면 나처럼 화장실이라도 간 것 같았다.
깔끔하게 청소된 방 안에서 잠자코 히요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들여왔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날 쏘아보더니 자리에 앉는데, 그 모습이 몹시도 예뻐서 그대로 고꾸라뜨리고 싶은 욕망이 차올랐다.
“수건은 왜 갖고 왔던 거예요?”
힘없는 걸음으로 날 스쳐지나가, 벽에 등을 딱 붙이고 앉은 그녀의 물음.
무릎을 자신의 가슴께로 모아 팔로 껴안는 그녀를 보며 어깨를 으쓱인 내가 대답했다.
“필요할 것 같아서.”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챙긴 거죠?”
“비가 올 수도 있잖아. 대비하는 거지.”
“거짓말하지 마요. 사람이 왜 이렇게 뻔뻔해요?”
“너 닮아가는 것 같은데.”
“뭐래요…!”
다른 히로인들과 한창 관계발전을 위한 스킨십을 하면, 그녀들은 하나같이 전부 쑥스러워했다.
제대로 말도 못했고, 얼굴을 쳐다보는 것도 못했다.
하지만 히요리는 달랐다.
부끄러워하는 건 다른 히로인과 다르지 않았지만, 자신 본연의 성격은 잃지 않고 있었다.
쉽게 말해 당당한 면이 있다는 거다.
날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녀의 그렁그렁한 눈빛을 마주하면서, 나는 히요리가 입고 있는 큼지막한 7부 바지를 가리켰다.
“편하지?”
“…. 짜증.”
훅 하고 콧방귀를 내뿜은 히요리가 메뉴판을 내가 보이게끔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가라아게와 카레 그림이 그려진 메뉴를 가리켰다.
“이거 먹을 거예요.”
내가 갖고 온 티셔츠와 바지를 입어 후줄근해진 그녀가 몹시 귀엽다.
탁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음식 그림에 가져다대는 것도 마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해.”
“이 메뉴 값은 선배가 내요.”
“알았다.”
“좋아요.”
“음료는 안 마셔?”
“시키려고 했어요.”
“잘했네.”
“어린아이 대하듯 굴지 말라니까요?”
“안 그랬어.”
“하… 짜증나넹…”
말끝을 쑤욱 올리는 것으로 보아 짜증은커녕 이 상황이 재미있는 것 같다.
아니, 재미있다는 건 너무 나갔고, 그냥 여운을 느끼고 있다 해야 옳았다.
사실 급하게 다가갔으면 안 되는 거였다.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미유키에게도 내가 히요리를 노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려주면서 접근했어야 했다.
하지만 뭐 어찌하랴.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데.
히요리가 너무 요망한 게 잘못이다.
“짜증나?”
“네. 어떡할 거예요?”
“뭘 어떻게 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요?”
보듬어주지 않는 내게 서운해졌는지 눈을 부라리는 히요리.
그에 가벼운 실소를 터뜨린 나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뻗어,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툭.
중간에 히요리가 투정을 부리려고 자신의 손으로 내 손목을 쳤으나, 반응해주지 않아 재미가 없어졌는지 이내 팔을 축 늘어뜨리며 얌전히 앉게 된 건 덤이었다.
“음식 시킬까?”
“네.”
“음료는 뭘로?”
“파인애플 주스.”
히요리 본인의 이미지와 비슷한 메뉴 선정이구나.
아무거나 달라고 했다면 레모네이드를 시켰을 텐데, 파인애플 주스도 나쁘지 않다.
방 안에 마련된 수화기를 들어 직원에게 음식을 주문하니, 히요리가 자신의 복부를 매만지며 무어라고 꿍얼거렸다.
자신이 꽁해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댓 발 튀어나온 입술이 몹시 탐스럽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히요리에게 가까이 붙어 앉아 TV를 틀었다.
“먹으면서 영화나 한 편 보고 갈까?”
“그래요.”
“뭘로 볼래?”
“성인영화 빼고 다요.”
지금 상황에서 성인영화를 보면 저도 모르게 흥분할 것 같은가보다.
속이 훤히 보이는 히요리에게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대충 볼만한 영화를 찾아 틀었다.
이후 직원이 가져온 음식을 사이좋게 나누어먹으면서 영화를 보았다.
**
“잘 가.”
집 앞에 차를 세운 내 작별인사에, 히요리가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세웠다.
“오냐.”
“뭐냐 그건?”
“선배 따라해 봤어요.”
젖은 옷가지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차에서 내린 히요리가 검지와 중지를 자신의 눈 근처에 가져다댔다가, 그대로 손등을 돌려 날 가리켰다.
장난을 곁들인 지켜보겠다는 제스처였다.
그 행동이 웃겼던 나는 방긋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히요리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한손을 휘저으며 손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몸을 홱 돌리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자신의 보금자리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꽤나 가벼워보이는데, 조만간 히요리와 풋풋하고 톡톡 튀는 육체관계를 맺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느껴진다.
히요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요 위에 벌러덩 누웠다.
조금만 쉬고 미유키의 집에 가봐야지.
그럴 마음으로 의미 없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나는,
우우웅-!
[마.]진동이 울림과 동시에 히요리가 보낸 메시지가 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마쯔’라고 하기도 귀찮아서 저런 호칭을 쓴 건가?
아니면 자신이 아직도 화가 나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뭐가 됐든 깜찍한 부름이었기에,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오늘따라 가벼운 손가락을 놀려 답장을 보냈다.
[왜.] [선배는 저한테 약점 잡힌 거예요.]무시무시한 발언이구나.
오늘 일을 무기 삼을 줄 알았다.
물론 진짜로 이걸 써먹어서 날 휘두르려 하진 않겠지만, 히요리의 성격상 확 들이댈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처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얼마 뒤에 큰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겠다.
[그런가?] [당연히 그런 거죠.] [알았다.] [책임져요.]음음.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다.
지금 이 상황과 잘 어울리는 대사이기도 했다.
첫 경험을 하고 나서 저 말을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못내 아쉽다.
하지만 괜찮다. 히요리는 분명히 다양한 반응을 보여줄 테니까.
[어떻게?] [알아서 잘.] [그래. 오늘 너무 많이 먹었는데 내일 같이 운동할까?] [무슨 운동이요?] [살 빼는 운동.] [그 살 빼는 운동이 뭔데? 야한 생각하고 있죠??] [달리기를 말하는 건데… 야한 생각은 네가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선배도 분명히 저랑 같은 생각을 했을 거예요.]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사람 사기꾼 기질이 완전 다분하네.]씩씩대는 히요리가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랑이 마구마구 싹튼다. 내일도 히요리를 문질문질해주고 싶다.
[내일 연락은 하고 올 거지?] [아니요? 내 마음대로 갈 건데? 하나자와 선배랑 만나고 있는데 뜬금없이 방문해서 방해할 건데요?]폭주하는 히요리의 채팅에 땀을 삐질 흘리는 이모티콘을 보낸 내가 생각했다.
당분간은 얌전히 지내야한다고 말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것처럼 보여도, 큰일을 겪은 터라 히요리는 예민한 상태가 지속될 거다.
그녀를 잘 보듬어주면서 남을 일을 처리하고, 첫 관계를 위한 좋은 타이밍을 한 번 잡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