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Terminally-ill Dragon RAW novel - Chapter (42)
42화. 냥줍 (1)
“쌍둥이의 공격이… 먹혔다고?”
정확히는 쌍둥이의 뇌기가 놈에게 통한 듯 보였다.
기회를 포착한 로이스가 크게 소리쳤다.
“칸, 카니! 더 공격해!”
높은 항마력에 성법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녀석은 뇌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녀석의 항마력이 내부 장기까지 보호해 주지는 않는구나!’
쌍둥이의 뇌전이 녀석의 내부를 진탕으로 만들고 있으리라.
‘잡을 수 있어!’
자신이 드레이크를 묶어두고 쌍둥이가 지속해서 뇌전으로 괴롭힌다면 충분히 녀석을 해치울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우리의 전력을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정확히는 자신과 쌍둥이의 전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1티어를 포함한 4대 비자연 속성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자신과.
일반적인 2티어급을 훌쩍 뛰어넘어 준1티어급의 출력을 보여주는 쌍둥이까지.
특히나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해서 검을 날리는 쌍둥이의 모습은 로이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로이스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맞네. 나… 드래곤이잖아?’
아무리 드레이크가 최상급의 마물로 불린다지만, 드래곤은 최강의 생명체였다.
자신들이 어리다고는 하나 명색이 드래곤이다.
1티어급 강자 셋?
그것은 인간들의 기준에서였다.
어쩌면 현재 자신들의 전력이 그 못지않으리라.
“좋아, 어디 한번 드레이크 전기 통구이 만들어 보자고!”
투기를 품은 로이스의 드래곤 하트가 한층 더 힘차게 속성력을 뿜어내며 드레이크를 괴롭혔다.
쌍둥이들도 이에 동참하여 드레이크에게 검을 날렸다.
검이 튕겨져 나올 때마다 힝힝거리며 울상을 지었지만,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크러렁!
그렇게 장장 한 시간에 걸친 공방이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드레이크의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로이스의 말처럼 드레이크가 전기 통구이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었다.
-끼으으
파브로가 구해 온 육익혈조를 돌보던 제이콥.
그는 세 아이의 활약을 보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이콥이 홀린 듯 중얼거렸다.
“도대체… 저 아이들 정체가… 뭡니까?”
드레이크에 맞서 싸우는 작디작은 아이들.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파브로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 하… 우리 조카들이 조… 조금 세거든.”
“진짜… 조카가 맞습니까?”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 말게. 그러다 다치니.”
“…….”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듯한 파브로의 뉘앙스에 제이콥도 입을 다물었다.
대신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드레이크와 이를 상대하고 있는 세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거기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는 게 옳았다.
정말로 아이들이 드레이크를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쾅! 쾅!
드레이크가 움직일 때마다 대지에서 진흙이 튀어 올랐다.
-크허허헝!
육익혈조를 한 번에 넉 다운 시킨 파동 공격이 울렸지만, 로이스가 한 번씩 손짓할 때마다 파동 공격이 무산됐다.
“허…….”
제이콥이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엄청난 실력을 뽐내는 무사 쌍둥이도 놀라웠다.
그러나 정신 속성을 다루는 드루이드인 제이콥에게 더욱 경악스러운 존재는 로이스였다.
‘최소… 2종류 이상의 속성을 다루고 있다!’
그가 파악한 속성만 해도 2종류.
거기에 경지도 낮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쉬이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고계 성법을 아무런 도구도 없이 손짓으로만 펼치는 로이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대체… 어디서 저런 아이가?’
제이콥이 그렇게 고민하던 순간, 한동안 똑같은 패턴으로 이어지던 싸움에 변화가 찾아들었다.
-크르르…….
지칠 줄 모르고 움직이던 드레이크가 드디어 비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로이스가 눈을 빛냈다.
“됐다!”
아무리 자잘한 공격이어도 그게 누적되면 큰 반동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일반적인 뇌기도 아니고 드래곤이 뿜어낸 뇌기에 장시간 노출된 드레이크가 멀쩡할 리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에서야 반응을 보이는 게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로이… 힘들어…….”
“팔 아파… 손 아파.”
쌍둥이가 징징거리자 로이스가 밝은 얼굴로 외쳤다.
“조금만 참아! 곧 끝나!”
그러나 세상일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끝이 보이던 싸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일이 벌어졌다.
-크러러렁!
귀청을 쩌렁쩌렁 울리는 드레이크의 울음소리.
그것은 로이스와 쌍둥이가 상대하고 있던 드레이크에게서 난 것이 아니었다.
“뭐?!”
캐시타워 산 방향.
쿵쿵-
그곳으로부터 로이스가 상대하고 있는 드레이크보다 1.5배는 커다란 드레이크가 달려오고 있었다.
또 다른 드레이크의 등장.
심지어 상대하고 있던 놈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망할!’
로이스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이런 1+1은 사양이라고!’
한 마리도 겨우겨우 상대하고 있었더니만!
‘이럴 거였으면 애초에 같이 오라고! 그랬으면 차라리 다 포기하고 도망이라도 갔지!’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좋아하는 순간 적의 조력자가 등장.
희망 고문도 이런 희망 고문이 있을까?
거기에 나타난 놈은 매우매우 화가 난 듯 보였다.
-크라라랄!
광기와 살기가 가득한 얼굴로 놈이 미친 듯이 뛰어왔다.
“피해!”
로이스가 큰 목소리로 외쳤지만, 상황이 딱히 좋지 못했다.
어딜 봐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단된 공격으로 거의 다 잡은 드레이크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입술을 깨문 로이스.
‘큰일 났네.’
그의 얼굴이 낭패감으로 물들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위기의 상황이었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거는 아니었다.
드래곤으로 변신해 날아가면 그만.
파브로와 제이콥은 자신들이 들고 날면 된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꿈이라는 놈한테 본모습을 보여주기는 좀 찜찜하지만…….’
그건 일단 살고 나서 생각해 볼 일이었다.
“쌍둥……!”
그렇게 결단을 내리고 현룡화를 하려는 순간.
“어?”
다행히도 로이스가 생각한 최후의 수단은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로이스 일행에게도 지원군이 도착했으니까.
-크헝!
-허헝!
허공을 쩌렁쩌렁 울리는 거대한 포효.
-끼잉.
이를 들은 새끼 뇌호의 얼굴이 환해졌다.
곧이어 무언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거대한 동체 두 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콰득-
윤기 나는 금빛 털을 지닌 거대한 호랑이 두 마리.
두 눈 가득 분노를 담은 호랑이들이 새로 등장한 드레이크 등에 달라붙었다.
금빛 호랑이의 날카로운 이빨이 드레이크의 가죽을 뚫고 목덜미로 파고들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지직-
호랑이의 전신에서 빛이 번쩍이며 어마어마한 양의 뇌기가 일어나 드레이크를 괴롭혔다.
이 모습을 보고 제이콥의 얼굴에 놀람이 나타났다.
“뇌호!”
그것도 어린 새끼가 아닌 다 자란 성체 뇌호였다.
성체 뇌호의 털은 뇌기를 머금고 금빛을 띠기에 금호라고 불리며 특정 지역에서는 신성한 영수로 모셔지기도 했다.
자신의 두 눈으로 성체 뇌호를 보았다는 사실에 제이콥은 감격스러워했다.
반면 로이스의 얼굴에는 안도가 서렸다.
두 마리의 뇌호가 왜 나타났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애가 위험한데 엄마, 아빠가 튀어나와야지!”
또한, 꼬리를 팔랑팔랑 흔드는 새끼 뇌호를 보고 있자니 녀석과 성체 뇌호와의 관계도 쉽게 어느 정도 증명이 된 셈이었다.
“우와! 큰 냥이!”
“황금 냥이!”
쌍둥이들이 새로 등장한 뇌호를 보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뇌 속성을 타고난 녀석들이다 보니 뇌호에게 호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크라아아!
한편, 자신의 짝이 위기에 처하자 맨 처음 나타났던 드레이크가 몸을 크게 떨치며 일어섰다.
금방이라도 뇌호들을 향해 달려갈 태세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볼 로이스가 아니었다.
“어딜?! 칸, 카니!”
로이스의 외침에 잠시 멈춰 있던 쌍둥이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검격 하나하나마다 뇌기가 듬뿍 담겨 있음은 당연했다.
여기에 옷깃에 숨어 있던 핀까지 가세해 약하지만 틈틈이 익혀온 공격 성법을 사용했다.
“파브로!”
“네! 갑니다!”
로이스의 외침에 파브로가 워 해머를 쥐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를 보고 제이콥이 입을 벌렸다.
“아니… 조카라면서……?”
조카가 불렀다고 재깍 튀어 나가는 삼촌이라니.
그것도 깍듯한 존댓말을 써가며?
이게 어딜 봐서 둘 사이가 조카와 삼촌이란 말인가.
잘 봐줘도 상급자와 부하 직원인데.
어찌 되었든 간에 핀과 파브로까지 합세 이후, 안 그래도 반쯤 죽여놨던 드레이크였기에 이전보다 상대하기 훨씬 수월했다.
그렇게 로이스 일행이 드레이크 한 마리를 맡은 사이.
-크허헝!
-캬웅!
뇌호 두 마리와 드레이크의 싸움도 점차 격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승기는 뇌호 쪽에 있어 보였다.
하지만 전세가 뒤집히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쿵!
드레이크가 크게 몸을 떨자 달라붙어 있던 암컷 뇌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별다른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카아아아!
드레이크가 내지른 고함의 파동이 뇌호를 덮쳤다.
금방 일어서려고 하던 암컷 뇌호가 왈칵 피를 토해내며 주저앉았고, 그런 녀석을 노리고 드레이크의 꼬리가 떨어졌다.
위기에 처한 짝을 위해 수컷 뇌호 마리가 몸을 던져 드레이크의 꼬리를 가로막았다.
펑-.
드레이크의 꼬리에 얻어맞은 수컷 뇌호가 풍선 터지는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바닥을 나뒹군 수컷은 필사적으로 일어서려 했지만, 쉬이 일어서지 못했다.
-크르르
대신, 암컷 뇌호가 분노하여 몸을 일으켰다.
잠시 비틀거리던 암컷 뇌호가 비호처럼 드레이크의 등에 달라붙었다.
동시에 강한 전격이 휘몰아쳤다.
-끼잉…….
한쪽에서 부모의 싸움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새끼 뇌호가 불안한 듯 울음을 토해냈다.
-크라아아아!
뇌전에 휩싸인 드레이크가 비명이 쩌렁쩌렁 울리고.
드레이크가 어떻게든 뇌호를 떨어뜨리려 해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뇌호는 이빨과 발톱을 더욱 박아 넣으며 악착같이 버텼다.
도저히 안 되겠다 여긴 드레이크가 뇌호를 등에 매달고 산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무에 부딪쳐 뇌호를 떨굴 작정이었다.
곧 드레이크와 뇌호의 모습이 수풀 사이로 사라지고.
쿵- 쿵-.
무언가 부딪히는 묵직한 소리가 산으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쯤이었다.
쿵-
로이스 일행이 상대하고 있던 드레이크가 모락모락 김을 피워내며 쓰러졌다.
“헉… 허억… 끄, 끝났다.”
다시는 일어서지 않는 드레이크를 지켜보던 파브로가 무기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언제나 지침이 없던 쌍둥이도 이번만큼은 풀썩 주저앉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로이스는 쉴 수가 없었다.
그가 있는 방향으로 수컷 뇌호가 절뚝절뚝거리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끼잉…….
-크르르…….
불안에 떠는 새끼의 얼굴을 한 번 핥아준 후 뇌호의 시선이 로이스를 향했다.
-크륵…….
녀석은 로이스를 향해 두 눈을 끔뻑일 뿐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짙은 신뢰가 가득했다.
이에 로이스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수는… 영수인가?’
아마 녀석은 눈치챘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그렇게 한동안 로이스를 바라보던 수컷 뇌호가 캐시타워 산을 향해 뒤돌아섰다.
-끼이이잉!
수컷 뇌호가 떠나려 하자 새끼가 처량하게 울었다.
이에 수컷 뇌호가 살짝 고개를 돌렸고, 이를 본 로이스는 작게 탄식했다.
“아…….”
로이스가 탄식한 이유.
그것은 수컷 뇌호의 눈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또한, 그 웃음에서 죽음을 각오한 존재의 의지를 읽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너… 설마…….’
수컷 뇌호의 마지막 미소는 짧았다.
녀석은 고개를 돌려 곧장 뛰어가기 시작했다.
언제 다쳤냐는 듯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해 산으로 진입한 수컷 뇌호.
그로부터 10분 뒤.
파즉!
캐시타워 산으로부터 거대한 뇌전 줄기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