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14
Chapter 26. 대항전(2)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하필이면 분신 능력자를 만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조사국 브레인’이 줄다리기에 특화된 재능이라며 감탄합니다.】
【다수의 참관자가 대상자 ‘이은호’의 대책을 궁금해합니다!】
확연히 차이 나는 양 팀의 인원.
순간 가속을 써서 본체를 붙들고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어느 놈이 본체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형님! 저 새끼 웃는데요?”
그 와중에 죄다 비릿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린 게 역하다.
눈치챘겠지.
동요하고 있다는 걸.
“X발, 웃어?”
“저 새끼가 비겁한 술수를 써 놓고……!”
불만 섞인 웅성거림이 점점 커져 간다.
참혹한 시체와 다음 라운드로 가기 위한 단판 승부라는 점.
그에 더해 갑작스레 펼쳐진 한일전 양상에 다들 흥분한 모양.
‘일본에게 져서 준우승하느니 이기고 뒤에서 2등을 하는 것이 낫다던가.’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한일전은 사람들을 달아오르게 하니까.
‘이겨야 돼.’
무조건,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려면.
“율아, 언니 손 꼭 잡고 숨어 있는 거야. 할 수 있지?”
“녜! 이뿐 언니 죠아요!”
꼬마 닌자와.
“그러니까, 이 꼬맹이 손을 잡으면 투명 인간이 된다는 거죠?”
“응. 손 놓치면 바로 풀리니까 꼭 잡아.”
예술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줄다리기 우월 전략을 활용하면서 저들의 술법까지 파훼하는, 이름하여 ‘닌자식 양동작전’을 위해.
다만 문제는.
“위험하니까 너무 멀리 가진 말고.”
“알았어요. 여기선 잘 안 보여서…… 능력 가동 범위까지만 갈게요.”
연보라의 능력은 ‘시야에 들어와 있는 곳’에서만 발현된다.
즉, 적진에 작업을 치려면 놈들을 제 눈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는 뜻.
“진짜 둘이서 괜찮겠어?”
“당연하죠! 맨날 하던 건데요, 뭐.”
“내가 가면 안전하긴 할 텐데…….”
“에이, 아저씬 줄다리기해야죠. 한 명 한 명이 아쉬운데 지금.”
연보라의 말이 맞다.
이미 인원수 차이가 엄청난 상황인데다가, 내가 가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아까부터 나만 쫓는 저 분신들이 내가 사라졌다는 걸 알면 어지간히도 경계할 테니까.
“형님! 5초 전입니다!”
“알았어요! 오빤 빨리 들어가요!”
파앗-!
그렇게 두 꼬마 숙녀가 모습을 숨기고.
타닥!
박공찬 앞에 가 자리를 잡고.
까슬하고 딱딱한 로프를 손에 쥐었을 때, 들려오는 총성.
— 탕!
[제한 시간은 1분!] [줄다리기를 시작합니다!]목숨 건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 * *
“당겨요!”
“예!”
「01:00」
세찬 기합과 함께 시작된 1분.
타닥!
보이지 않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귀로나마 쫓고자 했으나 그럴 여유는 없었다.
“하앗-!”
수백 개의 분신이 동시에 내지르는 기합과 함께.
파아아앗!
“!!”
“끄윽……!”
시작하자마자 확 끌어당기는 적군.
전략도, 전술도 없었으나, 압도적인 머릿수와 무게만으로도 충분했다.
“끄아…… 못 버티겠어요……!”
“끌려…… 갑니다……!”
나조차도 양쪽 발이 흙바닥 위를 몇 번이나 미끄러졌으니,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외쳤다.
“몸을 눕혀야 합니다!”
“끄으……!”
“조금만 버텨요!”
버럭 소리를 지른 것과 동시에 뒤꿈치가 땅속을 파고든다.
근육에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간 모양.
과도한 중량에 찌르르한 감각이 발끝부터 전해져 왔지만…….
「00:50」
이제 겨우 10초가 지났을 뿐.
시간을 확인하고 어금니를 까득 깨물자 까까머리 닌자들이 일시에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보기보다 순진하군.”
“뭐?”
“안 될 싸움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한국은 피곤한 리더를 뒀어.”
하?
“개소리도 5백 명이 하니까 임팩트는 있네. 아, 혹시 그러려고 분신술을 쓴 건가?”
“……건방지군.”
못마땅한 얼굴로 내뱉자, 놈 또한 인상을 팍 썼다.
내 뒤에 줄지어 선 이들을 슥 훑고는 얼굴을 풀었지만.
“이번엔 우리가 승리를 가져가겠다.”
허세는 아니었다.
“끄으…… 더, 더 이상은…….”
뒤에 선 이들이 뒤로 눕긴커녕 휘청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으니.
“끄악!”
“아, 안 돼!”
휘청거리고, 앞으로 몸이 접히고, 로프만 겨우 붙잡은 채로 앞으로 걷다시피 하는 놈들.
“밀린다!”
그리고 그 탓에 등 뒤에서 덮치는 엄청난 무게의 압박.
몸이 앞으로 쏠린다.
스으으으으으으윽!
발을 땅에 박은 채였으나 로프를 쥔 몸 전체가 앞으로 끌려간다.
지금껏 버틴 게 우스울 정도로.
분명 절망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예상했던 바다.
어차피 줄다리기는 무게와 힘의 싸움.
정직하게 줄만 당겨서 이길 수 없으리라곤 진즉에 알아봤다.
그럼에도 이토록 열심히 당겨야만 하는 이유는 하나.
“승부 선만 안 넘어가면 됩니다! 최대한 버티세요!”
줄을 잡고 선 모두의 역할은 앵커.
즉, 바닷속에 박힌 닻처럼 발을 땅에 파묻고서 버티는 거다.
[첫째, 로프 중앙의 매듭을 각 팀의 ‘승부 선’까지 끌고 가거나.] [둘째, 제한 시간이 종료되었을 때 매듭을 영역 내에 보유한 팀이 승리합니다.]로프 매듭이 승부 선까지 밀려나 경기가 즉시 종료되는 상황만 피하면 된다.
그럼, 그동안 적진에 파고든 척후병이…….
“소조(塑造)!”
판을 뒤엎어 줄 테니까.
“네 말이 맞아.”
연보라의 희미한 목소리를 덮기 위해 곧장 입을 열었다.
혹여나 저들 중 누군가가 목소리의 출처를 찾을지 모르니.
“무슨 뜻이지?”
그러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는 분신들.
“안 될 싸움은 포기해야지.”
“뭐?”
“될 싸움은 이겨야 되고.”
“……!”
놈들이 당장이라도 달려오려는 듯 인상을 팍 썼다.
벌써 인상 쓰면 곤란한데.
왜냐하면.
“이건 될 싸움이거든.”
「00:30」
경기 종료 30초 전.
“그게 무슨…….”
분신들의 말허리를 잘라 낸 굉음.
쿠궁-!
지면이 흔들린다.
“뭐, 뭐지?!”
“땅이 흔들려!”
“꺄아아악! 넘어질 것 같아!”
저 멀리, 수백의 분신들 사이로 언뜻 비치는 일본 쪽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마치 풍랑에 흔들리는 배 위에 탄 승객들처럼.
푸욱!
보이지 않는 포클레인이 땅을 파고들었다.
깊게, 더 깊게.
“으아아아악! 땅이 솟아올랐어!”
“지, 지진이야! 대피해야……!”
그리고 마침내.
푸화아아아아아앗!
땅이 치솟아 기울었다.
줄을 붙잡지도 못하고 널브러진 사람들과, 그들이 질러 대는 비명까지 죄다 들어 올리며.
“으, 으아아아아악! 미끄러진다!”
“꺄아아아악-!”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급경사.
그 위에 도미노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던 사람들.
‘연보라…… 누가 미대생 아니랄까 봐.’
분명 급하게 만든 것 같은데.
경사지어 쌓인 지반이 꽤 탄탄해서 흙 사이로 사람들이 빠지는 일도 없고, 옆으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경사의 양옆에 방지턱까지 만들어 뒀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네.’
이로써 저들로선 선택지는 없다.
스스스스스스슷!
미끄럼틀처럼 미끄러져 내리는 것밖에.
“으아아아아악!”
“어이, 어이! 밀지 말라고!”
「00:30」
상황이 바뀌었다.
“당겨요! 지금!”
“예! 형님!”
“알겠어요!”
사람들이 쏟아진다.
그 틈에 줄을 힘껏 당겼다.
스르르르르르륵!
아까와 달리 무리 없이 딸려 오는 줄.
“뒤로!”
세차게 외치고는 뒷걸음질 쳤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우리의 승부 선을 향해.
“이게 무슨…… 컥!”
분신 몇몇이 쏟아지는 사람 덩어리에 깔려 쓰러졌다.
파앗-!
그렇게 몇 명은 사라지고.
타닥!
몇몇은 뛰쳐나가 상황을 살폈다.
“이 새끼가 수작질을……!”
나머지는 죽일 듯 노려보며 이를 갈았고.
흐음.
수작질이라니.
스르르르르르르륵!
“능력은 능력으로 상대해야지.”
“이 자식……!”
파스스스스슷!
숨이 켁켁 막혀 올 정도로 피어오르는 흙먼지.
“X발! 좀만 더!”
“거의 다 왔어!”
그 사이로 안간힘을 쓰는 팀원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승부 선까지 열 걸음도 채 남지 않았다.
이를 눈치챈 일본 대표는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고.
‘……?!’
탁! 스르르르르르륵-!
쥐고 있던 줄을 놓아 버렸다.
수백 명의 분신이 일제히.
“끅!”
“X발, 갑자기 놓으면 어떡해?!”
“혀, 형님! 포기했습니다!”
‘포기했다고?’
“안 될 싸움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한국은 피곤한 리더를 뒀어.”
분명 얘기하긴 했지.
안 될 싸움은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포기한 사람 눈이 저렇다고?”
“……!”
타앗-!
놈이 사라졌다.
맹수와도 같은 눈빛만 남기고.
오싹!
“……줄을! 빨리!”
“예!”
얼마 남지 않은 저항감을 떨쳐 내며 줄을 당겼다.
이제 실타래처럼 휘리릭 감겨 오는 로프.
“조금만 더!”
여차하면 가속으로 들고 뛴다.
그리 생각하며 뒤로 나아가자.
철컥!
날붙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쌔애애애애액!
날아오는 표창.
“!!”
햇빛도 잡아먹을 시꺼먼 날이 날아들었다.
코앞에서. 측면에서. 위에서. 뒤에서. 좌측 아래에서. 사람들 틈에서…….
수백 명이 날린 수백 개의 표창.
“미친!”
경기 시작 전, 분명히 나왔었다.
상대 진영을 살해할 경우 ‘심각한 페널티’가 주어진다고.
[[단, 공정한 경기를 위해 직접적인 공격으로 상대 진영이 사망할 경우, 심각한 페널티를 얻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이번 라운드만 이기면, 다음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건가.
“소, 소환!!”
“율……!”
“가속!”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경비 아저씨가 다급히 방패를 들고.
한울 씨가 몸을 던졌다.
날아오는 표창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아이들을 향해.
하지만 그것보다는…….
‘안 보이는 애들을 찾는 것보단 표창을 다 치우는 게 빨라.’
그리 생각하며 입과 발을 뗐다.
“석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방패를 두르고.
“소환.”
검과 방패를 휘둘렀다.
투둑! 투두두두둑!
검날로 표창을 쳐 내는 소리가 꼭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같다.
검풍 스킬로 떨구면 더 빠르겠지만, 숨어 있는 율이와 보라가 맞을지도 모르니까.
‘15초.’
느릿하게 날아오는 표창은 거의 다 땅에 처박힌 뒤.
안심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푸───욱!
느릿하게 들려오는 소리.
‘!!”
쌔액-이 아니라 푸욱-이다.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대신, 이미 박혀 버린 거다.
‘누구지?’
위험하다.
표창은 빛을 반사시키지 않기 위함인지, 아니면 독이라도 바른 건지 시꺼멨다.
만약 그게 독이라면…….
오싹해지는 등줄기를 느끼며 주변을 황급히 살폈다.
몸에 톱날 같은 표창이 박힌 사람이 없는지.
그리고 그때 들려온 또 한 번의 효과음.
푸───욱!
‘또?!’
같은 사람일까.
하지만 이중에서 표창이 꽂힌 사람은…….
‘없는데?’
멈칫!
황급히 돌아보던 고개를 멈췄다.
……사람 대신 공중에 꽂힌 두 개의 표창을 발견해서.
째깍-!
마침 돌아간 시간의 흐름.
“……이이이이있어? 율…… 어?”
“……에에에에에상에나…… 얼레?”
사람들이 움직인다.
일본 대표는 우리의 몸에 박혀 있는 대신 하나같이 땅에 처박혀 있는 표창을 살폈고.
분명 시간은 똑바로 흐르는 중이다.
그런데 왜.
“혀, 형님! 저건 왜……!”
공중에 떠 있는 저 두 개의 표창은 떨어지지 않을까.
왜 저들끼리만 멈춰 있는 걸까.
거대한 젤리 위에 꽂힌 별사탕처럼.
“방어막……?”
순간, 들려오는 누군가의 중얼거림.
‘혹시나 했는데…….’
말도 안 되는 현상이다.
누군가의 능력이 아니라면 말이지.
자, 그러면.
“누굽니까, 이번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