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44
Chapter 10. 모의 전투(3)
“모두 복귀하라!”
“복귀…!”
“안 돼……!”
흑골 병사 하나가 앞을 막아서자.
재빨리 오른팔을 들어 검을 휘둘렀다.
스걱!
장검을 한손검처럼 쓰려니 정교한 컨트롤이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날카롭게 잘려 나가는 새까만 뼈.
“으어어어어어!”
이번엔 해골 하나가 측면에서 달려들었다. 왼손에 쥐고 있는 깃대를 노린 거다.
몸을 돌려 피할까?
아니, 그럼 반대쪽이 빈다. 다른 놈들이 가만두지 않을 거다.
틈만 보이면 달려들기 위해 달그락거리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퍼억!
기다란 깃대를 움켜쥐고는 휘둘렀다.
저릿!
서늘하고 묵직한 쇠 대의 감각이 손바닥과 팔을 타고 어깨까지 전해져 온다.
“으으으으으윽-!”
“아악! 왜……!”
그러자 막 치고 나오려던 병사 몇몇이 깃대에 떠밀려 쓰러졌다.
옆에 있는 놈, 그 옆에 있는 놈까지 단체로 우수수.
타닥-!
덕분에 비어 버린 공간으로 몸을 빼낼 수 있었다.
와그작!
발에 치이는 까만 뼈 무더기를 짓밟으며.
“이쪽으로! 서둘러라!”
동시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백골들을 향해 손짓했다.
나 하나만 보고 적군의 한가운데 파고든 놈들.
놈들은 빠져나갈 구멍도 나 하나라는 걸 잘 알고 있는지, 싸우던 해골들을 밀쳐 내고는 곧장 뛰어왔다.
타닥-!
【‘관리국 까마귀’가 깃발이고 뭐고 다 쓸어버리자고 소리칩니다!】
……전투 만능주의자는 무시한 채, 뒤돌아 빠져나가는 순간.
“잠까아아아안! 멈춰라!!!”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나저나 이 쇠 긁는 듯한 목소리는…….
“?!”
비척거리며 다가온 해골 장수였다.
‘어떻게?’
분명 머리와 몸을 다신 이어 붙일 수 없도록 목뼈를 으깨 버렸는데.
그 증거로 똑같이 공격한 다른 병사들은 다 생기를 잃고 뼈 무덤이 되어 버렸는데.
왜 저놈만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거지?
“어떻게 움직이냐는 눈빛이군.”
놈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투구를 고쳐 썼다.
스스스스슷-!
뿔 달린 짐승의 머리뼈를 날카롭게 갈아 내어 만든 투구.
스읏, 스읏.
검게만 보이던 투구에서 보랏빛 기운이 일렁거렸다.
분명 구멍이 뚫리고, 빗겨 잘린 목을 감싸고 돌며.
“……대충 짐작은 가네.”
그러니까, 혼자 쓰고 있는 저 투구가 생명력의 원천이라 이거지.
저 투구를 빼앗아야겠다.
목이 아니라 머리 중간을 베어 내야겠어.
그리 생각하며 검을 들자.
“대, 대장님……!”
놈이 옆에 있던 부하를 들어서.
달그락! 쿠웅-!
“대장니이이임!”
던지더니.
“터뜨려!!!”
소리쳤다.
터뜨리라고.
“소용없어.”
아까 분명 모두 막아 내는 걸 봤을 텐데. 학습 능력이 없는 건지, 아니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건지.
어느 쪽이건 얌전히 받아 줄 생각은 없어서 방패를 치켜든 순간.
“안 통한다니…까……?”
온몸이 탈골되어 땅에 널브러진 해골 병사가 우웅-! 하며 울었다.
비틀려 꺾인 팔.
목에서 빠져나가 무릎 근방에 떨어져 있는 두개골.
완전히 접혀 버린 척추.
우웅! 우웅-!
뼈 마디마디가 붉게 달아올랐다.
막 불꽃을 토해 내려는 나무 장작처럼.
그리고.
[적군 해골 병사가 ‘뼈 폭탄’ 스킬을 발동했습니다!] [스킬 발동 범위가 전신으로 확대됩니다.] [특수 조건 충족!] [‘뼈 폭탄’ 스킬이 ‘자폭(自爆)’으로 진화합니다!]“자폭?!”
「뼈 폭탄(Lv.1) : 뽑아낸 뼈를 터뜨릴 수 있다. 터뜨린 뼈의 질량에 비례해 위력이 강해지니 주의.」
‘뼈 폭탄(Lv.1)’ 스킬은 얼마나 무거운 뼈를 이용하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아까 실험했을 때, 갈비뼈 스무 개의 충격량은 약 10.
껍질 갑옷 하나로는 살짝 부족하고 방패까지 착용하자 타격이 없었으니 정확할 거다.
근데 갈비뼈가 아니라 전신의 뼈를 모조리 터뜨린다면?
‘열 배? 스무 배?’
최소한 지금 방어력인 30은 족히 넘을 게 분명하다.
이건…….
못 막는다. 절대로!
‘피해야 해!’
깃발은 되찾아오면 되지만, 내가 다쳐 버리면 답이 없다.
일단 가속으로 최대한 멀리 가자. 그럼 괜찮을 거다.
그렇게 입술을 뗀 순간.
“가…….”
탁!
딱딱한 갈퀴 같은 무언가가 내 팔을 잡아챘다.
흠칫 놀라 뒤 돌자, 보인 건 뽀얀 뼈 사이로 뚫린 시커먼 구멍 두 개.
“1번?”
해골 병사 1번이 날 잡아끌었다.
고작 네 개뿐인 손가락을 달그락거리면서.
“위험…합니다……!”
위험하지 않다.
“소대장…… 제가 대신…….”
도망가면 된다.
가속 스킬이 선물할 20초.
내 몸 하나쯤 빼내기엔 충분한 시간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나오면 살려 주고 싶잖아.’
“가속! 석화!”
그래서 다리 대신 손을 움직였다.
츠즈즈즈즛!
터져 나갈 듯 부풀어 오르는 뼈 무덤.
마구잡이로 잡아 쥐자 석화로 강화했음에도 따끔거리는 열감이 느껴진다.
손안에서 터지진 않을 거다.
완전히 폭발하기까지 약 0.1초, 느려진 시간 속에선 2초가 남았으니까.
휘리릭! 휘이익!
그래서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두개골. 정강이뼈. 발뼈. 아직 온전히 남은 몸통까지 죄다.
다만.
째깍!
시간이 제 속도를 되찾는 것과 동시에.
우웅-!
볼록 튀어나온 흙더미가 벌겋게 울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뼛조각들이 남은 모양.
“!!”
화아아아아앗-!
정면으로 쳐다봤다간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빛이 하늘에서부터 쏟아졌다.
새벽 바다에 뜨는 해처럼 느리지만 순식간에.
그리고.
— 콰아아아아아아앙!
마찬가지로 느릿하게 터져 나오는 폭렬(爆裂). 느리지만 결코 느리지 않은 충격.
피하기엔 늦었다. 그렇다면.
‘막는다.’
“소환! 활성화!”
녹색 수강권을 손에 쥐고 외쳤다.
파앗-!
흙바닥 위에 소환된 철문. 그 서늘하고도 매끈한 표면에 폭발이 머리를 부닥쳐 왔다.
슬로 모션처럼 찌그러지고, 움푹 패여 들어, 끝끝내 뚫려 버린 문짝.
거름망을 거친 폭렬이 내게로 들이닥쳤다.
[충격량이 방어력을 상쇄합니다!] [‘나무 방패’가 충격량을 흡수합니다!] [‘껍질 갑옷’이 충격량을 일부 흡수합니다!]‘윽!’
묵직한 충격이 칭호와 갑옷과 방패의 중무장을 뚫고 일부 전해져왔다.
그리고 동시에.
[주의!] [‘나무 방패’의 연이은 충격으로 파괴됩니다!]찌걱-!
방패 중앙에 한 줄기 금이 가더니.
콰득!
깨져 버렸고.
파스슷! 파스스스슷-!
근처에 있던 적군 병사들이 바스러졌다.
금 간 방패처럼 쩍쩍 갈라지고,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서.
철문이야 수강권을 다시 소환하면 멀쩡히 나타날 테고.
방패는 상점에서 파는 걸 다시 사면 된다.
문제는.
[백기(白旗)에 흑(黑)의 기운이 깃듭니다!]새하얀 깃발을 적군의 수장, 새까만 갑주를 차려입은 거구의 해골의 손에 빼앗겼다는 것.
그것도 제 손으로 수하 수십을 터뜨려 버린 놈의 손에.
삽시간에 검은색으로 물들어 버린 깃발.
“개자식이……!”
곧장 뛰쳐나갔지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폭발의 영향일까. 다리에 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장……!”
해골 병사들이 달려와 부축하는 사이, 놈은 내가 떨어뜨린 깃대를 들고 병사들 틈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이런……!
달그락-!
기묘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까만 해골들을 이끌고.
남은 건.
“으으…….”
“아… 아파…….”
제 동료의 자폭에 의해 하반신과 팔다리, 몸 일부를 잃고, 균형을 잡지 못해 무너져 내리는 흑골 병사들.
그리고 곧 이쪽으로 백골 병사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지휘관의 희생에 해골 병사 무리의 충성도가 급상승합니다!] [현재 충성도 : 95%]“쫓을…까요……?”
“쫓으면 따라잡을 수야 있겠지만…….”
[해골 병사 무리가 지휘관의 명령을 간절하게 기다립니다!]“너희가 위험해.”
“!!”
“또 자폭하면 못 구해 준다고.”
준비 없이 갔다간 내 보상… 아니, 애꿎은 병사만 잃게 될 테니까.
생각하자.
분명 있을 거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그러자 때마침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
[해골 병사 무리가 뼈의 마음을 이해하는 지휘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냅니다!] [대상자 ‘이은호’에 대한 충성도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응?
— 띠링!
[축하합니다!] [해골 병사 무리에게 뼈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숭고한 안식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뼈의 희생에, 숭고한 안식?
게다가.
[대상자 ‘이은호’, 종족을 뛰어넘은 강한 영향력에 의해 데이터 측정 속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개방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완료.]새로운 스킬까지?
통솔이라면…….
교육원에서 본 과목 중 하나다.
▣ 카리스마 리더십
– 혼돈의 시대! 길을 잃은 민생을 이끌 자는 누구인가? 예비 리더를 위한 이 시대의 제왕학(帝王學), 그 첫걸음을 함께 하세요!
– 수료 보상 : 통솔(Lv.1) 스킬 개방
‘수강권 하나 아꼈네.’
그땐, 이런 걸 어디다 쓰나 생각했는데.
‘몰랐지, 이런 식으로 얻고 쓰게 될 줄은.’
[통솔(Lv.1) 스킬의 영향으로 수하에 대한 영향력이 증가합니다.]“대장…!”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명령을……!”
통솔 스킬.
뼈의 희생.
바스러진 신체 일부를 보며 괴로워하는 흑골(黑骨)들.
거기다 언제고 쓸 일이 있으리라 생각해 아껴 둔 ‘그것’까지.
“됐어.”
변수와 상수를 종합해 찾아낸 나만의 승리 공식.
계산 끝났으니까.
* * *
달그락!
해골 기사는 두개골부터 발가락뼈까지 타고 흐르는 희열에 떨었다.
온 마디마디가 부딪히며 전율하는 이 기분!
달그라아아악-!
죽고 나서 처음이다.
이런 감정은.
“……증명했다!”
우리가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걸!
비록 병사 여럿과 수십 개의 뼈를 땅으로 돌려보내야 했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다.
이제 온 세상이 알게 되었을 테니까.
하찮은 피와 살은 죽음 앞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뻐하십시오, 위대한 창조주시여!”
달그락!
해골 기사가 승리의 깃발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습니다!”
위대한 분의 은원으로 미천한 그들이 어떤 위업을 세웠는지를.
창조주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손수 만드신 피조물이 이토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그렇게 기쁨에 몸을 떨고 있자니.
달그락-!
멀리서 병사 하나가 삐그덕거리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병사!”
분명 쳐들어올 적을 막으라 일렀는데.
잠깐.
그러고 보니.
“뼈가 엉망진창이군. 설마 적군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됐고.”
“돼, 됐고?!”
감히 일개 병사 주제에 지휘관이 말하는데 말을 끊다니!
그 건방진 자태에 혼쭐을 내줘야겠다 생각하며, 빠드득! 주먹을 푸는 순간.
“소환.”
놈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더니.
“?!”
쌔액!
번쩍번쩍한 쇠붙이를 휙 휘둘러서.
댕강!
눈과 입 사이를…… 반으로 갈랐다.
방금 세기의 업적을 이룩한 수장의 두개골을!
“이, 이, 이 무슨……! 푸훽!”
해골 기사의 머리통이 흙바닥에 콕 박혔다.
정확하게 말하면 투구 쓴 위쪽 절반이지만.
“음?”
그 모습을 본 병졸이 두개골을 갸웃했다.
“역모냐?! 그런 것이냐!”
“이렇게 잘라도 안 죽네?”
그러더니 멍청하기 짝이 없는 말을 내뱉는 놈.
“아둔한… 피조물 주제에! 감히 창조주께서 정해 주신 역할을 거부하다니!”
해골 기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노성을 터뜨렸다.
달그락-!
머리 잃은 몸을 열심히 움직이면서.
보이는 구멍과 말하는 구멍이 멀어 답답했지만 괜찮다.
다시 이어 붙이면 되니까.
그러자 발목뼈를 까딱이며 지켜보던 놈은 자신의 몸뚱이에 다가가.
“석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더니.
쾅-! 콰드득!
아래턱을 위로 갈겨 떨구고.
갈비뼈를 바스러뜨리고.
정강이뼈를 짓밟았다.
전신의 뼈를 죄다 으깨버린 거다.
“내, 내 몸이……!”
“하아, 끈질기네.”
온몸의 뼈가 토막 나 흙바닥에 처박힌 기사가 떨리는 턱뼈를 겨우 움직였다.
“이런 미친……!”
미친놈!
이놈은 미친 게 분명하다.
창조주께서 실수로 미친 피조물을 만드시고 만 거다!
몸을 회복하기만 하면…….
“투구부터 벗겨야 하나?”
“아, 안 된다! 그건 창조주께서 하사하신 기사의 증표!”
다급한 턱뼈가 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기사라지만 투구 없이는 이 정도 대미지를 회복할 수 없다.
저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만둬라! 뭘 원하지?! 십 병장 자리면 되겠나? 아, 아니다! 내 부관의 자리라도 내어 주마!”
“필요 없어.”
하지만 진급 기회도 걷어차고 깃발로 다가가는 해골 병사.
……잠깐.
깃발?
“이놈! 무슨 속셈이냐!”
달그락-!
그렇게 삐걱대며 걸어간 해골 병사가 깃대를 붙잡자.
[깃발에 백(白)의 기운이 깃듭니다!]아름다운 검은색에서 백색으로 더럽혀져 가는 깃발.
“흰색?!”
“흰색이지.”
[‘승리의 깃발’을 빼앗겼습니다!]달그락! 탁-!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해골 기사의 턱뼈가 빠져 버릴 정도로.
“자, 잠깐! 그러고 보니 네놈도……!”
“아, 나? 눈치챘어?”
아마 눈알이 있었으면 같이 빠졌으리라.
“너, 너느…… 누구지?”
아래턱 없이 겨우 움직여 내뱉은 질문.
정체불명의 병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음…….”
콰드득-!
빼앗긴 투구 탓에 점점 무너져 내리는 기사-였던 뼈-를 짓밟으며.
“해골 병사 101번?”
……뭐?